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51화

작가: 이한나
오는 길에 도우미를 마주치자 여은은 외투를 벗어 윤혜인의 얼굴에 덮어줬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보고 이상한 소문이라도 낼까 봐 걱정되었다.

하지만 여은도 이렇게 하는 게 눈 가리고 야옹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얀 드레스는 가릴 수가 없었기에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오늘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망가진 드레스와 조금의 핏자국, 신부가 결혼식에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아무런 설명이 없으면 다른 사람은 그런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사람들이 소문에 한 숟가락씩 얹다 보면 버전은 수도 없이 많아질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이 가짜라고는 하나 다른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만약 신부가 결혼식에서 체면을 잃는다면 배남준의 체면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가짜긴 하지만 윤혜인은 죄책감이 들었고 미안했다.

남자들은 대개 체면을 중시했다. 게다가 북안도처럼 남자가 우위인 사회라면 더더욱 그랬다.

“오빠, 아까 오는 길에 도우미 두 명과 마주쳤어요. 미안해요. 처리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윤혜인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걸 싫어했기에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미안한 나머지 울먹이며 말했다.

배남준은 이 일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윤혜인의 치마에 묻은 핏자국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다쳤어?”

윤혜인은 드레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흘린 피는 아니에요...”

윤헤인은 배남준이 더 꼬치꼬치 캐물을 줄 알았지만 그는 오히려 한시름 놓은 듯한 표정이었다.

“너만 무사하면 됐어.”

“그 도우미는...”

“도우미 일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잘 처리할게.”

배남준이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윤헤인은 배남준이 묻지 않아도 설명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협력의 전제는 믿음이다. 게다가 곽경천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꼭 제때 그와 배남준에게 알리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오히려 더 큰 틈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빠, 아까 나를 데려간 사람... 이준혁 씨에요...”

윤혜인이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2화

    윤혜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배남준은 늘 그랬듯 따듯하고 이해심이 깊을뿐더러 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섬세하게 챙겨줬다.얼마 지나지 않아 배남준 쪽 사람이 윤혜인이 입은 것과 똑같은 드레스를 들고 왔다.윤혜인이 깜짝 놀랐다.“오빠, 이거 어디서 난 거예요? 마술이라도 해요?”배남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돌발 상황에 대비해 모든 옷과 액세서리는 2개씩 준비했어.”윤헤인이 민망해하며 말했다.“오빠, 정말 너무 성가시게 구는 것 같네요.”배남준이 농담했다.“정말 고마우면 오늘 더 그럴듯하게 연기해줘.”“...”윤혜인이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정리하고 나오자 곽경천은 백스테이지에서 다시 한번 검사했다. 그렇게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윤혜인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아일란보에서 혼인 등기를 마쳤기에 북안도에서 다시 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윤혜인이 임신한 관계로 복잡한 과정은 전부 생략했다.바로 나가서 한 바퀴 돌며 배씨 가문 수장 즉 배영석에게 술을 한 잔 따르고는 끝내기로 했다.게다가 진짜 결혼식도 아니었기에 곽경천은 윤혜인이 고생하는 게 싫었다. 가짜 결혼이라면 불필요한 의식 따위는 할 필요가 없었다.연회장에 도착해 곽경천은 윤혜인의 손을 배남준에게 건네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동생 잘 부탁해.”“당연하지.”배남준이 말했다.옆에서 보고 있는 윤혜인은 닭살이 돋을 것 같아 얼른 이렇게 중얼거렸다.“뭘 그렇게 정색하고 있어요. 나까지 슬슬 긴장되네.”윤혜인이 이렇게 말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가자.”배남준이 윤혜인의 손을 꼭 잡고 하객들에게로 향했다.윤혜인이 주변을 빙 둘러봤다. 참석하러 온 사람이 많았지만 주요하게는 북안도 사람이었다. 가짜 결혼식이었기에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북안도 외의 사람은 초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신우는 전에 외국에서 배씨 가문과 협력한 적이 있었기에 그도 이 결혼식의 하객 명단에 있었다.윤혜인이 긴장하자 배남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3화

    남자의 날카로운 두 눈은 차가웠고 위협적이었다.윤혜인은 심장이 벌렁댔고 남자의 매서운 눈빛에 점점 멘탈이 무너져 갔다.배남준이 제때 입을 열었다.“삼촌, 혜인이는 아저씨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추위를 타서 그래요. 한국의 날씨는 북안도보다 살기 좋잖아요. 아직 북안도의 추위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아요.”“그래?”원진우는 배남준의 말을 믿지 않는 듯 의미심장하게 되묻더니 더는 트집을 잡지 않았다.“네. 혜인아. 인사해. 아빠의 친한 친구 원진우 삼촌이야.”배남준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손바닥에 힘을 주고 윤혜인이 더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게 윤혜인을 꼭 잡아줬다.지나간 1분 동안 윤혜인은 배남준의 손바닥에 기대서야 겨우 서 있을 수 있었다.파르르 떨리는 몸은 웨딩드레스에 가려져 있어 배남준만이 알았다.‘무서워하고 있네...’배남준이 의문을 품었다.‘혜인이가 왜 삼촌을 무서워하는 거지? 전에 본 적도 없을 텐데?’윤혜인은 배남준의 뜻을 알아챘다. 누군가 의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조금은 가신 것 같았다.윤혜인이 정신을 가다듬더니 공손하게 인사했다.“삼촌, 안녕하세요.”윤혜인 특유의 말캉한 목소리에 원진우의 마음도 살짝 약해졌다.‘그때 그 아이를 잃지 않았다면 아마 윤혜인과 같은 나이일 텐데. 누구를 닮았든 유전자라는 게 있으니 아주 예뻤을 거야.’“삼촌, 그러면 먼저 혜인이 데리고 쉬러 가볼게요.”배남준이 이 말을 남기고 몸을 돌리려 했다.잠깐 생각에 잠겼던 원진우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윤혜인의 웨딩드레스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모든 걸 꿰뚫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혜인 씨 임신했네요. 감기 걸리지 않게 몸조리 잘해요. 감기 걸리면 아이한테 안 좋으니까.”이 말에 윤혜인이 다시 한번 속으로 크게 놀랐다.윤혜인은 아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원진우의 표정이 위험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였다.배남준은 티 나지 않게 윤혜인을 뒤로 감추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연하죠. 제가 혜인이 잘 챙길 거예요.”원진우가 웃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4화

    그런 짙은 익숙함은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원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겉으로 이렇게 감정을 내비친 건 드물었다.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니 참새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더라는 말이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 주는데는 딱이었다. 슈트로 갈아입은 이준혁은 까만 지팡이를 짚은 채 연회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석에 서서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시야에 윤혜인과 배남준이 손을 잡고 웃으며 하객들과 술을 마시는 게 보였다.윤혜인은 전에 그에게 기댔던 것처럼 배남준에게 기대 있었다.이준혁은 배남준과 배씨 가문이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배남준이 점점 부러워지기 시작했다.윤혜인이 가자 이준혁이 시선을 거두려는데 앞에 레드 벨벳 슈트를 입은 원진우가 보였다. 원진우가 윤혜인과 이하진을 보며 넋을 잃은 것이다.이준혁은 원진우를 잘 몰랐다. 원씨 가문 사람이긴 했지만 남청 원씨 가문과는 관계가 그렇게 두텁지 않았다.하지만 원지민의 셋째 삼촌이라는 게 떠올라 이준혁의 시선이 원진우에게 멈췄다.윤혜인은 이하진과 잠깐 얘기를 나눴다. 이하진은 윤혜인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우며 윤혜인에게 쉬라고 말했다.윤혜인은 컨디션만 좋았다면 이하진을 조금 더 남겼을 것이다.이하진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선생님 먼저 쉬세요. 여기 며칠 더 있을 생각이에요. 형부가 지낼 곳도 마련해줘서 선생님 좀 나아지면 그때 밖에서 만나는 걸로 해요.”이하진은 비록 윤혜인을 아직 선생님이라고 불렀지만 배남준은 형부라고 불렀다.배남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부담 없이 지내요.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하고.”“다행이다. 좀 좋아지면 바로 연락할게.”윤혜인이 말했다.이하진이 가고 방에 두 사람만 남자 윤혜인도 더는 덤덤한 척하지 않았다. 손이 조금 차가워진 것 같았다.“혜인아, 아까는 무슨 일이야?”배남준이 걱정스레 물었다.“그게...”윤혜인은 손을 파르르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배남준이 담요 하나를 가져다 윤혜인에게 덮어주며 부드럽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5화

    곽경천은 윤혜인이 잘 쉬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윤혜인의 손을 꼭 잡아주며 위로했다.“너의 임무는 뱃속의 아이를 잘 보살피는 거야.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면 돼.”“답례품은 다 나눠줬나요?”윤혜인이 물었다.“다 나눠줬어. 혜인아, 걱정하지 마. 곧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거야.”여은이 윤혜인을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곽경천은 윤혜인의 말이 신경 쓰여 현장 CCTV를 찾아오라고 시켰다. 각도 문제로 남자의 표정이 잘 찍히지는 않았지만 원진우가 떠나가는 윤혜인을 유심히 지켜보는 건 찍혀 있었다.곽경천은 생각에 잠겼다.원진우는 이제 더는 원씨 가문과 연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원지민의 셋째 삼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원지민 편일 수밖에 없다.원지민이 죽은 사건은 이미 종결되었고 법의관이 내린 감정 결과를 보면 원지민의 치명상은 에단 차얼스에게 입을 베이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가 기도로 역류해 들어가 사망한 것으로 나왔다.하지만 원지민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검사 측은 원지민의 거처에서 원지민이 여러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를 일부 찾아냈지만 원지민이 죽는 바람에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하지만 저지른 일은 그대로 넘어갈 수 없으니 무조건 사건 기록에 남아 있을 것이다.검사 기록에 검사 측은 윤혜인과 이준혁의 신분을 기밀 처리하는 것으로 두 사람을 보호해 줬다.중요한 사건 자료를 입수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에단 차얼스를 죽인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걸 절대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그러니 원진우도 원지민이 죽을 때 윤혜인이 현장에 있었다는 걸 모를 것이다. 하지만 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에 원진우도 중점 마킹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호텔.이준혁은 컴퓨터 앞에 앉아 갓 받은 원진우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었다.원진우는 경계심이 강한 사람이었기에 외부로 유출된 정보가 별로 없었다.자료에는 그가 계속 외국에서 장사를 했다고 나와 있었다. 인맥이 넓어 귀족과 황실에도 손이 닿아 있었다.이런 관계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6장

    원진우가 사업을 이렇게 크게 키우고 두 대가문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절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 그의 비범함은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있다는 데 있다.이준혁은 한참 동안 문서를 뒤적이다가 마침내 한 가지 사항에 주목했다.그것은 원진우가 여러 나라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사실 부유한 사람들은 여러 나라에 부동산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의아한 점은 그가 소유한 부동산들이 모두 인적이 드문 외딴 지역에 있다는 것이었다.주변 백 리 안에 집 한 채조차 없는 곳에 대저택을 세워두고 마치 성처럼 개조해놓은 것이다.사업가의 눈으로 보자면 이 지역의 부동산은 투자 가치가 전혀 없었다.위치가 너무 외진 데다가 보통 부자들이 선호하는 경치 좋은 동쪽 교외나 산기슭의 부동산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기 때문이다.이런 곳의 부동산은 절반의 투자금도 회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이 없었다.그러나 원진우는 떠난 뒤에도 그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집사와 최정예 경호원을 고용해 빈집을 지키게 하고 있었다.이준혁은 화면을 응시하며 미간을 찌푸렸다.‘도대체 어떤 빈집이 이런 가치가 있는 걸까?’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이 집들에 대해 조사해봐.”...교외, 원씨 가문.진우희가 대저택의 문을 두드렸다.오늘은 원래 진료일이 아니었지만 윤아름이 갑자기 두통을 호소했고 원진우도 자리에 없었기에 집사는 부랴부랴 진우희에게 연락을 취했다.원진우가 왜 계속 전화를 받지 않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집사는 윤아름의 상태를 무시할 수 없었고 결국 진우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진우희는 예전처럼 집사의 안내를 받아 지하실로 향했다.지하실은 위층과 달리 홍채 인식과 비밀번호 입력이라는 이중 보안 장치를 통해서만 열 수 있는 비밀 문으로 차단되어 있었다.그때, 저택의 전화가 울렸다.집사는 원진우가 건 전화일지 모른다며 진우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전화를 받으러 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7화

    윤아름은 침대에 누워 기운이 없어 보였고 그 모습이 매우 고통스러운 듯 보였다.진우희는 손에 들고 있던 의료 가방을 내려놓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윤아름의 긴장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시작했다.“우희 씨, 요즘 밖에 새로운 소식 있나요?”윤아름은 매번 외부 소식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고 진우희가 올 때마다 외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진우희는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뒤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사모님, 요즘 배씨 가문에서 새 며느리를 들였대요. 한국 분이라던데 서울에서 온 아가씨라고 해요. 사람들이 엄청 예쁘다고들 하더라고요.”진우희는 윤아름도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나이가 마흔을 넘었음에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고 피부는 여전히 희고 고와서 소녀 같은 느낌을 줬으니 말이다.외국인들이 빨리 늙는다는 말이 그녀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밖에 나가면 사람들은 그녀의 나이를 많아야 서른 초반으로 볼 정도였다.“사모님, 혹시 서울에서 온 아가씨들이 다 이렇게 예쁜 건가요? 사모님도 정말 아름다우세요...” 그러자 기운 없던 윤아름이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한 손으로 진우희의 팔을 붙잡으며 격하게 물었다.“이름이 뭐라고 했죠?”진우희는 순간 당황했지만 윤아름은 자신의 행동을 잊은 듯 다시 한번 재촉했다.“우희 씨, 그 새 며느리 말이에요. 이름이 뭐예요? 아세요?”곧 진우희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윤아름이 아직 포기하지 않고 더 물어보려던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그녀는 다시 기운 없이 누워 있는 척했다.들어온 사람은 급하게 돌아온 원진우였다.그는 윤아름에게 진료 중인 진우희를 보고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그저 옆에서 조용히 지켜봤다.그러나 진우희는 긴장으로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누구든 원진우 앞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사람에게 위압감을 주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윤아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8화

    배씨 가문의 사람이 선물로 작은 답례품을 보냈다.집사는 이걸 배씨 가문이 원진우가 가주라는 점에서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직접 기념품을 보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별다른 의심 없이 그걸 거실에 두었다.하지만 지금 원진우의 표정을 보니 이 일이 그렇게 단순한 것 같지 않았다.“가주님,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집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원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배씨 가문이 기념품을 그의 집에 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우리 집은 배씨 가문과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 답례품 하나 보내려고 도시 반을 넘어왔다고?’자세히 보니 답례품 위에 얇은 비단에 글자가 적혀 있었다.[양천지일, 연작당귀.]원진우는 한참을 바라봤지만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그러나 그는 의심이 많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나 물건은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가져가서 깨끗이 태워.”원진우가 명령했다.남의 결혼식 답례품을 태운다는 건 불길한 일이지만 가주의 명령이니 집사는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네, 가주님. 바로 태우겠습니다.”집사는 무거운 답례품을 옮기면서 속으로는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원진우가 그를 불러 세웠다.“가서 배씨 가문의 답례품이 모든 집에 다 전달된 건지 아니면 나한테만 보낸 건지 알아봐.”집사는 즉시 대답하며 물러났다.“알겠습니다, 가주님.”그때 진우희가 나왔고 원진우는 물었다.“사모님은 어떻게 되었나?”진우희는 답했다.“사모님께서는 운동이 부족해서 답답함을 느끼신 것 같아요. 운동을 많이 하시면 기분도 좋아지실 거예요. 며칠 뒤에 다시 와서 침을 놓겠습니다.”원진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진우희는 공손히 인사한 후 자리를 떠났다.대문 쪽으로 가던 진우희는 집안 차에 오르기 직전, 붉은 비단 한 조각이 발밑으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자세히 보니 그건 조금 전 테이블 위에 놓였던 답례품 포장 비단이었다.멀리서 희미하게 연기 냄새가 나는 듯했다.이윽고 고개를 든 진우희는 집사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259화

    그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본 후에 다시 생각해보려고 했다.지하 침실 안으로 들어간 원진우는 창밖의 조각처럼 다듬어진 정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윤아름을 발견했다.그가 방에 들어왔는데도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원진우는 천천히 윤아름의 뒤로 다가가 다이아몬드가 박힌 보석 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그 목걸이는 빛 아래에서 찬란하게 반짝였는데 억 단위의 가치를 자랑하는 상등품이었다.곧 원진우는 윤아름의 귓가에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름아, 마음에 들어?”윤아름은 차가운 촉감을 느꼈지만 목걸이를 한번 쳐다볼 생각도 없었다.원진우의 아첨에 답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그녀가 깨어난 이후, 원진우는 매일 새로운 방법으로 그녀의 마음을 달래려고 했다.오늘은 화려한 보석, 내일은 푸른 바다에서 온 진주, 선물은 날이 갈수록 더 귀해졌지만 윤아름은 선물을 받고도 다시는 착용하지 않았다.이런 모습에 원진우는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더 다양한 디자인의 선물을 준비했다.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진 물건이라도 윤아름은 시큰둥하게 반응할 뿐이었다.점점 인내심이 바닥나던 원진우는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의사 말로는 운동 부족이라고 하던데 나랑 같이 정원에 산책이라도 갈까?”그가 손을 내밀었지만 윤아름은 그 손을 단호히 쳐냈다.그러자 원진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그는 차갑게 표정을 바꾸며 그녀의 턱을 잡고는 가르치려는 듯 쳐다보았다.그러나 윤아름의 눈을 마주하자 그녀의 맑고 빛나는 눈동자가 목에 걸린 파란 보석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게 보였다.그 모습에 원진우는 차마 그녀를 나무랄 수 없었고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름아, 너만이 나를 이렇게 여러 번 대할 수 있는 사람이야...”그가 힘을 살짝 풀고 입을 맞추려 했지만 윤아름은 몸을 피했다.그리고 원진우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윤아름의 눈가가 붉어졌다.“진우 씨, 나는 진우 씨가 키우는 새가 아니야. 나를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0화

    컵을 받아 물을 마신 육경한은 이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컵을 내려놓자 소원이 말했다.“그럼 밥 먹어. 난 갈게.”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원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가려 했다.문 앞까지 왔을 때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육경한이 침대에서 떨어졌다.키가 188cm인 남자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넘어져 있으니 매우 허약해 보였다.소원은 급히 가서 육경한을 부축했다.“일어날 수 있겠어?”소원은 갑자기 허약해진 육경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침대에 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바닥에 떨어지냐 말이다.이내 육경한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파.”이 말을 들은 소원은 순간 육경한이 꾀병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색을 보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관자놀이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상처 난 등이 촉촉한 것을 보니 아마도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았다.황산에 의한 상처는 피가 아니라 고름이 나오기에 소원은 상처가 터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날 육경한이 망설임 없이 뛰어든 것을 생각하니 차마 모른 척할 수는 없었기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힘주지 마. 날 잡아. 조심하고.”소원의 팔에 기댄 육경한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오랜만에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에 육경한은 심장이 졸깃했다. 소원의 몸에서는 여전히 은은한 향기가 났다. 그 냄새는 마치 약처럼 아픔을 잊게 했다.육경한을 다시 침대에 눕힌 소원은 침대 높이를 조절해 그가 더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했다.모든 것을 마친 후 소원이 돌아서자 육경한은 그녀가 또 떠날까 봐 급히 말했다.“소원아, 나 배고파.”순간 소원은 조금 전 넘어진 것이 진짜로 고의는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되었다. 조금 전 넘어지면서 손을 다쳐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간병인은 어디 갔어?”“간병인 없어. 평소에 황진수가 도와줘.”육경한의 말에 소원이 짜증 내며 한마디 했다.“왜 간병인을 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19화

    연기가 제법인 황진수는 진짜로 배가 아픈 척했고 심지어 자신의 혀를 깨물어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며 이마에 땀까지 흘렸다.순간 멍해진 소원이 한마디 물었다.“왜 그래요? 의사를 부를까요?”황진수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니요. 화장실 갔다 오면 될 것 같아요. 이것 좀...”그는 손에 들고 있던 죽을 높이 들었다. 혹시라도 소원이 받지 않을까 봐 일부러 그녀의 손에 쥐여 주기까지 했다.“소원 씨, 이것 좀 부탁드릴게요. 육 대표님에게 전해주세요. 의사가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지금 차가운 걸 먹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황진수는 말을 마친 뒤 재빨리 사라졌다.죽을 들고 좌우를 둘러보던 소원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육경한이 있는 VIP층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한 소원은 죽을 경호원에게 넘겨주려고 했지만 육경한 병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사실 조금 전 황진수는 그녀와 육 대표를 만나게 하기 위해 경호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바로 철수하라고 했다.소원이 문을 두드리자 방안에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소원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보고서를 보고 있는 육경한은 소원이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황진수인 줄 알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그냥 거기에 둬.”테이블 위에 놓여진 손도 대지 않은 음식과 손에 든 죽을 번갈아 본 소원은 육경한이 갑자기 죽을 먹고 싶어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다만 이 죽 가게가...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어제 샀던 죽 가게와 이름이 비슷한 것 같았다.하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손에 든 죽을 놓은 소원은 육경한이 여전히 그녀를 알아채지 못하자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육경한이 고개를 들더니 의아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소원?”소원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황 비서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나더러 대신 갖다 주라고 했어.”육경한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나를 보러 온 줄 알았네.”약간 서운함이 담긴 말투에 소원은 이왕 온 김에 몇 마디 안부는 주고받아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18화

    사생아가 많은 방현수는 여자아이인 방민아 하나쯤은 포기할 수 있었다.그리고 방민기는 이미 판결이 났고 방씨 가문이 아무리 인맥이 넓다고 해도 여론이 너무 떠들썩했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그 일 이후, 방현수의 정신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가장 기대하던 두 아이가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으니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방민아는 아마도 방현수의 비밀을 쥐고 있기 때문에 방현수가 돈과 힘을 들여 그녀를 빼내려고 하는 것이다.자신의 추측을 말한 황진수가 한마디 보탰다.“방민아 씨가 역시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방현수의 마음도 바꾸고요.”육경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방민아가 나오면 소원은 그녀의 첫 번째 타겟이 될 것이다. 여자들 사이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욱경한은 잘 알고 있었다.육경한이 황진수에게 말했다.“방씨 가문의 움직임을 주시해 봐. 그리고 방민아가 나오면 반드시 24시간 내내 감시하여 소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황진수가 말했다.“알겠습니다.”육경한이 또 물었다.“진아연 쪽은 어때, 소식이 있어?”진아연이 또 도망쳤다. 지난번 병원에서 목숨을 건진 후 몸이 나아지자 간호사가 한눈을 판 사이 몰래 빠져나갔다.아마도 육경한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았다.그래서 육경한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까 걱정되어 기회를 잡아 도망친 것이다.하지만 소원의 아버지 일도 그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육경한은 그녀에게 확실히 물어봐야 했다.이때 황진수가 말했다.“아직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 출입국 사무소에 다 물어봤지만 아직 다른 데로 갔다는 소식은 없습니다.”육경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긴장을 놓치면 안 돼. 진아연이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야.”황진수가 알겠다고 하자 육경한도 조금 지쳤는지 한마디 했다.“이만 나가 봐.”황진수는 집사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요리를 육경한이 한 입도 먹지 않은 것을 보고 한마디 말했다.“육 대표님, 입에 맞지 않아서 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17화

    병실 밖에 있던 황진수는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감정적 가치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이지애는 가스라이팅에 정말 능숙했다.육경한에게서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그녀가 과연 육경한을 걱정하는 척하며 그런 감정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탐욕스러워지다니...솔직히 말해서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 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황진수가 소리 지르는 이지애를 끌어내어 경호원들에게 넘기자 이지애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내가 육경한의 누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오늘 나를 무례하게 대한 일, 나중에 분명 후회할 때가 있을 거야.”황진수는 냉정하게 말했다.“여사님, 더 이상 자신을 육 대표의 누나라고 말하지 마세요. 그저 사촌 누나일 뿐인데 왜 항상 ‘사촌’이라는 말을 잊으시는 건가요? 밖에서 본인을 육 대표의 친누나라고 말하며 사기를 치다 보니 입에 붙어서 못 고치는 건가요?”황진수는 이지애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 육경한의 누나라는 명목으로 많은 회사 대표들에게서 이익을 취했다. 또 육경한과도 자주 만났기에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진짜로 육 대표의 누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이지애는 결국 자업자득의 꼴이 되었다.이지애가 분노하며 말했다.“너 같은 놈은 평생 이 꼴로 살 거야. 개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해. 잘 들어, 경한이는 마음이 진정되면 다시 나를 누나로 생각할 거야. 그때면 널 첫 번째로 해고할 테니 두고 봐!”“그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황진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 정말!”이제 육경한이 그녀의 뒤를 봐주지 않으니 황진수도 당당하게 억지를 부리는 이지애를 무시하며 바로 경호원들에게 말했다.“데려가세요. 앞으로 육 대표 주위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세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지애는 욕을 하면서 문을 잡고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찾아와 이지애를 보더니 통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16화

    하지만 쉽게 인정할 이지애가 아니었다. 그녀는 도리어 육경한을 비난하며 말했다.“경한아, 우리 모녀를 돕지 않는 것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나를 모함하면 안 되지. 나는 너희 집에 빚진 게 없어. 네가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 그래서 그 여자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여자를 위해 우리 연주를 희생시키면 안 돼. 너도 어릴 때부터 연주를 봐왔었잖니? 그런데 진짜로 감옥에 들어가 고통받는 것을 지켜볼 거야?”이지애는 말을 빙빙 돌리며 돈을 빌린 것을 일절 말하지 않았다. 다시 육경한의 탓을 하는 이지애는 교활하기 짝이 없었다.육경한이 말했다.“누나, 사실 이 돈은 조사하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어요. 그때 개업한 미용원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우리 엄마 돈으로 한 거잖아요. 누나, 내가 정말로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육경한의 말에 이지애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어 일부러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경한아, 그때 미용원을 연 것은 네 엄마의 뜻이었어. 나는 단지 네 엄마를 도운 것뿐이야. 나중에 네 엄마가 돌아가시고 너도 큰 충격을 받았잖아. 그때 미용원도 파산 직전이었어. 그때는 네가 이 난장판을 처리할 겨를이 없어서 내가 대신 맡은 거야. 나는 좋은 마음으로 이렇게 한 것인데 너는 어떻게 나를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니?”이지애의 임기응변 능력은 진짜로 일반인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런 말에 속았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가지 일을 겪은 육경한은 이지애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사람은 역시 욕심에 눈이 먼 동물이었다.이지애의 현재 모습은 정말 탐욕스러웠다.하지만 이해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이지애는 육경한의 도움이 있어야만 육연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억울한 얼굴로 계속 말했다.“경한아, 미용원을 돌려받고 싶으면 바로 줄게. 내가 여러 해 동안 운영해 왔지만 사실 다 네 엄마를 대신해서 한 거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15화

    “경한아, 누나가 예전에 너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잊은 것은 아니지? 그때 너에게 돈을 준 것 때문에 네 형부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너는 몰라. 그 자식이 죽을 때까지도 내가 친정에 돈을 준 일을 잊지 않고 있었어...”이지애가 끊임없이 과거의 일들을 들먹였지만 육경한은 그런 그녀가 단지 시끄럽다고 느껴졌다.원래부터 가족에 대한 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고 게다가 이지애가 그때 돈을 준 이유는 그가 불쌍해서가 아니었다.육경한이 냉정하게 말했다.“누나, 그동안 내가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요. 그때 나에게 몇십만 원을 준 이유가 우리 엄마에게서 4억원을 빌렸기 때문에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돌아가신 후 누나는 나를 위로한다는 핑계로 우리 집에 와서 차용증을 찾아내 파기했잖아요.”육경한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줄 몰랐던 이지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마음속은 아주 불안했지만 절대 인정할 수 없었기에 급히 부인하며 말했다.“경한아,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네 엄마의 돈을 빌렸다고 그래? 네가 오해하고 있나 본데 내가 비록 잘 살지는 못하지만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절대 아니야!”이 말을 들은 육경한은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육경한이 침묵하자 이지애는 육경한이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해 웃으며 말했다.“경한아, 넌 생각이 너무 많아.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거야? 보아하니 일부러 우리 사촌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사람이 말한 것인가 본데 나는 너희 집 돈을 빌리고 안 갚은 적이 없어.”육경한이 말했다.“누나, 아직도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육경한은 이지애에 대한 좋은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다.얼마 전, 집안 하인이 청소를 하면서 다이어리를 하나 발견했다. 펼쳐보니 그 안에 육경한의 엄마가 쓴 채무 리스트가 있었고 그중에 이지애가 육씨 가문에서 4억원을 빌린 내역이 명확히 적혀 있었다. 그것은 육경한의 엄마가 겨우 모은 돈을 빌려준 것이었다.그리고 날짜도 기록되어 있었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이지애가 미용원에 투자하여 금방 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14화

    이 말은 육경한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차라리 묻지 말걸... 주석훈은 대체 무슨 친구란 말인가? 단지 몇 번 만난 사이지 않은가? 그런데 어느새 그녀에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되었단 말인가?육경한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발견한 황진수는 급히 말했다.“병원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소원 씨가 병문안을 잠깐 왔다가 저녁에 바로 갔대요.”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육경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황진수도 더 이상 이것과 관련해서는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업무 보고를 계속했다. 그런데 보고를 하던 중 갑자기 불청객이 찾아왔다.육경한의 사촌 누나 이지애가 병문안을 온 것이다.“경한아, 우리 연주 좀 살려줘!”이지애는 육경한과 다툰 적이 없었던 것처럼 들어오자마자 울부짖었다.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지애는 육경한에게 말을 할 기회도 주지 않고 울부짖었다.“경한아, 오늘 아침에 연주를 보러 갔는데 애가 살이 쏙 빠졌어. 얼굴도 초췌해지고 말이야. 안에서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몸에는 상처투성이야. 안 그래도 괴롭힘을 당한 애인데 또 그런 곳에 들어갔으니 버틸 수 있겠니...”이지애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딸에 대한 애틋함에서 나온 눈물은 진심인 것 같았다.이번에는 육연주의 잘못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육연주가 얼마나 고생하는지만 말하며 육경한의 동정을 얻으려고 했다.이 일로 육경한도 다쳤기 때문에 오늘 아침 이지애는 육연주를 욕하기도 했다. 건드려야 할 사람은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삼촌을 건드려 병원 신세 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가족에게 폐를 끼쳤을 뿐만 아니라 그 여자 때문에 경찰서까지 끌려갔다.실제 피해자가 육경한이라면 육경한이 합의서를 써주면 육연주는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육연주는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소원의 진술 때문에 육연주는 고의 상해죄로 기소되었다.이 죄는 아주 무거운 죄로 변호사와 상담 후 최소 감옥에 몇 년은 있어야 하며 길면 5년에서 10년까지도 있을 수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13화

    소원은 순간 멍해졌다.이전까지 유진은 이 내용에 대해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몇 달 더 있다가 유진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유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소원이 동화책을 내려놓고 물었다.“유진아, 엄마가 임신한 거 누가 말해줬어?”유진이 말했다.“아줌마가 말해줬어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엄마를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임신했으니 방해하면 안 된다고 아줌마가 그랬어요.”유진이 또 물었다.“임신했다는 것은 엄마 배 안에 또 아기가 생겼다는 거예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엄마 배 안에 또 아기가 생긴 거야.”“너무 좋아요.”그녀의 임신을 바로 받아들인 유진은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소원은 유진의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엄마는 3개월이 지난 후 너에게 말하려고 했어. 임신한 지 세 달이 되어야 말할 수 있다는 옛날 어르신들의 풍습이 있거든. 그래야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어.”유진이 말했다.“괜찮아요. 엄마, 아기는 분명히 건강하게 태어날 거예요.”소원이 미소를 지었다.“좋아?”“당연히 좋죠. 항상 같이 놀고 싶은 동생이 필요했는데... 동생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예요.”“엄마는 너만 행복하면 돼.”소원이 유진을 꼭 안아주자 유진이 말했다.“엄마,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상관없어요. 엄마가 낳은 아기라면 다 좋아요. 나중에 내가 없어도 동생이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까 그러면 나도 안심할 수 있어요.”너무나 순수한 유진의 말에 마음이 아픈 소원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유진아, 네가 왜 없어? 너는 항상 건강하게 있을 거야. 엄마 옆에서 이 아기를 지켜줘야지.”유진이 어른스럽게 말했다.“알겠어요. 엄마, 아기를 꼭 잘 돌볼게요.”유진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소원은 녀석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옆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유진에게 약을 먹일 수 있지만 서현재의 연구 결과로 보면 그 약이 유진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시도해볼 수밖에 없었다.소원은 유진에게 약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12화

    “네.”주석훈은 전화를 끊고 직원증의 사진을 꺼내 그 위에 있는 예쁜 여자를 깊게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사진을 얼굴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수정아, 봤지? 하늘도 나를 도와주는 것 같아. 아니면 네가 나를 돕는 거야?”사진 속의 여자를 보는 주석훈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고 눈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이때 주석훈의 가방 안에 있던 또 다른 전화기가 울렸다.번호를 확인한 주석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잠깐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공포에 질린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제트 님, 제발 도와주세요...”주석훈이 물었다.“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지?”상대방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저... 외국으로 보내 주세요.”“하하...”주석훈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사악해졌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저... 저는 제트 님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트 님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잖아요. 내가 잡히면 이 비밀을 지킬 수 없을 거예요.”상대방의 떨리는 목소리에 주석훈이 한마디 했다..“많이 똑똑해졌네?”“나도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제트 님, 돈만 주시면 멀리 외국으로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게요.”몇 초 동안 생각에 잠긴 주석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얼마면 되는데?”“5천만 원이요.”전화기 너머로 금액을 말한 여자는 혹시라도 주석훈이 화낼까 봐 설명을 덧붙였다.“적어도 5천만 원은 있어야 외국에서 살 수 있어요.”주석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틀 동안은 시간이 없어. 모레 밤에 항구에서 보자.”“아니요, 제트 님!”상대방은 경계하며 말했다.“우린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제트 님이 돈을 그곳에 두시면 제가 가서 가져갈게요.”주석훈이 코웃음을 친 뒤 말했다.“알았어. 항구에 둘게, 시간은 다시 알려주지.”“지금은 안 될까요...”전화기 너머의 여자는 매우 급한 듯했다.“나와 흥정할 생각하지 마!”주석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알겠어요...”전화가 끊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