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한의사는 거의 다 만나봤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이덕환을 추천해 줬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덕환은 은퇴한 다음 바로 종적을 감춰 버렸다. 가끔 음식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릴 때가 되어야만 가끔 소식이 전해질 뿐이었다.이뿐만 아니라 이덕환은 성격이 변덕스러워서 기분에 따라 사람을 살린다. 인간의 운명은 하늘이 정한 것이라고 하여 죽을 사람은 다 정해져 있으니,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도 한 적 있었다.그래도 가끔 기분 좋을 때 이덕환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그러면 저승 문에 한쪽 발을 내
강세미의 말에 담긴 비하의 뜻은 모든 사람이 다 들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열 받은 사람은 강하랑뿐이 아니었다.거기서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진 사람은 몇명 더 있었다. 다만 상황이 더 난감하게 될까봐 그저 속으로 분노를 삭일뿐이었다.반대로 강하랑은 비웃음의 의미를 전혀 들어내지 못한 듯 덤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손님,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겠어요? 식당 종업원 일은 힘들고, 학교 공부는 안 힘든 것도 아니잖아요. 하루 만에 몇억씩 버는 손님과 같은 연예인도 사실 엄청 힘들다고 들었어요. 그리고...”강하랑은 돌
“닥쳐!”박시훈의 성격은 박재인과 똑같았다. 그래서 강세미의 말을 마저 듣기도 전에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부터 질렀다.박시훈의 언성에 깜짝 놀란 강세미는 한참 후에야 다시 말을 이었다.“대뜸 반말하는 게 어디 있어요? 맛없는 걸 맛없다고 말도 못 해요?”반시훈이 다시 반박하려고 하자 강하랑이 막아서면서 대신 말했다.“손님은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하기를 바라죠? 저희가 최대한 들어드릴게요. 그러니 서로 얼굴 붉힐 것 없이 일단 해결 방안부터 제시해 주면 안 될까요?”강세미는 콧방귀를 뀌며 비굴한 태도의 강하랑을 힐끗 보
강세미는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하고 따져 물었다.“그래서 꼭 나를 쫓아내겠다, 이 뜻이야?”“그럴 리가요.”이번에는 박시훈이 대답했다. 강하랑의 곁에 선 그는 조금 전의 성질을 거두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손님께서 제 음식이 맛없다고 했으니, 다시 주문해도 같을 거라는 뜻이에요. 다른 식당을 찾아달라고 한 건 귀한 음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고요. 저희가 어떻게 감히 톱스타님을 쫓아내겠어요?”“그럼 요리사를 바꾸면 될 거 아니에요! 이렇게 큰 식당에 요리사가 당신 한 명밖에 없어요?”강세미가 인상을 쓰며
박재인은 부랴부랴 길을 안내했다. 강하랑은 그들 뒤따라가며 차분하게 말했다.“저희가 찍은 영상은 잘 저장해 뒀어요?”강하랑은 장이서가 핸드폰을 쳐들고 동영상을 찍는 것을 보고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박재인에게 동영상을 찍으라는 눈치를 줬었다.박재인은 아직 강하랑의 속셈을 모르는 듯 고분고분하게 말했다.“물론이죠. 시훈이 핸드폰으로 찍었으니까, 후에 따로 보내드릴게요.”“빨리 보내줘요. 그리고 조금 전의 CCTV 영상도 다운해서 따로 저장해둬요.”...연유성은 마침 본가에 도착해서 강세미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시동을 끄고
“아주머니, 생신 축하드려요.”부드러운 목소리가 핸드폰 건너편에서 전해오자, 하루 종일 지속됐던 연유성의 분노는 어느새 쏙 들어갔다. 연유성은 주방에서 바쁘게 돌아치는 온서애를 힐끗 쳐다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바쁘신 분께서 어머니의 생신을 다 기억하다니, 아주 고마워 죽겠네. 말로만 축하하고 만나러 올 생각은 없나 봐?”“...”전화 건너편은 삽시에 조용해졌다.연유성은 전화가 끊긴 줄 알고 핸드폰을 힐끔 확인했다가 다시 귀가에 가져다 댔다.“강하랑...”연유성이 말을 꺼내려는 순간 핸드폰 속에서는 “뚜뚜...”
온서애는 강세미가 위선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얼굴만 떠올려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성격도 외모도 강하랑보다 나은 것이고는 하나도 없는 여자를 좋아하는 연유성의 안목이 한심하기도 했다.그녀는 한숨을 쉬며 미간을 꾹꾹 눌렀다. 그러자 연유성이 갑자기 젓가락을 팍 소리 나게 내려놓더니 비웃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어릴 적부터 줄곧 들어오던 말이라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네요. 제 선택이 언제 마음에 드신 적은 있어요? 세미는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우리 집 문턱도 넘지 못하는 반면, 강하랑은 아주 쉽게
강하랑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대답할지 한참 고민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아주머니가 저를 아껴주시는 마음을 잘 알지만...”“엄마라고 부르라니까.”온서애는 강하랑의 말머리를 자르며 말했다.“하랑아, 네가 나를 불편하게 여긴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급하게 거절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의붓어머니로 받아줄지 말지는 이혼 절차가 끝난 다음 결정해. 어찌 됐든 지금은 아직 절차가 끝나지 않았으니, 어머님이라도 불러도 괜찮지 않겠니?”온서애는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강하랑이 차마 거절할 수도 없게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