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미남 미녀라 일부러 포즈를 취할 필요 없이 너무 이상한 각도만 아니면 초근접 샷도 예쁘게 나온다.찰칵! 둘의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사진 속의 박태준은 신은지를 뒤에서 껴안은 채 시선을 약간 아래로 하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집중하는 모습은 마치 세상에 그녀 한 사람만 있는 것 같았다. 매서운 이목구비는 따뜻한 불빛 아래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고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박태준이 휴대폰을 건네받은 후 이탈리아어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그 사람이 뭐라고 말했다. 신은지는 잘 들리지 않았고 들었다 해도 알아듣지 못한다.“저 사람이 뭐래?”그녀는 고개를 숙여 사진을 뒤적거렸다. 그 사람이 여러 장 찍어줬는데, 그중 한 장은 배경이 흐릿하게 처리되어 희미한 네온사인이 하늘을 가득 채운 현란한 불꽃처럼 보이고 그녀의 눈에 따뜻한 빛이 가득했다.“네가 예쁘다고 했어.”신은지는 사진을 자기 휴대폰에 발송했다.“그럼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를 만난 게 굉장한 행운이니 소중히 여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아니.”신은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이 남자는 정말 EQ가 빵점이다. 이럴 때는 그녀의 말을 이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거저 주는 문제도 받아먹지 못하니, 역시 독설가 특유의 재주라 하겠다.박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어.”높았다 낮았다 하는 EQ를 어쩌면 좋을까?그래도 그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신은지는 입꼬리를 올렸다.“통과한 것으로 쳐줄게. 가자. 모처럼 나왔는데 구경 좀 해.”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박태준은 바로 사진을 나유성에게 보냈다.[예뻐?][...][싱거운 자식.]박태준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어차피 그의 목적은 사진을 보게 하는 것이니까. 오히려 나유성이 할 말이 있는 듯했다.“네 몸이 어떻게 된 거야?”“은지가 물었어?”그게 아니라면, 나유성이 갑자기 그의 건강 상태를 궁금해할 리 없다.“은지가 널 걱정하고 있어. 태준아,
폭풍같이 급하게 들이닥친 이 현기증은 날카로운 이명까지 동반했지만 이내 지나가서 기절하지는 않았다.박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깨어있긴 했지만 두통은 그대로였다. 그는 습관적으로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지르려고 했고, 그제야 누군가가 팔을 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를 부축한 사람은 공예지였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엄숙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박 대표님, 증상이 심해진 거 아닙니까? 어제 재검사도 오지 않으시고, 이렇게 미루면 점점 더 심각해질 뿐입니다.”박태준은 감사하다고 말한 후 그녀의 손에서 팔을 빼냈다.“아니에요.”그는 지금 얼굴빛이 거의 죽어가는 사람 같고 미간은 잔뜩 구겨져 있고 눈은 새빨갛게 충혈돼 있다. 게다가 방금 우유도 제대로 잡지 못했으니 아니라는 이 말이 조금도 설득력이 없었다.“지금 이 상태로는 오늘 무척 괴로울 것이고 밤에 잠도 주무시지 못할 거예요. 1층 커피숍에 가서 물리치료 해드릴게요.”이전에 박태준이 병원에 가서 재검사할 때도 그녀가 물리치료를 해줬다.“전문 의료기구가 없어서 병원에서 하는 것처럼 효과가 좋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두통은 좀 완화할 수 있어요. 내일 방 박사님이 출근하시면 병원 가보세요.”박태준은 머리가 너무 아파서 집에 가도 자지 못할 것 같았다.“네.”아직 오전이라 카페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박태준은 우유 한 잔을 시킨 후 가장 안쪽의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그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들어 목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말했다.“시작해요.”“아니면 먼저 우유를 마시고, 긴장을 좀 푼 후에 다시...”“아니에요.”공예지는 그의 뒤로 가서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올린 후 혈을 따라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놀림이 전문가답고 힘이 적당했다. 매번 정확히 혈을 찾아 누른 결과, 20분도 안 돼서 심한 두통이 사라졌다. 박태준의 구겨졌던 미간이 천천히 풀리고 머리도 돌기 시작했다.“공예지 씨,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그녀가 고개를 숙이면 남자의 날카롭고 또렷한 이
박태준은 깊이 잠들었지만 오래 자지는 못했다. 깨어났을 때 바깥은 여전히 밝았다. 잠을 자고 나니 머리가 많이 맑아지고 오늘 줄곧 그를 괴롭혔던 두통 증상도 사라졌다.그는 침대 협탁에 놓인 휴대폰을 가져다 확인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진 후 그는 잠잘 때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화면에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들어온 것이 보였다.박태준은 먼저 진영웅에게 전화했다.“무슨 일이야?”“대표님, 한 가지 좋은 소식과 한 가지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어느 걸 먼저 들으시겠습니까?”“...”대답이 없자, 진영웅은 포기하지 않고 자문자답 모드에 들어갔다. 박태준 곁에 오래 있었고 업무 능력도 뛰어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시끄러워 쫓겨났을 것이다.“그럼 좋은 소식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이 또 스타가 됐습니다. 지금 한국의 18세 소녀부터 80세 할머니까지 모두 하느님께 대표님 같은 남자를 달라고 빌고 있어요...”“알아듣게 말해.”박태준은 귀찮은 듯 그의 말을 잘랐다. 그는 욕실로 들어가 휴대폰을 세면대 위에 놓고 스피커폰을 켠 후 세수하기 시작했다.“대표님이 커피숍에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여자한테 마사지 받는 화면이 누군가의 카메라에 찍혔는데, 그 사람이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랍니다. 대표님의 잘생긴 얼굴 때문에 지금 누리꾼들이 대표님과 결혼하고 싶다고 난리입니다.”기자의 카메라에 찍혔다면 올리기 전에 올려도 되냐고 물었을 텐데, 상대방은 인플루언서라 거리낌이 없었다.사진을 찍은 이유는 박태준의 훈훈한 외모 때문이었다. 사진과 함께 남긴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하느님, 저한테도 이렇게 멋진 남자를 주십시오. 전 남친의 10년 수명과 바꾸겠습니다. 저는 마사지는 물론 잠자리도 함께할 수 있고, 외조와 내조를 모두 잘합니다.]밑에는 그의 여자친구를 부러워하는 댓글 일색이었다.그들이 이 사진을 봤을 때는 이미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었다.하긴 박태준의 얼굴이 건축으로 놓고 말하면 에펠탑 수준이니
신은지는 포크를 내려놓았다."왜 내 기분이 안 좋다고 생각해? 설마 나한테 미안한 일이라도 해서 찔린 건 아니겠지?"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태준은 늦을세라 입을 열었다. 그녀가 혹시나 오해할까 봐 두려웠다."아니야."신은지 : "응."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몇 초간의 침묵이었지만 두 사람이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은지야..."박태준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뜨렸다.사진에 있었던 일을 해명하려면 공예지의 정체를 해명해야 했다. 그러면 몸에 문제가 생긴 걸 숨길 수 없었다."나는 너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어, 은지야."박태준은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엄숙하고 진지했다. 이런 방식으로 신은지가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는 그였다."시합이 끝나면 내가 데리러 갈게."그때가 되면 모든 걸 다 설명해 줄 생각이었다. 한 달 동안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녀도 알 권리가 있었다. 결혼할지 말지, 그녀에게도 선택권이 있었다. 나아졌다고 해도 숨길 필요는 없었다.신은지는 이번 경기를 매우 중시했다. 그녀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한눈을 팔지 않게, 시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했다."알겠어."박태준은 계속해서 그녀를 떠봤다. 카페에서 머리를 눌러 주는 사진을 보았는지 슬쩍 물었다. 그녀가 못 봤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그는 긴장했던 마음을 풀었다.그런데 이 사진 일은 정말 좀... 박태준과 전화를 끊자마자 진유라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은지야..."그녀는 박태준의 스캔들을 먼저 언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신은지가 모르고 있을 까봐 걱정됐지만 또 오해인데 자기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호들갑을 떨어서 두 사람의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 무서웠다.그래서 그녀는 먼저 신은지를 떠보기로 했다."오늘 박태준 씨랑 연락했어?"진유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신은지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어떤 작
박태준이 막 술을 마시려는데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나유성에게 빼앗겼다. 쏟아진 술이 두 사람의 손을 적셨다.“다 죽어가면서 술은 무슨 술이야. 우유 한 잔 주세요.”마지막 한마디는 바텐더에게 하는 말이었다.그는 눈을 들어 나유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러면서 바텐더가 건네주는 우유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너한테 도움을 청하고 싶은 일이 있어.”그가 나유성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하자 나유성이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아니면 미남계를 써볼까?”미남계?나유성은 자신과 신은지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려 하는 것이 분명했다. 자기가 빈틈을 타고 들어가려고.‘자기 좋은 생각 하고 있네.’“그럼 네가 수고해. 역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형제야, 의리가 있네. 이 은혜는 내가 기억하고 나중에 꼭 갚을게.”"하."나유성이 썩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걷어찼다.“네가 하라고, 네가.”두 사람이 한참 동안 더 이야기를 나눴다. 나유성은 비로소 정색하며 말했다."너 진짜... 걸린 거냐?”이 사실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겨우 말했다."치매?”예전에 그가 말했을 때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었다.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다.박태준은 눈꺼풀을 젖히며 말했다.“응. 좀 지나면 집 가는 길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대.”좀 과장된 얘기지만 의사 선생님도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나유성은 어이가 없었다.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목에 거는 카드 하나 만들어 줄까? 아니면 내가 전에 뉴스를 봤는데 연락처를 네일 무늬로 만든 사람도 있더라고. 카드가 마음에 안 들면 네일아트는 어때?”“꺼져.”목에 거는 카드는 무슨, 강아지 키우는 것도 아니고.잠시 침묵을 지키던 나유성이 또 물었다.“그럼 은지를 잊어버릴 수도 있어?”"아니."박태준은 나유성을 노려보았다.“말도 안 되는 상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랑 은지는 헤어지지 않을 거거든. 넌 기회조차 없어. 선이나 봐, 소개팅
경기장에는 관람석이 있었지만 모두 복원 사업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나 끌어내도 심판을 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생방송의 형식으로 공평하고 공정하게 경기를 진행했다.대기실에서 신은지는 박태준과의 채팅창을 열었다. 그가 보낸 마지막 메세지는 30분 전이었다.[나 이미 공항으로 가는 길이야.]신은지가 답장을 보냈다.[도착했어?]메시지가 전달되자마자 대회 관계자가 말했다."경기 중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규칙에 따라 핸드폰을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생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물쇠가 달린 상자를 준비했습니다.”"상자 안에 휴대전화를 잠글 수 있고 비밀번호와 열쇠는 본인이 보관해 주시면 됩니다.”신은지는 진유라와 박태준에게 문자를 보냈다.도착하면 호텔을 잡아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경기가 끝나면 그들을 찾아가겠다고 말이다.경기장에 갔을 때 그들은 다른 나라 팀과 마주쳤다. 상대방은 그들을 거만하게 훑어보았는데 시선은 주로 신은지에게 집중되었다. 첫째는 그녀가 가장 어렸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아마도 애초에 관 보유자가 물건을 경인 시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그녀를 콕 집어서 복원을 의뢰했기 때문이었다.“너희 나라에는 사람이 없어? 이 정도로 중요한 대회에 이런 계집애를 출전시키다니. 이미 질 거라고 생각해서 두려울 게 없는 거야? 하하하..."한 무리의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며 큰소리로 웃었다.평소 같으면 이런 얼토당토않은 사람과 따지기 귀찮았을 텐데 이건 민족과 관계되는 일이었다. 한 사람이 아니라 그 나라의 체면을 깎는 말이었다."문화재 복원이라는 기술을 보는 거지, 누가 더 늙었는지를 보는 게 아니잖아. 관계자에게 말해서 돋보기라도 좀 챙겨다 줘야지 않겠어? 앞이 안 보이는 것 때문에 시합에서 지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저 관은 분명 우리나라 공주의 부장품인데 어찌 너희에게 바친다는 날인가. 만약 대회에서 지면 스스로 알아서 물건을 우리나라에 돌려줘. 기술이 모자라는데 억지를 부리다가 오히려 물건을 망쳐 버리지 말고
박태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창가에 서 있었다. 3월 밤의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하지만 그는 미처 깨닫지 못한 듯 계속 반쯤 열린 창문 앞에 서 있었다. 담배를 찌그러질 정도로 잡고 불을 붙여도 불이 붙지 않았다.평소 빈틈없이 다림질하던 옷도 쭈글쭈글하게 달라붙어 그 가치를 전혀 알 수 없었고 자세히 보면 까맣게 말라붙은 핏자국도 보였다.진유라는 오늘 원래 박태준과 공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그녀가 도착했을 때 그를 보지 못했다. 시간이 늦을 것 같아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그는 신은지의 선물을 사러 갔는데 공교롭게도 한 커플이 말다툼하는 바람에 위층에서 웨딩사진 장식품이 떨어졌다. 비록 3층에 불과했지만 모서리가 각지고 재질이 단단했기에 머리를 맞으면 죽지 않는다고 해도 마비될 것이었다.하지만 그때 공예지도 우연히 현장에 있었다. 그녀가 나서서 박태준을 밀어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된 것이었다. 한 명은 병원에 실려갔고 한 명은 이탈리아로 가지 못했고 그 커플도 경찰에게 잡혔다."응.”"지난번에 박태준 씨와 스캔들 나신 분이잖아요."진유라는 병상을 가리키며 피를 많이 흘려 얼굴이 창백해진 공예지를 가리키며 말했다."은지는 당신이 그때 불편해서 그랬다고 박태준 씨 편을 들어줬는데 오늘은 뭐예요? 경인 시에 이렇게 크고 작은 거리가 뒤엉켜 있는데 하필이면 만났다는 거죠?"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빈정거렸다.공예지는 진유라가 박태준을 오해하는 것을 원치 않아서 입을 열었다,"그곳에서 박 대표님을 만난 건 정말 우연일 뿐이에요. 저는 그 근처에서 과외를 하고 있어서 매주 가요. 만약 믿기지 않는다면 과외하는 집 전화번호를 드릴게요. 확인해 보셔도 좋아요.”"그럼 정말 운명인가 보네요. 심상치 않은 인연이네요."진유라는 울고불고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남이 말할 때 끼어드는 사람을 더욱 싫어했으며 선을 넘는 사람을 더더욱 싫어했는데 공예지는 이 몇 가지에 모두 포함되었다."그럼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
신은지가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박태준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뭉친 목덜미를 움직이며 받기 버튼을 눌렀다."유라한테서 들었어. 음식 중독이라던데 지금은 어때? 심각하지 않아?""심각하진 않아, 이틀만 지켜보면 퇴원할 수 있어. 다만 지금 널 보러 갈 수 없을 뿐이지."진유라가 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의 대화 내용을 그는 다 알고 있어서 들킬 염려가 없었다.하지만 그는 그녀를 속이고 싶지 않았고 특히 신은지의 걱정 가득한 눈을 보면 목이 따끔해 나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진유라가 짜낸 그 빈틈없는 변명에 대해 그녀는 정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박태준이 물었다.“오늘 경기 어땠어?”"조금 긴장됐어."자신의 일에 대해서 언급하자 목소리만 들어도 즐거워 보였다."많은 관중들은 다 유명한 선배들이었고 그 옆에는 카메라로 촬영하는 분들이 있었어. 경기장 가장자리에는 심사위원들이 있었고 수능 때로 돌아가 시험 감독관 선생님이 내 답안지를 쳐다보는 기분이었어.”그녀의 생생한 표현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내 올라간 입꼬리가 축 처지더니 박태준이 사과를 했다."은지야, 미안해.”"사과를 이렇게 순조롭게 하는 걸 보면 또 나한테 무슨 미안한 일 했어?"신은지는 미소를 머금고 그를 쳐다보았다. 무심코 물어본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의 눈매가 사실 매우 진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솔직하게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할 거고 반항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빨리 솔직히 말해, 네가 자진해서 자수한 것을 봐서 용서해 줄게.”"오늘에 가기로 했는데 약속을 어겨서 미안해.”"너도 돌발상황이었잖아. 그리고 너희가 온다고 해도 오늘 밤에 만날 수 없을 거야. 아까 관계자분이 말하셨어. 경기하는 동안 팀을 벗어날 수도 없고 경기장 구역을 벗어날 수도 없다고 말이야.”신은지는 침대에 엎드려 요가 스트레칭을 했다.“네가 온다고 해도 한 명은 안에, 한 명은 밖에 있어야 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만날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