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윤혜인이 말했던 그대로였다.한구운은 언제나 완벽한 이기주의자였다.그는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보상이 충분히 크고 매력적이어야만 했다.지금처럼 자신이 지불한 노력과 얻을 보상이 불균형할 때는, 한구운은 명확하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한구운의 반쪽 얼굴은 어둠 속에 숨어 밤과 하나가 되었다. 오랜 침묵 끝에 그는 살며시 입술을 떼고 말했다.“혜인아, 네가 살아있길 바라. 그건 진심이야.”그 말을 마친 한구운은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마치 그 옛날, 광기 어린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내쉴 때 돌아서 나간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그의 마음이 정말 아무런 동요도 없었을까?당연히 아니었다.하지만 한구운은 그 동요를 억누를 수 있었다. 이것이 그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였다.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한 방울의 차가운 눈물이 카펫 위로 떨어졌다. 그 눈물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마음을 가다듬은 후, 윤혜인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더 확신하게 되었다.더 이상 떨리지 않는 손을 그녀는 정확하게 노란색 연결선 위에 올렸다....한편, 홀 안에서.원지민의 웨딩드레스는 여기저기 더러워져 흠집투성이였고 액세서리들도 흐트러져 있었다. 두꺼운 화장은 갈라져 그녀의 얼굴을 추하게 만들었다.평소라면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했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에단 찰스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안전이 어느 정도 보장된 후, 원지민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이준혁의 불타는 듯한 눈길을 마주하면서도 전혀 두려움 없이 당당히 쳐다보았다.“하하, 준혁아. 지금 많이 불안하지?”원지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에단이 혜인 씨를 잡으면 어떻게 할지 궁금하네. 설마...”그녀는 입을 가리며 일부러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혜인 씨의 배를 갈라서 네 아이를 꺼내는 건 아닐까?”“닥쳐!”남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원지민을 쏘아보았다. 그의 눈에서
원지민은 극도의 질투와 원한으로 인해 이미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더욱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그런데 내가 널 쉽게 죽일 것 같아? 북안도에는 수많은 비밀 약이 있어. 그 약들은 네 사지를 다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지만 뇌는 오랫동안 멀쩡하게 남아 있게 둘 거야. 난 네가 직접 그 고통을 겪으며 어떤 괴물로 변하는지 보게 할 거야. 네 자랑스러운 재능, 네가 누려온 지위, 그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겠지. 너는 그저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 말종, 쓰레기, 인간 돼지가 될 뿐이야...”말을 하면서 원지민의 얼굴에 기괴한 미소가 떠올랐다.“이준혁, 그때가 되면 네가 도대체 무엇을 자랑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그녀는 광기에 사로잡힌 듯한 눈빛으로 이준혁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얻지 못하는 건 다 망가져도 절대 다른 사람에게 가지 않게 할 거야!”“쾅!”갑자기 무언가가 날아와 그녀의 머리를 세차게 강타했다.“...아아아!!!”잠깐의 정적 후 원지민은 머리를 감싸 쥐고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오른쪽 머리에서 피가 샘솟듯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얼굴을 뒤덮었다.그녀는 도대체 이준혁이 어떻게 그 쟁반을 집어 던졌는지 보지도 못했다.‘분명히 두 손이 묶여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원지민의 두 눈은 공포로 가득 찼다.언제 손이 풀린 건지 이준혁은 천천히 원지민의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지금 이 순간, 이준혁은 찰스의 부하들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마치 언제라도 그녀를 산산조각내어 죽일 것만 같았다.“살려줘!”궁지에 몰린 원지민은 찰스의 부하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조금 전 경비병은 다른 일을 보러 나갔고 또 다른 경비병은 방금 두 사람이 단단히 묶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화장실에 간 상태였다.그래서 아무리 소리쳐도 원지민을 도울 사람은 없었다.“살려...”하지만 그녀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은 이미 원지민의 멀쩡한 손을 발로 짓밟고 비틀고 있었다
윤혜인이 자신의 아이를 다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리고 윤혜인이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것을 알게 된 후, 이준혁의 생존 욕구는 어느 때보다 강렬해졌다.그는 살아남고 싶었다. 살아남아서 그녀와 함께 아이를 맞이하고 싶었다.아름이가 태어날 때 곁에 있지 못한 것이 이준혁의 삶에서 되돌릴 수 없는 후회로 남았다.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직접 보고 싶었다.이준혁이 작은 유리병을 주머니에 넣는 순간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살려...”원지민이 입을 크게 벌리며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이준혁은 그녀의 입에 재빨리 손수건을 틀어막았다.“우웅... 우웅...”화장실에 다녀온 그림자 팀원이 들어와서 어수선한 장면을 보고는 재빨리 달려왔다.“그 자식은 어딨어?”그는 원지민의 머리에 피가 범벅인 것을 보고 당황하며 물었다.“우웅... 우웅....”원지민은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자기 입에 손수건이 틀어막혀 있는데 그걸 보지도 못하냐고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그제야 그림자 팀원은 사태를 파악하고 급히 손수건을 빼내며 다급하게 물었다.“그 자식은 어디 있냐고!”“당신...”그녀가 ‘뒤에'라는 말을 하려던 찰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이준혁은 손에 든 지팡이를 들어 남자의 목 뒤를 내리쳤고 그 팀원은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그대로 기절했다.원지민은 치를 떨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멍청한 놈, 돼지처럼 굼떠!”하지만 이준혁은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숙여 손을 칼처럼 만들어 그림자 팀원의 목 뒤를 세게 내리쳤다.그곳의 경혈을 타격하면 세 시간 동안은 절대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그는 다시 지팡이를 집어 들고 완전히 부서진 왼쪽 무릎을 질질 끌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남자를 옆으로 끌어다 두었다.그동안 이준혁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얇은 입술을 살짝 벌려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과거에는 아주 쉽게 해낼 수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그에게 너무도 고통스럽
이준혁은 원지민에게 다가가 그녀도 기절시킨 후 특수부대에 넘기려고 했으나 에단 찰스의 무전 내용을 듣고는 걸음을 멈췄다.사태를 알아차린 원지민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버렸다.에단 찰스라는 그 미친놈에 대한 소문은 원지민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본인의 어머니를 죽인 것도 그였고 서울에 있는 그의 저택에서는 사람을 고문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즐긴다는 소문도 있었다.사람의 피부로 만든 등불까지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에단 찰스는 통제를 벗어난 미치광이였다.그에게 붙잡히면 고통스럽게 죽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원지민은 결코 에단 찰스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준혁아, 이준혁, 제발 부탁이야. 모든 죄를 인정할게. 경찰에 넘겨줘. 내가 저지른 모든 일, 어떤 죄든 다 받아들일 테니까...”원지민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발목에 묶인 쇠사슬을 벗어나지 못해 몸부림쳤다.지금 그녀는 이준혁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예전에는 이준혁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가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이준혁은 윤혜인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녀와 아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때문에 그가 경찰에 자신을 넘기기만 하면 원지민은 탈출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원지민은 울면서 외쳤다.“제발, 에단 찰스에게 날 넘기지 마. 절대 안 돼. 부탁이야... 부탁해...”하지만 그녀의 처절한 울음에도 불구하고 이준혁의 마음에는 조금의 연민도 없었다.원지민이 얼마나 교활한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설령 감옥에 간다고 해도 그녀는 그곳에서도 자신을 무죄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그에 비해 에단 찰스와 마주하는 것은 원지민에게 가장 적합한 결말이었다.이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원지민이 내민 손을 보며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본 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네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 잘 즐겨, 원지민.”그렇게 이준혁은 문 쪽으로
윤혜인은 노란색 연결선을 가위로 정확하게 겨누고 주저하지 않고 단번에 잘랐다.“싹둑...”가위가 선을 자르는 소리와 동시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꼭 감았다. 가슴이 마구 뛰며 심장이 곧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겁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폭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성공했다!’기쁜 나머지 하마터면 윤혜인은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도 시간도 많지 않았다.그녀는 다음 폭약 지점으로 가야 했다.호텔에서 구한 도구가 든 가방을 챙기고 윤혜인은 이전에 파악한 경로를 따라 또 다른 폭약 지점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첫 번째 경험 덕분에 이번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가위를 꺼내 들고 연결선을 향해 자르려 했다.하지만 싹둑 소리가 나지 않고 대신 쿵 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툭!”윤혜인의 손에서 가위가 떨어졌고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바닥에 엎드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 큰 소리에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하지만 예상했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고 곧 머리를 살짝 들며 윤혜인이 상황을 확인하려던 순간, 그녀의 관자놀이에 차갑고 검은 총구가 닿았다.윤혜인의 온몸이 굳어버렸다.검은 복장의 그림자 팀원이 그녀를 한번 훑어보고 말했다.“너구나? 우리 주인님이 찾는 그 여자가!”윤혜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남자가 말하는 주인님이 에단 찰스를 뜻하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곧 다시 폭약 쪽을 한번 돌아보던 남자는 욕설을 내뱉었다.폭약의 연결선이 잘려 있었던 것이다.그는 다시 윤혜인을 향해 무섭게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네가 자른 거야?”윤혜인은 고개를 숙여 말없이 있었다. 그러자 남자는 그녀의 턱을 세게 움켜잡았다.“팍!”총의 손잡이가 윤혜인의 입술을 강하게 가격했고 하얀 치아를 붉게 물들인 피가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퉤!”윤혜인은 피를 뱉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잘랐어.”남자는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확인하려 했던 것뿐이라 윤혜인은 더 숨길 이유가 없었다.그저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윤혜인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고 다시 전기 충격 판을 그의 손목에 대고 충격을 주었다.손목에 작은 상처가 났고 윤혜인은 그 상처를 노려 지속적으로 전류를 흘려보냈다.전류가 손목을 마비시키기 시작하면서 남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손을 뒤로 뺐다.“젠장!”남자는 손목을 감싸 쥐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웅크렸다.윤혜인은 그 틈을 타서 다리를 뽑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호텔 복도의 문들이 모두 닫혀 있어 숨을 곳이 없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곧 뒤에서 타닥타닥 추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가 이미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멈춰! 너 도망칠 수 없어! 멈추라고!”그림자 팀원은 손을 다친 상태에서도 끈질기게 윤혜인을 쫓아오며 소리쳤다. 그는 무전기를 들어 상황을 보고했다.“주인님, 여자를 찾았습니다. 지금 7층에서 추격 중입니다!”에단 찰스는 무전기의 보고를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피투성이가 된 원지민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미안하군, 원지민 양. 그 여자가 너무 늦게 나타난 탓이지. 어쩔 수 없었어.”원지민은 바닥에 엎드린 채 한없이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가까이서 보면 그녀의 입가가 피투성이가 된 것이 보였다. 그 옆에 버려진 살점은 바로 원지민의 잘린 입이었다.에단 찰스는 실제로 그녀의 입을 도려낸 것이다.절망한 채 원지민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변명할 시간조차 없이 이 미친놈에게 무참히 당한 것이다.세상에 이런 미친 사람이 존재하다니, 아무 말도 없이 에단 찰스는 원지민에게 이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원지민의 속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에단 찰스는 원지민이 죽은 듯이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는 금세 흥미를 잃었다.그의 눈에 원지민은 쓸모없는 실패작에 불과했다.남자에게 버림받고 온갖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그녀는 겨우 평범한 여자인 윤혜인조차 처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에단 찰스는 실크 손수건을 집어 손을 닦고 그의 앞에 튄 피까지 닦
하지만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팔에 전기가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모기에게 물린 듯한 감각이었다.고개를 내려다보니 팔에 주사기가 꽂혀 있었고 원지민은 잔인하게 입을 크게 벌리고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할 말을 잃은 에단 찰스는 곧바로 총을 꺼내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온몸에 마비가 퍼지기 시작했고 그가 맞은 것은 고분자 마취제였다. 맞은 후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초에 불과했다.“너!!”그는 겨우 한 마디만 내뱉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고분자 마취제가 빠르게 에단 찰스의 신경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킥킥킥...”원지민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방금 자신의 입을 도려낸 그 칼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미친 듯이 에단 찰스의 얼굴을 향해 칼을 내리찍기 시작했다.다른 부위는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얼굴만 집중해서 찔렀다.그러자 원래 잘생기고 점잖던 얼굴은 순식간에 핏빛 벌집으로 변했다.“죽어, 죽어, 죽어!!!”원지민은 이렇게 소리치며 칼을 휘둘렀다.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그토록 악명을 떨치던 북안도의 지배자, 에단 찰스가 결국 한 여자의 손에 죽게 될 줄을.더군다나 그가 하찮게 여기던 원지민에게 말이다.원지민은 더 이상 에단 찰스의 원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되자 비로소 칼을 내던졌다.그리고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며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하더니 기괴한 웃음과 함께 중얼거렸다.“이제야 보기 좋네. 내가 얼마나 균일하게 찔렀는지 봐. 네가 한 것보다 훨씬 낫지... 다음에는 더 잘해 볼게...”원지민은 완전히 미쳐버린 상태였다.그녀는 땅에 엎드려 있던 작은 권총을 집어 들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잘 숨어. 내가 너 찾으러 갈 거니까... 킥킥킥...”그녀의 끔찍한 웃음소리가 호텔 복도를 가득 메웠다.그와 동시에 다른 쪽에서 윤혜인은 감히 멈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전력으로 달렸다.계단을 이용하는 것은
윤혜인은 너무나 두려웠고 너무나 무력했다.하지만 아무리 무서워도 그녀는 계속해서 강한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이준혁을 다시 보자마자 그동안 애써 강한 척했던 윤혜인의 모습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했고 그 모습은 처참했지만 동시에 한없이 연약해 보였다.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던 이준혁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혜인아...”“나 너무 화났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당신...”윤혜인은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찬 말을 쏟아내려 했지만 이준혁의 다리가 피에 젖어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서 있는 모습이 다리를 절고 있었고 바지 무릎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당신 괜찮아요? 다리가...”윤혜인은 이준혁의 팔을 힘껏 밀어내고는 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이거 찰스가 그런 거예요?”“아무것도 아니야.”이준혁은 자신의 다리에 신경 쓰지 말라며 그녀를 일으켰다. 그리고 다급히 물었다.“너는? 어디 다친 곳은 없어?”냉랭한 기색은 사라지고 전과 같이 걱정이 담겨있는 따뜻한 눈빛이었다. 그 진심 어린 배려는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따뜻한 이준혁의 체온을 느끼며 그동안 불안했던 윤혜인의 마음은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비록 두 사람 사이에 그동안 수많은 갈등과 오해가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생사가 오가는 이 상황에서는 그런 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윤혜인은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갑작스러운 ‘찰칵' 소리와 함께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은 동시에 굳어버렸다.뒤에서 그림자 팀원이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손들어! 움직이지 마!”윤혜인은 등 뒤가 얼어붙는 것처럼 차가워졌고 이준혁도 손을 들어 올렸다.그림자 팀원은 윤혜인이 아까 자신을 기습했던 일을 떠올리며 크게 분노했다. 그는 그녀에게 교훈을 주려는 듯 총구를 윤혜인에게 돌리며 말했다.“그 여자 이리로 보내.”“안 돼!”이준혁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