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이 강세미를 밀어내려던 순간, 그녀를 안고 있던 강세미의 안색이 살짝 미묘하게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놓아주었다.강세미는 그녀의 허리를 만지며 물었다.“언니, 이 드레스 언니한테 좀 크지 않아? 뭔가 헐렁한 느낌인데.”이번 파티는 많은 재벌가 규수들이 참가하는 자리였기에 다들 치장에 힘을 주고 왔다.누가 어느 브랜드의 한정판 드레스를 입었는지, 어느 주얼리 디자이너가 액세서리를 디자인했는지, 전부 그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만약 계절이 지난 드레스를 입고 오기라도 했다간 바로 그들 사이에서 홀로 남겨지게 되는
파티가 무르익고 사람들의 술잔이 이리저리 오갔다.강하랑의 몸에 맞지 않는 드레스 덕에 많은 재벌가 규수들이 서로 무리를 지어 강하랑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의논하기 시작했다.생일 파티는 그렇게 점차 북적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이미 강세미에게 얼른 케이크 초를 불고 소원을 빌라고 했다.강세미는 연유성의 앞으로 다가갔다.“유성아, 나랑 같이 초를 불고 케이크 잘라줘.”연유성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난 강하랑을 찾아볼게. 넌 먼저 아주머니랑 같이 자르고 있어.”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 강
“내가 뭘?”강하랑은 소파에 앉아 캐주얼한 옷을 대충 걸치고 있었지만, 속살이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그리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화투를 든 남자들은 비록 양아치 같은 착장이었지만 옷을 제대로 입고 있었다. 이게 어딜 봐서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예상했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광경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강하랑은 미소를 지은 채 주위를 한번 쓱 훑어보더니 다시 시선을 옮겨 강세미를 보았다.“말해 봐, 내가 뭘 했다고?!”강세미는 매서운 그녀의 눈빛에 순간 몸을 움찔 떨었다.‘대체 언제부터 저 촌년이
“아, 변명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한텐 증거가 있거든.”강하랑이 강세미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자 강세미는 바로 억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짓하더니 조금 전까지 그녀와 함께 고스톱을 치던 양아치들은 이내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틀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영상 속엔 방으로 들어온 강하랑이 전원을 켜자마자 갑자기 문이 닫히고 낯선 사람들이 방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문고리를 여러 차례 덜컹대며 잡아당겨 보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영상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기껏해
그녀가 강경하게 사과를 원할 줄 몰랐던 임서화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이내 다시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넌 꼭 네 동생한테서 사과를 받아내야겠니? 우리 가문이 아니었다면 넌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거야! 넌 어차피 몸도 건강한 상태잖아. 하지만 네 동생은 아픈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니?! 어떻게 그렇게 못될 수가 있어!”강하랑은 차가운 표정으로 임서화를 보았다.그녀는 사실 살짝 기대했었다.여하간에 그녀는 거의 18년간 그녀를 엄마라고 불러왔었고 그간의 정으로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감정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강하랑은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몸을 일으킨 임서화는 싸늘해진 얼굴로 손짓을 하더니 이내 누군가가 서류를 들고 왔다.“네가 이 집안을 떠나겠다고 이미 결정했으니, 그럼 이 가족관계단절서에 사인하고 가.”말로만 연을 끊는다는 것보다 서류에 사인을 하는 것이 더욱 확실하게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 아무리 강하랑을 이미 호적에서 파냈다고 하더라도 강하랑이 후회를 하는지 안 하는지, 호화로운 재벌가 생활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임서화는 자신과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강하랑을 강씨 가문에 남겨 재
강하랑의 말에 강세미와 임서화의 표정이 굳어졌다.비록 바로 표정 관리를 했지만 그들의 표정은 이미 대다수의 사람이 목격하였다. 거기다 일전의 일들을 조합해보면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그들은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강하랑을 강씨 가문에서 내쫓고 싶어 하면서 자신들에게 좋은 평판을 남기려고 했다.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다니, 세상이 어디 그렇게 쉽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겠는가?이미 원하던 바를 이룬 강하랑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하지만 저도 제가 어떤 처지인지 잘 아니
이미 전부터 결정한 일이었지만 연유성은 순간 망설여졌다.이내 그는 나직하게 대답했다.“어. 너랑 약속한 일이니까 꼭 지킬 거야.”강세미는 그제야 배시시 웃었고 연유성의 품으로 달려가 안았다.“그럼 됐어. 나도 앞으로 더는 이런 실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이제 언니를 찾아가 사과할게. 그럼 됐지?”딱딱하게 서 있던 연유성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강세미는 더는 귀찮게 굴지 않았고 그를 놓아주면서 해사하게 웃었다.“그럼 너도 얼른 돌아가. 난 약 잘 먹고 치료 잘 받고 있을게.”연유성은 깊은 두 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