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54화

작가: 이한나
그런 짙은 익숙함은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원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겉으로 이렇게 감정을 내비친 건 드물었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니 참새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더라는 말이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 주는데는 딱이었다. 슈트로 갈아입은 이준혁은 까만 지팡이를 짚은 채 연회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석에 서서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

시야에 윤혜인과 배남준이 손을 잡고 웃으며 하객들과 술을 마시는 게 보였다.

윤혜인은 전에 그에게 기댔던 것처럼 배남준에게 기대 있었다.

이준혁은 배남준과 배씨 가문이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배남준이 점점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윤혜인이 가자 이준혁이 시선을 거두려는데 앞에 레드 벨벳 슈트를 입은 원진우가 보였다. 원진우가 윤혜인과 이하진을 보며 넋을 잃은 것이다.

이준혁은 원진우를 잘 몰랐다. 원씨 가문 사람이긴 했지만 남청 원씨 가문과는 관계가 그렇게 두텁지 않았다.

하지만 원지민의 셋째 삼촌이라는 게 떠올라 이준혁의 시선이 원진우에게 멈췄다.

윤혜인은 이하진과 잠깐 얘기를 나눴다. 이하진은 윤혜인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우며 윤혜인에게 쉬라고 말했다.

윤혜인은 컨디션만 좋았다면 이하진을 조금 더 남겼을 것이다.

이하진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선생님 먼저 쉬세요. 여기 며칠 더 있을 생각이에요. 형부가 지낼 곳도 마련해줘서 선생님 좀 나아지면 그때 밖에서 만나는 걸로 해요.”

이하진은 비록 윤혜인을 아직 선생님이라고 불렀지만 배남준은 형부라고 불렀다.

배남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부담 없이 지내요.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하고.”

“다행이다. 좀 좋아지면 바로 연락할게.”

윤혜인이 말했다.

이하진이 가고 방에 두 사람만 남자 윤혜인도 더는 덤덤한 척하지 않았다. 손이 조금 차가워진 것 같았다.

“혜인아, 아까는 무슨 일이야?”

배남준이 걱정스레 물었다.

“그게...”

윤혜인은 손을 파르르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배남준이 담요 하나를 가져다 윤혜인에게 덮어주며 부드럽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5화

    곽경천은 윤혜인이 잘 쉬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윤혜인의 손을 꼭 잡아주며 위로했다.“너의 임무는 뱃속의 아이를 잘 보살피는 거야.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면 돼.”“답례품은 다 나눠줬나요?”윤혜인이 물었다.“다 나눠줬어. 혜인아, 걱정하지 마. 곧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거야.”여은이 윤혜인을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곽경천은 윤혜인의 말이 신경 쓰여 현장 CCTV를 찾아오라고 시켰다. 각도 문제로 남자의 표정이 잘 찍히지는 않았지만 원진우가 떠나가는 윤혜인을 유심히 지켜보는 건 찍혀 있었다.곽경천은 생각에 잠겼다.원진우는 이제 더는 원씨 가문과 연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원지민의 셋째 삼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원지민 편일 수밖에 없다.원지민이 죽은 사건은 이미 종결되었고 법의관이 내린 감정 결과를 보면 원지민의 치명상은 에단 차얼스에게 입을 베이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가 기도로 역류해 들어가 사망한 것으로 나왔다.하지만 원지민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검사 측은 원지민의 거처에서 원지민이 여러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를 일부 찾아냈지만 원지민이 죽는 바람에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하지만 저지른 일은 그대로 넘어갈 수 없으니 무조건 사건 기록에 남아 있을 것이다.검사 기록에 검사 측은 윤혜인과 이준혁의 신분을 기밀 처리하는 것으로 두 사람을 보호해 줬다.중요한 사건 자료를 입수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에단 차얼스를 죽인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걸 절대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그러니 원진우도 원지민이 죽을 때 윤혜인이 현장에 있었다는 걸 모를 것이다. 하지만 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에 원진우도 중점 마킹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호텔.이준혁은 컴퓨터 앞에 앉아 갓 받은 원진우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원진우는 경계심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외부로 유출된 정보가 별로 없었다.자료에는 그가 계속 외국에서 장사를 했다고 나와 있었다. 인맥이 넓어 귀족과 황실에도 손이 닿아 있었다.이런 관계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6장

    원진우가 사업을 이렇게 크게 키우고 두 대가문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절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 그의 비범함은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있다는 데 있다.이준혁은 한참 동안 문서를 뒤적이다가 마침내 한 가지 사항에 주목했다.그것은 원진우가 여러 나라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사실 부유한 사람들은 여러 나라에 부동산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의아한 점은 그가 소유한 부동산들이 모두 인적이 드문 외딴 지역에 있다는 것이었다.주변 백 리 안에 집 한 채조차 없는 곳에 대저택을 세워두고 마치 성처럼 개조해놓은 것이다.사업가의 눈으로 보자면 이 지역의 부동산은 투자 가치가 전혀 없었다.위치가 너무 외진 데다가 보통 부자들이 선호하는 경치 좋은 동쪽 교외나 산기슭의 부동산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기 때문이다.이런 곳의 부동산은 절반의 투자금도 회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이 없었다.그러나 원진우는 떠난 뒤에도 그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집사와 최정예 경호원을 고용해 빈집을 지키게 하고 있었다.이준혁은 화면을 응시하며 미간을 찌푸렸다.‘도대체 어떤 빈집이 이런 가치가 있는 걸까?’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이 집들에 대해 조사해봐.”...교외, 원씨 가문.진우희가 대저택의 문을 두드렸다.오늘은 원래 진료일이 아니었지만 윤아름이 갑자기 두통을 호소했고 원진우도 자리에 없었기에 집사는 부랴부랴 진우희에게 연락을 취했다.원진우가 왜 계속 전화를 받지 않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집사는 윤아름의 상태를 무시할 수 없었고 결국 진우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진우희는 예전처럼 집사의 안내를 받아 지하실로 향했다.지하실은 위층과 달리 홍채 인식과 비밀번호 입력이라는 이중 보안 장치를 통해서만 열 수 있는 비밀 문으로 차단되어 있었다.그때, 저택의 전화가 울렸다.집사는 원진우가 건 전화일지 모른다며 진우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전화를 받으러 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7화

    윤아름은 침대에 누워 기운이 없어 보였고 그 모습이 매우 고통스러운 듯 보였다.진우희는 손에 들고 있던 의료 가방을 내려놓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윤아름의 긴장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시작했다.“우희 씨, 요즘 밖에 새로운 소식 있나요?”윤아름은 매번 외부 소식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고 진우희가 올 때마다 외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진우희는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뒤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사모님, 요즘 배씨 가문에서 새 며느리를 들였대요. 한국 분이라던데 서울에서 온 아가씨라고 해요. 사람들이 엄청 예쁘다고들 하더라고요.”진우희는 윤아름도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나이가 마흔을 넘었음에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고 피부는 여전히 희고 고와서 소녀 같은 느낌을 줬으니 말이다.외국인들이 빨리 늙는다는 말이 그녀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밖에 나가면 사람들은 그녀의 나이를 많아야 서른 초반으로 볼 정도였다.“사모님, 혹시 서울에서 온 아가씨들이 다 이렇게 예쁜 건가요? 사모님도 정말 아름다우세요...” 그러자 기운 없던 윤아름이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한 손으로 진우희의 팔을 붙잡으며 격하게 물었다.“이름이 뭐라고 했죠?”진우희는 순간 당황했지만 윤아름은 자신의 행동을 잊은 듯 다시 한번 재촉했다.“우희 씨, 그 새 며느리 말이에요. 이름이 뭐예요? 아세요?”곧 진우희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윤아름이 아직 포기하지 않고 더 물어보려던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그녀는 다시 기운 없이 누워 있는 척했다.들어온 사람은 급하게 돌아온 원진우였다.그는 윤아름에게 진료 중인 진우희를 보고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조용히 지켜봤다.그러나 진우희는 긴장으로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누구든 원진우 앞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윤아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8화

    배씨 가문의 사람이 선물로 작은 답례품을 보냈다.집사는 이걸 배씨 가문이 원진우가 가주라는 점에서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직접 기념품을 보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별다른 의심 없이 그걸 거실에 두었다.하지만 지금 원진우의 표정을 보니 이 일이 그렇게 단순한 것 같지 않았다.“가주님,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집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원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배씨 가문이 기념품을 그의 집에 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우리 집은 배씨 가문과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 답례품 하나 보내려고 도시 반을 넘어왔다고?’자세히 보니 답례품 위에 얇은 비단에 글자가 적혀 있었다.[양천지일, 연작당귀.]원진우는 한참을 바라봤지만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그러나 그는 의심이 많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나 물건은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가져가서 깨끗이 태워.”원진우가 명령했다.남의 결혼식 답례품을 태운다는 건 불길한 일이지만 가주의 명령이니 집사는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네, 가주님. 바로 태우겠습니다.”집사는 무거운 답례품을 옮기면서 속으로는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원진우가 그를 불러 세웠다.“가서 배씨 가문의 답례품이 모든 집에 다 전달된 건지 아니면 나한테만 보낸 건지 알아봐.”집사는 즉시 대답하며 물러났다.“알겠습니다, 가주님.”그때 진우희가 나왔고 원진우는 물었다.“사모님은 어떻게 되었나?”진우희는 답했다.“사모님께서는 운동이 부족해서 답답함을 느끼신 것 같아요. 운동을 많이 하시면 기분도 좋아지실 거예요. 며칠 뒤에 다시 와서 침을 놓겠습니다.”원진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진우희는 공손히 인사한 후 자리를 떠났다.대문 쪽으로 가던 진우희는 집안 차에 오르기 직전, 붉은 비단 한 조각이 발밑으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자세히 보니 그건 조금 전 테이블 위에 놓였던 답례품 포장 비단이었다.멀리서 희미하게 연기 냄새가 나는 듯했다.이윽고 고개를 든 진우희는 집사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9화

    그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본 후에 다시 생각해보려고 했다.지하 침실 안으로 들어간 원진우는 창밖의 조각처럼 다듬어진 정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윤아름을 발견했다.그가 방에 들어왔는데도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원진우는 천천히 윤아름의 뒤로 다가가 다이아몬드가 박힌 보석 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그 목걸이는 빛 아래에서 찬란하게 반짝였는데 억 단위의 가치를 자랑하는 상등품이었다.곧 원진우는 윤아름의 귓가에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름아, 마음에 들어?”윤아름은 차가운 촉감을 느꼈지만 목걸이를 한번 쳐다볼 생각도 없었다.원진우의 아첨에 답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그녀가 깨어난 이후, 원진우는 매일 새로운 방법으로 그녀의 마음을 달래려고 했다.오늘은 화려한 보석, 내일은 푸른 바다에서 온 진주, 선물은 날이 갈수록 더 귀해졌지만 윤아름은 선물을 받고도 다시는 착용하지 않았다.이런 모습에 원진우는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더 다양한 디자인의 선물을 준비했다.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진 물건이라도 윤아름은 시큰둥하게 반응할 뿐이었다.점점 인내심이 바닥나던 원진우는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의사 말로는 운동 부족이라고 하던데 나랑 같이 정원에 산책이라도 갈까?”그가 손을 내밀었지만 윤아름은 그 손을 단호히 쳐냈다.그러자 원진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그는 차갑게 표정을 바꾸며 그녀의 턱을 잡고는 가르치려는 듯 쳐다보았다.그러나 윤아름의 눈을 마주하자 그녀의 맑고 빛나는 눈동자가 목에 걸린 파란 보석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게 보였다.그 모습에 원진우는 차마 그녀를 나무랄 수 없었고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름아, 너만이 나를 이렇게 여러 번 대할 수 있는 사람이야...”그가 힘을 살짝 풀고 입을 맞추려 했지만 윤아름은 몸을 피했다.그리고 원진우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윤아름의 눈가가 붉어졌다.“진우 씨, 나는 진우 씨가 키우는 새가 아니야. 나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60화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곧바로 입술이 닿았다.“으...”윤아름의 눈빛은 성숙함이 더해져 더욱 짙어졌다.진한 키스가 끝나자 원진우는 거의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지친 윤아름을 잠시 놓아주었다.“아름아...”원진우는 다정한 목소리로 부르며 고개를 숙여 애정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기억해. 이 세상에서 너를 속이지 않는 사람은 나뿐이야.”윤아름은 겨우 숨을 고르고 말하려 했지만 원진우는 다시 그녀의 입을 막고 다음 행동을 이어갔다....결혼식이 끝난 후, 윤혜인은 곽경천의 당부에 따라 배남준의 거처에서 조용히 지내며 어디도 가지 않았다.북안도에는 여러 세력이 섞여 있어 배씨 가문의 저택 안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다행히 고요한 라이프를 좋아하는 배남준의 거처는 저택 안에서도 북쪽 가장 외진 곳에 있었다.이로 인해 배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과의 어색한 마주침도 피할 수 있었다. 배영석도 새 신부를 누구도 방해하지 말고 편히 지내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곽경천 역시 자연스럽게 북안도에 남아 윤아름의 행방을 비밀스럽게 조사하고 있었다.하지만 답례품을 보낸 지 거의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 답례품 안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금으로 만든 물건들과 값비싼 축하 선물들로 구성된 게 다였다.기념품의 비밀은 외부에 싸인 평범해 보이는 비단에 있었다. 그 비단의 글자와 자수는 윤아름에게 은밀히 암시하고 있었다.윤혜인이 북안도에 왔다는 것을 말이다.사실 그 답례품을 탐색을 위한 의도였으며 자수 안에는 오직 윤아름과 윤혜인만이 알 수 있는 암호가 숨겨져 있었다.한가로운 일주일이 지나고 맑은 날씨 속에 윤혜인은 점심을 먹은 후 산책을 하러 나갈 준비를 했다.그녀의 배는 이미 6개월이 넘었기 때문에 장시간 방에만 머무는 것도 좋지 않았다.의사도 운동을 권장했다.하지만 배씨 가문에 많은 감시가 있어 윤혜인은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까 봐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그녀와 배남준이 머무는 곳은 독립된 건물이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61화

    배남준은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인물일 것이라고 짐작했다.그는 윤혜인을 힐끗 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도로 양쪽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배남준은 말을 꺼내지 않았다.차에서 내릴 때, 배남준은 윤혜인의 차 문을 열어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그의 행동은 다소 친밀하게 느껴졌고 마치 진짜 부부처럼 보였다.잠시 멍해진 윤혜인이 과연 손을 내밀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와중 배남준이 말했다.“바닥에 자갈이 있어서 내가 잡아주면 더 안전해.”윤혜인은 순간 부끄러웠다.배남준은 늘 세심한 사람인데 자신은 이렇게 사소한 일로 고민하고 있었다니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곧 윤혜인은 손을 내밀었고 배남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차에서 내린 후에도 손을 놓지 않고 자갈길을 다 지나서야 배남준은 비로소 윤혜인의 손을 놓고 나란히 걸었다.북안도는 인구가 적어 과도한 개발이 없었고 공원에는 귀여운 야생 동물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두 사람이 걸어가자 작은 동물들이 그들 주위로 다가왔다.여기 공원은 야생 동물에게 지정된 먹이를 줄 수 있게 규정이 되어 있었는지라 배남준은 빵과 견과류를 챙겨왔다.배남준은 살짝 쪼그려 앉아 견과류를 땅에 놓았다.곧 한 마리의 다람쥐가 깡충깡충 뛰어오더니 견과류를 집어 들고 몇 발짝 뒤로 물러난 후 먹기 시작했다.다람쥐가 먹는 모습은 힐링 그 자체였다. 윤혜인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윤혜인이 다람쥐를 바라보는 동안 배남준은 그런 윤혜인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윤혜인은 처음 보면 단순히 예쁘고 순수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그녀는 착하고 이기적이지 않으며 어른들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게다가 상대가 부당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든 똑같이 대한다.하지만 나쁜 사람에게는 절대 억눌리지 않았다. 귀여울 때는 귀엽고 강할 때는 강한 윤혜인은 사람을 점점 더 매료시키는 사람이었다.윤혜인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62화

    배남준은 미소를 머금고 설명했다.“그날 상점에서 딱 보게 됐어. 여기 날씨가 춥다 보니 너한테 꼭 필요할 것 같아서 샀어.”윤혜인은 손에 낀 장갑을 보았다.핑크색 양모로 만든 여성용 장갑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따뜻해 보였다.배남준의 세심함에 그녀는 갑자기 약간의 부담을 느꼈다.하지만 결국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아마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한 걸 거야. 남준 오빠도 우리 오빠도 늘 나한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었잖아.’“고마워요, 남준 오빠.”윤혜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는 고맙다는 말 필요 없어.”배남준의 눈빛은 따뜻했고 그녀를 바라볼 때 그의 눈동자에는 기쁨이 가득했다.그 순간, 검은색 SUV 한 대가 공원을 떠나며 큰 소리로 시동을 걸었다.그 소리에 윤혜인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차 옆에는 방탄 필름이 붙어 있어 안은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불길한 느낌이었다.“혜인아?”배남준이 두 번 부르고 나서야 윤혜인은 정신을 차렸다.네? 뭐라고요?”그러자 배남준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뭘 그렇게 생각해? 너무 몰입했잖아.”“아, 별거 아니에요.”날씨가 점점 차가워지자 윤혜인은 팔을 문지르며 말했다.“남준 오빠, 우리 이제 돌아가요.”윤혜인에게 배남준은 곽경천과 다를 바 없었다.곽경천에게 대하듯 배남준에게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무심코 ‘우리’라는 표현이 나왔지만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배남준은 그 말을 듣고 얕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집으로 가자.”...검은 SUV 안에서 이준혁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앞에서 운전하던 기사는 이 차가운 기운을 감지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지금 어디로 모실까요?”“호텔로 갑시다.”이준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음 속에서 꺼낸 것처럼 차가웠다.기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드디어 오늘 이 냉랭한 분위기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51화

    “유진아, 네가 한 일들이 정말 많고 대단했어. 알아?”소원이 유진이를 다독였다.하지만 아들과 이렇게 가까이 이야기해본 적이 많지 않은 소원은 혹여나 말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말이 유진이에게 너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됐다.다행히 유진이는 매우 똑똑했는지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엄마, 저 알아요. 제가 틀린 건 없었고 앞으로도 나쁜 사람들 혼내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소원은 아들의 영리함이 대견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음에는 더 조심하자.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안전을 지키는 거야. 나쁜 사람들을 잡는 일은 어른들에게 맡기자, 알겠지?”“네, 알겠어요, 엄마.”유진이는 말을 이었다.“엄마, 다음에 외할머니 뵈러 갈 때는 우리 같이 가요.”소원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너 외할머니 뵈러 갔었니?”유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빠...”그러나 두 글자를 말한 후, 유진이는 소원이 기분 나빠할까 봐 얼른 말을 고쳤다.“그... 아저씨가 데려갔어요. 그 아저씨가 여기가 엄마의 엄마, 제 외할머니라고 알려줬어요.”소원의 마음은 복잡했다.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겠는 기분이 밀려왔다.육경한이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갔다니 뜻밖이었다.소원이 전미영을 찾아갔을 때마다 그와 마주친 적이 없었던 걸 보면 일부러 시간을 피해서 간 모양이었다.‘참 계산적이네.’유진이가 말했다.“외할머니는 말을 못 하시지만 저한테 웃어주셨어요. 제가 외할머니한테 말도 많이 걸었는데 계속 웃으면서 들어주셨거든요.”소원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응. 우리 유진이 정말 기특하다. 외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렸구나. 다음에는 같이 가자.”잠시 후, 유진이가 갑자기 물었다.“엄마, 저 언제 삼촌 볼 수 있어요? 저 삼촌이 너무 보고 싶어요.”서현재는 유진이의 어린 시절 대부분을 함께하며 큰 위안과 즐거움을 준 사람이었다.유진이는 아직 어리지만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은 잊지 않았다. 오랫동안 못 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50화

    시선을 축 늘어트린 육경한의 눈동자에 소원의 목에 올라온 닭살이 보였다. 입고 온 옷이 얇았는데 병원에서 에어컨을 너무 세게 튼 것이다.소원은 아주머니가 너무 걱정되어 육경한이 옷을 벗어줘도 딱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육경한이 옷을 벗어줬다는 것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육경한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전문가 회진은 3시간이나 지속되었고 토론으로 얻은 방안은 투석, 즉 피를 바꾸는 것이었다. 치료 과정이 꽤 오래 걸릴뿐더러 아주머니가 언제 깨어날지도 미지수였고 치료한다 해도 아주머니의 몸은 예전처럼 돌아가기 어려웠다.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생활 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소원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순간 방민아에 대한 원망도 극에 달했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방민아만 생각하면 정말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소원이 고개를 들어 육경한에게 말했다.“난 아주머니 이렇게 만든 사람 절대 용서 못 해.”육경한은 소원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난 절대 끼어들지 않을게.”“약속 못 지킬까 봐 그러지.”적어도 지금은 육경한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소원은 말을 가려서 했다. 유진을 지키려면, 서현재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내려면 일단 몸을 사려야 했다. 서진태는 소원이 봤던 사람 중에 제일 악독한 사람이었기에 서현재도 잘 지낼 리가 없었다.지금 상황을 해결하려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육경한밖에 없었다.육경한이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더니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유진이 내 아들이기도 해.”소원이 대꾸했다.“알면 됐어.”육경한이 이렇게 말하니 소원도 일단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육경한만 끼어들지 않는다면 방민아의 상황은 절대 좋아질 수 없었다.간호조무사가 일단 두 사람에게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일단 여독을 말끔히 배출하고 투석을 시작해야 했기에 두 사람이 여기 남아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9화

    사실 그게 더 무서웠다. 육경한이 소원을 위해 한걸음 크게 물러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사람은 영원히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방민아는 오장육부가 뒤틀릴 정도로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하기 전에 절대 소원과 유진을 건드리지 않고 몸을 사렸을 텐데 말이다. 그랬다면 지금 행복하게 육경한과 결혼하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방민아는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지금 당장 이혼해요. 이혼만 해준다면 돈은 원하는 만큼 두둑이 챙겨주고 아이랑 떠날 수 있게 해줄게요. 어때요?”소원이 콧방귀를 뀌었다.“방민아 씨, 진심이에요? 설마...”소원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원하는 걸 얻고 나서 우리가 다시 눈엣가시라고 생각해 우리를 다시 찾아내거나 함정을 팔 수도 있잖아요.”방민아는 그녀의 생각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는 소원이 너무 싫었다. 소원과 유진은 정말 방민아가 잊으려 해도 자꾸만 거슬리는 눈엣가와도 같아 빼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그 두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한 육경한의 마음을 영원히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기에 방민아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절대 그럴 일 없어요. 약속한 거니까 변하지 않아요.”소원이 웃으며 말했다.“방민아 씨,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한 승낙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어요. 내가 방민아 씨를 믿을 일은 더더욱 없고요. 나는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 최선을 다해 지킬 거예요. 돈도 많고 신분도 있는 방민아 씨가 이번에도 무사히 나올지 모르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것만 기억해요.”“아악. 내가 당신 죽여버릴 거야.”방민아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미친 사람처럼 소원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려 했다.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젊은 경찰이 방민아를 제압하더니 날카롭게 경고했다.“방민아 씨, 난동 그만 부리고 업무에 협조해 주세요. 첫 번째 경고에요.”무슨 일이 있으면 방씨 가문에서 대신 해결해 줬기에 방민아는 이런 상황에 놓인 적이 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8화

    소원은 출동한 경찰이 나이가 젊고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어 남자인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얇은 걸 봐서는 여자였다. 그래도 방민아의 기세에 전혀 밀리지 않고 또박또박 말했다.“경찰 번호는 3210921, 아가씨,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찰서로 연행하고 있으니 협조 바랍니다.”방민아가 코웃음 쳤다.“적법하면 체포영장 내놔요. 신고한다고 다 잡아가지 말고.”“그건 조사에 협조하면 다 밝혀질 일이에요.”그러더니 손을 내밀어 방민아의 손을 뜯어내려는데 손이 닿기도 전에 방민아가 막무가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건드리지 마요. 집행하는 척하면서 성추행하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젊은 경찰은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출동하면서 막무가내로 체포에 불응하는 사람을 많이 보기도 했고 경찰이 서비스 업종도 아니었기에 범죄자의 체면을 봐주거나 범죄자가 하자는 대로 해줄 리가 없었다.젊은 경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기요, 아줌마, 자중하세요. 이 장면은 보디캠으로 전부 기록하고 있어요. 게다가 전 여자고요. 제 옷을 잡고 놓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방민아 씨입니다. 전 그저 제 옷을 잡은 손을 떼어내려 했을 뿐이고요.”아줌마라는 호칭에 방민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서울에서 내놓으라 하는 가문의 여식으로 살아온 방민아를 보는 사람마다 아가씨로 존칭했는데 이 경찰은 난동 좀 부린 거 가지고 바로 아줌마라고 불렀다. 아줌마는 방민아 같은 나이에 쓰일만한 호칭이 아니라 40에서 50대는 되는 여자들을 부르는 말인데 말이다.“아줌마라니. 예의라는 게 없어요? 죽고 싶어요?”방민아가 발악하자 젊은 경찰은 구겨진 제복을 툭툭 털며 말했다.“내 말 틀렸나요? 방민아 씨 말대로라며 나도 아줌마한테 성추행당했다고 할 수 있잖아요.”약이 잔뜩 올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방민아를 보며 소원은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방민아 씨, 경찰이 무슨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방씨 가문 도우미인 줄 알아요?”방민아는 이런 상황을 만든 소원을 보며 걷잡을 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7화

    육경한이 가자 유진은 소원을 데리고 시터가 남긴 약 찌꺼기를 찾으러 갔지만 주방은 말끔히 청소한 상태였고 시터가 쓰던 방에서도 흔적을 찾지 못했다.소원은 시터에게 직접 물어볼 생각에 보디가드를 찾아가서야 시터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몇 마디 묻지도 못했는데 쓰러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다 마침 경찰서에서 사람이 나온 걸 보고 방민아와 같이 경찰에게 넘겼다고 말했다.‘정녕 그 약이 뭔지 알아낼 방법이 없는 걸까?’그때 유진이 말했다.“엄마, 약 봉투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 봉투로 무슨 약인지 알 수도 있지 않을까요?”소원은 너무 기쁜 나머지 유진을 안고 뽀뽀했다.“유진이 정말 너무 대단한데? 큰 도움이 됐어.”유진이 고개를 숙이며 수줍어했다. 유진은 차갑던 예전과 달리 많이 밝아진 것 같은 소원이 너무 좋아 손을 꼭 잡은 채 용기 내어 물었다.“엄마, 혹시 유진이가 미운 건 아니죠? 유진이가 나쁜 이모 말 들은 건 나쁜 이모의 약점을 잡기 위해서예요.”소원이 유진의 볼을 어루만지며 웃었다.“그런 생각할 필요 없어. 똑똑한 유진이가 알아서 자기를 지켜냈으니 엄마는 너무 뿌듯한걸?”소원이 자기를 미워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 말을 듣고 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소원은 유진의 호루라기에서 뺀 메모리칩을 핸드폰에 꽂아 넣었다. 용량이 생각보다 컸고 유진도 많은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는 시간까지 표기되어 있었는데 이것으로 아주머니가 시터의 박해를 받았다는 건 충분히 입증할 수 있지만 방민아가 이 일에 가담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영상이 아니라 사진이었기에 오디오가 없어 방민아가 시터와 서 있는 것만으로 이 일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다고 우길 수는 없었다. 제일 안전한 방법은 시터가 직접 방민아가 사주한 일이라고 인정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으로써는 시터의 마음을 돌리기 매우 어려워 보였다.일단 급선무가 아주머니를 구하는 것이었기에 일단 다른 건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뒤로 넘기던 소원은 원하는 사진을 발견하고 핸드폰으로 육경한에게 보내줬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6화

    “난 그런 적 없어요... 경한 씨, 제발 믿어줘요. 나 아니에요.”방민아는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 방민아가 유진을 해친 게 된다면 더는 육경한과 이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방민아는 육경한이 유진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진을 위해 정관 수술까지 하겠다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은 절대 따라올 수가 없었다.“그런 적 있는지 없는지는 경찰 조사에 맡기죠.”육경한이 이렇게 말하더니 안으로 들어가려 걸음을 멈추고는 한마디 보충했다.“그리고 최근에 방씨 가문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민아 씨 아버지가 80%의 수익을 가져갔어요. 그때 도와준 은혜를 수천조로 갚았는데 그걸로 부족해요?”방민아가 계속 따라붙으려는데 보디가드가 막아섰다. 그뿐만이 아니라 경찰이 오기전까지 도망가지 못하게 막기까지 했다.온몸에 힘이 풀린 방민아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 빌어먹을 년이 어쩌다 경한 씨의 와이프가 된 거지? 그 자리는 내 자리여야 하는데.’방민아는 새로 한 매니큐어가 부러질 정도로 바닥을 박박 긁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머릿속엔 온통 어떻게 다시 육경한의 와이프 자리를 꿰찰지, 어떻게 빌어먹을 소원과 짐승만도 못한 유진에게 복수할지로 가득 차 있었다....유진이 이끄는 대로 걸어간 유진은 이내 아주머니를 가둬놓은 방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주머니는 누렇게 뜬 얼굴로 침대에 누운 채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소원이 눈물을 뚝뚝 떨구며 침대맡으로 다가가 통곡했다.“아주머니...”유진이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더니 아주머니의 손을 잡고 연신 불러댔다.“할머니... 할머니... 일어나봐요...”“아직 숨은 쉬고 있어.”뒤에 나타난 육경한이 이렇게 귀띔했다.소원이 고개를 들어 손을 아주머니의 코밑에 갖다 댔다. 호흡이 약하긴 했지만 확실히 숨은 쉬고 있었다. 흥분한 소원이 유진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유진아, 엄마 구급차 불렀어. 아주머니 선한 사람이니까 하느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5화

    방민아가 육경한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말했다.“경한 씨,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소원 씨 안 건드릴게요. 다 질투해서 그런 거라고 이해해 주면 안 돼요? 소원 씨가 경한 씨 마음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자꾸만 경한 씨를 뒤흔드는 게 질투 나서 그랬어요. 이제 잘못한 거 알았고 앞으로 소원 씨 존재도 묵인할 테니까 제발 나 버리지 마요...”방민아의 말에 소원은 넋을 잃고 말았다. 육경한만 동의하면 일부다처제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처럼 들렸다.다만 방민아는 원할지 몰라도 소원은 싫었다. 생각만 해도 너무 역겨운 상황이었다. 조선시대가 망한 지 언젠데 있는 집 딸인 방민아가 남자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구시대의 여인상을 보이는 게 너무 우스웠다. 게다가 소원은 한평생 육경한 곁에 남아 있을 생각이 없었다.육경한이 언짢은 표정으로 다리를 들자 방민아는 어쩔 수 없이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을 짚을 수밖에 없었다.“나 와이프 있는 남자예요. 방민아 씨, 앞으로 말 가려서 해요.”육경한의 눈매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지만 ‘와이프’라는 말을 내뱉는 육경한의 말투에서 방민아는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온도를 느꼈다. 방민아와 함께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갑자기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방민아와 함께 있을 때는 늘 차분하고 덤덤하고 감정 기복이 없었는데 말이다.살아났다는 말이 제일 맞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낸 것처럼 피가 있고 살이 있는 육경한으로 다시 태어났다.그런 육경한을 보며 방민아는 너무 불안했다. 전에는 본 적 없는 아예 다른 모습이었다.소원은 방민아가 사랑과 전쟁을 패러디하는 걸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 그저 육경한이 살인미수범인 방민아를 감싸면 어쩌나 걱정할 뿐이었다.하지만 육경한의 생각 따윈 상관없었다. 아까 절대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소원은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안녕하세요. 경원 별장인데 신고 좀 하려고요. 누군가 제 아들을 해치려고 했어요. 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4화

    “내가 곧 경한 씨랑 결혼할 것 같으니까 뺏어가려는 거죠. 어림도 없어요.”방민아의 머릿속엔 온통 소원이 육경한을 뺏어가는 장면으로 가득해 이성을 잃었다.“내 남편 뺏어갈 생각하지 마요. 소원 씨는 그저 뻔뻔한 세컨드일 뿐이에요.”“하하하...”소원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방민아 씨, 남편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르지 않나요? 결혼 등기는 했어요? 왜 아는 사람이 없죠?”방민아는 이미 마음속으로 자기가 미우 그룹 안주인이라고 생각해 차분하게 말했다.“곧 등기하러 갈 거예요. 경한 씨가 다음 주에...”“다음 주에도 등기는 못 할 거예요.”소원이 단칼에 잘라버렸다.“왜요? 소원 씨가 못한다면 못하는 거예요? 봐요. 내 남자 뺏어가려는 거 맞잖아요. 하하. 내가 잘 캐치한 거 맞죠?”이성을 잃은 방민아는 꼴이 우스워도 너무 우스웠다.“내가 오늘 등기했거든요.”소원이 바로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은 마치 번개처럼 방민아에게 떨어졌고 방민아는 환청이라도 들리는 줄 알았다. 올해 들었던 중에 가장 우스운 말이라고 생각했다.‘소원이 왜 경한 씨랑 결혼 등기를... 에이, 잘못 들은 거겠지.’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방민아는 심장이 떨려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방민아의 얼굴이 잿빛이 되어가자 소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고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온몸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방민아가 갚아야 할 빚은 아직도 많았다.소원이 말을 이어갔다.“그러니 방민기 씨 애인하라고 한 제안은 못 받아들이겠네요. 남편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방민아는 마치 얼음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럴 리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어...’“거짓말하지 마요.”방민아가 이성을 잃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육경한의 팔을 부여잡고 캐물었다.“경한 씨, 진짜가 아니라고 해줘요. 소원 씨가 나 속이는 거라고 좀 말해줘요...”육경한의 침묵에 방민아의 마음도 점점 싸늘해졌다. 진실은 눈앞에 보이는 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43화

    소원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방민아는 분명 소원의 아이를 죽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원을 때릴 때 보인 표정은 정말 소원을 죽이고 싶은 표정이었다.육경한은 여자가 이렇게 자주 변하는 동물인지 몰랐다. 방민아도 예전엔 이런 여자가 아니었다.소원은 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방민아 편을 든다고 생각해 바로 입을 열었다.“방민아 씨, 그 말은 경찰서 가서 얘기해요. 난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까.”방민아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너 따위가 뭔데 감히 이딴 식으로 말해? 그냥 못 넘어가? 못 넘어가면 어쩔 건데.’방민아는 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마음이 약해진 거라고 생각해 얼른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하소연했다.“소원 씨, 우리 원수라도 졌어요? 내가 곧 경한 씨랑 결혼할 것 같으니까 아니꼬운가 본데 나 소원 씨 아이 최선을 다해 보살폈어요. 나를 모함한 것도 뭐라 안 했는데...”방민아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소원 씨는 엄마라 그러겠지만 나도 누군가의 딸이에요. 내가 괴롭힘당하는 거 알면 우리 아빠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방민아는 방민수까지 끌어들였다. 방민수가 나온 이상 육경한도 방씨 가문의 은혜를 저버리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애초에 육경한이 사면초가의 처지에 빠졌을 때 방씨 가문이 없었다면 미우 그룹도 서울에서 자리를 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제일 어려울 때 손길을 건넨 사람을 저버릴 순 없는 일이었기에 이 점만으로도 육경한은 방민아를 너무 심하게 대하진 않을 것이다.소원이 입을 열었다.“방민아 씨, 우리 원수 진 거 없어요. 오히려 너무 열정적으로 대해줬죠.”방민아는 소원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몰라 멈칫하는데 소원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까도 오빠 방민기 씨의 애인이 되라고 열정적으로 소개해 줬잖아요.”“그... 그게 무슨 헛소리에요.”방민아는 켕기는 게 있는 사람처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왜 헛소리에요?”소원이 말했다.“방민기 씨 애인으로 반년만 있으면 3개월 후에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