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숨을 꾹 참더니 긴다리를 힘껏 앞으로 뻗어 차 문틀을 잡으려 했지만 관성에 의해 여러 번이나 바닥에 떨어질 뻔했다.첫 번째 시도가 실패하자 이준혁은 심호흡하고는 방법을 바꿔 차 문에서 차 꼭대기로 기어오르려 했다.윤혜인의 얼굴은 너무 놀란 나머지 핏기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타일러도 이준혁이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를 악물고 핸들을 잡은 채 차가 최대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했다.쾅.드디어 이준혁이 차 꼭대기로 올라가는 데 성공했고 차 안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윤혜인은 아직도 놀라서 혼비백산한 상태였다이준혁은 그런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타이머를 보며 꾹 참았다.커넥터를 차에 연결하고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주훈에게 물었다.“어때?”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주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폭탄이 있습니다.”이준혁은 마음이 철렁했다.주훈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바로 운전석 밑에 빌딩을 폭파할 만한 양의 폭탄이 들어 있습니다.”‘운전석?’태연하던 이준혁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다행히 윤혜인은 운전석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이준혁이 차갑게 물었다.“대표님, 안전팀에서 토론 중입니다.”주훈은 지금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지원이 도착했기에 직접 운전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지프차의 데이터를 안전팀에 보내 방안을 제출하게끔 도왔다.윤혜인은 이준혁이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전보다 줄어든 것 같아 이렇게 물었다.“폭탄 들어 있다는 거 사실이에요?”그냥 그 이상한 사람이 하는 말만 들었기에 그 사람이 그녀를 놀리는 게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이준혁이 뜸을 들이더니 사실대로 말해주기로 했다.“사실이야.”이 말에 윤혜인은 두려움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죽음이 눈앞에 닥쳤는데 어떻게 무섭지 않을 수가 있을까?이준혁은 그런 윤혜인이 너무 마음 아팠다.“방안 생각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옆
주훈의 눈은 이미 우느라 다 빨개져 있었다.그는 손을 뻗어 윤혜인을 부축하며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무사히 집까지 모셔다드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윤혜인은 매정하게 주훈의 손을 뿌리치고는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살려, 살려내라고요, 주훈 씨!”길고 긴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윤혜인은 더 히스테릭하게 변했다.“빨리 살려내라고! 폭탄 타이머 다 해제했잖아요! 숫자 멈췄잖아!”윤혜인은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음 이탈까지 내며 울부짖었다.“당신들, 당신들 빨리 저 사람 구하라고...”주훈의 얼굴 역시 눈물범벅으로 얼룩져 있었다.“사모님, 방법이 없습니다. 정말 아무 방법이 없어요...”방법이 없다...이 다섯 글자의 청천벽력이 윤혜인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악!!!”윤혜인이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앞으로 뛰쳐나갔다.주훈은 그녀의 뒤에서 윤혜인을 꽉 붙잡으며 함께 흐느꼈다.“대표님도, 대표님도 다 아실 겁니다. 이건 대표님이 선택하신 거예요.”윤혜인은 온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고통이 심장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갔다.마치 가슴이 베이고 데인 듯했다.알고 보니 처음부터 아무 방법이 없었다. 이준혁은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것을 택했다...[아름이한테 직접 사랑한다고 얘기해줘야죠.][안돼, 난 당신을 살려야겠어요.]처음부터 끝까지 이준혁은 단 한 번도 윤혜인과 같이 떠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그는 필사적으로 윤혜인을 살리려 했다...윤혜인은 심장에 큰 구멍이라도 뚫려버린 듯한 고통에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그 순간, 주훈의 휴대폰이 진동했다.그는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자마자 깜짝 놀라 소리쳤다.“대표님이세요!”주훈은 곧바로 스피커폰을 켜 전화를 받았다. 윤혜인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수화기에 대고 울고 웃었다.“준혁 씨, 장난 그만 쳐요. 제발. 부탁이에요....”윤혜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남자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폭발의 여파가 사라졌다.윤혜인은 자신의 가슴 속에서 비명이 흘러나오는 기분이 들었다.“아악--!”윤헤인은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에 핸들에 머리를 박은 채 이성을 놓은 듯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사모님!”주훈이 불안한 표정으로 자동차 시동을 껐다.그 순간, 주훈의 몸도 떨리고 있었다. 그도 믿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대표가 남긴 부탁만은 지키고 싶었다.윤혜인의 목에서는 이미 다 쉰 쇳소리만 나왔다.“나 좀 데려다줘...”그녀는 온몸이 떨리는 탓에 운전도 제대로 할 힘이 없었다. 숨 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어떻게 가슴 좀 아프다고 사람이 죽을 것만 같을까?주훈은 윤혜인의 말을 바로 이해하고는 그녀를 차 뒷좌석으로 옮기고 차를 몰았다.5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바다가 있었다.윤혜인은 멍하니 새까만 바다만 뚫어져라 응시했다.여기였나?윤혜인은 차 문을 열었다. 내리기도 전에 두 다리의 힘이 풀려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사모님...”주훈은 다급히 윤혜인을 부축하려 했지만 윤혜인은 그의 손을 뿌리치더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달려갔다.주훈은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은 채 윤혜인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바닷물 속으로 들어서자 주훈은 곧장 윤혜인을 붙잡았다.“사모님, 더 가시면 안 됩니다.”윤혜인의 목소리가 마치 연기처럼 거칠게 들려왔다.“왜? 왜요?”주훈의 몸이 떨렸다. 그도 힘겹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저 차는 운전석을 떠나기만 하셔도 폭발하게 되어있습니다. 보안팀에서도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봤는데, 유일한 방법은 대체물이 같은 무게여야 한다는 겁니다. 남은 시간이 겨우 5분이에요. 다른 도구를 이용할 방법이 없단 말이에요.”주훈도 결국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감정을 토해냈다.“대표님께서는 타이머를 멈추는 선택을 하신 겁니다. 사모님을 대신해서요...”윤혜인을 구하기 위해 이준혁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다.윤혜인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폭발로 검게 물들어버린 바
윤혜인은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다.꿈속에서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끝도 없는 바다를 떠돌며 방황하고 있었다.바다는 매우 검었고 어둡고 추웠다. 단 한 줄기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윤혜인은 지쳤고 혼란스러웠고 무기력했다...매번 한계에 다다라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만 같던 때마다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혜인아...”주위는 암흑뿐이었다.하지만 그 목소리만큼은 뚜렷하게 들렸다.그 목소리에 다시 기운을 차인 윤혜인은 상류로 가기 위해 계속 앞으로 이동했다. 마침내 그녀의 앞에 한 줄기의 빛이 나타났다.윤혜인은 그 빛을 향해 헤엄쳐 갔다.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가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윤혜인을 깨웠다.천천히 눈을 떠보니 머리가 미친 듯이 어지러웠다.아직 흐릿한 시야에 크고 잘생긴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남자의 깊고 어두운 눈빛이 순식간에 그녀의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눈물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감정이 더는 주체가 되지 않았다.“준혁 씨...”윤혜인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달려가 안겼다.이준혁은 윤혜인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조심해.”윤혜인은 머리를 그의 품에 묻은 채 조심스레 이준혁을 힘껏 안았다.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다.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없었다.남자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리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살이 더 빠졌어? 밥 제대로 안 챙겨 먹었지?”윤혜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남자를 끌어안은 채 울고 또 울었다...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혜인아, 강해져야 해. 알겠지?”윤혜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녀는 강해지고 싶지 않다고, 당신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목구멍이 막혀버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남자는 고개를 숙여 엄지로 윤혜인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만 울어, 눈 다 부어서 호두 같잖아.”윤혜인은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수도꼭지라도 틀어놓은 듯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차를 우리고 과일까지 가져다주는 윤혜인을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그녀가 깊은 잠에서 깬 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윤혜인은 단 한 번도 이준혁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예 묻는 것조차 꺼렸다.이럴수록 보는 사람은 더욱 불안해져만 갔다.윤혜인이 차를 우려오자 곽경천이 말했다.“혜인아, 얘기 좀 할까?”윤혜인은 서류에 있는 익숙한 필체를 보는 순간 손을 잠시 멈췄다.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오빠, 내가 과일 깎아줄게.”분명 대화를 피하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곽경천은 더 이상 그녀를 이렇게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그는 윤혜인의 팔을 잡아 소파에 앉히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아무것도 안 먹을 거니까, 일단 앉아봐.”조금 힘을 주었을 뿐인데 윤혜인은 균형을 잃고 자리에서 비틀거렸다.곽경천이 다급하게 무릎을 꿇고 말했다.“아팠어?”“아니.”윤혜인은 무표정하게 앉아있었다. 6개월도 안 지났지만 윤혜인은 벌써 종이 인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삐쩍 말라 있었다. 턱도 날카롭고 가는 것이 바람만 불어도 쓰러져버릴 것만 같았다.곽경천은 그런 윤혜인의 모습을 볼수록 더 마음이 아파졌다.“혜인아, 이건 걔가 너한테 남긴 거야.”윤혜인은 조심스럽게 서류 봉투를 열었다. “유서”라는 두 글자가 눈에 띄자 윤혜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얇은 종이 몇 장이었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유서 작성인: 이준혁, 남 xx90년 12월 26일 출생...문현미에게 증여된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재산은 내 평생의 사랑 윤혜인에게 증여한다...곽경천이 유독 직설적인 사람이었던 탓에 어떻게 위로를 해주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을 꺼냈다.“혜인아, 이선 그룹 안에서 누가 이준혁이 죽었다는 소문을 내고 다니나 봐. 내가 들은 데 따르면 내일 오전에 이천수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이준혁의 사고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한구운을 이준혁이 있던 자리에 올릴 예정이래.”곽경천의 주먹이 무의식
한편, 이선 그룹 기자 회견 현장.이선 그룹 대변인이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선 그룹에 대한 여러분들의 무한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대표 이준혁 씨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문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대변인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이선그룹 대표 이준혁 씨는 12월 9일,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돌아가셨습니다.”믿지 않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젊고 유능한 이준혁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발언을 마친 대변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이선그룹 대행이사 이천수 씨의 발언이 있겠습니다.”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이천수는 비서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낯빛이 창백한 이천수가 울먹이며 말했다.“몸이 좋지 않아 더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준혁 대표는 제가 제일 사랑하는 아들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저의 곁을 떠날 거라고는…”눈물을 훔치는 이천수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천수가 말을 이었다.“비통한 심정을 잘 다스린 뒤에 공식적인 입장을 다시 발표할 생각입니다. 저의 아들 이준혁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원지민의 배 속에는 이준혁의 아이가 있습니다. 원지민 씨는 온진 그룹의 대표직을 맡게 될 것이고 저희 이선 그룹과의 합작도 추진할 것입니다.”카메라가 원지민 쪽으로 돌아가자 원지민은 눈물을 흘렸다. 명품 검은색 원피스에 진주 모자를 쓴 원지민은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부의 모습이었다.이천수는 한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이사회에서는 이선 그룹의 발전을 위해 저의 아들 이구운에게 임시 대표직을 위임하기로 했습니다. 이구운은 월 스트리트 금융 기관의 고위직을 맡았었고 고학력 인재입니다. 또한 이준혁을 롤모델로 삼고 노력했기에 이구운은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고 이선 그룹에 무한한 영광을 안겨줄 것입니다!”뭇사람들은 기자 회견 현장이 갑자기 흐름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천수는 가볍게 기침하고는 다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기자들은 셔터를 눌렀다.“그게 무슨…”이천수는 윤혜인을 욕하려다가 기사가 날까 봐 도로 참았다.“내 아들의 체면을 지켜주려고 했지만 허무맹랑한 말을 들으니 어쩔 수가 없군요. 증거 자료를 함께 보시죠.”스크린에 이준혁이 운전하는 영상이 나타났는데 뒤에서 따라가던 보디가드가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각도였다. 조각처럼 빛나는 옆모습과 차분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윤혜인은 처음 보는 영상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영상은 일 분도 채 되지 않았고 이준혁의 차가 바다로 뛰어들면서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번졌다.펑!주훈은 낯빛이 하얗게 질린 윤혜인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사고가 난 뒤, 윤혜인은 여전히 이준혁이 살아있다고 믿었지만 그렇게라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영상이 끝나자마자 이천수는 큰소리로 물었다.“이러고도 준혁이가 살아있다고 잡아뗄 건가?”윤혜인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지만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뜨더니 차갑게 말했다.“이준혁 씨가 죽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요.”윤혜인은 목청을 높였다.“폭발하는 장면만 있고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요.”이천수는 화가 솟구쳐 올랐다.‘차가 폭발했으면 그 안에 있던 사람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이준혁이 살아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이때 윤혜인이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한 증거를 내놓았다.“이준혁 씨는 사망한 게 아니라 실종된 거예요.”이천수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이 개같은 년이 일부러 저러는 것 같아.’경찰 측에서는 임세희가 도주한 뒤 복수하는 과정에서 이준혁이 사망했다고 하면서 사건을 급급히 종결했고 이천수는 사인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고 나서 기자 회견을 열었는데 윤혜인이 실종 신고를 한 증거를 들고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천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헛소리하지 말고 나가! 종결된 사건이고 유가족이 사인까지 했는데, 이준혁과 이혼한 네가 무슨 자격으로 실종이니 뭐니 하는 거야!”이천수는 윤혜인
여론의 힘으로 조사할 시간을 더 늘일 수 있다고 믿었다. 윤혜인은 이천수를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이 회장님, 아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슬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종 전에 찍힌 영상 화면을 공개하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윤혜인이 차갑게 웃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아들이 아닌 줄 알겠어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렸고 이천수가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천수는 사람들의 시선에 몸이 굳었고 윤혜인의 말에 식은땀이 흘렀다.이천수는 윤혜인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내 아들은 널 구하려다가 죽은 거야! 그런데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하고서 준혁의 유산을 차지하려고 하다니…”이천수는 사실을 왜곡했고 원지민을 가리키며 말했다.“내 손주는 원지민 배 속에 있으니 출생이 분명한 아이를 내세우지 말 거라!”윤혜인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이건 공증을 마친 유전자 검사 결과예요.”이천수가 이를 부득부득 갈자 윤혜인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준혁 씨가 아직 살아있으니 엄연히 말하면 유산은 아니죠.”윤혜인은 이천수, 이구운과 원지민을 훑어보더니 차갑게 웃었다.“저는 준혁 씨의 재산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지켜주러 온 거예요. 원지민 씨 배 속의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 거예요.”기자들은 원지민을 향해 셔터를 눌렀다.‘이준혁의 아이가 아닌가 보네. 재벌가의 일은 막장 드라마라니까.’원지민은 윤혜인을 노려보았다.‘임세희가 똑바로 처리했어도 저년이 죽는 건데… 죽어야 할 사람은 살아있고 살아야 할 사람이 죽었어.’이천수는 식은땀을 흘렸다.‘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원지민 배 속의 아이가 이준혁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나의 입지에 영향을 줄 거야.’이천수는 이구운한테 눈짓하더니 다급히 기자 회견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고는 매체와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오늘 일어난 일을 보도하지 않기로 약속했다.윤혜인은 이천수가 기자들을 입막음할 것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