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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순간 현장은 적막에 잠겼다.

행패를 부리는 건 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가 한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싶었다.

윤아름이 은퇴한 이상 윤혜인의 말 몇마디로 그녀가 윤아름의 딸이라는 걸 단정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역시나 기자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게요. 일방적인 주장만 듣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그럼 윤 선생님이 만드신 윤씨 자수법을 시켜보는 건 어떨까요? 그 자수법은 따님만 전수받았다고 들었어요.”

“그러게요.”

한편, 여자가 온전히 깽판을 치기 위해 온 것이라는 걸 눈치챈 윤혜인은 매니저 도지훈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인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한 번 보여드리죠.”

곧이어 스태프들이 도구를 챙겨오고 그 위에 천을 펼쳐놓은 다음 옆에 실과 바늘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모두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윤씨 자수법이 유명한 이유는 바늘과 실을 끊지 않고 단 번에 수를 놓는 것 때문이었다.

베이스로 쓰는 실을 정한 뒤 다른 컬러의 실을 사용할 때는 특별한 묘한 기법을 사용해 실을 끊지 않고 수를 사용하는 기묘한 수법인 윤씨 자수법은 한때 윤아름이 자수를 하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그 비법을 알아내지 못했었다.

태연하게 의자에 앉은 윤혜인이 드디어 바늘을 들었다. 가는 손가락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수의 밑그림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정교한 스킬에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스피드가 더해져 보는 이들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자수는 재미없는 취미라는 선입견과 달리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그 누구도 자수에 담긴 비법을 보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30분도 되지 않아 아름다운 새끼 봉황이 천 위에 담겼다. 전체적인 모습부터 표정까지 말 그대로 예술 작품이었다.

특히 그 빛이 담긴 그 눈은 어느 쪽에서 보든 확실한 걸작이었다.

20년만에 다시 보는 윤씨 자수법 작품에 다들 말을 잃은 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윤혜인의 하얗고 가는 손을 바라보는 순간,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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