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 제196화 멀리 떨어져 줄래?

Share

제196화 멀리 떨어져 줄래?

Author: 선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18 16:19:16
신은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상대방이 버럭 화를 냈다.

“눈 똑바로 뜨고 다녀. 내가 입은 옷이 얼만지는 알아? 네 목숨 값 보다 더 비싼 거란 말이야!”

낯익은 목소리였다. 진화영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고개를 들어 확인하자 그녀의 예상이 적중했다.

진화영은 검은색의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엉덩이가 제대로 올라가지 못한 탓에 옷 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이어서 진화영은 불쾌한 표정으로 신은지를 바라보았다. 키는 신은지보다 작았지만 팔짱을 낀 채 상대방을 깔아 보는 태도를 보였다.

“아, 박 회장님 전부인이구나.

근데 이런 장소에는 평범한 신분은 들어올 수 없을 텐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누구한테 찍힌 거 아니죠?”

신은지는 관장의 초대장을 들고 당당하게 참석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떠드는 멍청한 인간 앞에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박태준은 말 많은 여자 안 좋아해요. 공공장소에서 막돼먹은 여자 마냥 욕하는 건 더더욱 싫어하고요”

진화영은 조건반사처럼 주위를 살폈다. 사람이 없는걸 확인하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어 다시 말했다.

“그래요? 회장님 취향을 그렇게도 잘 아시는 분이 왜 차이셨을까?”

하지만 신은지는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곧이어 진화영을 피해서 음료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화영은 뚫어지도록 그녀를 노려 보았다.

박태준은 돈도 없고 신분도 낮은 여자가 뭐가 좋다고 결혼을 한 걸까, 예쁘장한 외모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매력이 없지 않은가.

그녀도 박태준 같은 남자는 싫은 결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신은지의 문화재 복원사 라는 직업 때문인가.

곧이어 그녀는 뜨거운 물을 컵에 받았다.

“신은지...”

한편, 신은지는 고개를 숙인 채 음료를 찾고 있었다. 뒤에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뒤로 돌았다.

진화영이 뒤에 서있다가 신은지가 몸을 돌리자 컵 안에 있던 물이 신은지의 손 위로 쏟아졌다.

“치이익-“

물은 뜨거웠다. 금방 끓인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197화 아직도 아파?

    신은지는 멀쩡한 손으로 눈썹 사이를 눌렀다. 그녀는 이미 인내심이 바닥이 난 상태였다, 마치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그래, 너도 그 사람들한테서 다치지 않게 나한테서 멀어지면 되잖아.”박태준이 말했다.“..그래, 결국 너는 그 말 하려고 한 거야. 무슨 진화영, 액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냥 내가 멀어져 주길 바라는 거잖아.”신은지는 아픈 것보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곧이어 물을 끄고 바로 자리를 떴다. 마침 직원이 약을 들고 왔지만 신은지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나갔다.박태준은 약을 받고 직원에게 오만 원짜리 지폐를 몇 장씩 건네주었다. 로비 안.진화영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 더러워진 음료 코너도 깔끔하게 치워졌다. 신은지는 빠른 발걸음으로 문 앞으로 걸어갔다. 곧이어 문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외투를 안 입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신은지가 외투를 가지러 갈지 고민하던 시간에 박태준이 이미 그녀의 뒤를 쫓아왔다. 그는 그녀의 완강한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자신의 차 안으로 데려갔다.그리고 박태준은 강태산에게 주소를 불렀다. 모르는 주소였지만 신은지는 그가 최근에 산 집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혼했기 때문에 자신과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신은지가 눈살을 찌푸렸다.“나 차 가져왔어. 내려 줘.”“기사님께 차 키 드려. 내일 가져다 드릴 거야.”이어서 박태준은 머리 위의 불빛으로 약의 사용법을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손.”“혼자 할 게.”차 안은 히터가 틀어져 있었다. 따뜻한 바람이 손가락에 닿자 다시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박태준은 자신의 코트를 신은지에게 덮어 주고 히터를 끄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차 창문을 열게 했다.그제야 그는 그녀의 손에 약을 발라 주었다. 차 안에 있던 따뜻한 공기는 바람이 들어온 탓에 차갑게 변했다. 박태준의 손톱이 피부에 닿자 신은지는 아파하며 손을 뒤로 뺐다. 그러자 박태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움직 이지마.” 약을 바른 부위는

    Last Updated : 2024-02-18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198화 다시는 예전으로 못 돌아가

    신은지는 마음에도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민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괜찮아.”진화영도 이미 울음을 그치고, 거실에는 침묵밖에 남지 않았다. 신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박태준이 그녀를 잡았다.진화영 부친은 이를 꽉 깨물었다.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주방에 있는 직원들에게 소리쳤다.“뜨거운 물 가져와.”진화영은 분에 치여 충혈된 부친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빠, 뜨거운 물로 뭐 하시라고요!”자신의 작은 상처에도 마음 아파하던 부친이 자신에게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친의 표정을 보고 겁을 먹고 말았다.직원들은 마시는 물이라고 생각하고 얼른 가져다주었다. 직원이 가져온 물은 금방 끓인 탓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었다.그는 탁자를 치면서 진화영에게 말했다.“화영아, 손 가져와.”진화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크게 소리 질렀다.“아빠!”“가져 오라니까!”그의 목청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온화했던 말투로 돌아갔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감출 수가 없었다.“내가 네 눈을 가려 줄게. 잘못한 일이 있으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맞아. 화영아, 괜찮아. 아빠가 옆에 있어 줄게.”“싫어요, 제 손은 피아노 치는 손이에요. 화상 입으면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변한다고요!” 진화영이 도망치려고 하자, 그의 부친이 그녀를 잡았다. 그리고 탁자로 끌고 가서 그녀의 왼손을 탁자 위로 올렸다.부친은 한 손으로 그녀를 잡고, 한 손으로는 컵을 들었다. 그는 컵의 손잡이가 아닌 컵을 그대로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은지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몇 시간 전의 일이지만 보기만 해도 손가락이 아파졌다. 게다가 진화영 부친이 가져온 물은 더 뜨거울 것이다.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녀의 눈가가 달아올랐다. 진화영의 부친이 신진하를 닮은 이유에서 일까.신은지는 울적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만 됐어요.”그녀는 박태준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빠져나갔다. 박태준은

    Last Updated : 2024-02-18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199화 시간 맞춰서 재혼 하자

    그 뒤로 며칠 동안 진유라의 예상과 다르게 박태준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1억 2천의 빚을 갚아 주었다는 소식도 진유라에게 듣고, 정작 본인은 사라진 것처럼 나타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이혼하고 완전히 갈라졌다. 신은지의 앞에서 박태준을 언급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가끔 뉴스에 나오는 박태준의 모습을 보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거의 잊혀질 때쯤, 박태준이 문자를 보냈다.‘언제 퇴근해?’신은지는 보기만 하고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역사 관광 지구 프로젝트의 건축가들과 회의에 열중했다. ‘나연 그룹 밑에서 기다릴 게.’‘할말 있어.’‘신은지..’신은지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자 옆에 있던 디자이너가 노트북을 내려놓았다.“답장 하셔도 됩니다. 계속 찾는 거 보면 급한 일 인 것 같아요.”“아, 죄송합니다.”신은지는 핸드폰을 열어서 박태준을 차단 시켰다. 그 이후로, 그녀의 핸드폰은 다시 울리지 않았다. 이 날 저녁은 프로젝트 부서 직원들은 모두 남아서 야근했다. 드디어 일이 마무리되고, 신은지는 박태준이 기다리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자신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이때, 나유성도 사무실에서 나왔다. 마침 신은지가 가려던 찰나에 두 사람이 마주쳤다.“내가 바래다 줄게.”“아니, 괜찮아. 택시 타면..”“너무 늦었어,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내일 아침 뉴스에서 네 소식은 안 보고 싶어.”신은지가 거절하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직원들이 떠들기 시작했다.“은지 씨, 그냥 같이 가세요. 나팀장 님 눈에는 전부 다 늑대로 보일 거예요.”회사는 소문이 제일 빨리 퍼지는 곳 중 하나다. 게다가 나유성은 이미 신은지에 대한 호감을 감출 생각이 없었고 결국 보안실에 있는 감시견 빼고는 회사 전체에 퍼지고 말았다.나유성은 직원들의 놀림에 민망하기는커녕 빠르게 인정했다.“나랑 가자. 여기서 저 사람들 한테 놀림 당하고 싶은 거야?”“...”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나

    Last Updated : 2024-02-18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00화 재혼 안 해

    신은지는 그의 뻔뻔한 태도에 경악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진유라가 말해 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당시에 박태준이 느꼈던 분노를 가늠할 수 있었다.전예은을 도와서 인맥을 끌어들이고, 힘들지만 항상 그녀를 지키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노인네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화가 났을까.박태준의 성격대로라면 두 사람을 인사불성으로 만들어도 시원치 않았다. “침착해, 순간의 감정으로 후회할 결정은 하면 안 돼.”신은지는 며칠 전 있었던 일에 대해 보답하고자 부드러운 말투로 그를 말렸다.“계속 지내고 싶으면 바람피우는 건 눈 감아 줄줄 알아야 해.”신은지의 상냥한 태도에 박태준은 멈칫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뜻을 알아 들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린 채 말했다. “재혼 이야기하는 데 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그래?”그의 행동은 여전히 전예은을 향한 분노처럼 보였다. 가소로운 그의 말에 신은지는 코웃음을 쳤다.“재혼 안 해, 꺼져.”어렵게 이혼을 끝낸 마당에 다시 재혼을 하자는 말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신은지는 오히려 오백 년 만에 나올 법한 전예를 과 박태준 커플이 다시 만나기를 바랐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들과 더 멀리 떨어질 수 있게 빌었다.하지만 이 말은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미치광이가 그대로 동사무소로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차 안에서도 신은지는 프로젝트 수정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탓에 성의 없는 위로를 하면서도 박태준이 정색한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전예은 씨는 줄곧 고상하고 오만했어. 그런 사람이 스캔들에 말려들었는데, 네가 안 도와줬잖아. 화내는 게 당연하지.”신은지는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하길 바랐다.“만진다고 살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야. 남자면 마음을 넓게 먹어야지.”박태준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네 마음 참 넓다. 자기 남편이랑 다른 여자랑 엮이게 하면 기분이 좀 풀려?”“난 도와 주는거 잖아. 너 그 사람 좋아 하잖..”신은지의 말이

    Last Updated : 2024-02-18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01화 도대체 어떤 놈이 소문을 낸 거야?

    “뭐? 재결합? 누구랑? 신은지랑?” 고연우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말했다. “전처랑 하는 게 재결합이고, 새로운 사람이랑 하는 것은 재혼이지.” 박태준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고연우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닫혀 있던 서재문을 보고 억눌렀던 분노를 터뜨리며 말했다. “나는 축의금 안 할 거야. 나는 신은지 마음에 안 들어. 전화는 왜 했냐? 너희들끼리 법원 가서 재혼 절차 밟으면 되는 거 아니야? 설마 나한테 가서 들러리 하라고? 마음이 갈대인 너 같은 놈 들러리 하기 싫어, 불길해.” “하하!” 고연우는 비웃으며 말했다. “내 결혼식도 아닌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 앞으로 나한테 연락하지 마.” 고연우는 박태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박태준도 고연우와 말싸움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후, 박태준은 핸드폰을 보다가 담배를 피우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했다. 다음 날, 또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신은지는 박물관에서 나와 곧장 나연 그룹으로 향했다. 나유성은 회사에 없었다. 엄숙하고 조용한 사무실 안에서는 키보드 두드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이때, 한 동료가 조용히 신은지에게 다가와 말했다. “은지 씨, 나 대표님이랑 싸웠어? 오후 내내 나 대표님 안색이 안 좋으셔.” “아니?” 신은지는 컴퓨터를 켜며 말했다. “나랑 나 대표님은 그냥 친구 사이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조영숙은 안타까운 표정을 하며 말했다. “정말 너한테 거절당하셨구나, 그러니까 기분이 안 좋으시지.” 신은지는 나유성과의 열애설에 대해 여러 번 해명을 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자 신은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 대표님처럼 좋은 사람을 차버리다니, 너…”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이때, 나유성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무표정으로 사무실을 힐끗 쳐다보며 지나갔다. 사무실에는 여전히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유성을 본 동료는 하던 말을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는 척했다. 이제 막 들어온 신은지

    Last Updated : 2024-02-18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02화 박태준, 나를 사랑해?

    신은지는 인터넷에 박태준과의 재혼 뉴스를 검색해 소문의 발단을 찾으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신은지는 어차피 제정신 아닌 사람이 낸 헛소문이고, 실질적인 피해도 없을 것이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잠시 후, 신은지는 집에 오자마자 진유라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진유라의 찢어질듯한 목소리에 신은지는 고막이 찢어질 뻔했다. “너 박태준이랑 재혼해?” “아니야.” “깜짝이야! 나는 네가 3억에 홀딱 넘어가서 부잣집 사모님을 꿈꾸는 줄 알았어.”배가 고픈 신은지는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라면을 끓이며 말했다. “나는 부잣집 사모님을 꿈꾸면 안 돼?”신은지의 집에는 부엌이 없어 1인용 인덕션을 구매했다. 그리고 밤에 배고플 때 차려 먹기 귀찮으면 라면을 끓여먹는다.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안되지. 부잣집 사모님 중에 바람난 남편을 뭐라고 할 사람이 있겠어? 내연녀 1명은 둘째치고 7명을 거닐고 혼외자들을 만들어도 본인 자리만 뺏지 않아도 그냥 눈감아줄걸?”부잣집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단순한 결혼이 아니다. 두 집안의 재산과 연결되어 있어 쉽게 이혼할 수도 없다. 신은지도 꽃 같은 나이에 결혼 생활 3년을 보내며 이익은커녕 3억이라는 빛만 가지게 되었다. “너 같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은 박태준과 결혼하면 안 돼.” 아무리 깊은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부부는 한 평생 같이 살고 싶다면 두 사람만의 원칙을 세우고 어떤 유혹도 이겨내며 서로에게 의지해야 한다. 과연 박태준이 할 수 있을까? 박태준은 결혼 3년 만에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전예은과 바람이 났다. 한번은 넘어간다고 해도 그다음은? 주변에 여자가 많은 박태준이 수많은 유혹을 참을 수 있을까? 하지만 진유라는 신은지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사적인 일에 관여하면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다. 파를 썰고 있던 신은지는 진유라의 말을 듣고 웃다가 손을 다칠 뻔했다. “걱정 마. 박태준하고 절대 재혼 안 해. 바람피우

    Last Updated : 2024-02-19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03화 신은지, 그놈들이랑 키스했어?

    박태준은 신은지의 마지막 말에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신은지! 그게 물어보는 사람 태도야? 나한테 생각할 시간은 주지 않고 왜 너 혼자 결정을 해!”신은지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박태준이 먹고 있던 라면 그릇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며 말했다. “생각할 시간? 너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늘 자신감 넘치던 박태준은 신은지에게 팩트 폭격을 당했다. 화가 난 박태준은 신은지에게 소리치며 말했다. “너 계속해서 재혼 안 한다고 하면서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는데, 그거 다 핑계야! 신은지, 너도 답이 무엇인지는 상관없잖아! “나를 아주 잘 알고 있네.” 신은지는 박태준에게 문을 열어주고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박태준은 차가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라면 그릇만 멍하니 쳐다봤다. 하지만 라면은 신은지에게 가차 없이 버려졌다. 박태준은 신은지에게 말했다. “네가 재혼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내가 너한테 애원할 줄 알아?”잠시 후, 박태준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너희 어머니가 혼자 사는 너를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 신은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말했다. “아이고, 그건 박 사장님께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박 사장님은 본인이나 신경 쓰세요. 나는 결혼하고 싶으면 아무 때나 할 수 있어. 그런데 넌? 요즘 플라토닉 연애를 원하는 여자 찾기가 쉽지 않아.”신은지에게 거절당한 박태준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이를 악물고 천천히 말했다. “그래, 찾기 힘들겠지. 그러니까 지금까지 너를 못 놓고 있지…”신은지는 뜸 들이며 말하는 박태준 때문에 답답해서 속이 터졌다. “지금 전 세계 여자들이 네가 나한테 만족하지 못해서 차였다고 알고 있어.” 박태준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나랑 재혼을 안 해줘서 모든 여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어…” 신은지는 언짢은 표정으로 박태준을 째려봤다. 이것이 모두가 아는 두 사람의 이혼 사유이다. 하지만 박태

    Last Updated : 2024-02-20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204화 기억속의 그 사람

    다음 날, 주말 아침. 신은지는 며칠 전 강혜정과 쇼핑 약속을 했다. 신은지는 그 당시 강혜정과의 약속을 망설였다.박태준과 이혼했는데 시어머니와 연락하고 지낸다면 사람들은 신은지가 미련이 남았다고 오해할 것이다. 하지만 강혜정은 신은지에게 ‘태준이랑 이혼했다고 나랑도 인연을 끊을 거니?’라는 말을 했었다때문에 신은지는 강혜정과의 약속을 거절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경인 시에서 제일 큰 갤러리아 백화점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강혜정은 신은지의 팔짱을 끼고 신은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명품 하나 걸치지 않은 신은지를 보고 강혜정은 말했다. “태준이 그놈이 합의금 얼마 줬니?”강혜정은 뉴스를 보고 신은지와 박태준의 이혼 소식을 알게 되었었다. 박태준은 강혜정에게 이혼과 같은 중대한 일도 말하지 않았으니, 이혼 합의서는 더더욱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혼 전에 큰 빚을 갚아줬어요…” 신은지는 말했다. “마누라 빚 갚아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니니? 그리고 대신 갚아줬다니? 너도 속은 거잖아.” 강혜정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태준이가 맨몸으로 나가래?”“그건 아니에요…” 신은지는 빚을 갚고 남은 3억 원을 떠안고 나왔다. 강혜정은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래도 태준이가 망나니는 아니구나. 참, 그린올에서 신상이 나왔던데. 잡지에서 보니까 너한테 잘 어울릴만한 게 있더라, 한번 가 보자.” “네.” 신은지는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쇼핑하러 나왔으니 강혜정의 기분을 맞춰주기로 했다. 잠시 후, 두 사람 앞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전예은을 마주쳤다. 전예인은 친구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전예은은 환하게 웃으며 강혜정에게 인사했다. “어머! 어머님, 안녕하세요?” “내가 전예은 씨한테 어머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나? 전예은 씨도 이제 남자친구가 있고, 황 대표님 나이가 있으니 나한테 인사를 하려면 어머님이 아니라 언니라고 해야지?”강혜정

    Last Updated : 2024-02-21

Latest chapter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3화 미안하다

    정민아는 팔짱을 끼고는 고연우가 들고 있는 꽃을 무심하게 훑어보았다.“연우 도련님, 이건 또 무슨 의미야?”“공 비서가 오늘이 여성의 명절이라고 했어.”“그래서?”주위는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 소리가 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왔다.고연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정민아, 우리 이혼하지 말자.”너무 진부한 이야기였다. 정민아는 더 이상 이 주제를 논의할 의욕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책상 위 담뱃갑을 더듬었다. 옆의 재떨이엔 얇은 층으로 쌓인 담배꽁초가 있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정민아가 피운 것임을 립스틱 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고연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정민아가 담배를 피우는 걸 싫어하면서도 막지 않았다.얇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정민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담뱃불은 희미하게 밝아졌다가 사라지며 그녀의 눈을 비췄다. 그 순간, 눈 속의 차가운 무관심이 한층 누그러져 보였다. 은빛 실처럼 가늘게 펴지는 연기 너머로 정민아는 당당하고 제멋대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정민아가 그렇게 웃을 때마다 고연우는 어김없이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다음 순간 정민아가 말했다.“고연우, 너 이상한 거 아니야?”“그렇지. 이상하지 않았다면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야.”고연우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손목시계를 가리켰다.“시간 됐어. 레스토랑으로 가자. 예약해 놨어.”정민아는 이미 샘플 수정으로 지쳐 있었는데 고연우의 집요함이 정민아를 더욱 짜증 나게 했다. 고연우의 고급스러운 코트가 눈에 들어오자 정민아의 머릿속에 문득 나쁜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그의 코트에 대고 눌렀다.‘치...’불꽃이 꺼지면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타는 냄새가 코트에서 퍼져 나왔다.정민아는 차가운 얼굴로 꺼진 담배꽁초를 옆의 쓰레기통에 던졌다.“꺼져.”고연우는 자신이 입고 있는 코트의 타는 자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민아의 손을 잡았다.“이 코트는 가격이 6자리 숫자야. 디자인에서 완성까지 3개월이 걸렸어. 나와 저녁 정도는 함께 먹어줘야 하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2화 살인자

    고연우는 벨트를 풀며 말했다. 남자는 원래 이런 상황에서 승부욕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특히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그 감정이 더욱 크게 드러났다.“그런 암흑 같은 분위기는 우리 상황과 맞지 않아.”정민아는 원래 고연우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 고연우는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보였을 것이니 고연우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정민아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연우는 옷을 반쯤 벗었고 단단한 근육이 팽팽히 긴장되었으며 술기운에 물든 피부는 은은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공기 중에는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마치 곧 무언가가 터질 듯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가끔 고연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정민아가 말했다.“요즘 운동 안 했어?”고연우는 어이없었다.“?”정민아는 손바닥을 고연우의 가슴 아래쪽에 대고 살짝 눌러보았다. 그러고는 평가하듯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육이 좀 줄었네.”“...”정민아는 마치 중대한 결정을 앞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연우를 응시했다. 고연우는 모른 척하려 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옷을 다시 입고 정민아의 손을 자기 몸에서 조심스레 떼어내더니 문을 향해 나가며 화가 난 듯 정민아를 한번 매섭게 쳐다보았다.“네가 이겼어.”완전히 흥미가 사라졌다....며칠 동안 고산그룹 대표실이 있는 층은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다.공민찬이 급한 서류 묶음을 들고 고연우에게 사인을 받으려 일어서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났다. 그때 최민영이 가방을 들고나와 미소를 지으며 공민찬에게 인사를 건넸다.“공 비서님.”공민찬은 다가서며 말했다.“최민영 씨.”최민영은 사무실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연우 씨 사무실에 있나요?”“최민영 씨, 잠시만요”공민찬은 그녀를 막아섰다.“대표님께서 지금 바쁘십니다. 우선 접대 실에서 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떨까요?” “...”최민영은 눈썹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1화 전에 흥미가 없었던 건 불을 켜지 않아서야

    고연우는 짜증 내며 핸드폰을 테이블에 던지더니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나가세요. 나중에 송씨 아주머니한테 작업복 하나 달라고 하세요.”“도련님,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하린은 우유를 들고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저 예전에 마사지도 배운 적 있는데, 제가...”“그만 나가.” 고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손을 피하다가 우유를 엎지르고 말았다. 우유가 쏟아지며 더럽혀진 셔츠를 내려다보며 그는 얼굴은 굳어진 채 입술을 오므렸다. 한참 후에야 한 마디 내뱉었다. “사모님께서 보낸 겁니까?”그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냈다.하린은 고연우의 차가운 눈빛에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말을 더듬었다. “도련님, 정말로 사모님께 저를 보내셨습니다.”“나가세요. 앞으로 제 허락 없이는 서재에 들어오지 마세요.” 하린은 금수저 남편을 찾기 위해 가사 도우미로 취직했다. 이를 위해 매니저에게 봉투까지 건넸지만 고연우의 사늘한 태도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품지 못했다. 서재를 나오자마자 난간에 기댄 채 그녀를 쳐다보는 정민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모님...”하린은 갑자기 발걸음 멈추더니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불순한 의도를 품었던 그녀는 사모님을 보면 본능적으로 불안했다. “도련님께서 드시지 않았어요...”비록 정민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하린은 괜히 자신을 평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마침 정민아가 입을 열었다. “그럼 몇 번 더 가져다주세요.”하린은 정민아의 말에 담긴 뜻을 단번에 눈치챘다.그녀는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재벌 부인이 자신의 남편에게 여자를 찾아주는 걸까? 설사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돈이면 충분할 텐데, 그러다 사생아라도 생겨 상속 분배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어쩔 생각인지.’그녀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도련님께서 송씨 아주머니한테 익숙해졌는지 저를 좀 꺼리시는 것 같아요. 아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0화 우유를 가져다주다

    다음 날.정민아와 사연희는 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아야...”주소월이었다. 사연희는 정민아의 과거에 대해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주소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에 자식을 챙기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설령 절친이라도 남의 가정사에 깊이 개입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노트북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초대장 몇 개 빼놓고 못 보낸 것 같은데, 금방 보내고 올게. 쇼에 관한 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그녀는 주소월을 흘끗 쳐다보고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 정민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소월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어젯밤에 충분히 더 이상 정씨 가문과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주소월이 여전히 찾아올 줄은 몰랐다. “오늘 밤에 연회가 있는데, 같이 가겠니?” 정민아가 거절할까 봐 주소월은 서둘러 한 마디 덧붙였다. “너희가 쇼를 열잖아? 오늘 밤 연회에 너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많이 올 거야. 잠재 고객을 몇 명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어.”“지금 그 무리에서 잠재 고객을 발전시키라는 말씀이세요?”그녀와 최민영의 갈등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못한 사람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렸고 반면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좋은 사람은 고아 때문에 굳이 적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주소월은 정민아가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민아야, 미안해. 엄마가 너를 데려오긴 했지만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너한테 이렇게 상처만 줬네...”“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저를 정씨 가문으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서, 그리고 또... 그 미친놈으로부터 구해줘서 고마워요.”마치 세월의 흔적을 덮은 한 자루의 칼처럼 서서히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민아야...” 주소월은 울먹거리며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 그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9화 입원

    정민아는 문을 열고 지친 몸으로 가방을 내려놓았다. 신발을 갈아신던 중 슬쩍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았다.“아주머니, 제가 전화드렸잖아요. 저녁 먹고 온다고, 왜 이렇게 음식을 많이 차렸어요?”송씨 아주머니는 2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아직 저녁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고연우라는 말을 듣자 정민아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아, 그렇군요.”“아가씨...”송씨 아주머니가 망설이며 그녀를 불렀다. “도련님께서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같이 식사하자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제가요?” 정민아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해하며 돌아봤다. “왜요?”“도련님께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셨는데... 두 분 혹시 싸우신 거 아닌가요?”“그 사람이 기분이 안 좋다고 제가 달래줘야 하나요? 그럼 왕자님, 저녁 드세요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네요?” 정민아는 피식 웃더니 입가에 맴돌던 웃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먹든 안 먹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먹기 싫으면 굶으면 되죠.”송씨 아주머니는 시선을 정민아 뒤쪽으로 옮기더니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 도련님...”정민아가 뒤돌아보자 고연우는 난간에 기댄 채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샤워를 끝냈는지 머리가 약간 젖어 있었고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몸에 딱 맞는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고 옷자락은 허리선에 맞춰 깔끔하게 넣었다.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를 뽐내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배경처럼 흐릿해 보이게 만들었다.고연우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저녁 먹자.”사실 그는 조금 더 튕기고 싶었지만 계속 자존심을 부리다 이 무심한 여자는 그냥 가버릴 것 같았다.정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난 이미 먹었어.”“네가 장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서 해결해 줬더니, 겨우 도시락 하나 사주는 거냐? 정민아, 너 정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8화 다른 건 안 될까

    “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 적 없어.”정민아가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하자 덜 말려진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치우치며 하얗고 맑은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 위에는 물방울까지 맺혀있어 고연우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그 어떤 뜨거운 것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방안에 가득 찬 정민아의 향기가 그림자마냥 고연우의 주변을 맴도는 탓에 고연우는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주먹을 말아쥐었다.술기운이 뒤늦게 밀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저 고혹적인 자세 때문인지 고연우는 머리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에 정민아는 문을 열고는 손님을 배웅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내가 불편해지면서까지 다른 사람한테 맞추긴 싫거든. 그러니까 일단 최민영부터 죽이고 와서 사랑 타령해.”“... 다른 건 안 될까?”“다른 거 뭐?”정민아의 산만한 시선이 고연우의 몸에 머물렀다. 사람이 아니라 상품을 보는 듯 곳곳을 훑어보고 있었다.“너한테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뭐 다른 게 있긴 해?”상처가 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모욕적인 말임은 틀림없었다.하지만 웃긴 건 정민아의 말에 고연우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아무리 봐도 돈과 권력 외에는 정민아가 관심을 가질만한 게 없어 보이는 듯한 몸에 고연우는 고개를 들더니 그래도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 기생오라비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어.”정민아가 혹여 듣지 못할까 봐 고연우는 기생오라비라는 단어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어려서부터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던 고연우는 저에게도 이렇게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필하는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었다.하지만 정민아는 관심 없다는 듯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얼굴 자랑 말고 가서 약이나 좀 사지 그래? 내가 너에 대한 흥미는 약의 자극을 받아야만 생길 것 같거든.”머리에 누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이 아까의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도 입안에는 분노 가득한 험한 말들이 서러움과 함께 맴돌고 있었다.“넌 앞으로 그냥 말을 하지 마.”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7화 안 해봤잖아

    고연우의 질문에 정민아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대학 때 후배.”그 말에 고연우는 아까 정민아를 보던 임우빈의 이상한 눈빛을 떠올리며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물었다.“쟤가 너 좋아해?”“응.”“...”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을 해버리는 정민아에 말문이 막혀버린 고연우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너 저렇게 기생오라비 같은 놈 좋아했었어?”정민아의 성격 때문에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임우빈한테 유난히 관대한 것만은 보아낼 수 있었다.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민아 앞에서 주책맞게 떠들어 댄 게 자신이었다면 정민아는 진작에 제 머리를 비틀어 화분으로 삼겠다고 협박했을 것이다.정민아는 언짢아 보이는 고연우를 보며 말했다.“기생오라비 같은 게 아니라 어린 거야. 턱선이 당신처럼 뚜렷하진 못해 그래서. 그리고 뒤에서 다른 사람 험담하는 건 격 떨어지는 일이야, 고연우 도련님.”고연우 도련님이라는 단어에 올라가는 억양을 붙인 게 아무리 봐도 조롱 같았던 고연우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턱선이 나보다 뚜렷하지 못하고 어려서 그렇다고? 그럼 뭐 나는 늙었다는 소리야? 그리고 내 앞에서 내 아내를 탐내는 데 내가 얼마나 격을 차려야 한다는 거지? 난...”고연우는 간신히 튀어나오려는 험한 말을 참아냈다.“곧 이혼할 건데 뭘.”“꿈 깨.”혈관 속에서 불꽃이 튀기는 것 같은 느낌에 원래도 나빴던 기분이 더 완벽히 잡쳐버린 고연우는 정민아를 노려보며 말했다.“난 이혼에 합의 안 할 거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사이에 사별은 있어도 이혼은 없어.”고연우의 말에 정민아가 문고리를 잡아 내리며 대꾸했다.“그럼 아직 살아있으니까 납골함이라도 직접 골라. 귀신 돼서도 네가 직접 고른 집에 있으면 기분이라도 좋겠지.”“정민아, 너...”고연우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눈앞에서 문이 “펑” 소리를 내며 닫혀버린 탓에 하마터면 거기에 얼굴을 맞을 뻔한 고연우는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누가 이딴 식으로 짜증을 내고 들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6화 쟤는 누구야

    말을 안 하고 앉아있는 정민아에 기사는 정민아가 슬퍼하는 줄로 알았지만 그렇다고 한낱 외부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답답한지 기사는 의자에서 앞뒤로 움직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진심으로 좋아하면 시험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솔직하게 알려줘야죠. 이런 식이면 남자는 점점 더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모든 남자들이 저런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저런 여자의 유혹을 당해낼 남자도 없어요.”“저도 남자예요, 믿어도 좋아요.”끊임없이 말하는 기사가 귀찮았는지 정민아는 고개를 돌리며 짧게 대꾸했다.“응, 믿으니까 출발해 빨리.”정민아가 고연우를 시험하는 건 그가 저를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주 씨 집안 간의 계약이 성사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지금 보니 이 길은 이미 글러 버린 것 같았다.임우빈은 한 손으로 좌석 등받이를 당기며 고개를 돌려 정민아를 바라보며 그 나이대 특유의 당찬 표정을 하고 말했다.“저렇게 양옆에 여자나 끼고 다니면서 여러 사람 홀려대는 남자는 믿음직스럽지 못하잖아요. 누나 관심을 받을 자격도 없죠. 저는 어때요?”임우빈은 제 이두근을 자랑하며 말했다.“젊고 잘생긴 데다가 체력도 좋고 무엇보다 일편단심이에요. 누나 말곤 아무도 안 봐요, 길가는 암컷 강아지한테 눈길 안 줄 자신 있는데.”“... 너희 엄마는 네가 자기보다 몇 살이나 많은 여자를 집안 며느리로 들이려 한다는 사실 아니?”정민아의 말에 임우빈은 툴툴대며 대답했다.“많이는 아니죠, 고작 세 살인데. 오버는 하지 말죠. 그리고 내가 정말 누나를 집에 데려가면 우리 엄마는 엄청 좋아할걸요. 적어도 앞으로 두 세대는 미모는 보장할 수 있으니까.”임우빈은 정민아의 대학교 후배였는데 1학년 때 운동장에서 정민아를 처음 본 순간 그녀에게 반해버려 결혼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제대로 들이대 보지도 못하고 정민아가 퇴학을 해버리는 탓에 겨우겨우 수소문해서 정민아가 있다는 경인시까지 와서 대학원을 다니고 여기서 취직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5화 약점을 잡아서 하는 협박

    사연희는 잔뜩 감동한 얼굴로 정민아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우리 가게 때문에 민아 씨만 고생했네요.”안 그래도 하룻밤 사이에 노 대표님의 생각을 바꿀만한 둘레의 허벅지를 찾는 건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아 시간이 촉박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그 시간은 그저 노 대표님이 술을 깨기 위한 시간이었다.사연희가 오해한 걸 알아차린 정민아는 해명하기도 귀찮아져 그냥 사연희를 데리고 나가려 했는데 그때 공민찬이 나오면서 말했다.“고 대표님, 방금 룸까지 다 확인했습니다. 사모님의 머리카락 한 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주위의 공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고연우는 공민찬을 흘겨보며 언짢은 듯 말했다.“너만 입 달렸어?”“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소릴 했네요.”공민찬은 사과 하나는 빨리하며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사모님께 말씀은 하셨어요?”“...”“대표님, 계속 이런 식으로 하시면 사모님 마음 못 돌려요. 사모님이 최민영 씨한테 괴롭힘 당할까 봐 문 앞에 사람까지 세워서 지키시면 뭐해요, 이런 건 대표님이 말씀 안 하시면 사모님은 영영 모르실 텐데요. 그럼 감동도 못 받으실 테고 사모님이 감동하지 못하시면...”그런 공민찬을 보던 사연희는 주먹을 말아쥐며 입술을 깨물더니 정민아에게 귓속말을 했다.“안 되겠어, 나 여기 더는 못 있겠어.”밖으로 나가기 전 사연희는 한 번 더 공민찬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사연희가 만약 공민찬처럼 말 많고 사실만 얘기하며 아픈 데를 콕콕 찌르는 비서를 뒀다면 얼마 참지 못하고 짜증을 냈을 텐데 무표정으로 듣기만 하는 고연우를 보니 허벅지 대표님의 성격은 꽤 차분해 보였다.“입 다물어.”그 차분한 고연우도 더는 듣기 싫었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공민찬 손에 들려있던 차 키를 뺏어 들고는 정민아를 보며 말했다.“가자.”“응.”정민아의 대답을 들은 고연우의 발이 허공에 잠시 머물렀다가 한참 만에 땅에 닿았다.정민아의 조롱 섞인 거절이거나 분노는 너무나 익숙하고 오히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