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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그는 차를 우리고 과일까지 가져다주는 윤혜인을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

그녀가 깊은 잠에서 깬 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윤혜인은 단 한 번도 이준혁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예 묻는 것조차 꺼렸다.

이럴수록 보는 사람은 더욱 불안해져만 갔다.

윤혜인이 차를 우려오자 곽경천이 말했다.

“혜인아, 얘기 좀 할까?”

윤혜인은 서류에 있는 익숙한 필체를 보는 순간 손을 잠시 멈췄다.

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

“오빠, 내가 과일 깎아줄게.”

분명 대화를 피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곽경천은 더 이상 그녀를 이렇게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는 윤혜인의 팔을 잡아 소파에 앉히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아무것도 안 먹을 거니까, 일단 앉아봐.”

조금 힘을 주었을 뿐인데 윤혜인은 균형을 잃고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곽경천이 다급하게 무릎을 꿇고 말했다.

“아팠어?”

“아니.”

윤혜인은 무표정하게 앉아있었다. 6개월도 안 지났지만 윤혜인은 벌써 종이 인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삐쩍 말라 있었다. 턱도 날카롭고 가는 것이 바람만 불어도 쓰러져버릴 것만 같았다.

곽경천은 그런 윤혜인의 모습을 볼수록 더 마음이 아파졌다.

“혜인아, 이건 걔가 너한테 남긴 거야.”

윤혜인은 조심스럽게 서류 봉투를 열었다. “유서”라는 두 글자가 눈에 띄자 윤혜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얇은 종이 몇 장이었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유서 작성인: 이준혁, 남 xx90년 12월 26일 출생...

문현미에게 증여된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재산은 내 평생의 사랑 윤혜인에게 증여한다...

곽경천이 유독 직설적인 사람이었던 탓에 어떻게 위로를 해주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을 꺼냈다.

“혜인아, 이선 그룹 안에서 누가 이준혁이 죽었다는 소문을 내고 다니나 봐. 내가 들은 데 따르면 내일 오전에 이천수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이준혁의 사고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한구운을 이준혁이 있던 자리에 올릴 예정이래.”

곽경천의 주먹이 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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