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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 화

작가: 비유
강하랑은 일부러 꾸물거렸다.

연유성이 또 다시 그녀에게 연락해서야 그녀는 별장에서 나왔다.

이미 운전석에 앉아 있었던 연유성은 성의없이 달려오는 형체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조수석에 있는 선물 상자를 바로 세웠다.

“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 오후에 낮잠을 자서 좀 늦었네.”

강하랑은 뒷좌석의 문을 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자동차 백미러를 통해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던 연유성은 핸들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게 되었다.

“너 그렇게 입고 파티에 가려고?”

강하랑은 의아한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옷을 보며 말했다.

“응? 안 되는 거야? 어차피 집안에서 하는 파티잖아. 격식을 안 차려도 되지 않나?”

연유성은 조수석에 있던 선물 상자를 그녀에게 휙 던져 주었다.

“이걸로 바꿔.”

하얀색 상자 겉면에는 Sprince라는 로고가 찍혀있었고 포장도 아주 호화로운 것이 강하랑은 단번에 그것이 Sprince의 SS시즌 신상 드레스임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망설이는 듯한 얼굴로 다시 상자를 덮었다.

“이건 세미한테나 선물로 줘. 난 입을 수 없어.”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치고 있었던 연유성은 그녀의 말에 동작을 멈추어버렸다.

“우리 이혼했다는 사실 아직 공개하지도 않았어. 네가 그렇게 입고 파티에 가면 우리 연씨 가문만 망신살 당하는게 아니겠어?”

“그래도...”

“세미 선물은 이미 따로 준비했으니까 입어. 그건 어차피 브랜드 측에서 신상이라고 준 거고 나도 차에 있다는 거 잊고 있었을 뿐이야.”

연유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허리를 자르며 견고하게 말했다.

“바꿔.”

“그래, 알았어.”

하는 수 없이 강하랑은 선물 상자를 들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 드레스로 갈아 입었다.

연하늘색의 드레스는 그녀의 하얀 피부톤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았고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리는 치맛자락은 마치 그녀를 한폭의 움직이는 그림처럼 보이게 했다.

허리 부분이 조금 헐렁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분명 이 드레스를 아주 마음에 들어했을 것이다.

드레스를 바꿔 입은 강하랑이 다시 별장에서 나왔고 뒷좌석의 문을 당기는 순간 잠겨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언짢은 듯한 연유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앞에 타.”

강하랑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그녀의 인식 속에서 조수석은 바로 여자친구 전용 자리였다. 만약 여자친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는 응당 사이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앉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축에서 속하지 않았다.

연유성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래서 날 운전 기사로 만들겠다는 거냐?”

“... 난 그런 뜻이 아니야.”

강하랑은 머리를 짚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생각을 연유성에게 알렸다.

그녀의 말을 들은 연유성은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2초간 그녀를 빤히 보았다.

“세미는 너랑 달라. 이런 일로 꼬투리 잡는 애가 아니야. 그러니까 얼른 타. 같은 말 자꾸 반복하게 하지 말고.”

하지만 강하랑의 태도는 완강했다.

“그럼 나 안 가. 어차피 세미도 딱히 내가 오는 것을 반기지 않을 거야.”

그녀는 치맛자락을 들고 바로 등을 돌렸다. 그러자 바로 클랙슨 소리가 그녀의 걸음을 멈춰서게 했다. 이윽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

강하랑은 뒷좌석의 문을 다시 당겼고 이번에는 열렸다.

그녀는 눈썹을 치며세우더니 치맛자락을 들고 차에 올라탔다. 그녀에게 조금 컸던 드레스는 디자인이 다소 번거로웠고 한참 낑낑 대서야 겨우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연유성은 시동을 걸었다。

“드레스가 안 맞아?”

강하랑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 조금 크네. 이따 옷핀으로 고정하면 돼. 걱정 마, 네 얼굴에 먹칠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급정거하는 연유성에 강하랑은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뒷좌석에 앉아 있었던 강하랑은 안전 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 급정거에 몸이 기울어지더니 머리를 앞좌석 의자에 박게 되었다. 강하랑은 순간 머리가 어질어질 해지는 기분이었다.

‘개자식! 이런 식으로 날 죽이려고 하는 거야? 자기 목숨까지 걸면서?'

강하랑은 묵묵히 안전 벨트를 당겨 착용했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차창너머로 뒤로 휙휙 지나가고 있는 바깥 풍경을 보았다.

해외에 가게된 건 그녀가 연씨 가문 사모님의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었고 그때의 사람들 전부가 그녀가 연유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녀를 죽여 그 자리를 강세미에게 깔금하게 넘겨주려고 했다. 이제 그녀는 이미 고분고분하게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했고, 굳이 그녀를 없앨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일을 끌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 싫었던 강하랑은 얼른 이혼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했다.

“그, 우리 이혼 접수는 어떻게 됐어?”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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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나영
이름만들어도 경기한다는 세미가 옆자리태웠다하면 좋아라하겠다 뭔생각인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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