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너무나 두려웠고 너무나 무력했다.하지만 아무리 무서워도 그녀는 계속해서 강한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이준혁을 다시 보자마자 그동안 애써 강한 척했던 윤혜인의 모습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했고 그 모습은 처참했지만 동시에 한없이 연약해 보였다.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던 이준혁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혜인아...”“나 너무 화났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당신...”윤혜인은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찬 말을 쏟아내려 했지만 이준혁의 다리가 피에 젖어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서 있는 모습이 다리를 절고 있었고 바지 무릎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당신 괜찮아요? 다리가...”윤혜인은 이준혁의 팔을 힘껏 밀어내고는 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이거 찰스가 그런 거예요?”“아무것도 아니야.”이준혁은 자신의 다리에 신경 쓰지 말라며 그녀를 일으켰다. 그리고 다급히 물었다.“너는? 어디 다친 곳은 없어?”냉랭한 기색은 사라지고 전과 같이 걱정이 담겨있는 따뜻한 눈빛이었다. 그 진심 어린 배려는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따뜻한 이준혁의 체온을 느끼며 그동안 불안했던 윤혜인의 마음은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비록 두 사람 사이에 그동안 수많은 갈등과 오해가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생사가 오가는 이 상황에서는 그런 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윤혜인은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갑작스러운 ‘찰칵' 소리와 함께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은 동시에 굳어버렸다.뒤에서 그림자 팀원이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손들어! 움직이지 마!”윤혜인은 등 뒤가 얼어붙는 것처럼 차가워졌고 이준혁도 손을 들어 올렸다.그림자 팀원은 윤혜인이 아까 자신을 기습했던 일을 떠올리며 크게 분노했다. 그는 그녀에게 교훈을 주려는 듯 총구를 윤혜인에게 돌리며 말했다.“그 여자 이리로 보내.”“안 돼!”이준혁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
그 외침에 그림자 팀원은 알아들었다.손도 멈췄지만 여전히 반항적인 눈빛으로 그는 윤혜인을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그 여린 두부 같은 손으로 총을 쏘겠다고?”말을 하며 그는 오만하게 손가락으로 이준혁의 부서진 무릎을 꾹 찔렀다.그 소리만으로도 고통이 느껴졌지만 이준혁은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총을 쥔 윤혜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사실 그녀는 총을 쏘는 법을 배운 적이 있다.해외에 있을 때 곽진명이 자기방어 기술을 가르치며 여러 기술을 전수했고 그중엔 사격도 포함되었다.하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게다가 한국에 돌아온 후, 총기 관리가 엄격해서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면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그림자 팀원의 조롱에 윤혜인은 빠르게 총을 장전하고 안전장치를 풀며 그림자 팀원을 겨누었다.훈련된 사람처럼 그 일련의 동작들은 매우 능숙했다.그림자 팀원도 잠시 당황해 움직이지 못했다.그의 유일한 총도 이미 윤혜인이 주워들어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윤혜인은 미세한 오차도 없이 그를 겨눈 채 말했다.“손들어. 뒤로 물러나.”그림자 팀원이 한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시선을 피하는 순간, 그의 의도가 이준혁의 눈에 보였다.그는 연막탄을 사용할 생각이었다.“퍽!”이준혁이 무릎을 들어 올리며 정확한 타이밍에 주먹을 날려 그림자 팀원을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림자 팀원은 턱을 감싸며 반격하려 했다. 그의 눈에 이준혁은 이미 다리를 절고 있는 폐인처럼 보였기에 그런 폐인이 자신을 이길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하지만 그림자 팀원은 더 공격하지 못한 채 이준혁의 팔에 머리가 감겨 강하게 조여졌고 질식으로 인해 곧 기절하고 말았다.그가 완전히 기절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이준혁은 벽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그런데 뒤쪽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방금까지 긴장하고 있던 윤혜인이 마치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연기가 서서히 사라지자 윤혜인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원지민이 눈을 깜빡이며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왜 나를 안 쳐다봐? 내가 못생겨서 그런 거야?”그녀는 이어서 조롱하듯 말했다.“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여자에게도 한두 번 칼질해줄까? 그러면 나처럼 흉하게 변하겠지, 끄끅끄끅...”원지민은 마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손뼉을 치며 다시 끅끅 웃음을 터뜨렸다.이준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원지민, 네 상처는 에단 찰스가 만든 거야. 혜인이는 아무 관련이 없어. 지금이라도 혜인이를 풀어줘!”“풀어주라니.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그러자 이준혁이 날카롭게 말했다.“여긴 한국이야.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사람을 해치면 감옥에 갈 수밖에 없어.”윤혜인은 원래 긴장하고 있었지만 이준혁의 말을 듣고 나서 마음속에 작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이준혁은 원지민을 유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의 그런 태도를 보고 나니 윤혜인은 조금 안정을 되찾고 조용히 서 있었다.그러나 윤혜인의 뜻대로 놔둘 리 없었던 원지민은 윤혜인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며 세게 잡아당겼다.“아악!”윤혜인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원지민이 웃으며 말했다.“나 에단 찰스를 죽인 사람이야. 내가 감옥 따위를 무서워할 것 같아?”“네가 에단 찰스를 죽였다고?”이준혁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정말 네가 에단 찰스를 죽였어?” 이 말에는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지만 원지민은 이미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라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래, 내가 죽였어. 그 자식의 얼굴을 마구 찔러서 무려 여든 번 넘게! 그 자식이 내 얼굴을 망치게 했으니까. 개도 먹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서 길거리에 던져버렸어!”윤혜인은 원지민이 이렇게까지 미친 사람일 줄은 몰랐다.더욱이 에단 찰스를 여든 번이나 찔러 죽였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에단 찰스는 굉장한 인물이 아닌가? 그런데 원지민에게 이렇게 쉽게 죽임을 당하다니, 믿기 힘들었다.비록 그녀의 목 뒤에 총이 겨눠져 있었지만 이준혁의 안심시키는 눈빛을 보니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원
이준혁은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바보야, 내가 믿으라고 했잖아.”윤혜인은 잠시 멍해졌다.이준혁의 목소리는 비록 힘이 빠져 보였지만 총에 맞은 사람처럼 들리진 않았다. 게다가 총알에 맞아야 할 그의 몸에도 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그녀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원지민 또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확인하려는 듯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준혁 씨!”윤혜인은 남자를 끌어내리려 했으나 그는 힘겹게 한 다리로 일어서며 원지민의 총구를 마주했다.“안 돼!!!”윤혜인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원지민은 미친 듯이 이준혁의 얼굴을 향해 연거푸 방아쇠를 당겼다.“찰칵, 찰칵, 찰칵...”빈 탄피가 튀어나오는 소리에 원지민은 멍해졌다.‘이럴 리가 없는데. 왜 총이 이렇게 되지?’결국 총이 고장 나 아무 소리도 나지 않자 원지민은 분노가 폭발한 듯 총을 바닥에 내던졌다. 온몸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이준혁, 이거 네 짓이지, 그렇지!”그녀는 격분하여 빠른 말투로 외쳤고 입가에 난 흉터가 찢어지면서 괴로운듯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이 더없이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다.이준혁은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든 총은 내가 바꿔 놓은 거야.”찰스가 그의 무릎뼈를 부러뜨리던 순간, 이준혁은 기회를 틈타 그의 총을 바꿔치기했다.다만 윤혜인을 구하러 달려오다가 서두른 나머지 자신이 숨겨둔 총을 챙기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그래서 원지민이 들고 있던 총은 사실 이준혁이 바꾼 총이었다.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이준혁은 윤혜인을 몸으로 감싸 보호했다. 그의 몸 아래에는 방탄조끼가 있었다.에단 찰스를 잡기 위해 이준혁은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겉으로 보기엔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계획은 치밀했다.결국 원지민이 에단 찰스를 죽이지 않았더라도 그는 체포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에단 찰스의 성격상 생포되기를 거부하고 광기로 맞섰을 것이고 그와 특수부대의 충돌은 엄청난 혼란을 불러왔을 것이다.그러면 특수부대도 피해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두 사람이 같이 있고 나머지 날들은 나랑 같이 있자. 어때?”원지민이 터무니없는 제안을 내뱉자 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너 미쳤어? 난 너 지키려고 그런 적 없거든?”하지만 원지민은 꿈속에 빠져나오기 싫은 듯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아니, 맞아. 준혁아, 이제 거짓말 그만해. 나도 알아. 네가 속으로는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거. 우리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같이 살았잖아...”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원지민은 그동안 이준혁이 한 적 없는 일들마저 스스로 상상해내고 있었다.그 모든 말이 다 허구였다.이준혁은 차갑게 끊어냈다.“원지민, 널 에단 찰스에게 남길 때 난 이미 두 가지 결말을 상상했어. 하나는 네가 그 자식에게 죽는 거고 다른 하나는 네가 그 자식을 죽이는 대신 찰스 가문이 널 고문하는 거였지.”“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원지민은 자신이 꾸던 아름다운 꿈이 이준혁의 말에 산산조각 나는 걸 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중얼거리며 스스로에게 말했다.“넌 날 사랑해... 넌 나한테 마음이 있어... 넌 날 속이고 있어...”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을 세뇌하듯 속삭이며 무너진 꿈을 다시 쌓으려 했다.“날 용서한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용서해?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하고 죄를 지은 사람은 너야. 대체 누가 누구를 용서하겠다는 건지... 네가 한 짓은 이 생에서도 다음 생에서도 그다음 생에서도 용서받을 가치가 없어.”이준혁의 얇고 매력적인 입술에서 나온 말은 차가웠고 그의 표정은 한없이 냉혹했다.“나는 네가 에단 찰스를 이기길 바랐어. 그게 더 통쾌할 것 같았으니까.”모두가 알았다. 찰스 가문을 건드리는 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찰스 가문 사람들 모두가 미친 건 아니었지만 에단 찰스는 예외였다.그의 악명은 널리 퍼져 있었다.족장의 총애를 받으며 곳곳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다녔는지라 에단 찰스의 행동을 못마땅해하는 가문 사람들도 많았다.에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혁은 원지민이 저지른 악행을 보상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느꼈다.윤혜인은 원지민의 기괴하게 변한 얼굴을 보며 점점 더 두려워졌다.그 피범벅의 입은 마치 영화 속 좀비처럼 보였다.이제 더 이상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너무나 무섭고 끔찍하고 소름이 끼쳤다.에단 찰스는 정말 잔혹했다.그녀의 입을 그렇게 깊이 베어 이젠 잇몸뼈까지 다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망가진 입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다.윤혜인은 원지민이 미쳐서 이준혁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까 두려워 그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준혁 씨, 우리 가...”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아아아!!!”원지민은 미친 듯이 윤혜인을 향해 달려들며 그녀를 찢어버리려 했다.그렇게 윤혜인이 손을 들어 막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이준혁은 임시로 지팡이로 사용하던 나무 막대를 힘껏 휘둘러 원지민의 몸에 내리쳤다.“퍽...”그 강한 타격에 피를 토하며 원지민의 몸은 뒤로 넘어갔다.넘어지며 몸에서 피와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하지만 이준혁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급히 윤혜인의 상태를 확인했다.“괜찮아?”윤혜인은 이준혁의 눈동자가 짐승처럼 붉어진 것을 보고 순간 겁을 먹었다. 지금 그의 상태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괜찮아요.”윤혜인은 서둘러 안심시키며 대답했다.“나한테 손 안 댔어요.”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진정된 듯 보였지만 이준혁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원지민은 언제나 악랄하고 음모와 독침을 잘 사용했기 때문에 조금 전 윤혜인에게 독침을 쓰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었다.이 생각이 들자 이준혁의 속에는 원지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분노가 솟아올랐다.상상조차 하기 두려웠다.만약 윤혜인에게 정말로 무슨 일이 생겼다면, 게다가 그녀의 배 속에는 아기도 있었다.정말 작은 차이로 비극을 막은 것이었다.이준혁은 손에 쥔 지팡이를 힘껏 쥐었다.너무 세
“네가 아니었으면 준혁이가 중독되어 죽을 위기에 처했겠어? 그 주사는 원래 네 목에 들어가야 했어. 네 아이가 유산된 것도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넌 애초에 준혁이 옆에 있을 자격이 없어! 준혁이에게 끊임없는 재앙을 불러온 건 너야. 준혁이가 몸을 다치고 생명이 위태로울 때마다 그 모든 일은 다 너 때문이었어! 넌 그저 재앙을 몰고 다니는 불행의 화신일 뿐이야!”“...”“우두둑...”그 순간, 원지민의 유일하게 멀쩡했던 손가락이 이준혁의 차가운 손에 의해 무참히 부러졌다.“아아아...”원지민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닥쳐!”이준혁이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분노가 마침내 폭발했다.윤혜인을 향해 총을 쏘고 독침으로 그녀를 해치려 했던 것만으로도 원지민은 이미 수천 번, 수만 번 죽어 마땅했다.그는 멀쩡한 무릎을 구부리며 반쯤 웅크린 자세에서 손바닥을 힘껏 들어 그녀의 얼굴을 내리쳤다.이준혁이 여자를 때린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그는 그동안 여자를 때리는 남자를 경멸해 왔고 자신이 받아온 교육으로도 절대 여자를 폭력으로 다루지 않았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손바닥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그 마음속의 깊은 분노를 해소할 수 없었다. 마치 그냥 가볍게 긁는 것처럼 전혀 속이 풀리지 않았다.결국 이준혁은 주먹을 움켜쥐고 원지민의 얼굴에 강하게 내리쳤다. 원래부터 흉측했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피가 몰려 돼지처럼 부어올랐다.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번,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내리쳤다.윤혜인은 충격에 휩싸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평소에 늘 냉정하고 자제력 있던 이준혁이 지금은 완전히 미쳐버린 사람처럼 원지민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있었다.그저 한 번에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진심으로 죽이고 싶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넌 정말 죽어야 해. 찰스 가문이 널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널 지옥으로 보내줄게!”이렇게 말하며 이준혁은 바닥에 떨어진 군용 나이프를 집어 들고 그 칼을 원지민의 목에 겨눴다. 그러고는 거
특히 그의 다리 상태는 심각했다.한쪽 다리만으로 걸을 수 있었고 다른 한쪽은 에단 찰스가 짓뭉개버린 무릎이었는데 조금 전에도 다시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만약 조속히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건강 상태가 너무나 걱정되었다. 그의 손을 꼭 붙잡고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준혁 씨, 우리 가요. 병원으로 가요. 여기는 지휘부 사람들에게 맡기면 되니까.”아무리 말해도 이준혁의 눈에 가득 찬 살기는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이준혁이 그렇게 원지민을 혼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지민은 여전히 윤혜인에게 두 번이나 해를 가하려 했고 심지어 윤혜인의 배 속에 있는 아이까지 에단 찰스로 하여금 꺼내버리려 했다.이런 악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이준혁은 죽을래야 결코 마음 편히 죽을 수 없을 것 같았다.이준혁은 윤혜인이 왜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원지민을 죽임으로써 법적 문제에 휘말릴까 봐 염려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준혁의 몸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고 할 수 있는 일도 한정되어 있었다.‘이런 악마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난 절대 눈 감고 죽을 수 없을 거야. 내 명예에 흠집이 생긴다고 해도 상관없어.’이준혁의 마음속에 불길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 뜨거운 살의가 윤혜인에게까지 전달되어, 그녀는 그 열기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윤혜인은 이준혁이 완전히 통제력을 잃었다는 걸 알았다.이 순간, 윤혜인은 자신의 생사에 관한 문제로, 이준혁이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은 것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윤혜인은 그를 꼭 끌어안으며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준혁 씨, 부탁이에요. 우리 이만 가요...”그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견뎌왔다는 것을 윤혜인은 알고 있었다.이제 그녀는 이준혁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을 원했다.남자의 몸은 그 따뜻한 포옹에 점차 이완되기 시작했다. 윤혜인은 이준혁을 꼭 붙잡고 벽을 짚으며 천천히 일어섰다.하지만 그들의 핸드폰은 조금 전 싸움 중에 어디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