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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6 화

Author: 비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강하랑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게 되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연유성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HN 그룹 건물은 CTR 타임스퀘어에 있는 거 아니잖아.'

“저 자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단이혁은 잔뜩 질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멍해 있었던 강하랑은 이내 그가 이곳에 있게 된 이유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오늘 스튜디오 숨과 XR 엔터가 협력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이곳에서 죽치고 기다리며 우연히라도 디자이너 실비아를 만나 계약을 막으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가 해외로 3년간 내쫓아버린 와이프가 바로 스튜디오 숨의 디자이너 실비아라는 것을.

“됐어, 내가 상관할 바도 아니야.”

강하랑은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거두었다.

이미 이혼 서류에 사인을 했고 그녀는 더 이상 전 남편과 계속 친구 사이로도 남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인사하기도 싫었다. 장미꽃다발을 받은 그녀는 단이혁과 함께 나란히 걷고 있었고 그녀의 자태는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연유성은 그런 자태의 강하랑을 처음 보았다.

항상 촌스러웠던 앞머리는 온데간데없었고 긴 머리는 보기 좋게 땋아 있었다. 그 덕에 드러난 그녀의 눈부신 미모는 햇빛 아래에 더욱 빛나는 것 같았다.

그는 넋을 잃고 강하랑을 보면서 속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가 절대 강하랑일 리가 없다며 자신을 설득하려 했다.

늘 고개만 푹 숙이며 답답한 성격에 말까지 더듬던 그녀는 어느새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무리 그녀와 몇십 미터나 떨어져 있어도 그녀의 이마에 있는 조각달 모양의 흉터는 선명하게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흉터는 어릴 때 그가 그녀를 데리고 나무 위를 올라가다가 떨어지면서 생긴 흉터였다. 비록 흉터가 생길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처가 난 모양이 예쁘다며 울면서 상처를 내버려 두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커서도 그녀는 그 일로 여전히 어른들의 놀림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강세미가 돌아오게 된 후 그녀는 앞머리를 내리게 되었고 더는 그 흉터로 그녀를 놀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세상은 넓고 닮은 사람 또한 많이 존재했다. 하지만 흉터까지 똑같은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틀림없었다!

일주일 동안 증발해버린 사람이 현재 그의 눈앞에 다시 나타났다. 연유성은 더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녀가 왜 이곳에 있는지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그녀에게 장미꽃을 선물한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긴 팔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연유성의 안색이 순간 확 어두워지더니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되었고 주먹을 들어 세게 그 남자의 얼굴을 내리쳤다!

폭행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강하랑은 깜짝 놀라게 되었고 그를 향해 욕설을 날릴 새도 없이 얼른 단이혁에게 달려가 상처를 확인했다.

하지만 단이혁의 상처를 확인하기도 전에 연유성이 그녀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

그녀는 자신의 손목을 빼내려고 애를 썼다.

“연유성, 이거 놔!”

힘이 셌던 연유성은 손쉽게 그녀를 자신의 코앞으로 끌어당겼다.

“강하랑. 일주일간 집에도 안 들어오더니, 밖에서 이런 새끼랑 뒹굴고 있었던 거냐?”

강하랑은 치밀어 오르는 화에 얼굴이 터질 듯 빨개지게 되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고 그의 팔을 물어버리고 싶었다.

“연유성, 너 정말 미친 거야? 아프다고! 이거 놔!”

그녀의 말에 남자는 손에 힘을 살짝 풀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말했다.

“여긴 네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야. 얼른 나랑 함께 집으로 가.”

강하랑은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연유성, 머리에 문제가 있으면 병원을 가. 여긴 내가 올 곳이 아니라고? 내가 일하러 온 것도 너한테는 범죄냐?! 그리고 내가 왜 너랑 집에 가는데? 당장 이 손 놔!”

“일하러 왔다고? 일하러 온 사람이 남자한테 꽃다발을 받아?”

연유성은 순간 어젯밤에 붉은 장미꽃다발을 든 여자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었고 비록 밤이 어두워 여자의 얼굴을 자세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옆모습은 강하랑과 아주 닮아 있었고 이미 강하랑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점점 더 화가 나기 시작했다.

“강하랑, 아무리 강씨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타락하면 안 되지!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하고 만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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