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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9 화

Author: 비유
“아, 변명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한텐 증거가 있거든.”

강하랑이 강세미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자 강세미는 바로 억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짓하더니 조금 전까지 그녀와 함께 고스톱을 치던 양아치들은 이내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틀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영상 속엔 방으로 들어온 강하랑이 전원을 켜자마자 갑자기 문이 닫히고 낯선 사람들이 방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문고리를 여러 차례 덜컹대며 잡아당겨 보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영상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30초짜리 짤막한 영상이었지만 강하랑이 누군가의 계략으로 방안에 갇히게 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주었다. 강세미가 말한 것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강세미는 바로 부인했다.

“언니, 나도 누군가가 언니를 방에 가둘 줄은 몰랐어! 난 심지어 언니랑 함께 올라온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오늘 파티에 참석한 사람이 너무도 많아 양아치가 몰래 들어왔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고...”

그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강하랑으로 집중되었다.

강하랑이 누군가에 의해 방에 갇힌 건 확실했다. 하지만 강하랑이 대체 누구의 미움을 사게 되었는지, 누가 그녀를 가두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방 안에 있던 두 양아치는 그녀와 고스톱을 치고 있어 대체 누가 양아치들을 방에 데리고 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만약 이 모든 게 강하랑의 자작극이라면?

강하랑은 피식 웃었다.

“뭘 그렇게 변명해? 증거가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말이야.”

그리고 또 다른 핸드폰을 꺼냈다. 그 핸드폰에는 녹음 파일이 하나 저장되어 있었고 녹음을 재생하자 강세미의 안색이 확 굳어지게 되었다.

“그 가방엔 6000만 원이 들어있어요. 당신들의 요구대로 현금으로 준비했죠. 남은 6000만 원은 후불로 드릴 거예요. 난 그 여자의 평판이 완벽하게 무너지는 걸 원해요. 그러니 오늘 밤 반드시...”

“그만!”

강세미는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그러나 길지 않았던 대화는 이미 사람들의 귀에 흘러 들어갔다.

애초에 강하랑이 방안에 갇히게 된 건 다 그녀의 계략이었고, 걱정된다는 핑계로 많은 사람을 끌고 온 것도 다 그녀의 계략이었다.

1억 2천만 원.

금방 막 귀국한 같은 피도 흐르지 않는 언니를 괴롭히기 위해 쓴 돈이었다. 그런 강세미의 씀씀이가 크다고 하기에도, 작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액수였다.

강하랑은 박살 난 핸드폰을 살펴보며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실망했어? 네가 돈으로 산 양아치들, 마침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거든. 네가 거지라고 무시하던 양아치들 말이야. 내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되지 않아 아주 실망스럽지?”

“닥쳐!”

강세미는 이성을 잃고 화를 내고 있었다. 마치 몇 년 전 그녀가 조울증 진단받았을 때처럼 발광했다.

“그래, 아주 실망스러웠다. 네가 뭔데 내 자리를 차지하는데?! 넌 그냥 세상에서 제일 하잖은 하층민이라고. 그런 네가 감히 편안하게 강씨 가문의 모든 것을 누려?! 대체 왜 다시 돌아온 건데! 넌 내 모든 것을 훔쳐 갔어. 넌 도둑이라고!”

임서화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고 얼른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같이 눈물을 흘렸다.

“다 엄마, 엄마 탓이야. 엄마가 갓 태어난 너를 잘 보살피지 못해서 그래. 엄마가 널 잃어버려서 미안해! 다 엄마 탓이야. 그러니까 세미야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마...”

그 순간, 더러운 수단으로 강하랑을 괴롭히려고 했던 강세미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그녀를 동정하며 위로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그녀를 불쌍하게 여기고 있었다.

만약 아이가 바뀌지 않았다면 그녀는 처음부터 강씨 가문에서 사랑을 받고 자랐을 것이고 밖에서 그런 고생을 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강하랑은 어차피 유린당하지 않은 상태였고 멀쩡히 이곳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오히려 그녀를 탓하고 있었다.

강하랑은 예리하게 그런 그들의 감정을 읽어냈다.

소파에서 일어난 강하랑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녀의 표정이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깐 채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모녀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반드시 나한테 사과를 하라면 어떡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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