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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그 후 임윤아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그녀처럼 미천한 출신에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결국, 임윤아는 순순히 그의 차에 올라탔고 심경서의 차는 검은색 랜드로버이다. 사실 심경서는 이전에 이런 종류의 차를 운전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검은색 캠핑카의 뒷좌석에 앉아 운전기사가 운전해주었었다. 또한, 마음대로 차에서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었다.

그녀 앞에는 여전히 심경서가 앉아있었지만 심경서가 아니기도 했다.

심경서는 많이 변했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거처를 묻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자마자 그녀를 저택으로 데려갔다.

차가 익숙한 골목에 들어서자 임윤아가 물었다.

“여긴 왜 왔어요? ”

“왜 여기 오면 안 되는데?”

심경서는 차의 시동을 끄고 그녀를 다시 돌아보았다.

차 안은 어두웠고 서로의 옆모습도 희미하게 보였지만 그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비로소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지난달에 이곳을 다시 샀어. 임윤아, 내가 옛날의 추억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하지 마. 나는 단지 이 치욕적인 과거를 잊지 않고 다시는 여자를 쉽게 믿지 말라고 자신에게 상기시켜줬을 뿐이야.”

이 모두 조은혁의 수법이다.

임윤아는 조은혁이 마련한 사람이니 심경서가 임윤아를 미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임윤아는 눈을 내리깔고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야 경서 씨 화가 풀릴까요?”

그녀가 눈을 내리깔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예전처럼 사람의 애정을 자아냈다.

심경서가 그녀의 뾰족한 턱을 움켜쥐었다.

여자는 이미 많이 갖고 놀았는지라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아마도 임윤아가 그의 삶에 짙은 먹물을 남긴 모양이다... 그러나 박연희와 달리 임윤아에 대한 감정은 오직 원망뿐이었다.

임윤아는 그의 마음속에서 값싼 여자이다.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그런 여자.

심경서는 임윤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희고 앙증맞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다가 잠시 후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살짝 움켜쥐고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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