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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4화

그런 짙은 익숙함은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원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겉으로 이렇게 감정을 내비친 건 드물었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니 참새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더라는 말이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 주는데는 딱이었다. 슈트로 갈아입은 이준혁은 까만 지팡이를 짚은 채 연회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석에 서서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

시야에 윤혜인과 배남준이 손을 잡고 웃으며 하객들과 술을 마시는 게 보였다.

윤혜인은 전에 그에게 기댔던 것처럼 배남준에게 기대 있었다.

이준혁은 배남준과 배씨 가문이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배남준이 점점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윤혜인이 가자 이준혁이 시선을 거두려는데 앞에 레드 벨벳 슈트를 입은 원진우가 보였다. 원진우가 윤혜인과 이하진을 보며 넋을 잃은 것이다.

이준혁은 원진우를 잘 몰랐다. 원씨 가문 사람이긴 했지만 남청 원씨 가문과는 관계가 그렇게 두텁지 않았다.

하지만 원지민의 셋째 삼촌이라는 게 떠올라 이준혁의 시선이 원진우에게 멈췄다.

윤혜인은 이하진과 잠깐 얘기를 나눴다. 이하진은 윤혜인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우며 윤혜인에게 쉬라고 말했다.

윤혜인은 컨디션만 좋았다면 이하진을 조금 더 남겼을 것이다.

이하진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선생님 먼저 쉬세요. 여기 며칠 더 있을 생각이에요. 형부가 지낼 곳도 마련해줘서 선생님 좀 나아지면 그때 밖에서 만나는 걸로 해요.”

이하진은 비록 윤혜인을 아직 선생님이라고 불렀지만 배남준은 형부라고 불렀다.

배남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부담 없이 지내요.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하고.”

“다행이다. 좀 좋아지면 바로 연락할게.”

윤혜인이 말했다.

이하진이 가고 방에 두 사람만 남자 윤혜인도 더는 덤덤한 척하지 않았다. 손이 조금 차가워진 것 같았다.

“혜인아, 아까는 무슨 일이야?”

배남준이 걱정스레 물었다.

“그게...”

윤혜인은 손을 파르르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배남준이 담요 하나를 가져다 윤혜인에게 덮어주며 부드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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