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란 알파 팀 사람들이 그 남자를 반듯하게 눕히더니 얼굴을 여러 번 내리쳤다.“저기요. 일어나봐요. 빨리 구급차로 옮겨…”윤혜인은 남자의 입가로 흘러내린 검붉은 피를 보며 남자가 음독했음을 알아챘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이렇게 빨리 중독되었다는 건 한 가지 경우밖에 없었다.그것은 바로 스스로 음독했다는 것이다.의사가 달려와 동공과 입 안쪽을 확인하더니 말했다.“스스로 음독했어요. 이빨에 독을 숨긴 것 같아요.”윤혜인은 머리가 윙 했다. 그녀의 추측이 그대로 들어맞았던 것이다.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려 했지만 머리가 너무 복잡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구급차로 실려 가는 이준혁을 보며 윤혜인은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윤혜인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남자를 뛰어넘어 구급차를 따라가려 했지만 너무 마음을 졸인 탓인지 눈앞이 까매졌고 아무 예고도 없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사모님…”깜짝 놀란 주훈이 윤혜인을 부르더니 번쩍 안아 들어 다른 구급차에 실었다.…윤혜인은 길고 긴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다.예정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윤혜인을 이준혁이 살뜰히 보살펴주고 있었다. 의사가 윤혜인을 분만실로 데려가는데 윤혜인이 이준혁의 손을 꼭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요. 어디 가면 안 돼요…”이준혁이 윤혜인의 손을 꼭 맞잡더니 약속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어딜 가. 여기서 너랑 아이가 나오길 기다릴게.”윤혜인은 이 말을 듣고도 너무 불안해 이준혁의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 먹먹하고 답답해 이 말만 반복했다.“거짓말하면 안 돼요. 어디도 가지 말고 꼭 나 기다려야 해요…”이준혁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안 간다고 했잖아. 왜 점점 어린이가 되어가는 것 같지?”이준혁이 윤혜인의 코끝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달콤하게 말했다.“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에게도 이렇게 애교 부리려고?”이쯤 되면 한시름 놓아야 맞는데 이상하게도 불안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머릿
“…”동심이 잔뜩 묻어나는 말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윤혜인은 꿀이 떨어지는 눈빛으로 화기애애한 이 모습을 지켜보다 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곽아름에게 물었다.“아름아, 아빠는?”곽아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아빠가 뭐예요?”“…”순간 말문이 막힌 윤혜인이 다시 물었다.“아름이 아빠 말이야. 아까 밖에 서 있지 않았어? 얼른 아빠 들어오라고 해.”사실 눈을 뜨자마자 본 사람이 이준혁이 아니라는 생각에 윤혜인은 살짝 서운하기도 했다. 이준혁이 제일 처음으로 두 사람의 아이를 봤으면 했는데 말이다.하지만 곽아름은 여전히 못 알아들은 듯한 눈치였다.“엄마, 아빠가 어딨어요? 아름이는 아빠가 있은 적이 없는데?”윤혜인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아빠가 있은 적이 없다니, 그럴 리가 없었다.윤혜인이 얼른 곽진명에게 물었다.“아빠, 준혁 씨 못 봤어요? 아까까지 밖에 서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줘요. 네?”곽진명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 우리 아이들 앞에서는 얘기 안 하기로 했잖아.”“왜 얘기하면 안 되는데요?”윤혜인은 왜 갑자기 이준혁을 꺼내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이의 친부이자 윤혜인의 남편인데 안 되는 이유가 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윤혜인이 혼자 낳은 아이도 아닌데 말이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드럽게 그녀를 다독이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게 이상했다.“오빠…”윤혜인이 곽경천에게 도움을 청했다.“준혁 씨 좀 불러줘.”“…”곽경천이 잠깐 고민하더니 이렇게 말했다.“혜인아, 내가 어디 가서 찾아줄까?”윤혜인이 말했다.“멀리 안 가겠다고 했으니까 복도에 있을 거야.”곽경천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혜인아.”곽진명이 입을 열었다.“이준혁은 진작에…”“아빠.”곽경천이 곽진명을 말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아이들 데리고 먼저 나가 있어요. 아름이도 잠깐 나가 있어.”곽진명이 윤혜인을 힐끔 쳐다보더니 슬픈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병실은 이
윤혜인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곧이어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어떻게 이럴 수가…”윤혜인은 믿을 수가 없었고 믿기도 싫었다.“그럴 리가 없잖아. 방금 전까지 나랑 얘기도 나누고 기다리겠다고 한 사람인데…”“혜인아, 진짜야.”곽경천이 그런 윤혜인을 안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꿈을 꾸고 있는 윤혜인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시간은 예전으로 돌아갔다.아무런 온도 없는 철문에 영안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중간에 놓인 침대에 하얀 천에 가려진 누군가가 누워 있는 게 보였다.윤혜인은 뻣뻣하게 굳은 그 몸을 보자마자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준혁 씨…”윤혜인이 이준혁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했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고통이었다.‘왜… 도대체 왜…’하늘은 늘 그랬듯 무심했고 이준혁에게만 매정했다. 순간 운명의 장난처럼 원지민의 목소리가 윤혜인의 귓가에 다시 맴돌았다.‘넌 준혁이를 죽이려고 태어났어. 두 사람이 만난 것부터 잘못이야. 넌 언제가 준혁이를 죽이고 말 거야…’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원지민의 말은 지독한 저주와도 같았다.“아니야… 안 돼…”윤혜인이 갑자기 대성통곡했다.“다시 돌려내. 하느님, 저 사람 좀 다시 돌려주세요.”“다시 돌려만 준다면 사랑하지 않아도 돼요…”“그러니 제발 돌려만 주세요…”두 사람의 만남이 잘못이라면 만나지 않아도 된다. 영원히 만나지 못할지라도 말이다.“일어나. 혜인아. 일어나봐…”꿈결에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애써 눈을 떠보니 어렴풋했던 그림자가 점점 선명해졌다. 곽경천이었다.“혜인아, 깼어?”곽경천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윤혜인이 가냘픈 목소리로 아니야, 안 돼라고 외칠 때 곽경천의 마음도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윤혜인은 멍한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다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오빠, 그 이…”곽경천이 윤혜인의 생각을 읽어내고는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준혁은 아직도 수술 중이야.
“그 약에 들어있는 성분에 마침 이 약재가 있어서 제련해 냈는데 이준혁이 깨면 바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윤혜인은 이 말을 들으면서도 꿈을 꾸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아까 꿨던 꿈이 너무 생생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였다.차가운 흰 천에 감싸진 뻣뻣한 시체를 보고 느꼈던 찢어질 듯한 고통이 아직도 뚜렷했지만 이 모든 게 갑자기 큰 전환점을 가져온 것이다.‘설마 하늘이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은 건가?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걸까?’윤혜인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야 윤혜인은 곽경천을 보며 자기 배를 가리켰다.곽경천이 바로 알아채고는 말했다.“아이는 큰 문제 없어. 그냥 네가 많이 놀라기도 했고 영양실조도 있어서 누워서 일주일 정도 몸조리하래.”곽경천은 이미 살짝 불러온 윤혜인의 배를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이들이 참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튼튼한 거 같아. 언니를 잘 보호해 줄 수 있겠어.”윤혜인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린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곽경천이 그런 윤혜인을 관심하며 말했다.“피곤하면 더 쉬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필요하면 부르고.”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곽경천이 나가고 윤혜인은 아까 들은 것들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 꿨던 꿈을 그냥 꿈으로 흘려보내려 했다.하지만 이준혁이 죽었다는 걸 안 순간 느꼈던 고통은 정말 너무 생생했다. 도대체 어떤 게 현실이고 어떤 게 꿈인지 잘 구별할 수가 없었다.이튿날.곽경천은 윤혜인에게 물을 따라주며 윤혜인이 하는 손짓과 말을 유심히 보고 들었다.“그 범인…?”윤혜인이 범인의 정보를 묻는다는 걸 알아채고 곽경천이 입을 열었다.“지금까지 나온 조사결과로 보면 찰스 쪽 사람은 아니고 다른 팀 소속인 것 같아. 아직 의문점이 많은 사건이라 나도 조사하고 있어. 여기도 사람 보내서 지키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윤혜인이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그 사람이 원하는 게 나야?”곽경천이 고개를 끄덕였
마치 이준혁을 전혀 관심하지 않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윤혜인은 모르지만 곽경천은 알았다. 윤혜인은 여러 번 꿈결에 울면서 안 된다고 연신 외쳐댔다. 그 외침이 얼마나 처절한지 듣는 사람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지게 했다.깨어나면 곽경천에게 들키지 않게 간병인에게 젖은 베개 수건을 바꿔 달라고 했다. 곽경천은 그런 윤혜인의 노력을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모른 척했다.그러다 언젠가 윤혜인의 태도를 슬쩍 떠봤다.“이준혁이 깨어나서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 해도 뭐라 하지는 않을게.”이준혁은 윤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마다하지 않았다. 바로 이점이 곽경천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 남자라면 윤혜인이 진심을 다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그리고 전에 가져갔던 유서도 이준혁이 가짜 결혼을 하면서 다시 보내왔다.혹시나 자기가 안 좋은 일을 당할까 봐 최대한 윤혜인에게 유리하게 유서 내용을 바꿔서 곽경천의 사무실로 보내왔다.그 결혼식을 올린 것도 윤혜인을 위협하는 찰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올린 가짜 결혼식이었다. 모든 진실을 알아버린 곽경천은 더는 이준혁의 흠을 잡을 수가 없었다.이준혁은 애초에 윤혜인과 만날 때 곽경천에게 했던 약속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지켰다.이번 기회에 이준혁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면 곽경천도 더는 두 사람 사이를 막을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윤혜인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곽경천은 윤혜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준혁은 열흘 넘게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다. 처음 며칠이 제일 위험했고 몇 시간에 한 번씩 의사가 상태가 위중하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할 정도였다.윤혜인은 겉으로는 덤덤해 보였고 이준혁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셋째 날 밤 휠체어를 끌고 몰래 이준혁이 있는 병실로 향했다.하지만 중환자실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다.주훈이 분주하게 돌아치다 의사가 위중한 상태를 알릴 때마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걸 보고 가슴이 점점 더 아팠다.윤혜인은 지금 졸병이나 다름없었다. 이준혁의 그 어떤 소식도
이진숙은 원지민에게 아예 관심이 없었고 원씨 가문에 있으면서도 원지민의 괴롭힘을 수도 없이 받았던 터라 원지민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나마 총명했던 이진숙이 빨리 원씨 가문에서 도망 나와서 망정이지 아니면 원지민에게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진숙은 원지민의 유골조차 받으러 가고 싶지 않아 보디가드에게 아무렇게나 처리하라고 시켰다. 얼마나 미웠으면 묫자리 하나도 사주기 싫어했다.원지민의 결말이 아무리 비참해도 윤혜인은 전혀 동정이 가지 않았다. 그런 짓을 저지를 때부터 이런 결말을 가져올 거라는 걸 알아야 했다.원지민이 정말 미래를 내다봤다면, 그래서 결국 이런 결말을 맞을 거라는 걸 알았다면 과연 이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까…윤혜인을 죽이려고 한 남자에 관해 여은이 조금 알아냈다. 그 남자도 북안도에서 온 사람이었다.북안도, 윤혜인은 그 지명을 들을 때마다 이상했다. 가본 적도 없는 섬인데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죽이지 못해 안달 난 건지 궁금했다.하지만 윤혜인은 아직 힘이 부족했기에 섣불리 조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곽경천은 이에 관해 자기가 조사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그렇게 병원에서 보름 정도 더 입원해 있는데 좋은 소식이 날아왔다.이준혁이 깨어났다는 소식이었다.아직 눈만 깜빡일 뿐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말할 수도 없어 아무 의사 전달도 하지 못했다.게다가 약물 중독에 무릎 골절, 그리고 총상 합병증까지 더해져 아직 시름 놓기는 어려웠다.김성훈은 심사숙고 후 이준혁이 깨어난 지 3일째가 되는 날 수술로 이준혁의 몸에 해독제를 심어 넣기로 했다.독액이 이준혁의 체내에 남아있으면 자체의 치유 능력이 떨어져 아무리 치료해도 결국 눈만 깜빡일 수 있는 정도로 회복하고 다른 건 아무것도 못 할 것이다.수술 전날 김성훈이 윤혜인을 찾아왔다.김성훈은 여전히 친화력 있고 유머러스했다. 마음속으로 친구의 건강을 걱정했지만 그 초조함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지는 않았다.특히 윤혜인처럼 조용히 몸조리해야 하는 경우
사실 보름 동안 윤혜인도 매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아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부터 윤혜인은 이미 고통의 심연에 빠져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그래도 원지민의 말을 무시하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이준혁의 병을 고칠 수 없다면 여생을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아쉬움이 남지 않게 노력할 생각도 했다.가족이 되어 한 지붕 아래 오손도손 살 수만 있어도 전생에 쌓은 덕이라고 했다.그러다 한 사람이 갈지라도 추억만 있으면 그렇게 외롭고 쓸쓸하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 다 같은 곳으로 갈 거라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을 것이다.마음은 아프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하기보다는 이준혁의 곁을 지키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 했다.윤혜인은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건 없다고, 같이 이겨내다 보면 아름다운 미래가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 모든 생각이 바뀌었다.원지민의 지독한 저주가 현실로 변하고 말았다.이준혁과 만난 뒤로 자꾸만 안 좋은 일만 생겼다. 윤혜인을 대신해 칼을 맞는가 하면 벼락에서 추락했고 윤혜인의 실종으로 배에서 지내며 윤혜인을 찾을 때까지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 뒤로도 독액과 폭탄, 그리고 총상까지…어느 하나 목숨이 위태롭지 않은 게 없었다. 마치 이준혁이 죽어야만 끝나는 악순환 같았다.병원에 보름 정도 있으면서 윤혜인도 끊임없이 반성했다. 정말 몸에 살이 많아서 그녀를 가까이하는 남자마다 만신창이가 될뿐더러 온갖 고난을 겪는 게 아닌지 말이다.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하루에도 여러 번 들었고 깨어나서도 회복이 빠르지 않다는 소식만 여러 번 들었다. 전부 안 좋은 소식이었다.그럴 때마다 윤혜인의 마음은 큰 돌덩이에 짓눌린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윤혜인에게는 이제 선택지가 없었다. 떠나주는 게 제일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윤혜인도 마음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 잘 알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아직 이준혁을 사랑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이준혁이 다치고 망
이준혁의 수술이 내일 잡혀 있었기에 안으로 들어가려면 무균복을 입고 들어가야 했다.주훈은 윤혜인이 이준혁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알아서 밖으로 나갔다.침대에 누워 있는 이준혁의 몸에 장기를 검사하기 위해 넣어둔 튜브가 보였다.윤혜인을 무균복을 입었지만 이준혁의 몸에 달린 튜브를 보고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먼 발치에서 이준혁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부풀어오르는 가슴을 보고 이준혁의 심장 박동과 숨결을 느꼈다. 만질 수 없다고 해도 그걸로 충분했다.“준혁 씨, 앞으로 내가 없어도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해요. 난 그걸로 돼요…”병실에서 나가기 전 윤혜인이 손을 내밀어 이준혁의 얼굴에서 약간 떨어진 곳을 매만지며 수척해진 이준혁의 얼굴을 손으로 그려냈다.눈물을 흘리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수술 성공을 기원하려고 했지만 마음 같지 않았다.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준혁 씨, 미안해요…”윤혜인은 아쉬움이 남는 듯 이준혁의 얼굴을 허공에 그리며 울먹였다.“약속 못 지킬 거 같아요. 우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꼭 잘 지내야 해요…”“약속해요. 이번 생은 꼭 건강하게 무사하게 아무 일 없이 오래오래 살아야 해요.”윤혜인이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기도했다. 마지막으로 윤혜인은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가, 너희들 생각도 엄마랑 같지? 아빠가 무사히 잘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하자.”“아빠한테 인사해야지?”윤혜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아랫배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에 윤혜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자리에 선 채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아까 느꼈던 태동이 진짜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다시 잠잠해진 아랫배를 보며 윤혜인은 태동이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다시 확인하고 싶었던 윤혜인이 이렇게 말했다.“아가, 아빠랑 인사하고 싶으면 다시 한번만 움직여 볼래?”5초 후, 윤혜인은 아랫배가 다시 움직이는 걸 느꼈다. 착각이 아니라 진짜 태동이었다.아이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