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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6 화

강하랑이 강세미를 밀어내려던 순간, 그녀를 안고 있던 강세미의 안색이 살짝 미묘하게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강세미는 그녀의 허리를 만지며 물었다.

“언니, 이 드레스 언니한테 좀 크지 않아? 뭔가 헐렁한 느낌인데.”

이번 파티는 많은 재벌가 규수들이 참가하는 자리였기에 다들 치장에 힘을 주고 왔다.

누가 어느 브랜드의 한정판 드레스를 입었는지, 어느 주얼리 디자이너가 액세서리를 디자인했는지, 전부 그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만약 계절이 지난 드레스를 입고 오기라도 했다간 바로 그들 사이에서 홀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었기에 짝퉁은 더더욱 입을 수 없었다.

드레스가 몸에 맞지 않는다는 소리는 순식간에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의 귀에 흘러 들어가게 되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아예 대놓고 강하랑을 입에 올리며 비웃기 시작했다.

“연씨 가문 사모님이라면서 몸에 맞는 드레스도 없는 거예요? 어머, 불쌍해라.”

“어쩔 수 없죠, 저희가 이해해 줘야죠. 별수 있겠어요? 어젯밤에 귀국했다잖아요. 저런 드레스라도 있는 게 어디에요. 저 헤어 스타일도 좀 보세요. 저리 촌스러우니 당연히 연 대표님도 저 여자를 안 좋아하죠! 정말 연 대표님이 왜 저런 촌스러운 여자랑 결혼했는지 아직도 의문이라니까요? 얼른 두 사람이 이혼했으면 좋겠어요!”

“...”

사람들이 쑥덕대는 말을 들은 강세미는 연유성을 향해 원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유성아, 왜 언니한테 저런 맞지도 않는 드레스를 준비해 준 거야?”

강하랑은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예견하고 있었기에 무표정한 얼굴로 강세미의 연기를 보며 속으로 참으로 유치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연유성은 입을 열고 설명했다.

“사이즈 물어볼 시간이 없었어. 너희 둘은 자매니까 체형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디자이너한테 네 체형에 맞는 사이즈로 주문했는데, 안 맞을 줄은 몰랐네. 게다가 고칠 시간도 없고 말이야.”

순간 쑥덕대던 소리가 사라졌다.

강세미 얼굴의 미소도 점차 사라져갔다.

그녀는 이미 주위의 사람들이 조롱 가득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고 있음을 느꼈고 은연중에 자신이 강하랑보다 허리가 더 두껍다는 소리마저 들은 것 같았다.

게다가 강하랑이 입은 드레스는 이미 Sprince SS 시즌 신상 예고로 공개되었던 드레스였다. 그녀는 신상 공개 예고 영상을 보자마자 그 드레스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아직 시중에 출시되지 않았던 터라 직접 디자이너에게 연락해서 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드레스를 강하랑이 가장 먼저 입고 올 줄은 몰랐다.

심지어 그녀는 연유성이 그 드레스를 강하랑에 구해다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강하랑의 편까지 들어줄 줄은 더더욱 꿈에도 몰랐다.

숨을 깊게 들이쉬던 강세미는 표정 관리를 하려고 애를 썼고 다시 미소를 지으며 연유성을 탓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그랬어? 그래도 앞으로는 신경 좀 써줘.”

“어.”

연유성은 시선을 내리깐 채 강하랑을 보며 작게 대꾸했다.

강세미는 이를 빠득 갈았다. 고개를 돌려 다시 미소를 지은 그녀는 강하랑의 팔을 잡았다.

“아 참, 언니. 유성이가 이번에 사람을 시켜서 나한테 엄청 많은 드레스를 보냈지 뭐야. 사이즈가 다른 것도 있으니까 언니만 괜찮다면 가서 갈아입을래?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은 어차피 입어 봤자 보기에도 안 예쁘잖아.”

강하랑은 원래 거절할 생각이었다.

드레스는 비록 그녀의 몸에 딱 맞지는 않았지만 헐렁하여 꽤 편안했다. 거절의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왔지만, 그녀는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드레스는 언니가 예전에 썼던 방에 있어. 가서 마음에 드는 드레스가 있으면 아무거나 입어도 돼. 난 아직 인사해야 할 손님들이 있으니까 언니랑 같이 가줄 수 없어.”

강세미는 팔짱을 낀 자신의 팔을 빼내면서 말했다.

강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따가 봐.”

그녀는 치맛자락을 들고 몸을 틀었다.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자신의 치맛자락을 들어주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연유성이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강하랑은 무의식적으로 강세미를 보았다.

증오 가득한 눈빛을 강하랑은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자세히 강세미의 표정을 살폈을 땐, 증오의 감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그저 아름다운 얼굴로 예쁜 미소만 짓고 있었다.

“유성아, 언니도 내 선물을 잊지 않고 준비해 왔는데, 넌 뭐 없어?”

강하랑은 치맛자락을 연유성의 손에서 빼냈다. 그리고 이내 그를 훑어보며 말했다.

“여자가 삐치게 되면 달래주기도 힘들어. 그러니까 넌 얼른 네가 준비한 선물이나 줘.”

말을 마친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몸을 휠 돌려 떠나버렸다.

연유성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부드러운 소재의 드레스는 그의 손아귀에서 스르륵 하고 빠져나가게 되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별장 안으로 느긋하게 들어가는 작고 여린 강하랑의 뒷모습을 지그시 보았다.

별장 2층으로 올라온 강하랑은 제일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강세미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2층 테라스가 딸린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나중에 강세미가 돌아오면서 그녀는 당연히 자신의 방을 강세미에게 양보하고 제일 끝방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강세미는 그녀를 싫어하는 티를 얼굴에 팍팍 내고 있었고 강하랑을 볼 때마다 자신이 그간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해왔는지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강하랑을 가사도우미의 방으로 살게 하지 않은 것은 이미 그녀를 많이 봐주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작고 끝에 있는 방을 쓰는 것보다 남의 집에 얹혀산다는 자체가 더 괴로웠다. 작고 좁은 외진 방에 홀로 있을 때가 그녀의 하루 중 가장 편한 시간이었다.

강하랑은 그렇게 옛 기억을 떠올리며 방문을 열었다.

스위치를 켜는 순간, 뒤에 있던 문이 ‘쾅'하고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밖에서 열쇠로 잠그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틀자 누군가가 자신의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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