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변명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한텐 증거가 있거든.”강하랑이 강세미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자 강세미는 바로 억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짓하더니 조금 전까지 그녀와 함께 고스톱을 치던 양아치들은 이내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틀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영상 속엔 방으로 들어온 강하랑이 전원을 켜자마자 갑자기 문이 닫히고 낯선 사람들이 방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문고리를 여러 차례 덜컹대며 잡아당겨 보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영상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기껏해
그녀가 강경하게 사과를 원할 줄 몰랐던 임서화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이내 다시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넌 꼭 네 동생한테서 사과를 받아내야겠니? 우리 가문이 아니었다면 넌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거야! 넌 어차피 몸도 건강한 상태잖아. 하지만 네 동생은 아픈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니?! 어떻게 그렇게 못될 수가 있어!”강하랑은 차가운 표정으로 임서화를 보았다.그녀는 사실 살짝 기대했었다.여하간에 그녀는 거의 18년간 그녀를 엄마라고 불러왔었고 그간의 정으로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감정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강하랑은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몸을 일으킨 임서화는 싸늘해진 얼굴로 손짓을 하더니 이내 누군가가 서류를 들고 왔다.“네가 이 집안을 떠나겠다고 이미 결정했으니, 그럼 이 가족관계단절서에 사인하고 가.”말로만 연을 끊는다는 것보다 서류에 사인을 하는 것이 더욱 확실하게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아무리 강하랑을 이미 호적에서 파냈다고 하더라도 강하랑이 후회를 하는지 안 하는지, 호화로운 재벌가 생활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임서화는 자신과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강하랑을 강씨 가문에 남겨 재
강하랑의 말에 강세미와 임서화의 표정이 굳어졌다.비록 바로 표정 관리를 했지만 그들의 표정은 이미 대다수의 사람이 목격하였다. 거기다 일전의 일들을 조합해보면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그들은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강하랑을 강씨 가문에서 내쫓고 싶어 하면서 자신들에게 좋은 평판을 남기려고 했다.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다니, 세상이 어디 그렇게 쉽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겠는가?이미 원하던 바를 이룬 강하랑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저도 제가 어떤 처지인지 잘 아니
이미 전부터 결정한 일이었지만 연유성은 순간 망설여졌다.이내 그는 나직하게 대답했다.“어. 너랑 약속한 일이니까 꼭 지킬 거야.”강세미는 그제야 배시시 웃었고 연유성의 품으로 달려가 안았다.“그럼 됐어. 나도 앞으로 더는 이런 실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이제 언니를 찾아가 사과할게. 그럼 됐지?”딱딱하게 서 있던 연유성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강세미는 더는 귀찮게 굴지 않았고 그를 놓아주면서 해사하게 웃었다.“그럼 너도 얼른 돌아가. 난 약 잘 먹고 치료 잘 받고 있을게.”연유성은 깊은 두 눈으로
강하랑은 경악한 온마음의 표정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제 둘째 오빠고 이름은 단이혁이죠. 아직 일이 해결되기 전이라 사람들에게 공개할 생각이 없으니, 온마음 씨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네요. 그래 주실 거죠?”온마음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충격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강하랑은 허당기가 넘치는 온마음의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아까 온마음 씨가 제 편을 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연유성은 바로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게 되었다.그녀는 부모님의 존재조차 모르는 고아였고 3년간 해외에서만 살았다. 그랬기에 그녀가 아는 친구라고는 길가의 양아치들뿐이었고 절대 고가의 스포츠카를 탈 수 없었다.강씨 가문에서 쫓겨난 그녀가 그의 별장이 아닌 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그러나 별장 안은 켜진 전등 하나 없이 아주 어두컴컴했다.2층의 방도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새로 갈아놓은 침대 시트를 제외하고는 방 안 구석구석 그녀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심지어 그녀의 낡아빠진 캐리어도 없었다.연
강하랑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게 되었다.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연유성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HN 그룹 건물은 CTR 타임스퀘어에 있는 거 아니잖아.'“저 자식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단이혁은 잔뜩 질색하는 모습을 보였다.멍해 있었던 강하랑은 이내 그가 이곳에 있게 된 이유를 알아차리게 되었다.오늘 스튜디오 숨과 XR 엔터가 협력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이곳에서 죽치고 기다리며 우연히라도 디자이너 실비아를 만나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