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민이 눈을 깜빡이며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왜 나를 안 쳐다봐? 내가 못생겨서 그런 거야?”그녀는 이어서 조롱하듯 말했다.“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여자에게도 한두 번 칼질해줄까? 그러면 나처럼 흉하게 변하겠지, 끄끅끄끅...”원지민은 마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손뼉을 치며 다시 끅끅 웃음을 터뜨렸다.이준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원지민, 네 상처는 에단 찰스가 만든 거야. 혜인이는 아무 관련이 없어. 지금이라도 혜인이를 풀어줘!”“풀어주라니.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그러자 이준혁이 날카롭게 말했다.“여긴 한국이야.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사람을 해치면 감옥에 갈 수밖에 없어.”윤혜인은 원래 긴장하고 있었지만 이준혁의 말을 듣고 나서 마음속에 작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이준혁은 원지민을 유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의 그런 태도를 보고 나니 윤혜인은 조금 안정을 되찾고 조용히 서 있었다.그러나 윤혜인의 뜻대로 놔둘 리 없었던 원지민은 윤혜인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며 세게 잡아당겼다.“아악!”윤혜인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원지민이 웃으며 말했다.“나 에단 찰스를 죽인 사람이야. 내가 감옥 따위를 무서워할 것 같아?”“네가 에단 찰스를 죽였다고?”이준혁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정말 네가 에단 찰스를 죽였어?” 이 말에는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지만 원지민은 이미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라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래, 내가 죽였어. 그 자식의 얼굴을 마구 찔러서 무려 여든 번 넘게! 그 자식이 내 얼굴을 망치게 했으니까. 개도 먹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서 길거리에 던져버렸어!”윤혜인은 원지민이 이렇게까지 미친 사람일 줄은 몰랐다.더욱이 에단 찰스를 여든 번이나 찔러 죽였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에단 찰스는 굉장한 인물이 아닌가? 그런데 원지민에게 이렇게 쉽게 죽임을 당하다니, 믿기 힘들었다.비록 그녀의 목 뒤에 총이 겨눠져 있었지만 이준혁의 안심시키는 눈빛을 보니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원
이준혁은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바보야, 내가 믿으라고 했잖아.”윤혜인은 잠시 멍해졌다.이준혁의 목소리는 비록 힘이 빠져 보였지만 총에 맞은 사람처럼 들리진 않았다. 게다가 총알에 맞아야 할 그의 몸에도 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그녀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원지민 또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확인하려는 듯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준혁 씨!”윤혜인은 남자를 끌어내리려 했으나 그는 힘겹게 한 다리로 일어서며 원지민의 총구를 마주했다.“안 돼!!!”윤혜인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원지민은 미친 듯이 이준혁의 얼굴을 향해 연거푸 방아쇠를 당겼다.“찰칵, 찰칵, 찰칵...”빈 탄피가 튀어나오는 소리에 원지민은 멍해졌다.‘이럴 리가 없는데. 왜 총이 이렇게 되지?’결국 총이 고장 나 아무 소리도 나지 않자 원지민은 분노가 폭발한 듯 총을 바닥에 내던졌다. 온몸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이준혁, 이거 네 짓이지, 그렇지!”그녀는 격분하여 빠른 말투로 외쳤고 입가에 난 흉터가 찢어지면서 괴로운듯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이 더없이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다.이준혁은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든 총은 내가 바꿔 놓은 거야.”찰스가 그의 무릎뼈를 부러뜨리던 순간, 이준혁은 기회를 틈타 그의 총을 바꿔치기했다.다만 윤혜인을 구하러 달려오다가 서두른 나머지 자신이 숨겨둔 총을 챙기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그래서 원지민이 들고 있던 총은 사실 이준혁이 바꾼 총이었다.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이준혁은 윤혜인을 몸으로 감싸 보호했다. 그의 몸 아래에는 방탄조끼가 있었다.에단 찰스를 잡기 위해 이준혁은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겉으로 보기엔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계획은 치밀했다.결국 원지민이 에단 찰스를 죽이지 않았더라도 그는 체포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에단 찰스의 성격상 생포되기를 거부하고 광기로 맞섰을 것이고 그와 특수부대의 충돌은 엄청난 혼란을 불러왔을 것이다.그러면 특수부대도 피해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두 사람이 같이 있고 나머지 날들은 나랑 같이 있자. 어때?”원지민이 터무니없는 제안을 내뱉자 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너 미쳤어? 난 너 지키려고 그런 적 없거든?”하지만 원지민은 꿈속에 빠져나오기 싫은 듯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아니, 맞아. 준혁아, 이제 거짓말 그만해. 나도 알아. 네가 속으로는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거. 우리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같이 살았잖아...”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원지민은 그동안 이준혁이 한 적 없는 일들마저 스스로 상상해내고 있었다.그 모든 말이 다 허구였다.이준혁은 차갑게 끊어냈다.“원지민, 널 에단 찰스에게 남길 때 난 이미 두 가지 결말을 상상했어. 하나는 네가 그 자식에게 죽는 거고 다른 하나는 네가 그 자식을 죽이는 대신 찰스 가문이 널 고문하는 거였지.”“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원지민은 자신이 꾸던 아름다운 꿈이 이준혁의 말에 산산조각 나는 걸 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중얼거리며 스스로에게 말했다.“넌 날 사랑해... 넌 나한테 마음이 있어... 넌 날 속이고 있어...”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을 세뇌하듯 속삭이며 무너진 꿈을 다시 쌓으려 했다.“날 용서한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용서해?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하고 죄를 지은 사람은 너야. 대체 누가 누구를 용서하겠다는 건지... 네가 한 짓은 이 생에서도 다음 생에서도 그다음 생에서도 용서받을 가치가 없어.”이준혁의 얇고 매력적인 입술에서 나온 말은 차가웠고 그의 표정은 한없이 냉혹했다.“나는 네가 에단 찰스를 이기길 바랐어. 그게 더 통쾌할 것 같았으니까.”모두가 알았다. 찰스 가문을 건드리는 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찰스 가문 사람들 모두가 미친 건 아니었지만 에단 찰스는 예외였다.그의 악명은 널리 퍼져 있었다.족장의 총애를 받으며 곳곳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다녔는지라 에단 찰스의 행동을 못마땅해하는 가문 사람들도 많았다.에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혁은 원지민이 저지른 악행을 보상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느꼈다.윤혜인은 원지민의 기괴하게 변한 얼굴을 보며 점점 더 두려워졌다.그 피범벅의 입은 마치 영화 속 좀비처럼 보였다.이제 더 이상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너무나 무섭고 끔찍하고 소름이 끼쳤다.에단 찰스는 정말 잔혹했다.그녀의 입을 그렇게 깊이 베어 이젠 잇몸뼈까지 다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망가진 입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다.윤혜인은 원지민이 미쳐서 이준혁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까 두려워 그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 “준혁 씨, 우리 가...”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아아아!!!”원지민은 미친 듯이 윤혜인을 향해 달려들며 그녀를 찢어버리려 했다.그렇게 윤혜인이 손을 들어 막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이준혁은 임시로 지팡이로 사용하던 나무 막대를 힘껏 휘둘러 원지민의 몸에 내리쳤다.“퍽...”그 강한 타격에 피를 토하며 원지민의 몸은 뒤로 넘어갔다.넘어지며 몸에서 피와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하지만 이준혁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급히 윤혜인의 상태를 확인했다.“괜찮아?”윤혜인은 이준혁의 눈동자가 짐승처럼 붉어진 것을 보고 순간 겁을 먹었다. 지금 그의 상태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괜찮아요.”윤혜인은 서둘러 안심시키며 대답했다.“나한테 손 안 댔어요.”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진정된 듯 보였지만 이준혁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원지민은 언제나 악랄하고 음모와 독침을 잘 사용했기 때문에 조금 전 윤혜인에게 독침을 쓰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었다.이 생각이 들자 이준혁의 속에는 원지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분노가 솟아올랐다.상상조차 하기 두려웠다.만약 윤혜인에게 정말로 무슨 일이 생겼다면, 게다가 그녀의 배 속에는 아기도 있었다.정말 작은 차이로 비극을 막은 것이었다.이준혁은 손에 쥔 지팡이를 힘껏 쥐었다.너무 세
“네가 아니었으면 준혁이가 중독되어 죽을 위기에 처했겠어? 그 주사는 원래 네 목에 들어가야 했어. 네 아이가 유산된 것도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넌 애초에 준혁이 옆에 있을 자격이 없어! 준혁이에게 끊임없는 재앙을 불러온 건 너야. 준혁이가 몸을 다치고 생명이 위태로울 때마다 그 모든 일은 다 너 때문이었어! 넌 그저 재앙을 몰고 다니는 불행의 화신일 뿐이야!”“...”“우두둑...”그 순간, 원지민의 유일하게 멀쩡했던 손가락이 이준혁의 차가운 손에 의해 무참히 부러졌다.“아아아...”원지민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닥쳐!”이준혁이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분노가 마침내 폭발했다.윤혜인을 향해 총을 쏘고 독침으로 그녀를 해치려 했던 것만으로도 원지민은 이미 수천 번, 수만 번 죽어 마땅했다.그는 멀쩡한 무릎을 구부리며 반쯤 웅크린 자세에서 손바닥을 힘껏 들어 그녀의 얼굴을 내리쳤다.이준혁이 여자를 때린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그는 그동안 여자를 때리는 남자를 경멸해 왔고 자신이 받아온 교육으로도 절대 여자를 폭력으로 다루지 않았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손바닥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그 마음속의 깊은 분노를 해소할 수 없었다. 마치 그냥 가볍게 긁는 것처럼 전혀 속이 풀리지 않았다.결국 이준혁은 주먹을 움켜쥐고 원지민의 얼굴에 강하게 내리쳤다. 원래부터 흉측했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피가 몰려 돼지처럼 부어올랐다.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번,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내리쳤다.윤혜인은 충격에 휩싸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평소에 늘 냉정하고 자제력 있던 이준혁이 지금은 완전히 미쳐버린 사람처럼 원지민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있었다.그저 한 번에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진심으로 죽이고 싶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넌 정말 죽어야 해. 찰스 가문이 널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널 지옥으로 보내줄게!”이렇게 말하며 이준혁은 바닥에 떨어진 군용 나이프를 집어 들고 그 칼을 원지민의 목에 겨눴다. 그러고는 거
특히 그의 다리 상태는 심각했다.한쪽 다리만으로 걸을 수 있었고 다른 한쪽은 에단 찰스가 짓뭉개버린 무릎이었는데 조금 전에도 다시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만약 조속히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했다.윤혜인은 이준혁의 건강 상태가 너무나 걱정되었다. 그의 손을 꼭 붙잡고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준혁 씨, 우리 가요. 병원으로 가요. 여기는 지휘부 사람들에게 맡기면 되니까.”아무리 말해도 이준혁의 눈에 가득 찬 살기는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이준혁이 그렇게 원지민을 혼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지민은 여전히 윤혜인에게 두 번이나 해를 가하려 했고 심지어 윤혜인의 배 속에 있는 아이까지 에단 찰스로 하여금 꺼내버리려 했다.이런 악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이준혁은 죽을래야 결코 마음 편히 죽을 수 없을 것 같았다.이준혁은 윤혜인이 왜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원지민을 죽임으로써 법적 문제에 휘말릴까 봐 염려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준혁의 몸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있었고 할 수 있는 일도 한정되어 있었다.‘이런 악마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난 절대 눈 감고 죽을 수 없을 거야. 내 명예에 흠집이 생긴다고 해도 상관없어.’이준혁의 마음속에 불길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 뜨거운 살의가 윤혜인에게까지 전달되어, 그녀는 그 열기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윤혜인은 이준혁이 완전히 통제력을 잃었다는 걸 알았다.이 순간, 윤혜인은 자신의 생사에 관한 문제로, 이준혁이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은 것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윤혜인은 그를 꼭 끌어안으며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준혁 씨, 부탁이에요. 우리 이만 가요...”그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견뎌왔다는 것을 윤혜인은 알고 있었다.이제 그녀는 이준혁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만을 원했다.남자의 몸은 그 따뜻한 포옹에 점차 이완되기 시작했다. 윤혜인은 이준혁을 꼭 붙잡고 벽을 짚으며 천천히 일어섰다.하지만 그들의 핸드폰은 조금 전 싸움 중에 어디론가
원지민의 목구멍으로 검붉은 피가 올라왔지만 반듯하게 누워 있던 터라 어혈을 뱉어내지 못해 다시 기도로 흘러 들어갔다.“컥. 콜록콜록.”원지민은 사레가 크게 들렸는지 팔뚝마저 검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아까 그렇게 넘어지고 나니 온몸에 힘이 쭉 빠진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욕설을 퍼부으려고 입을 열어도 목구멍에서는 ‘억’하는 소리만 들려왔다.마음이 다급해질수록 솟구치는 어혈은 점점 많아졌고 그대로 기도로 빨려 들어갔다.“컥. 컥. 콜록콜록…”기침하면 할수록 입가에 하얀 거품이 점점 많아졌고 기침하는 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원지민은 두 손으로 바닥을 쾅쾅 내리치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건물 안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고 옆에는 찰스라는 그림자 팀 대원만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그렇게 발버둥 치던 원지민은 갑자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몸이 점점 뻣뻣해졌다.윤혜인은 이준혁을 부축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 건물은 지금 안전한 상태였고 더 들이닥칠 적들도 없었다.윤혜인의 체력으로 이준혁을 부축해 걷기란 매우 힘들었고 언제든 떨어질 위험이 있었기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가장 안전했다.이준혁을 겨우 엘리베이터로 안내한 윤혜인은 일단 이준혁을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게 하고는 잠깐 휴식했다.층수를 누르고 고개를 돌리자 이준혁이 예쁜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화들짝 놀란 윤혜인이 얼른 이준혁의 이마를 짚어보며 물었다.“어때요? 좀 괜찮아요?”이준혁이 윤혜인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혜인아… 이거 지금 꿈 아니지…?”이준혁은 거칠거칠한 손바닥으로 윤혜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이거 진짜지?”이준혁은 열이 많이 나서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다.윤혜인은 이준혁이 피가 묻은 손으로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다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래요. 나 맞아요. 정말 나예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이 윤혜인의 팔을 잡더니 그녀를 으스러지게 꽉 끌어안았다. 이준혁의 팔은 마치 억센 넝쿨과도
이준혁이 눈을 뜨고는 윤혜인을 바라봤다. 눈시울은 어느새 빨개 있었고 열이 심하게 나는지라 눈이 충혈된 상태였다.하지만 이준혁의 또렷한 눈빛에 윤혜인은 이준혁의 정신이 말짱한 게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이준혁은 윤혜인의 머릿결에 살포시 키스하더니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꿈이 너무 좋아서 영영 깨고 싶지 않네…”순간 코끝이 찡해 난 윤혜인은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이준혁이 손을 내밀어 윤혜인의 눈가를 닦아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울지 마. 네가 울면 내 마음이 너무 아파…”윤혜인은 울음을 그치고 싶었지만 좀처럼 그게 되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을 잔뜩 머금은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요…”“우리… 우리 곧 병원에 도착할 거예요. 준혁 씨 다 나으면 가족끼리 모여서 단란하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윤혜인의 표정은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드디어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엘리베이터에서 3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대문 쪽에 특수 부대 알파팀 사람들이 전격 무장하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경찰차와 앰뷸런스 소리가 들렸다.단조롭기만 한 선율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하모니로 들렸다. 드디어 안전해졌다는 의미기도 했다.윤혜인은 몸이 불덩이 같은 이준혁을 부축해 나오며 울먹였다.“준혁 씨, 봐요. 알파팀 사람들이에요. 조금만 더 버티면 바로 병원에 도착할 수 있어요. 도착하면 우리 가족 셋이… 아니다…”윤혜인이 눈물을 훔치며 말을 바꿨다.“우리 가족 다섯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조심해요.”그때 문밖에서 누군가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윤혜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위아래로 까만 옷을 입은 남자가 총으로 윤혜인을 겨누고 있었다.경고와 함께 남자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윤혜인의 머리였다.바깥은 빛이 밝았기에 윤혜인은 남자의 파란 눈동자에 차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