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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1화

오는 길에 도우미를 마주치자 여은은 외투를 벗어 윤혜인의 얼굴에 덮어줬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보고 이상한 소문이라도 낼까 봐 걱정되었다.

하지만 여은도 이렇게 하는 게 눈 가리고 야옹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얀 드레스는 가릴 수가 없었기에 굳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오늘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망가진 드레스와 조금의 핏자국, 신부가 결혼식에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아무런 설명이 없으면 다른 사람은 그런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사람들이 소문에 한 숟가락씩 얹다 보면 버전은 수도 없이 많아질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이 가짜라고는 하나 다른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만약 신부가 결혼식에서 체면을 잃는다면 배남준의 체면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가짜긴 하지만 윤혜인은 죄책감이 들었고 미안했다.

남자들은 대개 체면을 중시했다. 게다가 북안도처럼 남자가 우위인 사회라면 더더욱 그랬다.

“오빠, 아까 오는 길에 도우미 두 명과 마주쳤어요. 미안해요. 처리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윤혜인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걸 싫어했기에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미안한 나머지 울먹이며 말했다.

배남준은 이 일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윤혜인의 치마에 묻은 핏자국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다쳤어?”

윤혜인은 드레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흘린 피는 아니에요...”

윤헤인은 배남준이 더 꼬치꼬치 캐물을 줄 알았지만 그는 오히려 한시름 놓은 듯한 표정이었다.

“너만 무사하면 됐어.”

“그 도우미는...”

“도우미 일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잘 처리할게.”

배남준이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윤헤인은 배남준이 묻지 않아도 설명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협력의 전제는 믿음이다. 게다가 곽경천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꼭 제때 그와 배남준에게 알리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오히려 더 큰 틈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빠, 아까 나를 데려간 사람... 이준혁 씨에요...”

윤혜인이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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