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개를 떨군 채 물었다.“그럼 너는?”“뭐?”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낮았던 탓에 강하랑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아무것도.”그는 서류를 고쳐 들고 이내 다시 강하랑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일찍 쉬어.”강하랑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그래, 너도.”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방문을 닫아버렸다.연유성은 굳게 닫힌 문을 보며 얼굴을 잔뜩 굳혔다.머릿속에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하랑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시선을 옮겨 손에 든 서류를 보더니 몸을 틀어 자리를 떴다.바로 다음 날, 강하랑은 강씨 가문의
강하랑은 일부러 꾸물거렸다.연유성이 또 다시 그녀에게 연락해서야 그녀는 별장에서 나왔다.이미 운전석에 앉아 있었던 연유성은 성의없이 달려오는 형체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조수석에 있는 선물 상자를 바로 세웠다.“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 오후에 낮잠을 자서 좀 늦었네.”강하랑은 뒷좌석의 문을 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자동차 백미러를 통해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던 연유성은 핸들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게 되었다.“너 그렇게 입고 파티에 가려고?”강하랑은 의아한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옷을 보며 말했다.“응
그들이 타고 있던 차는 순식간에 속도가 빨라졌고 연유성의 목소리가 시끄러운 바람 소리에 살짝 묻힌 듯 들려왔다.“급하냐?”‘지금 나한테 급하냐고 묻는 거야?'그녀는 새로 만날 애인도 없었고 그녀를 기다려주는 썸남도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급해야 하는 건 너 아니야?”연유성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이내 다시 정상 속도로 운전했다.“난 안 급해.”“...”강하랑은 그를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어차피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했고, 오늘 밤 파티에 강씨 가문의 사람들과 연을 끊으면 더는 그들과
강하랑이 강세미를 밀어내려던 순간, 그녀를 안고 있던 강세미의 안색이 살짝 미묘하게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놓아주었다.강세미는 그녀의 허리를 만지며 물었다.“언니, 이 드레스 언니한테 좀 크지 않아? 뭔가 헐렁한 느낌인데.”이번 파티는 많은 재벌가 규수들이 참가하는 자리였기에 다들 치장에 힘을 주고 왔다.누가 어느 브랜드의 한정판 드레스를 입었는지, 어느 주얼리 디자이너가 액세서리를 디자인했는지, 전부 그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만약 계절이 지난 드레스를 입고 오기라도 했다간 바로 그들 사이에서 홀로 남겨지게 되는
파티가 무르익고 사람들의 술잔이 이리저리 오갔다.강하랑의 몸에 맞지 않는 드레스 덕에 많은 재벌가 규수들이 서로 무리를 지어 강하랑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의논하기 시작했다.생일 파티는 그렇게 점차 북적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이미 강세미에게 얼른 케이크 초를 불고 소원을 빌라고 했다.강세미는 연유성의 앞으로 다가갔다.“유성아, 나랑 같이 초를 불고 케이크 잘라줘.”연유성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난 강하랑을 찾아볼게. 넌 먼저 아주머니랑 같이 자르고 있어.”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 강
“내가 뭘?”강하랑은 소파에 앉아 캐주얼한 옷을 대충 걸치고 있었지만, 속살이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그리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화투를 든 남자들은 비록 양아치 같은 착장이었지만 옷을 제대로 입고 있었다. 이게 어딜 봐서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예상했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광경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강하랑은 미소를 지은 채 주위를 한번 쓱 훑어보더니 다시 시선을 옮겨 강세미를 보았다.“말해 봐, 내가 뭘 했다고?!”강세미는 매서운 그녀의 눈빛에 순간 몸을 움찔 떨었다.‘대체 언제부터 저 촌년이
“아, 변명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한텐 증거가 있거든.”강하랑이 강세미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자 강세미는 바로 억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짓하더니 조금 전까지 그녀와 함께 고스톱을 치던 양아치들은 이내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틀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영상 속엔 방으로 들어온 강하랑이 전원을 켜자마자 갑자기 문이 닫히고 낯선 사람들이 방안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문고리를 여러 차례 덜컹대며 잡아당겨 보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영상은 그리 길지 않았다. 기껏해
그녀가 강경하게 사과를 원할 줄 몰랐던 임서화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이내 다시 큰 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넌 꼭 네 동생한테서 사과를 받아내야겠니? 우리 가문이 아니었다면 넌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거야! 넌 어차피 몸도 건강한 상태잖아. 하지만 네 동생은 아픈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니?! 어떻게 그렇게 못될 수가 있어!”강하랑은 차가운 표정으로 임서화를 보았다.그녀는 사실 살짝 기대했었다.여하간에 그녀는 거의 18년간 그녀를 엄마라고 불러왔었고 그간의 정으로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감정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