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전부터 결정한 일이었지만 연유성은 순간 망설여졌다.이내 그는 나직하게 대답했다.“어. 너랑 약속한 일이니까 꼭 지킬 거야.”강세미는 그제야 배시시 웃었고 연유성의 품으로 달려가 안았다.“그럼 됐어. 나도 앞으로 더는 이런 실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이제 언니를 찾아가 사과할게. 그럼 됐지?”딱딱하게 서 있던 연유성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강세미는 더는 귀찮게 굴지 않았고 그를 놓아주면서 해사하게 웃었다.“그럼 너도 얼른 돌아가. 난 약 잘 먹고 치료 잘 받고 있을게.”연유성은 깊은 두 눈으로
강하랑은 경악한 온마음의 표정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제 둘째 오빠고 이름은 단이혁이죠. 아직 일이 해결되기 전이라 사람들에게 공개할 생각이 없으니, 온마음 씨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네요. 그래 주실 거죠?”온마음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충격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강하랑은 허당기가 넘치는 온마음의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아까 온마음 씨가 제 편을 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연유성은 바로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게 되었다.그녀는 부모님의 존재조차 모르는 고아였고 3년간 해외에서만 살았다. 그랬기에 그녀가 아는 친구라고는 길가의 양아치들뿐이었고 절대 고가의 스포츠카를 탈 수 없었다.강씨 가문에서 쫓겨난 그녀가 그의 별장이 아닌 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그러나 별장 안은 켜진 전등 하나 없이 아주 어두컴컴했다.2층의 방도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새로 갈아놓은 침대 시트를 제외하고는 방 안 구석구석 그녀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심지어 그녀의 낡아빠진 캐리어도 없었다.연
강하랑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게 되었다.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연유성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HN 그룹 건물은 CTR 타임스퀘어에 있는 거 아니잖아.'“저 자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단이혁은 잔뜩 질색하는 모습을 보였다.멍해 있었던 강하랑은 이내 그가 이곳에 있게 된 이유를 알아차리게 되었다.오늘 스튜디오 숨과 XR 엔터가 협력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이곳에서 죽치고 기다리며 우연히라도 디자이너 실비아를 만나 계약
어느새 정신을 차린 단이혁은 그의 말에 실소를 터뜨렸다.“연 대표가 그렇게 말하니 저도 궁금하네요. 저 단이혁이 대체 어떤 사람이라는 거죠? 제가 꽃다발을 선물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을 텐데요? 그리고 꽃다발 하나 받은 거로 타락했다고 생각하다니, 그럼 이 세상에 타락하는 사람이 매일 생기겠네요.”그는 입가에 터져 나온 피를 쓱 닦으며 싸늘한 눈길로 연유성을 보았다.자신이 막냇동생에게 꽃다발을 주는 모습을 보고 연유성이 오해한 것이었다.‘비록 장미꽃다발 선물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긴 딱이지만... 연유성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연유성은 순간 침묵하게 되었다.답은 분명했다.강하랑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손을 들어 그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강세미랑 결혼하기로 했으면 그럼 얼른 이혼부터 처리해. 괜히 강세미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말이야. 그리고 내가 뭘 하든 내가 결정해. 네가 상관할 자격은 없어. 아무리 아직 이혼 접수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넌 자격이 없어. 이혼하면 더더욱 자격이 없고.”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고 얼굴에 비췄던 감정도 말끔하게 갈무리되어 있었다.“돌아가. 난 더 이상 너랑 얽히고 싶지 않아. 귀찮게 하지
오늘은 아마도 계약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가 지금 당장 단이혁과 회사로 들어가면 두 사람이 싸울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단이혁의 손을 아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단이혁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올라가서 약 발라. 난 온마음 씨랑 점심 약속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그녀의 말에 단이혁이 답했다.“나도 갈래! 마침 온마음 씨한테 우리 회사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물어보려고 했거든. 같이 가.”연유성은 두 사람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여기서 한 명이 더 많아진다고 달라
단이혁은 눈썹을 치켜들었다.사업에 관한 얘기는 무릇 민감한 얘기였지만 몇 가지는 물어볼 수 있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계약 연장이 아닌 다른 회사를 물색하는 것도 보편적인 일이었다.그랬기에 연유성의 질문은 전혀 실례가 되는 질문이 아니었다.단이혁은 애초에 숨길 생각이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줄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그러기 싫어졌다.“이 일은 확실히 우리 XR 엔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죠. 듣기로는 스튜디오 숨의 실비아가 HN 그룹의 수석 주얼리 디자이너였다고 하던데,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우리 쪽에서 계약을 쟁취하는 것도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