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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남자가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을 본 윤혜은은 서늘한 얼굴로 차 문을 열려 했다.

이준혁은 그 모습에 급히 불러세웠다. “혜은아, 아름이……”

윤혜은은 나지막이 말하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아름이 오늘 많이 놀랐겠어. 아름이가 많이 걱정할까 봐 가보고 싶은데.”

이 말에 윤혜은은 담시 멈칫했다.

이준혁은 윤혜은이 아름이에게 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름이 보게 해줘. 매일 너희 앞에 나타나진 않을 거라고 약속할게. 그러니 오늘 밤만 보게 해줘, 제발.”

남자의 낮게 떨리는 목소리는 자존감은 다 내려놓은 채 구질구질하게 빌기만 했다.

문을 열려던 윤혜은의 손이 멈췄다.

“혜은아, 부탁이야. 오늘만 아름이와 만나게 해줘.”

이준혁의 그 잘난 얼굴이 시허옇게 질린 것을 보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약해졌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미 차갑게 얼어붙은 그녀의 마음을 다 녹일 수는 없었다.

자기가 당했던 그 상처들을 생각하면 일분일초가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아름이의 눈물범벅이 된 작은 얼굴을 떠올리면 별수가 없었다……

약간의 고민 끝에 드디어 혜은은 손을 내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준혁은 그녀가 동의 했음을 알아차렸다.

내심 기쁘면서도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다.

아름이가 아니었더라면 일말의 기회라도 없었을 게 분명했다.

서호 별장.

혜은은 문 앞에 도착하고 바로, 홍 아줌마가 아름이를 안고 정원에서 거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가끔 아름이의 등을 토닥여주며 작은 목소리로 달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혜은은 가슴이 아려와 곧장 달려가 이름을 불렀다. “아름아!”

아름이는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엄마……”

어린아이는 얼굴이 발그스레 했다. 아마도 오랫동안 울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긴 속눈썹이 바람에 말라 다 뭉쳐버렸었다. 가여운 것.

혜은은 당장 팔을 뻗어 안아줬다.

“아름아.”

이준혁이 뒤에서 함께 이름을 불렀다.

아름이는 그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 물었다.

“아빠, 안 죽었네……”

이준혁은 홍 아주머니 손에서 아름이를 안아 와,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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