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이혁은 눈썹을 치켜들었다.사업에 관한 얘기는 무릇 민감한 얘기였지만 몇 가지는 물어볼 수 있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계약 연장이 아닌 다른 회사를 물색하는 것도 보편적인 일이었다.그랬기에 연유성의 질문은 전혀 실례가 되는 질문이 아니었다.단이혁은 애초에 숨길 생각이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줄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그러기 싫어졌다.“이 일은 확실히 우리 XR 엔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죠. 듣기로는 스튜디오 숨의 실비아가 HN 그룹의 수석 주얼리 디자이너였다고 하던데,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우리 쪽에서 계약을 쟁취하는 것도 합
단이혁은 일부러 약을 이곳까지 들고 왔고 강하랑에 발라 달라고 부탁했다.연유성의 한방은 힘이 아주 세게 실렸다. 그나마 위치가 살짝 비껴가서 다행이지 정통으로 맞았다면 그의 치아 하나가 떨어졌을 것이다.하마터면 잘생긴 그의 얼굴을 망칠 뻔했다.“오빠, 내가 발라줄게.”강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단이혁은 그런 취급을 받지 않았을 테니까.“그럼 우리 사랑이한테 맡길게.”단이혁은 바로 헤실헤실 웃으며 면봉과 연고를 전부 강하랑에게 넘기고는 얌전히 그녀의 곁에 털썩 앉았다.강하랑은 꼼꼼하게 약을 발랐다.
“영호시 단씨 가문에서 20여 년 전 잃어버린 막내딸을 찾았다니. 심지어 천억이나 기부했다고?! 허, 통도 크네!”한남정의 다른 방에 있던 강세미가 친구 장이서랑 함께 핸드폰으로 기사를 읽고 있었다.“설마 언니네 가문에서 내쫓은 그 여자가 단씨 가문의 잃어버린 막내딸은 아니겠죠?”“절대 그럴 리가 없어!”강세미는 바로 부정하면서 눈을 부릅떴다.“너도 어제 봤잖아. 강하랑 그 천박한 년이 어떤 사람이랑 어울려 다니는지! 걔가 정말로 단씨 가문의 막내딸이라면 단씨 가문에서는 분명 경멸하게 될 거야!”“맞는 말이네요.”어제의
그러자 온마음이 말했다.“다들 적의 적은 곧 나의 친구라고 하잖아요. 아침 저도 강세미 씨와 원한이 있으니 저를 이용하셔도 전 기꺼이 이용당할 생각이에요! 그저... 친구로서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에이, 언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전 그냥 해본 말이에요. 오빠는 정말로 언니랑 계약하고 싶어서 언니한테 제안한 거예요. 오빠 머릿속엔 사업만 가득해요. 다른 사람들이랑은 상관이 없는 일이에요.”강하랑이 다급히 해명했다.단이혁은 가볍게 혀를 찼다.“쯧, 대체 오빠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 거야.”하지만 그
“강씨 가문 사람이면 뭐! 재벌가는 남의 업장에서 난동을 부려도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박재인은 가스레인지에 점화하는 것처럼 버럭 성질부터 내더니, 모자까지 챙겨 쓰고 말하기 시작했다.“연예인이랑 대표가 무슨 벼슬이라도 돼? 우리 식당이 손님이 없어, 뭐가 없어? 난동 부릴 거면 그냥 오지 말라고 해! 진상들이 나간다고 장사가 안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환불해 주면 될 거 아니야! 별 이상한 일로 다 사람을 귀찮게 하네!”“하아... 점장님.”강하랑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숨을 쉬며 박재인을 불렀다. 그러자 그는 두 손을 공
강하랑은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한의사는 거의 다 만나봤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이덕환을 추천해 줬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덕환은 은퇴한 다음 바로 종적을 감춰 버렸다. 가끔 음식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릴 때가 되어야만 가끔 소식이 전해질 뿐이었다.이뿐만 아니라 이덕환은 성격이 변덕스러워서 기분에 따라 사람을 살린다. 인간의 운명은 하늘이 정한 것이라고 하여 죽을 사람은 다 정해져 있으니,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도 한 적 있었다.그래도 가끔 기분 좋을 때 이덕환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그러면 저승 문에 한쪽 발을 내
강세미의 말에 담긴 비하의 뜻은 모든 사람이 다 들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열 받은 사람은 강하랑뿐이 아니었다.거기서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진 사람은 몇명 더 있었다. 다만 상황이 더 난감하게 될까봐 그저 속으로 분노를 삭일뿐이었다.반대로 강하랑은 비웃음의 의미를 전혀 들어내지 못한 듯 덤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손님,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겠어요? 식당 종업원 일은 힘들고, 학교 공부는 안 힘든 것도 아니잖아요. 하루 만에 몇억씩 버는 손님과 같은 연예인도 사실 엄청 힘들다고 들었어요. 그리고...”강하랑은 돌
“닥쳐!”박시훈의 성격은 박재인과 똑같았다. 그래서 강세미의 말을 마저 듣기도 전에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부터 질렀다.박시훈의 언성에 깜짝 놀란 강세미는 한참 후에야 다시 말을 이었다.“대뜸 반말하는 게 어디 있어요? 맛없는 걸 맛없다고 말도 못 해요?”반시훈이 다시 반박하려고 하자 강하랑이 막아서면서 대신 말했다.“손님은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하기를 바라죠? 저희가 최대한 들어드릴게요. 그러니 서로 얼굴 붉힐 것 없이 일단 해결 방안부터 제시해 주면 안 될까요?”강세미는 콧방귀를 뀌며 비굴한 태도의 강하랑을 힐끗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