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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2 화

강하랑의 말에 강세미와 임서화의 표정이 굳어졌다.

비록 바로 표정 관리를 했지만 그들의 표정은 이미 대다수의 사람이 목격하였다. 거기다 일전의 일들을 조합해보면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강하랑을 강씨 가문에서 내쫓고 싶어 하면서 자신들에게 좋은 평판을 남기려고 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다니, 세상이 어디 그렇게 쉽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겠는가?

이미 원하던 바를 이룬 강하랑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하지만 저도 제가 어떤 처지인지 잘 아니까 남을 생각 없어요. 오늘 일은 이렇게 넘어가 주도록 하죠. 제가 그간 키워온 정에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지금 이 시각부터, 저 강하랑은 더는 강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밖에서도 강씨 가문의 딸이라고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바탕 힘 있는 말을 내던진 그녀는 바로 몸을 틀어 그 자리를 깔끔하게 떠나버렸다.

옆에 있었던 연유성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뒤쫓아가려 했지만 몇 걸음 못 가 뒤에 있던 강세미에 더는 쫓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유성아, 혹시 나한테 화난 거야? 나도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난 정말 모르겠다고...”

그 순간 강하랑은 강세미의 연기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곁눈질로 연유성이 나직한 소리로 다정하게 강세미를 달래주고 있는 모습을 본 그녀는 조롱의 의미가 가득한 미소를 짓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떠나버렸다.

“저기, 강하랑 씨! 잠깐만요!”

그녀를 뒤쫓아온 건 다름 아닌 온마음이었다. 그녀는 네티즌의 악플을 받는 상태임에도 전염성이 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도 하랑 씨랑 같이 가도 될까요?”

강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요.”

그녀는 별다른 반응이 없이 그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 있던 온마음은 말이 아주 많았다.

“강하랑 씨, 실례지만 정말로 아까 방안에서 고스톱만 치고 있었어요? 제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아까 ‘정말 대단해!'라는 말은 왜 나온 거예요?”

강하랑은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뒤를 따라오던 두 명의 양아치가 서로서로 큰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앗! 그건 저와 우리 보... 가 아니라 누님이 합이 좋아서 연속 세 판이나 이긴 거였거든요!”

“그럼 ‘왜 또 나야. 난 정말 안돼.'는 왜 말씀하신 거예요?”

“그건 제가 두 사람한테 너무 많이 져서 팬티마저 벗게 생겼었거든요. 지는 쪽이 옷 하나씩 벗기로 벌칙을 정했는데, 제가 번마다 지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사람들이 마침 도착해서 벗지 않아도 되었죠!”

또 다른 양아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한편, 방 안의 분위기는 아주 무거웠다.

손님들은 이미 방을 떠난 상태였고 강세미 모녀와 연유성만 남아있었다.

강세미의 눈가가 붉어져 있었고 최대한 불쌍해 보이는 얼굴로 연유성을 보고 있었다.

“유성아, 혹시 내 탓을 하고 있는 거야? ...나도 그때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어. 그냥 강하랑이 네 아내라는 생각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나 봐.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나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 이럴 줄 알았으면 돌아오지 말 걸 그랬어. 차라리 밖에서 죽어버리는 게...”

임서화도 그녀를 따라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미안해. 다 내 탓이야. 내가 널 잃어버리지만 않았어도 넌 분명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이젠 엄마에겐 너밖에 없어. 그러니 죽는다는 말은 하지 마!”

3년 전 연유성이 결혼식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강세미가 자살 소동을 벌이던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했다.

연유성은 칠흑 같은 눈빛을 한 채 입술을 틀어 물고 있었다.

한참 지나서야 그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랑이가 넘어가겠다고 했으니 너도 더는 신경 쓸 거 없어. 그리고 앞으론 다시는 이런 짓을 꾸밀 생각하지 마.”

임서화가 그녀 대신 변명했다.

“세미는 아파서 그런 거야. 세미도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잖니.”

“저도 압니다. 하지만 세미의 병은 잘못을 저지른 이유로 될 수 없습니다. 만약 정말로 하랑이가 오늘 그런...”

그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는 강하랑이 유린당하게 되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시선을 거둔 그는 방을 나설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밤도 깊었으니 푹 쉬어. 난 이만 갈 테니까.”

강세미는 끅끅대며 말했다.

“유성아, 너 지금 내 탓 하고 있는 거 맞지? 분명해.”

연유성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보았다.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피해자는 내가 아니니 널 탓할 자격은 없어. 넌 몸이나 추스르고 있어. 모든 건 잘 해결될 거야.”

강세미는 눈치를 살피며 떠보듯 물었다.

“그럼, 유성아. 언니랑 이혼하게 되면 나랑 결혼할 거라는 말은, 아직 유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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