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노란색 연결선을 가위로 정확하게 겨누고 주저하지 않고 단번에 잘랐다.“싹둑...”가위가 선을 자르는 소리와 동시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꼭 감았다. 가슴이 마구 뛰며 심장이 곧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겁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폭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성공했다!’기쁜 나머지 하마터면 윤혜인은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도 시간도 많지 않았다.그녀는 다음 폭약 지점으로 가야 했다.호텔에서 구한 도구가 든 가방을 챙기고 윤혜인은 이전에 파악한 경로를 따라 또 다른 폭약 지점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첫 번째 경험 덕분에 이번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가위를 꺼내 들고 연결선을 향해 자르려 했다.하지만 싹둑 소리가 나지 않고 대신 쿵 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툭!”윤혜인의 손에서 가위가 떨어졌고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바닥에 엎드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 큰 소리에 폭탄이 터진 줄 알았다.하지만 예상했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고 곧 머리를 살짝 들며 윤혜인이 상황을 확인하려던 순간, 그녀의 관자놀이에 차갑고 검은 총구가 닿았다.윤혜인의 온몸이 굳어버렸다.검은 복장의 그림자 팀원이 그녀를 한번 훑어보고 말했다.“너구나? 우리 주인님이 찾는 그 여자가!”윤혜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남자가 말하는 주인님이 에단 찰스를 뜻하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곧 다시 폭약 쪽을 한번 돌아보던 남자는 욕설을 내뱉었다.폭약의 연결선이 잘려 있었던 것이다.그는 다시 윤혜인을 향해 무섭게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네가 자른 거야?”윤혜인은 고개를 숙여 말없이 있었다. 그러자 남자는 그녀의 턱을 세게 움켜잡았다.“팍!”총의 손잡이가 윤혜인의 입술을 강하게 가격했고 하얀 치아를 붉게 물들인 피가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퉤!”윤혜인은 피를 뱉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잘랐어.”남자는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확인하려 했던 것뿐이라 윤혜인은 더 숨길 이유가 없었다.그저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윤혜인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며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고 다시 전기 충격 판을 그의 손목에 대고 충격을 주었다.손목에 작은 상처가 났고 윤혜인은 그 상처를 노려 지속적으로 전류를 흘려보냈다.전류가 손목을 마비시키기 시작하면서 남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손을 뒤로 뺐다.“젠장!”남자는 손목을 감싸 쥐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웅크렸다.윤혜인은 그 틈을 타서 다리를 뽑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호텔 복도의 문들이 모두 닫혀 있어 숨을 곳이 없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곧 뒤에서 타닥타닥 추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가 이미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멈춰! 너 도망칠 수 없어! 멈추라고!”그림자 팀원은 손을 다친 상태에서도 끈질기게 윤혜인을 쫓아오며 소리쳤다. 그는 무전기를 들어 상황을 보고했다.“주인님, 여자를 찾았습니다. 지금 7층에서 추격 중입니다!”에단 찰스는 무전기의 보고를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피투성이가 된 원지민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미안하군, 원지민 양. 그 여자가 너무 늦게 나타난 탓이지. 어쩔 수 없었어.”원지민은 바닥에 엎드린 채 한없이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가까이서 보면 그녀의 입가가 피투성이가 된 것이 보였다. 그 옆에 버려진 살점은 바로 원지민의 잘린 입이었다.에단 찰스는 실제로 그녀의 입을 도려낸 것이다.절망한 채 원지민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변명할 시간조차 없이 이 미친놈에게 무참히 당한 것이다.세상에 이런 미친 사람이 존재하다니, 아무 말도 없이 에단 찰스는 원지민에게 이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원지민의 속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에단 찰스는 원지민이 죽은 듯이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는 금세 흥미를 잃었다.그의 눈에 원지민은 쓸모없는 실패작에 불과했다.남자에게 버림받고 온갖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그녀는 겨우 평범한 여자인 윤혜인조차 처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에단 찰스는 실크 손수건을 집어 손을 닦고 그의 앞에 튄 피까지 닦
하지만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팔에 전기가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모기에게 물린 듯한 감각이었다.고개를 내려다보니 팔에 주사기가 꽂혀 있었고 원지민은 잔인하게 입을 크게 벌리고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할 말을 잃은 에단 찰스는 곧바로 총을 꺼내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온몸에 마비가 퍼지기 시작했고 그가 맞은 것은 고분자 마취제였다. 맞은 후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초에 불과했다.“너!!”그는 겨우 한 마디만 내뱉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고분자 마취제가 빠르게 에단 찰스의 신경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킥킥킥...”원지민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방금 자신의 입을 도려낸 그 칼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미친 듯이 에단 찰스의 얼굴을 향해 칼을 내리찍기 시작했다.다른 부위는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얼굴만 집중해서 찔렀다.그러자 원래 잘생기고 점잖던 얼굴은 순식간에 핏빛 벌집으로 변했다.“죽어, 죽어, 죽어!!!”원지민은 이렇게 소리치며 칼을 휘둘렀다.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그토록 악명을 떨치던 북안도의 지배자, 에단 찰스가 결국 한 여자의 손에 죽게 될 줄을.더군다나 그가 하찮게 여기던 원지민에게 말이다.원지민은 더 이상 에단 찰스의 원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되자 비로소 칼을 내던졌다.그리고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며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하더니 기괴한 웃음과 함께 중얼거렸다.“이제야 보기 좋네. 내가 얼마나 균일하게 찔렀는지 봐. 네가 한 것보다 훨씬 낫지... 다음에는 더 잘해 볼게...”원지민은 완전히 미쳐버린 상태였다.그녀는 땅에 엎드려 있던 작은 권총을 집어 들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잘 숨어. 내가 너 찾으러 갈 거니까... 킥킥킥...”그녀의 끔찍한 웃음소리가 호텔 복도를 가득 메웠다.그와 동시에 다른 쪽에서 윤혜인은 감히 멈출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전력으로 달렸다.계단을 이용하는 것은
윤혜인은 너무나 두려웠고 너무나 무력했다.하지만 아무리 무서워도 그녀는 계속해서 강한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 순간, 이준혁을 다시 보자마자 그동안 애써 강한 척했던 윤혜인의 모습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했고 그 모습은 처참했지만 동시에 한없이 연약해 보였다.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던 이준혁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혜인아...”“나 너무 화났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당신...”윤혜인은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찬 말을 쏟아내려 했지만 이준혁의 다리가 피에 젖어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서 있는 모습이 다리를 절고 있었고 바지 무릎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당신 괜찮아요? 다리가...”윤혜인은 이준혁의 팔을 힘껏 밀어내고는 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이거 찰스가 그런 거예요?”“아무것도 아니야.”이준혁은 자신의 다리에 신경 쓰지 말라며 그녀를 일으켰다. 그리고 다급히 물었다.“너는? 어디 다친 곳은 없어?”냉랭한 기색은 사라지고 전과 같이 걱정이 담겨있는 따뜻한 눈빛이었다. 그 진심 어린 배려는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따뜻한 이준혁의 체온을 느끼며 그동안 불안했던 윤혜인의 마음은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비록 두 사람 사이에 그동안 수많은 갈등과 오해가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생사가 오가는 이 상황에서는 그런 것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윤혜인은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갑작스러운 ‘찰칵' 소리와 함께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은 동시에 굳어버렸다.뒤에서 그림자 팀원이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손들어! 움직이지 마!”윤혜인은 등 뒤가 얼어붙는 것처럼 차가워졌고 이준혁도 손을 들어 올렸다.그림자 팀원은 윤혜인이 아까 자신을 기습했던 일을 떠올리며 크게 분노했다. 그는 그녀에게 교훈을 주려는 듯 총구를 윤혜인에게 돌리며 말했다.“그 여자 이리로 보내.”“안 돼!”이준혁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
그 외침에 그림자 팀원은 알아들었다.손도 멈췄지만 여전히 반항적인 눈빛으로 그는 윤혜인을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그 여린 두부 같은 손으로 총을 쏘겠다고?”말을 하며 그는 오만하게 손가락으로 이준혁의 부서진 무릎을 꾹 찔렀다.그 소리만으로도 고통이 느껴졌지만 이준혁은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총을 쥔 윤혜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사실 그녀는 총을 쏘는 법을 배운 적이 있다.해외에 있을 때 곽진명이 자기방어 기술을 가르치며 여러 기술을 전수했고 그중엔 사격도 포함되었다.하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게다가 한국에 돌아온 후, 총기 관리가 엄격해서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면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그림자 팀원의 조롱에 윤혜인은 빠르게 총을 장전하고 안전장치를 풀며 그림자 팀원을 겨누었다.훈련된 사람처럼 그 일련의 동작들은 매우 능숙했다.그림자 팀원도 잠시 당황해 움직이지 못했다.그의 유일한 총도 이미 윤혜인이 주워들어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윤혜인은 미세한 오차도 없이 그를 겨눈 채 말했다.“손들어. 뒤로 물러나.”그림자 팀원이 한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시선을 피하는 순간, 그의 의도가 이준혁의 눈에 보였다.그는 연막탄을 사용할 생각이었다.“퍽!”이준혁이 무릎을 들어 올리며 정확한 타이밍에 주먹을 날려 그림자 팀원을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림자 팀원은 턱을 감싸며 반격하려 했다. 그의 눈에 이준혁은 이미 다리를 절고 있는 폐인처럼 보였기에 그런 폐인이 자신을 이길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하지만 그림자 팀원은 더 공격하지 못한 채 이준혁의 팔에 머리가 감겨 강하게 조여졌고 질식으로 인해 곧 기절하고 말았다.그가 완전히 기절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이준혁은 벽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그런데 뒤쪽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방금까지 긴장하고 있던 윤혜인이 마치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연기가 서서히 사라지자 윤혜인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원지민이 눈을 깜빡이며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왜 나를 안 쳐다봐? 내가 못생겨서 그런 거야?”그녀는 이어서 조롱하듯 말했다.“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여자에게도 한두 번 칼질해줄까? 그러면 나처럼 흉하게 변하겠지, 끄끅끄끅...”원지민은 마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손뼉을 치며 다시 끅끅 웃음을 터뜨렸다.이준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원지민, 네 상처는 에단 찰스가 만든 거야. 혜인이는 아무 관련이 없어. 지금이라도 혜인이를 풀어줘!”“풀어주라니.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그러자 이준혁이 날카롭게 말했다.“여긴 한국이야.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사람을 해치면 감옥에 갈 수밖에 없어.”윤혜인은 원래 긴장하고 있었지만 이준혁의 말을 듣고 나서 마음속에 작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이준혁은 원지민을 유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의 그런 태도를 보고 나니 윤혜인은 조금 안정을 되찾고 조용히 서 있었다.그러나 윤혜인의 뜻대로 놔둘 리 없었던 원지민은 윤혜인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며 세게 잡아당겼다.“아악!”윤혜인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원지민이 웃으며 말했다.“나 에단 찰스를 죽인 사람이야. 내가 감옥 따위를 무서워할 것 같아?”“네가 에단 찰스를 죽였다고?”이준혁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정말 네가 에단 찰스를 죽였어?” 이 말에는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지만 원지민은 이미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라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래, 내가 죽였어. 그 자식의 얼굴을 마구 찔러서 무려 여든 번 넘게! 그 자식이 내 얼굴을 망치게 했으니까. 개도 먹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서 길거리에 던져버렸어!”윤혜인은 원지민이 이렇게까지 미친 사람일 줄은 몰랐다.더욱이 에단 찰스를 여든 번이나 찔러 죽였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에단 찰스는 굉장한 인물이 아닌가? 그런데 원지민에게 이렇게 쉽게 죽임을 당하다니, 믿기 힘들었다.비록 그녀의 목 뒤에 총이 겨눠져 있었지만 이준혁의 안심시키는 눈빛을 보니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원
이준혁은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바보야, 내가 믿으라고 했잖아.”윤혜인은 잠시 멍해졌다.이준혁의 목소리는 비록 힘이 빠져 보였지만 총에 맞은 사람처럼 들리진 않았다. 게다가 총알에 맞아야 할 그의 몸에도 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그녀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원지민 또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확인하려는 듯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준혁 씨!”윤혜인은 남자를 끌어내리려 했으나 그는 힘겹게 한 다리로 일어서며 원지민의 총구를 마주했다.“안 돼!!!”윤혜인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원지민은 미친 듯이 이준혁의 얼굴을 향해 연거푸 방아쇠를 당겼다.“찰칵, 찰칵, 찰칵...”빈 탄피가 튀어나오는 소리에 원지민은 멍해졌다.‘이럴 리가 없는데. 왜 총이 이렇게 되지?’결국 총이 고장 나 아무 소리도 나지 않자 원지민은 분노가 폭발한 듯 총을 바닥에 내던졌다. 온몸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이준혁, 이거 네 짓이지, 그렇지!”그녀는 격분하여 빠른 말투로 외쳤고 입가에 난 흉터가 찢어지면서 괴로운듯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이 더없이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다.이준혁은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든 총은 내가 바꿔 놓은 거야.”찰스가 그의 무릎뼈를 부러뜨리던 순간, 이준혁은 기회를 틈타 그의 총을 바꿔치기했다.다만 윤혜인을 구하러 달려오다가 서두른 나머지 자신이 숨겨둔 총을 챙기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그래서 원지민이 들고 있던 총은 사실 이준혁이 바꾼 총이었다.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이준혁은 윤혜인을 몸으로 감싸 보호했다. 그의 몸 아래에는 방탄조끼가 있었다.에단 찰스를 잡기 위해 이준혁은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겉으로 보기엔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계획은 치밀했다.결국 원지민이 에단 찰스를 죽이지 않았더라도 그는 체포되었을 것이다.하지만 에단 찰스의 성격상 생포되기를 거부하고 광기로 맞섰을 것이고 그와 특수부대의 충돌은 엄청난 혼란을 불러왔을 것이다.그러면 특수부대도 피해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두 사람이 같이 있고 나머지 날들은 나랑 같이 있자. 어때?”원지민이 터무니없는 제안을 내뱉자 이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너 미쳤어? 난 너 지키려고 그런 적 없거든?”하지만 원지민은 꿈속에 빠져나오기 싫은 듯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아니, 맞아. 준혁아, 이제 거짓말 그만해. 나도 알아. 네가 속으로는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거. 우리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같이 살았잖아...”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원지민은 그동안 이준혁이 한 적 없는 일들마저 스스로 상상해내고 있었다.그 모든 말이 다 허구였다.이준혁은 차갑게 끊어냈다.“원지민, 널 에단 찰스에게 남길 때 난 이미 두 가지 결말을 상상했어. 하나는 네가 그 자식에게 죽는 거고 다른 하나는 네가 그 자식을 죽이는 대신 찰스 가문이 널 고문하는 거였지.”“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원지민은 자신이 꾸던 아름다운 꿈이 이준혁의 말에 산산조각 나는 걸 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중얼거리며 스스로에게 말했다.“넌 날 사랑해... 넌 나한테 마음이 있어... 넌 날 속이고 있어...”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을 세뇌하듯 속삭이며 무너진 꿈을 다시 쌓으려 했다.“날 용서한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용서해?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하고 죄를 지은 사람은 너야. 대체 누가 누구를 용서하겠다는 건지... 네가 한 짓은 이 생에서도 다음 생에서도 그다음 생에서도 용서받을 가치가 없어.”이준혁의 얇고 매력적인 입술에서 나온 말은 차가웠고 그의 표정은 한없이 냉혹했다.“나는 네가 에단 찰스를 이기길 바랐어. 그게 더 통쾌할 것 같았으니까.”모두가 알았다. 찰스 가문을 건드리는 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찰스 가문 사람들 모두가 미친 건 아니었지만 에단 찰스는 예외였다.그의 악명은 널리 퍼져 있었다.족장의 총애를 받으며 곳곳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다녔는지라 에단 찰스의 행동을 못마땅해하는 가문 사람들도 많았다.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