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19화

작가: 이한나
“그래, 자.”

원진우는 급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으니 말이다.

아름다운 윤아름이 눈을 감고 호흡이 점점 안정되기까지 기다린 후, 원진우의 얼굴에서의 감정도 점차 사라졌다.

조금 전의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어둠이 깃들었다.

그는 손을 들어 여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수많은 기억을 떠올렸다.

윤아름을 만났을 때, 그는 원씨 가문의 버려진 자식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평범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하면서 집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었다.

원진우의 아버지는 집안에서 사랑받지는 못했지만 생활하는 데에 부족함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사랑은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사라졌다.

돈이 부족할 때, 다툼이 점점 많아졌다.

결국 어느 날, 아버지는 원진우와 그의 어머니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견디지 못한 원진우의 어머니는 중고차를 빌려 아버지를 치어 죽이고 자신도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이후 원진우는 이웃집 사람에게 발견되어 키워졌다.

이웃은 술주정뱅이로 술에 취하면 그를 때리거나 구박했다.

원진우는 자신의 정체성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양부의 학대 아래서 자랐다.

어느 날, 양부는 술에 취해 넘어져 뒷머리를 다쳤고 원진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원진우는 차갑게 그를 지나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양부가 구조 요청을 하려다가 촛대를 넘어뜨린 것 같았다.

하지만 원진우는 불길이 점점 커지는 것을 차분하게 바라보며 그 술주정뱅이를 구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작은 마을을 떠난 후, 원진우는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고 6살의 윤아름을 우연히 구했다.

윤아름의 부모는 원진우가 부모 없는 아이임을 알고 좋은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원진우는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호신술에 흥미를 느껴 많은 것을 배웠고 이를 계기로 윤아름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윤아름이 성장함에 따라 두 사람의 감정은 점점 깊어졌다.

윤아름은 순수하고 선량한 마음으로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0화

    잠에 깊이 빠져 있던 여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주변은 황혼이 내려앉았고 그녀의 손은 침대 시트를 꽉 쥐고 있었다.아름다운 눈에서 눈물이 진주처럼 흘러내렸다.‘원진우, 이 괴물! 이길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해.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어. 반드시 탈출해야 해! 딸이 보고 싶어. 그리고 그 짧은 생을 마감한 내 아들도...’...다음 날, 아름이는 오늘 대디 이준혁이 온다는 소식에 들떠 있었다.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수십 벌의 드레스를 꺼내어 가장 예쁜 것을 골라 그와 함께 놀러 가려 했다.아침부터 점심까지 아름이는 그 이야기만 했다.윤혜인은 웃으면서 아이에게 말했다.“대디는 퇴근 후에나 올 거야.”그러자 아름이는 그 큰 눈을 반짝였다.“그럼 우리 가서 대디 퇴근하는 거 기다리면 안 돼요? 대디 차 타고 집에 오고 싶어요.”결국 아름이의 성화를 못 이긴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물어본 후 아름이와 함께 이선그룹으로 가서 그를 기다렸다.하지만 그들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 안에서 기다렸다.윤혜인은 아름이의 작은 손을 잡고 미리 말했다.“아름아, 대디랑 엄마가 너에게 할 말이 있어.”그러자 아름이는 큰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엄마, 나 맞춰봐도 돼요?”“응, 아름이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할 것 같은데?”아름이는 똑똑하게도 단번에 맞혔다.“대디가 진짜 아름이의 아빠가 되는 거예요?”윤혜인은 놀랐다.“아름아, 너...”“엄마, 우리 유치원 선생님이 그러는데 아이들은 하늘에서 부모님을 선택해서 태어난대요. 아름이는 엄마랑 가까운 것처럼 대디에게도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대디가 진짜 아빠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따뜻한 아름이의 설명에 윤혜인은 미소를 지었다.“아름아, 진짜 아빠가 무슨 뜻인지 알아?”“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진짜 아빠는 유일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아빠란 뜻이야.”윤혜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아빠는 아름이의 유일한 아빠고 아름이는 아빠의 유일한 아기야.”그러자 아름이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1화

    윤혜인은 이 한마디만 듣고 얼른 곽아름의 입을 막고 뒤로 물러섰다.차에 도착해서도 곽아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곽아름은 고개를 돌려 윤혜인을 바라봤다.“엄마, 내가 아빠 유일한 딸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왜 아줌마는 아빠한테 아이가 또 있다고 하는 거예요?”이 말에 윤혜인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준혁이 설명하기를 기다려야 했고 이 일에 곽아름을 포함해서는 안 되었다.“아름아, 아빠한테 물어보고 대답해 줄게.”윤혜인은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곽아름도 이제 다섯 살이었고 또래보다 성숙했기에 어설프게 속였다가 들키면 상처받을 수도 있다.“그래요. 그러면 아빠랑 잘 얘기해 봐요. 싸우지 말고.”곽아름은 어른처럼 당부했다.“응, 아빠랑 잘 확인해 볼게.”윤혜인은 여은을 시켜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하고는 혼자 남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었다. 원지민이 어쩌다 이준혁의 아이를 갖게 되었는지 말이다.마음이 착잡했다. 화해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이가 단단해지기도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원지민의 말이 진짜라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사고하고 해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윤혜인은 자꾸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한참 지나서야 이준혁이 전화를 걸어왔다.아직 주차장에 있다는 말에 이준혁이 부랴부랴 내려왔다.차에 올라타 보니 윤혜인밖에 없었다. 이준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름이 먼저 돌려보냈어요.”이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윤혜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미안, 회의하느라 늦었어.”이 말에 윤혜인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다.이준혁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우연히 마주치지 않는다면 이 일을 숨길 생각인 걸까.“회의를 이렇게 오래 해요?”이준혁이 멈칫하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이 사과에 윤혜인은 완전히 실망했다.어물쩍 넘어간다는 건 말하기 싫다는 의미였다. 순간 윤혜인은 모든 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2화

    집에 돌아온 윤혜인은 핸드폰을 꺼두고 푹 잤다.곽아름은 얌전했다. 윤혜인이 아파 보이자 칭얼거리지 않고 홍 아줌마가 시킨 대로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윤혜인은 이튿날 오후까지 쭉 잤다.잠에서 깬 윤혜인은 작업실에서 찾을까 봐 전원을 켰다.핸드폰엔 구지윤이 보내온 문자밖에 없었다. 작업실 주문은 예정대로 잘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푹 쉬라는 문자였다.하지만 정작 이준혁은 밤새 문자 한 통이 없었다.윤혜인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고 있었다.윤혜인은 씁쓸하게 웃었다.‘이렇게 끝인가 보지...’이렇게 생각한 윤혜인은 정리하고 작업실로 향했다.어떤 상황에서든 그녀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건 업무뿐이었다.작업실에서 바쁘게 돌아치다 보니 다른 잡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그렇게 날이 어두워졌다. 구지윤이 같이 저녁을 먹으며 앞으로의 업무를 토론해 보자고 했다.두 사람은 회사 근처에 위치한 상가로 향했다.절반쯤 먹었는데 구지윤이 갑자기 걸려 온 업무 전화에 먼저 자리를 비웠다.윤혜인은 저녁을 먹고 곽아름에게 뭘 좀 사주려고 1층에 있는 어린이용품 매장으로 향했다.매장에 들어가려는데 점원이 앞을 가로막았다.“죄송합니다. 매장은 아직 개방 전입니다.”윤혜인이 멈칫하더니 물었다.“오픈한 거 아니에요?”“매장 VIP를 모시는 중이라, 죄송합니다.”매장은 가끔 이런 상황이 있었다. 레벨이 높은 VIP가 올 때면 매장을 닫고 오직 그 VIP에게만 집중했다.윤혜인이 상황을 이해하고 돌아서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윤혜인 씨.”고개를 든 윤혜인의 표정이 순간 차가워졌다.원지민이 배를 내밀고 천천히 안에서 걸어 나왔다. 문현미가 옆에서 조심스럽게 부축했다.“윤혜인 씨도 어린이용품 보러 온 거예요? 누구 사주려고요?”원지민은 윤혜인이 사라진 5년간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물은 것이었다.원지민의 배는 사실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 3개월쯤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일부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3화

    윤혜인은 지금 원지민이 혼전 임신했다고 비아냥대고 있었다.원지민의 눈빛이 순간 매섭게 변했지만 이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가냘프게 생긴 윤혜인을 만만하게 생각했지만 말발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다.‘흥. 이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알고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원지민이 이내 숨을 고르고는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수줍게 말했다.“이 아이 준혁이 아이예요.”윤혜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준혁 씨가 인정했어요?”이 말에 원지민이 멈칫했다. 윤혜인이 이렇게 덤덤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원지민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에요?”윤혜인은 이준혁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꼬웠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이준혁이 원지민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만약 좋아한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진작에 만났을 것이다. 굳이 윤혜인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만날 필요는 없다.가능성을 따져보자면 원지민이 무슨 방법을 써서 아이를 가진 게 그나마 가능성이 제일 컸다. 그리고 아이가 정말 이준혁의 아인지는 더 알아봐야 했다.“전에 원지민 씨가 발표회에서 준혁 씨와 업무 외에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직접 해명하지 않았나요? 배 속의 아이는 친자 감정했나요? 준혁 씨 아이라고 확정 지을 수 있는 거죠?”속사포 질문에 원지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어서야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억제할 수 있었다.윤혜인에게 면박을 주고 싶었지만 되려 말발에 밀려 말문이 막히고 만 것이다.원지민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이를 지켜보던 매장 직원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혼전 임신뿐만 아니라 다른 비밀도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옆에서 지켜보던 문현미는 원지민이 기싸움에서 밀리자 얼른 편을 들며 윤혜인을 손가락질했다.“지민이 내가 인정한 며느리야. 배 속에 아이도 우리 이씨 가문 핏줄이고. 날짜는 이미 잡았고 식 올리기만 기다리고 있어. 무슨 자격으로 지금 여기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야?”윤혜인은 이미 문현미에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4화

    문현미는 선생님의 말씀이 그대로 들어맞았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이 여러 번 죽을 뻔한 것도 다 이 불길한 여자와 엮여서 그런 거라고 여겼다.얼마나 어ㄹ벼게 얻은 아들인데 절대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된다.문현미가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며 울기 시작했다.“아이고, 젊은이가 사람 치네, 사람을 쳐.”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꿍꿍이일까.문현미가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말했다.“그냥 내 아들한테서 떨어지라고 했다고 이렇게 밀면 어떡해? 이 나이에 넘어졌다가 죽으면 어떡하려고.”윤혜인은 문현미가 헛소리를 지어낼 정도로 무너졌을 줄은 몰랐다.재벌 집 사모님이 기본적인 이미지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원지민은 앞머리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기에 모든 시선은 윤혜인과 문현미에게로 쏠렸다.문현미는 밖에 잘 나오지 않았기에 재벌 집 사모님인 걸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윤혜인은 얼마 전 발표회를 열면서 유명세를 조금 얻었기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문현미가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들을 꼬셔서는 안 되지. 며느리가 임신한 지도 3개월이 됐는데 험한 말로 협박하기나 하고.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선뜻 문현미를 부축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따가운 시선이 윤혜인에게로 쏠렸다.“인물도 좋은 여자가 왜 내연녀를 자처하는 거지?”“유부남을 꼬신 것도 모자라 본처를 도발하기나 하고. 게다가 시어머니 폭행까지.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아가씨. 일자리나 찾아. 내연 관계는 오래 못 갈뿐더러 끝도 안 좋아.”“직장 있을걸? 전에 뭐 달밤 작업실 사장이라고 했나? 상도 받았던 거 같은데? 그때는 뭐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겠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자랑스럽긴커녕 목덜미 잡고 쓰러지지 않아도 다행이겠네.”“사진 찍어. 찍어서 사람들한테 알려. 아마 꼬신 사람이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어...”구경꾼들이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용품 매장의 직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5화

    원지민이 걸음을 멈추더니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윤혜인 씨, 당신을 위해서라도 없던 일로 해줄게요. 그래도 공인인데 작업실 체면도 생각해야죠?”이 말은 윤혜인의 ‘내연녀’ 신분에 쐐기를 박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말투도 거만하기 그지없었다. 원지민은 말 한미다로 본처가 내연녀의 체면을 생각해 그냥 넘어가려는데 내연녀가 오히려 길길이 날뛰고 있는 것 같은 상황으로 만들었다.“내연녀 주제에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뻔뻔함이 하늘을 찌르네.”“세상이 어떻게 변하려고. 쯧쯧.”“...”윤혜인은 듣기 거북한 말들을 알아서 무시하고는 웃으며 말했다.“지금 와서 태클 거는 거 준혁 씨는 알아요?”원지민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준혁이는 알 필요 없어요. 아이도 가졌겠다, 앞으로 내 생각이 준혁이 생각이 될 거예요.”“아, 그런 거였어요?”윤혜인이 핸드폰을 꺼내 블루투스를 끄더니 스피커폰을 켰다.“이준혁 씨, 다 들었죠?”원지민과 문현미가 화들짝 놀랐다.두 사람은 윤혜인이 이준혁과 통화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러면 아까 두 사람이 떠든 소리를 이준혁이 다 들었다는 의미였다.두 사람의 표정이 변하기도 전에 이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지금 어디야? 그쪽으로 갈게.”윤혜인도 차갑게 쏘아붙였다.“하나만 확인할게요. 원지민 씨가 한 말 사실이에요?”윤혜인은 혼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직접 듣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이 얼른 대답했다. 전혀 흔들림이 없는 말투였다.“혜인아, 그 아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 기다려. 지금 바로 갈게.”“됐어요.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요.”윤혜인이 전화를 끊었다.원지민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할 엄두를 못 내다가 통화가 끝나서야 입을 열었다.“미쳤어요? 전화는 왜 한 거예요?”“원지민 씨, 설마 잊은 건 아니죠? 전에 저와 이준혁 씨가 부부 관계일 때 집으로 전화해서 약혼녀라고 거짓말했던 거 말이에요.”구경꾼들은 이어진 반전에 입이 떡 벌어졌다.윤혜인이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6화

    “퉤. 괜히 한식구가 아니라니까. 둘이 아주 같은 족속이구먼.”“에잇, 더는 못 봐주겠네...”사람들이 사이좋게 한마디씩 보탰다.아까까지 윤혜인이 당하는 걸 웃으면서 지켜보던 두 사람은 지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원지민은 안색이 하얬다 빨개지기를 반복하더니 더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척했다.문현미가 얼른 비서를 불러왔다.원지민의 보디가드 임호가 얼른 앞으로 다가가 한치의 거리낌도 없이 원지민을 번쩍 안아 들었다. 자리를 뜨기 전 임호가 윤혜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매섭게 쏘아붙였다.“아가씨께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여은이 얼른 앞을 막아서며 똑같이 노려봤다. 기세로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주인 인성이 문제 있는 것 같은데. 켕기는 게 있어서 쓰러졌는데 우리 아가씨랑 무슨 상관이죠? 수하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협박할 생각이나 하고. 하긴, 주인이 남 헐뜯는 걸 좋아하니 키우는 개도 똑같겠지.”구경꾼들은 정말 보면 볼수록 가관이라고 생각했다. 이 보디가드도 쓸만한 물건은 아니었다.그들은 윤혜인을 오해한 것에 미안해했다. 저딴 사람들에게 괴롭힘 받고 있으니 결국 제일 불쌍한 건 윤혜인 쪽이었기 때문이다.누군가 씩씩거리며 이렇게 말했다.“내가 다 봤어요. 그 집 아가씨가 쓰러진 건 모함하다가 실패하니까 쪽팔려서 다리에 힘이 풀린 거지 저 아가씨는 털끝 하나도 닿지 않았다고요.”“그러게나 말이에요. 나도 봤어요. 보자 보자 하니까 정말 어이가 없네.”“보디가드가 저렇게 친근하게 안고 있는 걸 봐서는 배 속에 아이도 누구 아인지 모르겠는데...”“그러네요. 저렇게 익숙하게 안는 걸 봐서는 전에도 많이 안아본 솜씨 같네요...”쓰러진 척하던 원지민은 이 말을 듣자마자 몸에 가시라도 돋친 듯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원지민이 이를 악물고는 이렇게 말했다.“당장 내려놔.”임호가 잠깐 망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지금...”임호가 내려놓기도 전에 원지민이 알아서 내렸다.문현미는 마음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927화

    임호가 고분고분 무릎을 꿇었다.원지민이 스스름없이 임호의 손등에 발을 돌려놓더니 뒤꿈치로 세게 지르밟았다.임호의 손등에 박인 굳은살을 다 긁어낼 때까지 사정없이 지르밟았다. 손등은 이미 볼품없이 갈라져 피가 철철 흘러서야 천천히 발을 내렸다.임호는 고문을 당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임호에게 이 정도의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원지민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오늘 쪽팔려도 너무 쪽팔렸다. 크면서 이렇게까지 체면이 구겨진 적은 없었다.지켜보던 사람들의 맞장구에 그녀는 마치 따귀라도 연거푸 맞은 듯 얼굴이 얼얼했다.원지민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눈치 없는 새끼, 하마터면 내 일을 망칠 뻔했잖아.”원지민이 씩씩거리며 발로 임호의 머리를 걷어차려 했지만 임호가 발목을 잡았다.원지민의 안색이 순간 변하더니 소리쳤다.“개자식, 이거 놔.”임호가 원지민의 발을 천천히 내려놓더니 발치에 무릎을 꿇은 채 진지하게 말했다.“배에 힘주면 안 돼요. 아가씨. 제가 할게요.”임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차 뒤편에 놓아둔 골프채를 발견했다. 그는 골프채를 가져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 머리를 내리쳤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임호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려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그는 마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다시 한번 머리를 내리쳤다.비산된 혈액이 원지민의 얼굴까지 튀었다.“에잇.”원지민은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임호는 더는 버티지 못하겠는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골프채를 들어 다시 머리에 갖다 댔다. 한 번만 더 내리쳤다가는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됐어. 그만해.”원지민이 말렸다.아직 쓸모가 있었기에 지금 죽어버리는 건 살짝 아까웠다.임호는 지금 말하기도 버거웠다. 눈에는 피가 가득 차올라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아가씨...”“내려. 내 차 더럽히지 말고.”원지민이 매정하게 명령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8화

    하지만 그때는 딸을 구하는 데 급급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눈에 뵈는 것도 없었다.“그러다 결국 그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게 됐어요. 해산 회의를 하는 날 모든 사람이 아래층에 모여있을 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죠. 어디로 가면 CCTV를 피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서 나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모님은 그날 사무실에 함께 계셔서 그날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만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소원은 전미영도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전미영은 뒤에 큰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렇게 진실은 오랫동안 묻히고 말았다.안상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 영상을 대표님께 보여주면서 가끔은 어른이 살아있는 게 자식들에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죠. 딸이 힘든 거 보기 싫으면 이제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말이에요.”“내 말을 들은 대표님이 한참 동안 말을 아끼셨어요.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딸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딸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게 하는 건 아니라면서 딸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표님은 자살하면 소원 씨가 충격을 받을까 봐, 모든 걸 자기 잘못으로 돌릴까 봐 걱정했어요. 대표님은 참 좋은 아버지였고 소원 씨를 참 잘 알았죠.”소원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더니 이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음이 너무 아파 숨 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안상철이 말했다.“그때는 나도 너무 감동해서 내가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딸을 구하겠다고 똑같이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해치려 한 내가 너무 미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대표님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면서 하시던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안 비서, 이번만큼은 내가 용서할게요. 같은 아빠니까 용서하겠지만 앞으로 절대 이런 실수는 하지 마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요.”안상철이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아빠로서 똑같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마터면 아빠의 자격을 잃은 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7화

    소원이 무릎을 꿇자 충격을 받은 안상철이 입술을 뻐끔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지영아, 다른 방에서 나 기다려.”안지영이 가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아빠,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어요?”“말 들어.”안상철이 말했다. 안지영이 알면 자책할 게 뻔했기에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죄책감이라는 족쇄는 안상철이 평생 지는 걸로 족했고 딸만큼은 여생을 아무 부담 없이 즐겁게 지내길 바랐다. 만약 아버지가 그녀를 위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걸 알면 안지영은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안지영은 안상철이 걱정되어 이렇게 물었다.“설마 소원 언니한테 무슨 짓 하려는 거 아니죠?”안상철이 그런 안지영을 보며 말했다.“아빠 못 믿어? 걱정하지 마. 아빠 절대 사람 죽인 적 없어.”이 말에 안지영은 청심환이라도 먹은 것처럼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옆방으로 향했다. 이제 방안에는 소원과 안상철만 남았다.안상철이 앞으로 다가가 소원을 부축하더니 말했다.“소원 씨, 일어나요.”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나 삼촌 믿어요. 하지만 진실이 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안상철이 입을 열었다.“소원이 예상이 맞아요. 대표님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거예요.”소원의 마음은 마치 무수히 많은 화살에 맞은 것처럼 너무 아팠다.‘아빠가 자살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거라니...’안상철이 그해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해 해산 회의를 하기 전에 어떤 여자가 저를 찾아왔어요. 돈은 섭섭지 않게 줄 테니 말하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죠. 무슨 일이냐 했더니 어떤 물건을 대표님께 보여드리면 된다고 했어요. 좋은 물건은 아니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준 테이프 안에는...”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소원 씨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이었어요. 남자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원 씨 얼굴이 아주 또렷하게 나왔더라고요. 나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6화

    하지만 지금은...안상철이 들고 있던 막대기를 놓으며 말했다.“가요.”소원을 보내주는 건 안상철이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였다. 아니면 정말 소원을 쓰러트리고 강에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상철은 어릴 때부터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던 소원이 생각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안상철이 말했다.“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찾아오지 마요. 다치고 싶지 않으면 얼른 가요.”소원이 입을 열었다.“삼촌, 난 그저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 아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과거 얘기가 나오자 안상철은 가슴이 철렁했고 이내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지만 안상철도 결국 딸을 보호해야 하는 아버지였고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아들이었기에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마음을 다잡은 안상철이 막대기로 소원을 가리켰다.“소원 씨, 5분 줄게요. 그래도 안 간다면...”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소원은 갈 생각이 없었다. 안상철이 이렇게 내쫓는다는 건 아직 양심을 완전히 말아먹은 건 아니라는 의미였다.그때도 딸을 살리기 위해 순간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피해자의 딸인 소원은 안성철을 용서할 수 없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로서 느끼는 무력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묵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삼촌,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절대 가지 않을 거예요.”소원이 꿋꿋하게 말했다.“기회를 줘도 제 발로 걷어차네요.”안상철이 손에 든 막대기를 흔들며 소원에게 달려들었다.“아악...”옆에 있던 안지영이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며 안상철의 팔을 잡고 울먹였다.“아빠, 아빠... 제발 다른 사람 다치게 하지 마요...”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봤다. 지금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으면 앞으로 더는 그녀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안지영이 울면서 말했다.“소원 언니가 나 살려줬는데... 이러면 안 되죠.”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5화

    소원은 안지영이 말한 주소로 향했다.지난번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소원 혼자 갔다. 괜히 안상철을 놀라게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혼자 가야 무언가라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안지영이 보내준 장소는 꽤 멀리 있는 교외였다.안지영의 말로는 안상철이 안지영을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차를 타고 외진 변두리 작은 마을로 간 뒤 거기서 출발하려는 모양이었다. 물론 떠날 방법은 아주 많았다.소원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교외에도 집이 몇 채 있었다.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폐교가 된 학교 안에 숨어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소원은 문 앞에 도착한 뒤 안지영이 말한 대로 뒤쪽 담장의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학교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곳곳에 잡초가 무성한 것이 그야말로 숨기 좋은 장소였다.소원은 교실 하나하나를 돌아다니며 확인했고 마침내 세 번째 교실을 찾았다.교실 안에는 키가 크지만 몸이 약간 구부정한 사람이 서 있었다. 소원은 그 사람이 안상철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안상철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등이 살짝 구부러져 있는 것이 삶에 많이 짓눌린 듯했다.소원이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문을 두드리자 안상철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몸을 돌렸다. 손에 두꺼운 몽둥이를 쥔 채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안상철은 소원을 본 순간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소원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소원이 먼저 말했다.“상철 삼촌, 오랜만이에요.”안상철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여기에 어떻게 온 거예요?”소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안지영이 먼저 말했다.“내가 말했어요. 아빠, 내가 소원 언니를 불렀어요.”“지영아, 너 미쳤니?”안상철이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한 말 다 잊었니?”“안 잊었어요.”안지영이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안 잊었기 때문에 소원 언니를 부른 거예요. 아빠가 나를 데리고 외국으로 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4화

    주석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은 미열이 나는 것뿐이에요.”소원은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다.일단 미열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주석훈은 소원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말했잖아요.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다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거예요. 소원 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다 내 운명이니까 자책하지 마세요.”주석훈이 이렇게 말할수록 소원은 더욱 미안해져 조용히 한마디 했다.“주 변호사님, 그렇게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제 책임이 크다는 거 알아요. 내가 갑자기 아프지만 않았어도 주 변호사님이 저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없었겠죠. 그러면 그 취객에게 물리지도 않았을 것이고요. 이미 일어난 일, 우리 같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주 변호사님에게 큰 빚을 졌으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반드시 도울게요.”주석훈이 말했다.“내가 어떻게 말해도 소원 씨는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하겠군요. 하하, 그럼 진짜로 문제가 생기면 소원 씨에게 부탁할게요.”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한 주석훈에 그나마 마음이 놓인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꼭이요!”이때 소원의 전화에 낯선 번호가 걸려왔다.문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소원이 물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계속 말하지 않으면 끊을게요.”소원이 장난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상대방이 말했다.“소원 언니...”소원은 깜짝 놀랐다.목소리만으로도 안지영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안지영의 집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강민혜가 말했다. 가족들이 집에만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그리고 안상철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아무래도 그들이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안상철이 눈치를 챈 것이다.소원이 아무리 초조해해도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찾을 수 없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3화

    그러나 그의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육경한은 감정을 억누르며 이 신비한 인물의 다음 액션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황진수가 계속 말했다.“하지만 최근에 그때 당시 한 청소부가 바닥에서 펜을 주웠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청소부는 그 펜이 예뻐서 손자에게 주기 위해 가져갔대요. 청소부를 찾아가 무슨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은 없는지 물었더니 그제야 말하더라고요.”황진수는 청소부에게서 가져온 펜을 꺼내며 말했다.“바로 이겁니다.”육경한이 사인펜을 손에 들고 살펴봤다. 무게도 어느 정도 무거운 것이 가치가 상당할 것 같았다.평소 육경한이 사용하는 사인펜과 비슷했다.평소 글을 잘 쓰지 않는 소종은 뭔가 쓸 일이 생기면 손에 잡히는 펜을 아무것이나 집어서 글을 썼다. 이런 고급스러운 사인펜을 소지할 리가 없었다.이 펜은 소종의 거친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황진수도 같은 생각이었다.“소종 비서는 이런 펜을 사용한 적이 없어요. 조사해 봤는데 이건 이탈리아 왕실 귀족들이 사용하는 사인펜이에요. 한 자루에 수천 달러가 넘죠. 일반 사람들은 펜의 브랜드를 신경 쓰지 않아요. 이 펜의 주인은 아마도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이 펜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아요. 사람 자체가 우아하고 점잖을 거예요. 물론 내면은 그렇지 않겠지만 그런 척하겠죠.”황진수의 분석은 아주 일리가 있었다.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귀족용 펜이라 서울에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야. 이탈리아 쪽 주문 리스트를 받아서 서울에 있는 사람과 연관이 있는 인물이 없는지 확인해 봐.”육경한이 말했다.이 사람은 배후에 계속 숨어 있었기에 그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라고는 이 펜뿐이었다.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적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어 밝은 곳에 있는 그들은 매우 수동적인 상황이 되었다.육경한은 속으로 반드시 이 사람을 빨리 잡아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든 소원이 출산하기 전에 배후에 있는 조종자를 제거해야 했다.“그리고 진아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2화

    오랫동안 약을 먹은 소원이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약이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해줬다.게다가 무녀의 장수 효과도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평생 늙지 않는 그런 신비로움은 없었다.육경한이 말했다.“난 서현재를 믿지 않아. 내가 사람을 시켜 확인해 볼게. 그다음에 결정하자.”서현재를 믿지 않는다는 육경한의 말에 소원도 더 이상 그와 논쟁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이다. 서현재를 믿지 않으니 본인이 믿는 사람을 찾겠다는 것은 이 일을 매우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줬기에 굳이 논쟁할 필요도 없었다.“알았어. 하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끌지는 마.”소원이 한마디 했을 때 소원의 전화가 울렸다.발신자를 보니 주석훈이었다.오기 전에 주석훈에게 병원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던 그녀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자 주석훈이 걱정되어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통화버튼을 눌러 주석훈에게 곧 갈 것이라고 말한 소원이 전화를 끊었을 때 육경한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만 가 봐야겠어.”육경한이 말했다.“주석훈, 너무 가까이하지 마. 그다지 믿을 만한 사람 같지 않아.”육경한이 직감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사실 사람을 시켜 조사도 해봤지만 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다. 이력이 훌륭했고 신상 정보도 매우 완벽했다.하지만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느꼈다.소원에게 접근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주석훈이 예전에 이선 그룹에서 일한 것도 확인해 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소원이 물었다.“왜 그러는데?”소원은 육경한이 무슨 증거를 찾았거나 의심스러울 만 한 단서라도 있는 줄 알았지만 육경한은 단답형으로 한마디 내뱉었다.“직감이 그래.”소원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육경한 씨, 모든 사람을 본인 생각으로만 판단하지 마. 세상에 그렇게 많은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어디 있어.”소원의 말에 육경한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믿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1화

    말투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어젯밤부터 오늘까지 그 일로 육경한은 입맛이 없어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오직 다른 남자에게 사줬던 이 죽을 맛보고 싶었다.육경한이 소심한 것을 알고 있는 소원은 혹시라도 주석훈에게 태클을 걸까 봐 일부러 설명을 덧붙였다.“주석훈의 병문안을 간 것은 주석훈이 나를 돕다가 다쳤기 때문이야. 게다가 꽤 심각해. 나 때문에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이 고통을 받는데 어떻게 가보지 않을 수 있어?”“참 착하기도 하지.”육경한의 약간 비꼬는 듯한 말에 소원이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이 남자, 과연 그녀가 알고 있던 그 육경한이 맞나?너무 이상하게 변한 것이 아닌가?도도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나니 말이다.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하지만 소원은 육경한의 감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착한데.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 착한 것은 아니야. 사람을 가리거든.”너무나 명확한 말에 육경한이 침묵하다가 말했다.“저기 있는 생선 먹고 싶어.”소원은 순간 멈칫했지만 육경한이 환자인 것을 감안해 생선 배 부분의 가시 없는 살을 떼어 죽과 함께 먹여 주었다.생선 배 부분의 살을 소원에게 먼저 먹여 주는 것은 육경한의 옛날 습관이었다.육경한은 생선을 다 먹은 뒤 말했다.“배불러.”소원이 말했다.“좀 더 먹어. 그래야 빨리 회복하지. 그러면 황진수 씨도 배 아픈 척 안 해도 되고.”소원은 황진수가 배 아프다고 했던 것이 연기인 것을 알아차렸다.육경한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는 빈 생선 뼈를 보며 한마디 했다.“소원아, 나 후회해. 전에 너에게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하지 말걸... 많이 후회하고 있어.”소원은 순간 손이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육경한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이가 또 생겨서인지 몰라도 왠지 그녀에게 남다른 감정이 생긴 것 같았다.두 사람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이준혁은 육경한의 행동과 일 처리 방식이 너무 극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0화

    컵을 받아 물을 마신 육경한은 이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컵을 내려놓자 소원이 말했다.“그럼 밥 먹어. 난 갈게.”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원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가려 했다.문 앞까지 왔을 때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육경한이 침대에서 떨어졌다.키가 188cm인 남자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넘어져 있으니 매우 허약해 보였다.소원은 급히 가서 육경한을 부축했다.“일어날 수 있겠어?”소원은 갑자기 허약해진 육경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침대에 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바닥에 떨어지냐 말이다.이내 육경한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파.”이 말을 들은 소원은 순간 육경한이 꾀병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색을 보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관자놀이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상처 난 등이 촉촉한 것을 보니 아마도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았다.황산에 의한 상처는 피가 아니라 고름이 나오기에 소원은 상처가 터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날 육경한이 망설임 없이 뛰어든 것을 생각하니 차마 모른 척할 수는 없었기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힘주지 마. 날 잡아. 조심하고.”소원의 팔에 기댄 육경한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오랜만에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에 육경한은 심장이 졸깃했다. 소원의 몸에서는 여전히 은은한 향기가 났다. 그 냄새는 마치 약처럼 아픔을 잊게 했다.육경한을 다시 침대에 눕힌 소원은 침대 높이를 조절해 그가 더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했다.모든 것을 마친 후 소원이 돌아서자 육경한은 그녀가 또 떠날까 봐 급히 말했다.“소원아, 나 배고파.”순간 소원은 조금 전 넘어진 것이 진짜로 고의는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되었다. 조금 전 넘어지면서 손을 다쳐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간병인은 어디 갔어?”“간병인 없어. 평소에 황진수가 도와줘.”육경한의 말에 소원이 짜증 내며 한마디 했다.“왜 간병인을 안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