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는 연유성의 계정으로 올린 글이 있었다.「연유성: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가 결혼하고 싶었던 사람은 강세미입니다.」짧게 글만 기록한 보고서에서는 댓글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안 봐도 그의 말이 얼마나 화제 되었는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연유성은 차가운 표정으로 직접 핸드폰을 들고 댓글을 확인했다. 댓글은 마치 일부러 계획하기라도 한 듯 일제히 강하랑을 공격하고 있었다.특히 ‘사랑받지 못한 쪽이 내연녀다.’라는 말을 본 순간 연유성은 핸드폰을 내던질 뻔했다. 혼인 신고까지 한 서류상 아내를 내연녀라고 부르는 것이 어이
“알았으니까 일단 나가봐요.”연유성은 직원에게서 받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직원이 올린 글을 지워버렸다.아직 나가지 않았던 직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갔다. 1초라도 더 있다가는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강하랑이 글을 지운 것에 비해 연유성이 글을 지운 것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금 가장 화두에 있는 것은 역시나 강세미의 구속에 관한 일이었다. 어떤 사람은 연유성에게 DM을 보내기도 했지만 물론 그건 소수에 불과했다.강
“그래요?”이제 강하랑은 연유성의 이름을 듣는다고 해도 그다지 감정 파동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 시간대에 새 글이 올라온 걸 보면 좋은 일이 아닌 것 같기는 했지만, 전남편의 나쁜 소식이 그녀의 좋은 소식이 아니겠는가?강하랑은 머리를 기웃거리더니 온마음의 핸드폰을 건네받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가끔 이럴 때는 정말 무서울 지경이라니까요. 진짜 미친 사람 같아서요.”온마음의 핸드폰에는 연유성의 계정이 바로 보였다. 강세미를 감싸기 위해 올린 글은 어느샌가 사라졌고 새 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예상 밖으로 이번 글은 또
연유성이 갑자기 강하랑에 관해 물을 줄은 몰랐던 심우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당연히 인터넷에서 떠도는 일에 관해 얘기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도 그는 별다른 말 없이 묻는 대로 대답했다.“위자료는 이미 전해 드렸습니다. 원래는 지분이 너무 많다고 거절하셨는데 설득 끝에 결국 사인해 주셨습니다.”연유성은 만족스러운 듯 머리를 끄덕였다.“잘했어요. 아무리 가족을 찾았다고 한들 키운 정이 없어서 걱정이네요. 성씨 가문에서는 얼마든지 남 취급할 수 있으니까요.”‘적어도 돈이 있으면 가족이 어떻든 간에 편안
‘묵인은 무슨, 원래도 사실인 것을...’만약 소속에서 구속설은 루머라는 공식 발표를 한다면 언젠가 진실이 밝혀졌을 때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다.그리고 지금 토론 열기를 끌어올리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부추김을 받은 게 분명했다. 어쩌면 소속사에서 부정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그 누군가는 강세미가 연예계에서 밉보인 사람일 수도 있고, 강씨 가문을 적대시하는 다른 재벌 가문일 수도 있다. 물론 강하랑 혹은 그녀의 친오빠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연유성은 더 이상 이 일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지승우의 말을 들은 연유성은 손을 흠칫 떨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연유성의 눈빛에 그는 몸에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었다.“사람을 왜 그렇게 봐? 할 말 있으면 그냥 하면 될 거 아니야.”연유성은 피식 웃더니 서류를 내려놓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넌 여자라면 안 가린다고 하지 않았나? 왜 오늘따라 자꾸 세미 험담을 하려는 것 같지? 이미지 관리 안 해도 돼?”연유성의 말에 지승우는 피식 웃었다.“내가 가리지 않는 건 외모야, 인성이 아니라.”그 말인즉슨 강세미는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뜻
지승우의 목소리가 작기는 했지만 알아듣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연유성도 듣고 유심히 생각하기 시작했다.‘세미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 왜 결혼하냐니...’연유성은 알고 있다. 강세미가 청부업자를 청한 것도, 여론을 이용해 강하랑을 공격한 것도,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강하랑을 학대한 것도...‘그런데 왜 결혼하려는 걸까? 정말 어린 시절의 약속 때문인가?’지승우의 말대로 연유성은 자신이 언제 강세미와 그런 약속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의 감정이 불안정할 때나, 강하랑과 결혼하라는 연성철의 명령에 반
연유성은 고개를 숙인 채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만 물끄러미 바라봤다.“지난 3년 동안 내가 강하랑 곁에 있어 줬으면 어땠을까?”“왓?”지승우는 귀를 의심할지언정 연유성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가 정확히 들은 것은 ‘3년’밖에 없기도 했다. 그래서 다리를 꼬면서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오래간만에 지성 타임이 시작된 거냐?”연유성은 지승우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서류를 정리하더니 핸드폰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밥 먹으러 갈까?”표정도 말투도 태연한 것이 전혀 장난치는 눈치가 아니었다. 지승우는 시계를 힐끗 보더니 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