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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Author: 이한나
윤혜인을 차갑게 노려보는 임세희는 해골처럼 앙상한 얼굴에 이빨을 드러내며 매우 무섭게 웃고 있었다.

“넌 죽어. 물론 너만 죽을 뿐이지. 난 이미 도망쳐 나왔으니까 새 삶을 시작할 거야.”

임세희는 여전히 새 삶을 꿈꾸고 있었다. 그녀를 구해준 사람이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임무만 완수하면 비행기, 돈, 그리고 여권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녀는 해외로 나가서 이 추악한 얼굴을 치료하고 평생 쓸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윤혜인은 임세희의 손을 막으며 비웃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이 사람들... 우리 둘 다 죽이려 한다는 거 전혀 못 들었어?”

“어디서 날 속이려고... 수작 부리지 마!”

임세희는 눈을 크게 뜨고 기괴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죽을 사람은 너 하나야, 난 절대 죽지 않아! 이 사람들은 널 보내고 나면 나를 비행기에 태워 해외로 보내 줄 거야. 그러면 난 얼굴을 치료하고 돈 많은 남자를 찾아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거야.”

윤혜인은 차분하게 말했다.

“임세희, 넌 정말 꿈속에 살고 있구나? 방금 난 분명히 들었어. 우린 곧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될 거라고 했다고.”

임세희는 여전히 믿지 않았지만 손에 힘이 조금 풀렸다.

“지금 넌 날 속이려는 거야...”

윤혜인은 임세희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아니 분명히 같이 들었으면서 왜 자동으로 그 말을 무시하려는 거야? 이해할 수 없네.’

하지만 그래도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잘 생각해 봐. 그 사람들이 이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당신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했어. 일거양득인 셈이지.”

임세희는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뚱뚱한 남자가 정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했다.

윤혜인은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을 비행기에 태워 줄 거였다면 왜 이렇게 잔인하게 굴었겠어?”

임세희의 머리 위에는 큰 상처가 있어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모습은 참혹할 정도로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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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안.여자가 침대에 누워 있다. 마치 잠이 든 듯 보이지만 완전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젖은 머리카락과 몸에는 도우미가 갈아 입혀준 실크 잠옷이 걸쳐져 있었다.목선이 살짝 드러난 잠옷은 조금만 움직여도 속살이 살짝 비칠 듯 아슬아슬했다.손에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육경한이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말려주기 시작했다.여자의 머리를 말려주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는지라 육경한의 손놀림은 익숙하고 능숙했다.몇 년 전, 그가 머리를 말려주던 여자도 바로 눈앞의 이 여자였다.다만 그때 그녀는 지금보다 훨씬 순진하고 온순했다.침대 한구석에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자신에게 머리를 맡기던 모습이 떠올랐다.그것이 육경한이 처음으로 여자의 머리를 말려준 순간이었다.그 후로, 그녀를 제외하고 다른 어떤 여자에게도 머리를 말려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같은 일을 하면서도 육경한의 마음은 전혀 달랐다.그와 그녀 사이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미약한 드라이기의 온풍이 두피를 스치자 소원은 따스함을 느꼈다.가벼운 간지러움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척였지만 여전히 깨어나지는 않았다.그녀 옆으로는 넓은 공간이 비어 있었다. 이곳은 원래 육경한의 침대였다.폭이 무려 2.8m에 달할 만큼 넓은 침대였다.그는 잠시 고민하다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을 걷어내고 누웠다.부드러운 침대는 곧바로 크게 푹 꺼졌다.육경한은 무언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다만 이렇게 한 침대에 함께 누워 있는 순간이 그에게는 너무 오랜만이었다.오늘만큼은 충동적으로 그 기분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이불 안은 온통 소원의 향기로 가득했다.희미한 향기가 은은하게 그를 유혹하고 있는 듯했다.그는 눈을 감고 침대와 어울리지 않는 이 새로운 향기를 깊게 들이마셨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 향기는 육경한을 편히 잠들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머릿속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몸속에 잠자고 있던 짐승이 서서히 깨어나는 듯했다.제어할 수 없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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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로서 해야 할 말은 했으니 선택권은 육경한에게 있었다. 의사도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방민기도 그저 즐기는 게 목적이었기에 소원에게 독극물을 먹이기보다는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료수를 먹였을 것이다.육경한이 물었다.“다른 방법은요?”육경한이 첫 번째 방안을 동의하지 않자 의사는 자기가 잘못 생각했나 싶어 멈칫했다. 육경한의 눈빛은 말 그대로 여자가 남자를 보는 눈빛이었기에 같은 남자로서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의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주사를 맞아도 되는데 어떻게 처리하실래요?”“몸 많이 상해요?”육경한이 물었다.의사도 더는 아는 척하기가 두려워 이렇게 말했다.“많이 상하진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일 온화한 진정제를 선택해서 투여할게요.”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리고 소원을 바라보더니 그렇게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주사 놓으세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구급상자에서 도구를 꺼내 소원에게 주사를 놓으려 했지만 소원이 조금도 협조하려 하지 않았다. 손이 묶여 있었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도우미들은 소원이 다칠까 봐 힘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아 퍽 난감한데 결국 육경한이 손으로 소원을 꾹 누르고 의사에게 지시했다.“이제 주사 놓아요.”주사를 놓자 소원도 많이 얌전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슴처럼 얌전해졌다. 육경한은 도우미에게 소원을 데려가 몸을 닦아주라고 하고는 그도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으로 들어온 육경한은 더러워진 옷을 벗어 던지고 누드로 샤워실에 들어갔다. 뜨거운 물이 샤워기에서 흘러 내려오자 입술이 따끔거려 손으로 만져보니 아까 소원에게 물려 입술이 까진 것 같았다.생각만 해도 살이 떨리는 키스였기에 육경한도 덤덤할 리는 없었다. 육경한은 욕망이 없는 게 아니라 대부분 억누르고 있었지만 먼저 다가오는 여자에겐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역겹다고 생각했다.지금까지 육경한이 인정한 여자는 방민아뿐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두 사람은 아직 거기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방민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4화

    순간 육경한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손등에 올라온 핏줄이 그가 화를 억누르고 있음을 알려줬다.바로 소원을 차에서 던지려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소원이 창가에 몸을 쭈그리고 앉은 채 불안해하는 모습이 마치 고양이 같았다. 소원에게 이렇게 얌전하고 부드러운 모습은 참으로 드물었다.육경한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과 신경전을 벌이는 게 의미없다 생각해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젠장.”육경한이 욕설을 퍼붓더니 짜증스럽게 셔츠 단추를 풀다가 힘 조절을 잘못하는 바람에 단추가 그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셔츠 앞부분이 밖으로 펼쳐져 탄탄한 가슴 근육이 드러났다.다행히 소원은 잠깐 실언했을 뿐 그 뒤로 더는 실수하지 않았다. 아니면 육경한은 정말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소원을 차에서 던져버렸을지 모른다.‘이렇게 데리고 오는 게 아닌데.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되지 왜 데려와 가지고. 봐. 저 여자가 필요한 건 네가 아니야. 다른 사람이라고...’별장.육경한은 소유한 부동산이 많았는데 이 별장은 시내와 좀 떨어져 있었고 여기로 올 때면 주로 혼자 왔다. 그가 이곳을 좋아하는 원인은 조용하고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게다가 강가에 지어져 있어 폭우가 오면 위층 테라스에서 큰비가 강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동안 겪었던 풍파가 떠올라 마음이 서글퍼지기도 했다.그래야만 흔들리지 않고 그동안 겪었던 수모와 해왔던 노력을 생각하며 꿋꿋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육경한은 이제 더는 부드럽고 젠틀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부드럽고 젠틀한 남자가 아니었는지 모른다.별장의 도우미는 운전기사의 지시를 받고 준비에 돌입했고 의사도 대기하고 있다가 차가 들어오자 얼른 앞으로 다가섰다.도우미는 육경한이 여자를 안고 들어오는 걸 보고 얼른 손을 뻗었지만 소원은 육경한만 경계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경계했다.의식이 흐릿했기에 모든 사람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밖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3화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온몸으로 거부하며 남자를 밀어내기 시작했다.“저리... 가... 제발... 좀 꺼져... 이 나쁜 놈아...”소원이 팔을 버둥거리며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이거 놔... 나쁜...”육경한이 소원의 턱을 꽉 움켜잡자 소원은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꺼지라고?”육경한의 차가운 목소리는 어딘가 음침했다.“그러면?”“그러면...”소원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 자기도 모르게 신음하듯 이렇게 말했다.“아무튼... 너는 아니야... 꺼져... 꺼지라고.”“누구더러 꺼지라는 거야.”육경한이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의 소원은 음료를 마신 사람 같지 않게 정신이 말짱했다.“경한... 육경한... 꺼지라고... 이 나쁜 놈아.”버벅거리지만 않았다면 육경한은 그의 이름을 또박또박 내뱉는 소원을 보며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너뿐이야.”육경한이 소원의 뾰족한 턱을 부여잡더니 싸늘하게 말했다.“이 세상에서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 너뿐이라고.”육경한에게 접근하는 여자는 굽신거리는 쪽이 많았지만 유독 소원만은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지 내뱉는 말마다 육경한의 신경을 자극했다.소원은 정신이 말짱한 것 같지만 사실은 하늘이 빙빙 돌고 혀가 꼬여서 하던 말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꺼져.... 꺼지라고... 꺼져...”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언짢은 듯 이렇게 말했다.“꺼지면? 아까 그 애송이들 찾아서 해결하게?”소원이 마구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연신 고개를 저었다. 지금 소원의 의식을 지배하는 건 소원이 아니었기에 소원 본인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아무튼 너는 아니야... 악마 같은 놈. 나쁜 놈.”육경한의 말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내가 정말 네 말대로 악마였다면 네가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있을까?”육경한에게 밉보인 사람은 지금쯤 다 한 줌의 재가 되었을 것이다. 소원은 지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기만 한 게 아니라 쥐고 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2화

    영숙은 소종이 비꼰다는 걸 알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걱정하지 마요. 섣부른 추측은 하지 않는답니다. 성실하게 손님을 접대할 뿐 품지 말아야 할 생각은 품은 적이 없어요.”소종이 입술을 앙다물더니 길을 비켰다.영숙이 소원을 안고 내려가려는데 두 사람이 비켜선 길은 고작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었다. 게다가 소원은 영숙의 부축 없이는 한 걸음도 뗄 수 없었기에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육경한에게 내리라고 할 수 없었던 영숙은 어쩔 수 없이 소종에게 이렇게 말했다.“소 비서님, 일단 먼저 내리셔야 할 것 같은데요. 공간이 좁아서 한 명은 내려야 나갈 수 있어요.”엘리베이터가 확실히 비좁았기에 소종도 뭐라 말할 수가 없어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에 영숙이 소원을 부축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려는데 육경한에게 걸리고 말았고 아무리 당겨도 빠지지 않았다.영숙은 소원을 안은 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크기만 하던 엘리베이터가 왜 오늘따라 이렇게 비좁아진 건지 의문이었다. 육경한의 잘못이라고 하기도 애매했지만 육경한의 어깨가 너무 넓어 길이 막힌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길을 비켜서긴 했지만 여전히 가로로 우뚝 서 있었다.‘거물이라 그런가, 서 있는 것도 참 독특하게 서 있네.’영숙은 별수 없이 소원과 몸을 더 바짝 붙이고 지나가려 했는데 여전히 실패하자 아예 톡 까놓고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아니면 체리 좀 잠깐만 잡고 계실래요? 제가 먼저 나가고 다시 받아와야 할 것 같네요.”육경한이 대꾸하지 않자 영숙이 희망을 버리려는데 육경한이 선심이라도 베풀듯 손을 내밀어 소원을 부축했다.영숙이 고맙다고 인사하며 얼른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이렇게 말했다.“체리 좀 이리로…”말이 끝나기 바쁘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했고 영숙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문이 굳게 닫혔다.“어?”소종이 당황하며 열림 버튼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미 내려가기 시작했고 올라오려면 일단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했다.조급해진 소종이 어쩔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1화

    이 말에 두 남자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육경한은 얼굴이 살짝 어두워지긴 했어도 나름 덤덤한 편이었는데 소종은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부자연스럽게 서 있었다.여자의 향기를 맛본 남자라면 그게 누구든 소원의 매혹적이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없었다. 육경한이 옆에 없었다면 소종의 반응은 아마 더 컸을 것이다.‘이 여자... 진짜 대단하긴 하네...’소종이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소원은 소종이 만났던 여자들보다 훨씬 매혹적이었다. 일부러 귀여운 척하며 꾸며낸 것이 아닌 뼛속까지 타고나길 매혹적인 여자였고 목소리는 마치 세이렌처럼 위험하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육경한은 유난히 어색해하는 소종을 보며 눈빛이 차가워졌지만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젊고 잘생긴 청년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손님 여러분, 아름다운 밤입니다.”클럽은 안목이 높았기에 남자 도우미들은 젊고 준수했지만 남자다웠고 몸매가 근육질이라 나이 불문하고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었다. 게다가 이 클럽의 남자 도우미들은 말발이 좋고 여자를 잘 홀리기로 소문나 있었는데 퇴근하고 찾아오거나 휴일에 찾아와 스트레스를 풀고 가는 손님들이 많았다.다만 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소종은 즐비하게 서 있는 남자 도우미들을 보며 얼굴이 굳었다. 가부장적 마인드라 입으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했지만 남자가 이런 직업에 종사하는 걸 질색했고 속으로는 비하했다.“뭐야. 기생오라비 같은 것들은…”소종이 작은 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리자 영숙이 입을 열었다.“소 비서님, 무슨 그런 말씀을. 우리 클럽에 기생오라비 같은 도우미는 없어요. 근육이 탄탄해서 소 한 마리는 거뜬히 든다니까요. 못 믿겠으면 한번 해볼래요?”소종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해보긴 뭘 해봐요… 내가 미쳤어요?”영숙이 입을 감싸 쥔 채 웃었다.“소 비서님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말한 해본다는… 소 비서님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0화

    영숙은 엘리베이터 문을 막는 커다란 손을 보고 악개인 소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손목에 찬 몇억짜리 시계가 눈에 들어오자 이내 누군지 알아채고 기분이 좋아졌다.사실 영숙은 육경한이 소원의 매력을 이겨내지 못할 거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의도치 않은 키스였지만 싸늘하게 식었던 남자의 마음에 불씨를 심어주기엔 충분했다.영숙은 육경한을 보며 헤벌쭉 웃었다.“대표님, 내려가시려고요?”육경한이 대꾸하지 않아도 영숙은 딱히 난처해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잠깐만 기다려주실래요? 이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거지 내려가는 게 아니에요. 2층이니까 잠깐만 기다리시면 될 거예요.”육경한이 차가운 표정으로 영숙의 품에 안긴 소원을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올라간다고?”영숙은 어두워진 유경한의 얼굴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순진한 척 웃었다.“네. 위층이 남자 도우미 대기실이라서요. 그쪽으로 가려고요.”남자 도우미 대기실이라는 말에 육경한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영숙은 소원을 꼭 끌어안은 채 자꾸만 엉겨 붙는 소원에게 보란 듯이 이렇게 말했다.“체리야. 이러지 마. 조금만 참았다가 이따가 가서 골라... 착하지? 좋은 놈으로 골라줄게.”이렇게 말하며 영숙이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데 소종이 발로 엘리베이터 문을 막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감히 우리 대표님을 기다리게 해요? 무슨 자격으로?”그러면서 콧방귀를 세게 뀌었다.“얼른 나와요. 우리가 먼저 갈라니까.”밝기만 하던 영숙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클럽에서 오래 일해 수많은 부를 끌어모으긴 했지만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의 눈에는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그래도 클럽 덕분에 많은 귀인을 만나게 되었고 대부분 영숙을 보면 체면을 봐주며 숙 매니저라고 부르거나 영숙 씨라고 불러주기 일쑤였다.하지만 영숙과 신분이 별반 다를 바 없는 소종이 말끝마다 영숙을 무시하고 있었다. 육경한이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서러움을 꾹꾹 눌러 담으며 참았을 텐데 소종이 모욕하는 건 정말 참기 힘들었다.복수에 때가 없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09화

    바닥에 드러누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덕분에 방민기는 술을 조금 깰 수 있었다. 클럽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집에서 소장했던 술을 조금 마시고 나온 터라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는데 육경한에게 맞아 속까지 뒤틀린 방민기는 어제 먹었던 것까지 다 토해냈다. 더 중요한 건 얼굴이 피투성이였지만 그 피가 자기 피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 피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역시 방민아 그 X은 믿는 게 아니었는데.’방민기는 정말 너무 후회되었다. 방민아에게 골탕을 먹일 생각이긴 했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육경한의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것 같으니 일단은 몸을 사리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민기에게 육경한은 저승사자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바닥에 누운 방민기는 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지 못했기에 분위기가 어느새 청소년 관람 불가가 되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소종이 육경한을 부축하고 영숙이 소원을 부축한 덕에 드디어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있었다. 소종은 기괴한 눈빛으로 소원을 힐끔 째려봤다. 눈빛이 흐리멍덩한 걸 봐서는 연기는 아닌 것 같았다.‘뭐야, 왜 저래...’아까 벌어진 상황은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종은 소원을 밀어내지 않고 소원이 하고 싶은 대로 가만히 놔둔 육경한이 더 이상했다.영숙이 겨우 소원을 안고 고개를 돌려 육경한에게 사과했다.“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체리가 아마 방민기 대표님에게 당해서 실례를 범한 것 같네요. 제가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뒤에 정신 차리면 직접 찾아뵙고 사과하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번은 너그럽게 넘어가 주세요. 게다가 지금은 뭘 하려고 해도 의식이 없으니...”육경한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섹시한 입술은 어느새 껍질이 까진 채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는데 어딘가 사악하면서도 음침해 보였다.소종이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얼른 가요. 사과는 무슨. 대표님 눈 버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데리고 내려가요.”영숙이 떨떠름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지금 바로 데리고 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08화

    방민아는 종래로 그녀의 행방을 궁금해하지 않던 육경한이 갑자기 이렇게 묻자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그게...”잠깐 뜸을 들이던 방민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연주랑 클럽에 갔었어요.”방민아는 더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는 육경한이라면 거짓말만 하지 않으면 더 깊이 물어보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육경한은 이 말을 듣고 더 캐묻지 않았지만 방민아가 오히려 되물었다.“경한 씨, 이건 왜 묻는 거예요?”“별거 아니에요.”육경한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일찍 쉬어요.”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났다. 방민아도 더는 매달리지 않고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요. 경한 씨도 일찍 쉬어요.”통화가 끝나자 소종이 육경한에게 물었다.“대표님, 방민기 대표는... 어떻게 할까요?”사이가 좋든 나쁘든 방민기는 결국 육경한의 미래의 형님이었기에 그가 팬티만 입고 이곳에 발라당 누워있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육경한은 처참한 꼬락서니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방민기를 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차에 던져넣고 방씨 저택으로 보내.”“네, 알겠습니다.”소종도 그렇게 생각했다. 방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한 상태라 방민아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손 놓고 볼 수는 없었다. 이 일이 밖으로 새 나가는 날엔 방민아만 난처해질 것이다.소종이 방민기를 밖으로 끌어내려는데 술에 취한 방민기는 축 늘어져 있었고 아까 깜짝 놀라서 그런지 돼지보다 더 무거웠다. 일단 문 앞까지 끌어내고 영숙에게 사람을 찾아와 처리하라고 하려는데 영숙이 잽싸게 안으로 들어가 소원을 살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영숙은 소원을 챙겨야 했다. 매니저로서 아가씨를 관리하고 있는 영숙은 소원을 챙기는 게 당연했고 이를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영숙이 소원을 부축해 문 쪽으로 걸어갔다. 볼이 발그레한 소원은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었지만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아름다웠다. 그렇게 육경한 옆을 지나치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육경한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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