“글은 말씀하신 대로 지울게요. 그리고 뒤처리도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아주머니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앞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HN그룹을 끌어들이지 않도록 할게요.”강하랑의 대답에 온서애는 만족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성세혁을 이용한 협박이 통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그래, 그러면 됐다. 하랑아, 내 성격 알지? 아까 했던 말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단다, 그러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렴. 유성이 너한테 회사 지분도 넘겨줬다면서? 우리 회사가 무사히 운영되어야 너도 돈 벌 수 있지 않겠니? 나는 너한테 미움을 사고
연씨 가문의 본가.전화를 끊고 난 온서애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이 녀석은 하루가 멀다 하게 사람을 귀찮게 하는구나!”“사모님, 화내지 마세요.”진영선은 깎은 과일을 가져오면서 말했다.“자식들은 원래 다 그래요. 더구나 이번 일은 도련님 잘못도 아니잖아요.”“그래, 그 녀석 잘못이 아니니까 더 화나는 거야!”온서애가 화난 이유는 연유성이 멀쩡한 아내를 두고 강세미와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데 있었다. 강세미는 표정만 봐도 흑심을 품은 것이 알렸기 때문이다. 연성철도 말했듯이 그녀는 조만간 크게 사고 칠 사람이었다.‘쯧쯧
진영선이 보기에 연씨 가문은 강하랑이 평생 받들고 살아야 하는 생명의 은인이었다. 그러니 무슨 일을 당해도 연씨 가문을 우선으로 두는 것이 맞는다고 여겼다.“이 얘기는 그만하고 아줌마는 볼일 봐. 난 잠깐 쉬어야겠어.”청심환을 먹고 난 온서애는 약간 피곤했다. 그래서 진영선의 말을 듣고도 그냥 웃고 넘겼다.연성철이 강하랑을 며느릿감으로 선택한 이유는 그녀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강씨 가문에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세미는 보다시피 며느리로 들일 수 없는 인성이니 그때는 강하랑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더구나 강씨 가
보고서에는 연유성의 계정으로 올린 글이 있었다.「연유성: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가 결혼하고 싶었던 사람은 강세미입니다.」짧게 글만 기록한 보고서에서는 댓글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안 봐도 그의 말이 얼마나 화제 되었는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연유성은 차가운 표정으로 직접 핸드폰을 들고 댓글을 확인했다. 댓글은 마치 일부러 계획하기라도 한 듯 일제히 강하랑을 공격하고 있었다.특히 ‘사랑받지 못한 쪽이 내연녀다.’라는 말을 본 순간 연유성은 핸드폰을 내던질 뻔했다. 혼인 신고까지 한 서류상 아내를 내연녀라고 부르는 것이 어이
“알았으니까 일단 나가봐요.”연유성은 직원에게서 받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직원이 올린 글을 지워버렸다.아직 나가지 않았던 직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갔다. 1초라도 더 있다가는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강하랑이 글을 지운 것에 비해 연유성이 글을 지운 것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금 가장 화두에 있는 것은 역시나 강세미의 구속에 관한 일이었다. 어떤 사람은 연유성에게 DM을 보내기도 했지만 물론 그건 소수에 불과했다.강
“그래요?”이제 강하랑은 연유성의 이름을 듣는다고 해도 그다지 감정 파동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 시간대에 새 글이 올라온 걸 보면 좋은 일이 아닌 것 같기는 했지만, 전남편의 나쁜 소식이 그녀의 좋은 소식이 아니겠는가?강하랑은 머리를 기웃거리더니 온마음의 핸드폰을 건네받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가끔 이럴 때는 정말 무서울 지경이라니까요. 진짜 미친 사람 같아서요.”온마음의 핸드폰에는 연유성의 계정이 바로 보였다. 강세미를 감싸기 위해 올린 글은 어느샌가 사라졌고 새 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예상 밖으로 이번 글은 또
연유성이 갑자기 강하랑에 관해 물을 줄은 몰랐던 심우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당연히 인터넷에서 떠도는 일에 관해 얘기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도 그는 별다른 말 없이 묻는 대로 대답했다.“위자료는 이미 전해 드렸습니다. 원래는 지분이 너무 많다고 거절하셨는데 설득 끝에 결국 사인해 주셨습니다.”연유성은 만족스러운 듯 머리를 끄덕였다.“잘했어요. 아무리 가족을 찾았다고 한들 키운 정이 없어서 걱정이네요. 성씨 가문에서는 얼마든지 남 취급할 수 있으니까요.”‘적어도 돈이 있으면 가족이 어떻든 간에 편안
‘묵인은 무슨, 원래도 사실인 것을...’만약 소속에서 구속설은 루머라는 공식 발표를 한다면 언젠가 진실이 밝혀졌을 때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다.그리고 지금 토론 열기를 끌어올리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부추김을 받은 게 분명했다. 어쩌면 소속사에서 부정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그 누군가는 강세미가 연예계에서 밉보인 사람일 수도 있고, 강씨 가문을 적대시하는 다른 재벌 가문일 수도 있다. 물론 강하랑 혹은 그녀의 친오빠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연유성은 더 이상 이 일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