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신은지를 향해 돌진했다. 전화를 받고 있던 신은지가 차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신은지를 향해 돌진하던 차는 어딘가 부딪혀 유리 파편들이 신은지에게 날아와 몸에 박혔다. 이때, 신은지는 깨진 유리창 너머로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다.신은지는 비명을 질렀다. 잠시 후, 현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미치광이 같은 운전자는 신은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신은지는 등 뒤에서 누군가 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비틀거리며 몇 걸음 내딛던 신은지는 무언가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펑’차는 신은지를 향해 돌진했다. 바닥에 쓰러진 신은지는 팔꿈치와 무릎에 피가 흘렀다. 하지만 아픈 와중에서 정신을 바짝 차렸다. 잠시 후, 정신이 든 신은지는 주변의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빨리 119에 신고해요! 피가 너무 많이 나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마침 이때, 한 인플루언서가 사고 현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여러분, 지금 동성로에서 참혹한 사고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운전자는 분명히 피해자에게 고의로 돌진했습니다. 브레이크 등이 전혀 켜지지 않은 것을 똑똑히 봤습니다. 이것은 분명 원한에 의한 살해가 아니면 사회에 대한 원한입니다.” 신은지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핸드폰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방금 전 차가 돌진할 때 누군가 신은지를 밀쳐냈었다. 때문에 신은지는 다행히도 차에 부딪히지 않았다. 하지만 넘어질 때 깨진 유리 파편에 팔과 다리가 긁혀 상처가 생겼다. 신은지는 생명의 은인이 누군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생명의 은인은 보이지 않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신은지를 살려준 사람은 여자였다. 옷차림과 화장한 것으로 봤을 때 신은지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게다가 몇 백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들고 있었던 것을 보면 부자인 것 같았다. 여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신은
그야말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우정이다. 인정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각박한 현실에서 친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이 있다니, 그야말로 감동적이다. 기자는 카메라를 신은지에게 돌렸다. 그리고 마이크를 건네며 말했다. “신은지 씨, 강이연 씨가 온몸을 던져 본인을 구해주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때, 신은지와 눈이 마주친 강이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강이연은 신은지가 자신이 고의로 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알아도 상관없었다. 강이연은 신은지가 화를 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화를 내는 신은지를 보고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대중들의 반응을 기대했다. 이때, 신은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감동했습니다. 저랑 이연이는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어요. 공적인 일 이외에 사적으로 만나는 사이도 아닌데 목숨 바쳐 저를 구해줄 거라고 생각해도 못했어요.” 신은지는 강이연의 연기에 맞장구쳤다. ‘강이연, 누가 이기는지 한 번 해보자.’ 신은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강이연은 신은지의 손을 잡고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 “은지야, 내가 잘못했어. 네가 민호 오빠 많이 좋아했잖아. 그때 민호 오빠도 결혼 생각이 있어서 너한테 서프라이즈로 소개해 주려고 했었어. 내가 분명히 오빠한테 네 연락처도 주고, 방이름도 알려줬는데 왜 다른 방으로 가서 오해를 받았는지 모르겠어.” 강이연은 잘못을 반성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신은지를 모든 죄를 뒤집어 씌웠다. 설마 강이연은 강민호를 구해주려는 걸까? 하지만 강이연의 말은 모두 헛소리이기 때문에 신은지는 떳떳했다. 신은지는 단지 강민호의 팬이라고 했을 뿐, 이외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때, 신은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박태준을 쳐다봤다. 박태준은 표정은 ‘빨리 해명해, 네가 강민호를 언제 좋아했다고 그래?’라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 하지만 신은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은지 씨가 불러서 강민호 씨가 그 방에서 나온 건가요?” 기자는 말했
강이연은 이불 아래 핸드폰을 숨겨놓고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다. 방금 전 강이연은 박태준과 신은지가 말하는 틈을 타 이불 속에 핸드폰을 숨겼다. 그리고 카메라만 살짝 보이도록 빼놓았다. 카메라 겉에 하얀색 천으로 덮었기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은지는 동영상 녹화를 일시정지 시켰다. 그리고 강이연의 옷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말했다. “나보고 여론의 힘을 빌려 경인에 남게 해달라는 거야? 강이연,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 경인이 내 것도 아닌데 내가 너를 억지로 쫓아낼 수 있겠어?”“……” 할 말을 잃은 강이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이연의 강태민은 어릴 때부터 강이연을 매우 아꼈다. 만약 박태준이 아니었다면 강태민은 절대 강이연을 남포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강이연은 목숨을 바쳐 신은지를 구했다. 때문에 여론의 힘을 빌리면 강태민은 분명 화가 가라앉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목적을 달성한 강이연은 더 이상 성취의 기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신은지는 깁스를 한 강이연의 다리를 보며 말했다. “그냥 말로 하면 되지 기어코 다리까지 부러뜨릴 필요 없지 않아?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그래?” 신으지는 전예은과 대학시절부터 사이가 안 좋았다. 강이연보다 더욱 안 좋은 사이였다. “정말 고마워.” 강이연은 신은지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애써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 신은지는 진심을 다해서 말했다. “아, 맞다. 다음에는 디테일에 신경 좀 써. 사고 현장에서는 피를 많이 흘렸는데 단지 다리 깁스만 하는 건 너무 허술하지 않아?”강이연은 붉어진 두 눈으로 박태준을 쳐다보고 울먹이며 말했다.“박 대표님…”강이연의 롤 모델은 임수연이다. 남자들은 섹시한 외모의 강이연의 애교 한방이면 넘어갔다. 박태준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강이연에게 대답하지 않고 신은지에게 말했다.“언제 갈 거야? 나 배고파.” 신은지도 배가 고팠다. 신은지는 강 씨 집안과 상극인지 의심이 됐다. 매번 강 씨 집안사람을 만날 때마다 좋은 일이 없었다.
강이연은 비서와 눈이 마주치자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거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강이연은 깁스 한 다리를 어루만졌다.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눈에 독기가 가득한 강이연은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신은지 때문에 다리가 부러졌으니 하나라도 얻는 게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박태준이랑 결혼하고 싶습니까?” 비서는 어두운 눈빛으로 강이연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럼 내가 설마 너랑 결혼하고 싶겠어? 너 여기서 당장 나가. 그렇지 않으면 네가 아빠 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아빠한테 다 말해버릴 거야.” “강이연 미친 거 아니야? 네가 사고를 낸 것도 아니잖아. 근데 왜 사고를 낸 운전기사를 찾아가서 그런 말을 한 거야? 자기가 네 목숨을 구해줬으니 너는 무조건 자기 병수발을 들어줘야 한다는 거야? 병수발 안 들어주면 너는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고?”지금 이 시각, 신은지는 진유라 가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은지는 턱을 괴고 투덜대는 진유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라야, 그렇게 짜증 내면 피곤하지 않아?”“내가 짜증을 얼마나 냈다고 그래? 나 정말 아침에 병원 쫓아가서 강이연 뺨을 때리고 싶었다니까. 강이연이 한 짓은 엄연한 사이버 폭력이야.” 오늘 아침, 불쌍하게 병상에 누워 있는 강이연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사진 속 강이연은 피범벅인 옷을 입고 불쌍하게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병원의 희미한 조명 때문에 강이연 몸에 묻은 피와 옷을 더욱 처량해 보였다. 댓글은 전부 신은지는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난으로 가득했다. 또한 사람들은 사진과 함께 첨부된 동영상을 보고 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봤다. “참 각박한 세상이야. 남을 돕지 말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최고야. 다치면 우리 가족들만 손해야.”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이 무슨 예술가야? 내가 다 창피해 죽겠네.” 신은지는 계속해서 핸드폰만 보고 있는 진유라에게
진선호는 신은지가 무엇을 보았는지 알면서도 눈을 뜨지 않고 말했다. "괜찮아요. 작은 상처일 뿐이에요. 이틀만 누워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가슴에 붙여놓은 거즈가 피로 흠뻑 젖었는데 상처라도 남았어요?” 신은지가 허리를 굽혀 진선호가 몸에 덮고 있는 얇은 이불을 들추려 하자 그가 그녀의 손을 막으며 말했다. "그렇게 막 걷어 올리면 어떻게 해요. 내가 바지를 입고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려고요?” “……” 진성호의 손바닥은 뜨거웠고 정상 체온이 아니었다. 신은지는 자신의 손을 그의 이마에 얹었다. “열이 있네요. 다치고 나서 약을 언제 바꿨어요?” 꼭대기 층은 원래 많이 더운 데다가 에어컨 없이 선풍기 하나만 돌아가고 있었다. 다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이곳에 고작 몇 분 밖에 있지 않았던 신은지도 더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진선호는 몸이 매우 허약했고 기력이 없어 지난 이틀 내내 반쯤 혼수상태였다. 만약 휴대전화 벨 소리가 아니었다면 그는 여전히 혼수상태였을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몇 마디 했을 뿐인데 그의 목소리는 힘이 빠지는 듯했고 눈꺼풀은 이미 내려앉아 금방 잠에 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얼마 안 됐어요. 3, 4일? 일주일 정도요.” 신은지는 그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나서 이마에 힘줄이 튀어나왔다. 거즈에 베인 핏자국 크기로 보아 진선호의 부상은 가볍지 않을 것 같았다. 신은지는 옆에 있던 티셔츠를 들어 그에게 던졌다. “입어요. 병원에 데려다 줄게요.” 티셔츠가 진선호의 얼굴을 덮었지만 그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병원, 안 가요.” 화가 난 신은지는 그의 얼굴에서 티셔츠를 치우고 그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이렇게 화상을 입어서 상처가 다 곪았을 거예요. 키가 1미터 80센티미터도 넘는 다 큰 남자가 어린아이처럼 굴면 좋아요?” 신은지는 숨을 들이마시고 등을 돌렸다. ”옷 입어요.” 진선호는 뜨거운 손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잡으며 약하지만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지 씨, 난
“잠시만요.”신은지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고, 진선호는 그녀가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참을 수가 없었다. 진선호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신은지가 1초라도 더 늦게 말하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차에서 죽을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 진선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지 씨, 당신은 이 감정에 자신이 없는 거죠?” 끝까지 갈 자신이 없어서 말할 때 그 소속감이 소유감이 부족했다. 신은지는 안전벨트를 풀며 잠시 멈칫했지만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었다. "사람을 불러서 부축해 달라고 할까요?” 진선호는 기침을 두어 번 하고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건들거리며 말했다. ”동네방네 내가 여기 왔다고 스피커로 말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신은지는 사납게 그를 노려보았다. “반쯤 죽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입 놀릴 힘은 남아있나 봐요.” 신은지는 허리를 굽혀 진선호를 부축해 차에서 내리게 해줬다. "잠깐 소파에 앉아 있어요. 내가 가서 방을 치워줄게요.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으니 1층에서 지내요.” 몸이 아파서 그런 것인지 신체적인 박태준과 신은지의 화해 소식에 충격이 컸는지 진선호의 정신상태는 오락가락하는 듯했다. 진선호는 한참 뒤에 대답했다. "좋아요.”"당신의 상처를 다시 꿰매야 하는데, 내가 박씨 가문 주치의에게 오라고 할까요? 그 의사는 입이 무거워요.” 상류층 집안의 주치의가 되려면 입이 무거워야 한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치료받으면 어때요?” 신은지의 제안에 진선호는 웃음이 나왔지만 힘이 없어 입꼬리가 아래로 늘어졌다. "일단 샤워부터 하고 싶어요.” 침대 시트를 깔고 있던 신은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상처에 물을 안 묻히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서 있을 수 있겠어요?” 진선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연스럽게 손을 땅에 늘어뜨리고 혀를 내밀며 말했다. “은지 씨.…” 진선호의 말투에 장난
신은지는 믿지 않았지만 박태준의 말에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물었다. “다쳤어?” 박태준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지만 눈빛은 매서웠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회사에서 쉬지 않고 일하고 돌아왔는데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에게 밥을 먹여주는 걸 봤어. 네 생각에는 많이 다치지 않았을 것 같아?” 신은지는 다른 남자를 이용해 남자친구를 질투하게 만들려는 일 따위에 취미가 없다. 어찌 되었든 신은지는 박태준과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일로 서로 오해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신은지가 서둘러 설명했다. "의사가 올 때 마취약을 안 가져와서 진선호 씨 손에 난 상처만 봐주고 갔어. 그래서 손에 힘이 없어서…” 진선호는 그녀의 설명에 덧붙여 말했다. "맞아요. 손을 들지도 못해요.” 박태준이 진선호를 바라보았다. 몇 초간의 짧은 침묵이 흐른 후, 그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30분 줄 테니 우리 집에서 나가요.” 박태준은 말을 마치고 신은지를 끌고 떠났다. 진선호는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어쨌든 서로 아는 사이에 이렇게 매정하게 굴지 말아요. 어쩔 수 없이 은지 씨에게 밥을 먹여달라고 한 거예요. 이틀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고요.” 진선호의 목소리는 거칠고 건들건들하며 했지만 신은지는 그의 눈에서 아련하고 쓸쓸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선호의 웃음도 마치 물속에 닿기만 해도 부서지는 거품 같았다. 신은지가 방에서 끌려 나가자 그녀의 향기도 점차 사라졌다.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 진선호의 미간은 차가움과 피로감 무력감이 선명하게 보였다. 잠시 후, 진선호는 쓸쓸하고 공허한 감정에서 벗어나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힐끗 보며 가볍게 웃고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정말 그냥 날 방치했네. 배고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앞에 우람하고 건장한 남자가 나타났다."박 사장님이 밥을 먹여주라고 하셨어요.” …… 박태준은 곧장 신은지를 끌고 2층
"펑!” 사기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진선호가 머무는 방에서 났다. 박태준의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신은지는 그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 몸을 돌려 달려 나갔다. 방금 의사가 떠나면서 만약 진선호의 열이 계속 내리지 않으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박태준은 손을 뻗어 신은지를 잡으려 했지만 너무 빨리 달려서 박태준이 손을 들었을 때 이미 그의 손에 닿지 않았다. 박태준의 매서운 눈빛은 그녀를 따라갔고, 몇 번이나 사람을 보내 진선호를 강제로 끌어내고 싶었지만 모두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참아냈다. 거칠게 숨을 내쉬는 박태준을 보며 신은지는 자신이 평생 그를 걱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태준은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따라갔다. 진선호의 방 문은 열려있었다. 진선호는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침대에 기대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눈은 반쯤 감은 채 나른하게 앉아있었다. 음식이 바닥에 쏟아지고 그릇이 깨져 있었다. 키가 큰 경호원이 침대 옆에 서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진선호를 노려보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진선호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흘끗 방문 앞에 서 있는 박태준을 바라보았다. "좀 세심하게 간호해 줄 사람을 보내서 밥을 먹게 해 줘요. 하마터면 목구멍에 구멍 뚫릴 뻔했어요.” 진선호는 입을 벌리며 말했다. "아, 못 믿겠으면 봐요.” "허!" 박태준은 비웃으며 말했다. "직접 찔러 죽일 수가 없어서 정말 아쉽네요.” “그래도 손님인데, 손님 대접이 조금 소홀한 것 아니에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마음에 안 들면 지금 떠나도 돼요.” 진선호가 말했다. "박 사장님 요즘 기분이 별로인가 봐요? 말이 곱게 안 나오네요.” "허...…”박태준은 어이없는 것 이상으로 분노와 미움이 거의 몸에서 뿜어 나올 지경이었다. 박태준과 신은지의 관계는 최근 가까스로 가까워졌고, 정당한 관계와 이미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게다가 오늘은 특별히 일찍 돌아오기까지 했다. 원래는 지금쯤 기쁨으로 가득 차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