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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 화

Author: 비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그들이 타고 있던 차는 순식간에 속도가 빨라졌고 연유성의 목소리가 시끄러운 바람 소리에 살짝 묻힌 듯 들려왔다.

“급하냐?”

‘지금 나한테 급하냐고 묻는 거야?'

그녀는 새로 만날 애인도 없었고 그녀를 기다려주는 썸남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급해야 하는 건 너 아니야?”

연유성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이내 다시 정상 속도로 운전했다.

“난 안 급해.”

“...”

강하랑은 그를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했고, 오늘 밤 파티에 강씨 가문의 사람들과 연을 끊으면 더는 그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 된다.

반 시간 뒤, 차는 강씨 가문 별장에 멈춰 섰다.

여러 해 동안 강씨 가문은 연씨 가문과 협력을 이어왔고 이 바닥에서도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그랬기에 그들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은 아주 많았고, 덕분에 문 앞에 멈춰선 고가 차량도 엄청나게 많아 길을 꽉 막히게 했다.

차에서 내린 그녀는 서늘한 밤바람에 추위를 살짝 느끼고 있었다. 고개를 든 그녀는 슈트를 입은 남자가 이미 별장 안으로 잔디를 밟으며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강하랑은 하는 수 없이 치맛자락을 든 채 총총 그의 뒤를 따라갔다.

별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연유성은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 주위엔 장미꽃이 빙 꾸며져 있었고 5단 케이크 옆엔 선물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스포트라이트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그는 흡사 동화 속의 왕자 같았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공주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사람들의 마음을 간질거리게 하는 그런 로맨스 드라마 같았다.

그녀가 지금 바로 연유성의 뒤를 따라간다면 분명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하랑은 이미 따라가는 속도를 낮춰 걷고 있었고 사람들 무리로 대충 끼어들어 가려 했다.

하지만 사람 무리로 숨기도 전에 연유성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클라이맥스에 이른 로맨스 드라마 한 장면에 갑자기 광고가 삽입된 느낌이었다.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연유성은 사람 무리 옆에 서 있는 강하랑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리 와.”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강하랑으로 옮겨졌다.

“저 여자는 누구죠? 어딘가 굉장히 낯익은데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네요.”

“저 여자를 어떻게 잊을 수가 있어요? 저 여자는 친부모에게 버려지고 강씨 가문이 병원에서 잘못 안고 온 그 근본도 모르는 잡종이잖아요. 착한 강씨 집안의 사람들이 강세미 친언니처럼 키워줬는데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세미 약혼자를 빼앗아 간 그 여자잖아요. 으, 정말 뻔뻔해!”

“저도 이제야 떠오르네요. 그때 그 결혼식 치르자마자 연유성 씨가 해외로 보내버린 그 사람이죠? 어떻게 뻔뻔하게 다시 돌아올 수가 있는 거죠? 만약 저였다면 이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을 거예요. 살아있어 봤자 좋은 소리도 못들을 텐데. 보기만 해도 재수 없는 얼굴이네요.”

“...”

주위가 소란스러워지고 사람들은 경멸하는 시선으로 강하랑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비록 크지 않았지만, 그들과 가까이에 있었던 강하랑은 아주 똑똑하게 듣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그들의 험악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고 연유성을 향해 걸어가지도 않았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던 강세미는 이미 연유성이 고개를 돌렸을 때부터 연주를 멈추고 우아하게 걸어왔다.

“언니, 언제 귀국한 거야? 왜 우리 가족한테 알리지 않은 거야?”

강하랑은 그렇게 졸지에 귀국하고도 부모님께 인사도 하지 않은 교양 없는 사람이 되었다.

강하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젯밤에 귀국해서 오늘 오전에 서화 아주머니랑 통화도 했어. 아마 네 기분이 신경 쓰여서 너한테 말 안 하셨나 보다.”

강세미가 돌아온 후 그녀는 강씨 가문의 양부모를 더는 아빠와 엄마가 아닌 아저씨와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에이, 언니가 돌아오는데 내 기분이 안 좋아질 리가 없잖아. 언니가 돌아오면 나한테 내 짝이 생긴다는 의미잖아. 그럼 나도 엄마 잔소리를 그만 들어도 되고.”

그녀는 강하랑에 아양을 떨며 들러붙었다.

그러나 강하랑은 서늘한 냉기를 뿜으며 표정 관리를 한 채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생일 축하해.”

“어머, 선물도 준비한 거야? 고마워, 언니!”

강세미는 선물을 받아 들고 강하랑을 꼬옥 끌어안았다.

강하랑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공나영
남자뭐지? 3년을 버려두고 왜갑자기 이혼서류내민마당에 뭔개수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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