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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잇따른 클락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남준은 거의 본능적으로 윤혜은을 끌어안아 뒤로 몇 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 차는 그들을 향해 온 것이 아니었다.

차는 그대로 배남준의 검은색 밴을 들이받았다.

“쾅!”

극도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밴은 완전히 일그러졌으나 뒤의 차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범퍼 빼고는 거의 손상을 입은 곳이 없었다.

이도 주훈의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손아귀는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전에 비슷한 일이 있은 뒤로 주훈은 무슨 일이 있던 대표에게 핸들을 쥐여주지 않았다.

주훈이 직접 운전하면 그나마 힘 조절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대표였다면 눈앞의 차는 이미 가루가 됐을지도 모른다……

윤혜은은 머리가 아팠던 찰나에 또 충격을 받아버려 그만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완전히 배남준의 품에 기대었다.

검은색 고급 외제 차의 문이 열렸다.

광택이 나는 구두가 천천히 지면에 닿았다.

남자는 한 손은 슈트 바지 주머니에 걸친 채 걸어왔다.

올블랙의 슈트가 검은 먹과도 같이 엄숙한 분위기를 냈다. 몸짓에서 자연스레 스며 나오는 고귀한 분위기는 감춰지지 않았다.

배남준은 기분이 상했다. 산에서 도를 닦는 승도 성깔이 있다고 하는데, 하물며 얼음 밭의 늑대 굴어서 자라온 그는 어떻겠는가.

“이건 무슨 뜻이죠?”

그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눈웃음을 지었다.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었으나, 그뿐이었다.

이준혁의 검은 눈이 여인을 안고 있는 남자의 팔에 잠시 머물렀다. 차가운 시선으로 입꼬리만 씩 올리며 말했다. “실수로 차를 긁었네요.”

배남준의 눈에는 더 힘이 들어갔다.

왜 말이 통하지 않는 건가.

이번은 차였지만, 다음은 사람을 칠게 아닌가!

두 남자는 말 없이 서로를 노려보기만 했다. 범 두 마리가 대치하듯 기세 흉흉하여, 누구 하나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때, 윤혜은이 벌떡 일어나 얼굴을 굳혔다.

“준혁 씨, 미쳤어요?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순간 헛것이라도 보고 있는 줄 알았다.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여기에 나타난 것인가.

이준혁은 먹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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