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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너 왜 나 싫어해

정민아는 평소 고고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창백해진 얼굴이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녀도 고개를 돌려 고연우를 바라보다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다시 창밖을 쳐다보면서 쉰 목소리로 답했다.

“응.”

“내가 그렇게 싫어?”

신경이 곤두서 있던 정민아는 고연우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회피했다.

“나 더 잘래, 도착하면 깨워줘.”

그녀의 아이러니한 태도가 고연우의 심기를 더 건드렸고,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자기 쪽으로 돌렸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싫어해? 네가 애초에 갖은 수단과 방법을 이용해 나와 결혼을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결과가 없었을 거잖아.”

고연우는 정민아가 2년 동안의 결혼 생활에서 보인 무관심 때문에 그녀가 자기를 원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감정이 다시 소용돌이치면서 그의 잘생긴 얼굴이 평소보다 더 어둡게 변했다.

잠시 후, 정민아는 경멸의 시선으로 고연우를 보면서 까칠한 태도로 반문했다,

“네가 날 차갑게 대한 걸로 내가 상처받았다고 생각해? 고연우...”

차가 집 앞에 멈추자, 정민아의 언성이 전보다 더 높아졌다.

“그래, 2년의 결혼 생활 동안 넌 나한테 항상 무관심했고,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아가는 여자들보다 더 비참하게 만들었어. 이런데도 내가 널 미워하면 안 돼?”

“정민아, 네가 얼마나 사람을 귀찮게 하는지 알아? 다시 말하지만, 난 그 누구보다도 널 증오해.”

그러나 이 정도의 언어 폭력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을 정민아가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태연하게 섬섬옥수 같은 자기 손가락을,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살피면서 살기 어린 말을 내뱉었다.

“삶의 의지를 놓아버리고 죽을 때, 날 저주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을 함께 데려갈 테니까, 내가 행복하게 오래 살기를 하느님이나 부처님께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고연우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주차를 마저 끝낸 다음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 왔어, 내려.”

정민아는 가로등 불빛에 비친 가늘고 촘촘하게 흩날리는 빗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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