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임윤아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렇다. 그녀처럼 미천한 출신에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결국, 임윤아는 순순히 그의 차에 올라탔고 심경서의 차는 검은색 랜드로버이다. 사실 심경서는 이전에 이런 종류의 차를 운전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검은색 캠핑카의 뒷좌석에 앉아 운전기사가 운전해주었었다. 또한, 마음대로 차에서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었다.그녀 앞에는 여전히 심경서가 앉아있었지만 심경서가 아니기도 했다.심경서는 많이 변했다.그는 더 이상 그녀의 거처를 묻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자마자 그녀를 저택으로 데려갔다.차가 익숙한 골목에 들어서자 임윤아가 물었다.“여긴 왜 왔어요? ”“왜 여기 오면 안 되는데?”심경서는 차의 시동을 끄고 그녀를 다시 돌아보았다.차 안은 어두웠고 서로의 옆모습도 희미하게 보였지만 그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비로소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지난달에 이곳을 다시 샀어. 임윤아, 내가 옛날의 추억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하지 마. 나는 단지 이 치욕적인 과거를 잊지 않고 다시는 여자를 쉽게 믿지 말라고 자신에게 상기시켜줬을 뿐이야.”이 모두 조은혁의 수법이다.임윤아는 조은혁이 마련한 사람이니 심경서가 임윤아를 미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어떻게 하시려고요?”임윤아는 눈을 내리깔고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어떻게 해야 경서 씨 화가 풀릴까요?”그녀가 눈을 내리깔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예전처럼 사람의 애정을 자아냈다.심경서가 그녀의 뾰족한 턱을 움켜쥐었다.여자는 이미 많이 갖고 놀았는지라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아마도 임윤아가 그의 삶에 짙은 먹물을 남긴 모양이다... 그러나 박연희와 달리 임윤아에 대한 감정은 오직 원망뿐이었다.임윤아는 그의 마음속에서 값싼 여자이다.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그런 여자.심경서는 임윤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희고 앙증맞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다가 잠시 후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살짝 움켜쥐고 얼굴을
심경서도 몇 번 화를 풀면 싫증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심경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자세와 취미에서 알 수 있었다. 1년 동안 그의 사생활은 방탕하기 그지없었다는 걸...임윤아는 골드카드를 손에 꼭 쥐고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전 지금 살 곳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를 찾아오실 때 알려주세요. 미리 와있을게요.”심경서도 반대하지 않았다.그녀가 어디에 사는지는 사실 개의치 않았다. 그는 단지 그녀에 대한 원한을 발산하고 싶을 뿐이었다. 심경서가 하려는 일은 결코 육체적인 분출이 아니다. 그는 임윤아가 영원히 지금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느낌을 맛보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그러니 성관계 몇 번으로 끝나기에는 너무 쉽게 놓아주는 것 아니겠는가.그렇게 심경서는 밤을 틈타 자리를 떴다....그 뒤로 한참 후에야 임윤아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하러 갔다.이곳의 모든 것은 예전과 똑같았다.유카타가 놓인 자리마저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임윤아는 유카타를 몸에 두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창백한 가운데 또 여인의 풍만함이 보였고 몸 곳곳에는 얼룩덜룩한 손가락 자국이 있었는데 이는 남자가 격정에 사로잡힐 때 남긴 흔적이다.사실 임윤아는 자신을 속일 수 없다.강요 외에도 그녀는 심경서와 함께 있는 그 느낌을 탐했고 고통스럽지만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주었으며 옛날의 감정도 실제로 존재했던 감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여 심경서가 그녀에게 싫증을 느끼면 임윤아도 연경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하지만 여자가 어찌 남자를 이길 수 있을까?그 후 한 달 남짓, 심경서는 일주일에 한두 번 그녀를 찾았는데 물론 매번 거칠었고 그녀와 말도 잘 하지 않았다... 관계가 끝난 뒤에도 사후 담배 두 개비만 피우고 자리를 비우곤 했다.그리고 임윤아는 매번 참고 견디며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심경서가 시간을 약속하면 임윤아는 항상 자리에 일찍 도착해있었다.그가 집에
임윤아는 감히 심경서와 결혼할 수 없었다.심경서의 상간녀 역할을 하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이 달콤한 관계에 푹 빠져있었다.임윤아는 심경서를 사랑하고, 심경서도 임윤아를 사랑하고, 그들 사이에는 또 귀여운 연경이가 있다.그녀는 지금 연경의 존재를 말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하지만 임윤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심경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요즘 회사 일이 바빠서 이번 한 주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아... 근데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함께 지내자. 너에게 줄 서프라이즈가 있어.”그리고 심경서는 또 그녀에게 촛불 식사를 하기 위해 최고급 룸을 예약했다고 말해주었다.그 말에 임윤아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그러나 그 와중에도 임윤아는 또 심경서가 본처 사모님을 냉대할까 봐 부드러운 목소리로 일깨워주기도 했다.“과거 저 때문에 당신들 사이에 불쾌한 일이 많았잖아요... 이젠 사모님을 잘 대해주세요.”그녀의 말을 듣던 심경서의 눈에 냉소가 흘러나왔다.그러나 티를 내지 않고 여자의 몸을 감싸 안은 채 가냘픈 목덜미에 얼굴을 대고 부드럽게 말해주었다.“우리 아가는 마음도 깊네. 내가 집에 가서 이서와 부부 관계를 맺으면 질투하지 않겠어? 너와 함께 있을 때 처럼 이서를 쓰다듬고 점유하고, 그리고 결국 참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겠지...”계속되는 달콤한 말에 임윤아는 다급히 그의 입을 가리며 더 말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붉게 달아오른 임윤아의 얼굴은 홍조를 띄고 있어 매우 매력적이었다.한편, 거울 속 그녀의 모습을 보던 심경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 순간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역시 한순간일 뿐이었고 잠시 후, 그는 다시 철석같이 차가운 마음을 굳혔다.난세의 여자와 사랑을 나누다니 정말 웃기군.그때, 그의 침실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심경서는 방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고 상대방은 그에게 심지철의 일이 결정되었으니 내년 초봄에 집행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심경서는 한참 동안 말없이 앉
오늘은 원래 엄수지와 쇼핑하고 커피를 마시기로 약속했으나 엄수지가 갑자기 발이 묶이는 바람에 박연희는 결국 혼자 남게 되었다.박연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싱긋 웃고는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저녁 무렵에 남편을 데리러 회사로 가 그들이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갈 계획을 짰다.세월은 고요하고 박연희는 돈이 부족하지 않은 부유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집안의 아이는 장씨 아주머니와 아주머니들이 관리해주고 있고 가끔 남편과 단둘이 지내며 부부 관계를 잘 운영하고 있다.물론 식사 후 조은혁에게 정신이 팔려 호텔로 끌려가는 건 절대 안 된다.그런데 이곳에서 임윤아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임윤아는 한 영유아 가게에서 어린아이의 옷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녀의 눈썹과 눈은 빠져들 정도로 깊었고 희고 작은 얼굴은 혈색이 좋아 아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곧이어 임윤아도 박연희를 보게 되었고 그녀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맸다.“사모님.”그러나 박연희는 그러한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그녀는 임윤아의 손에 있는 작은 옷을 건네받고 조용히 말했다.“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어요?”“그게... 아이가 아픈데 C시에서는 병이 치료되지 않아 B시에 온 거예요... 그래도 대도시의 병원이 좋긴 하네요. 한 달이면 다 낫더라고요.”박연희도 아이를 보고 싶어 했다.임윤아는 항상 박연희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그녀에 대해 조금도 경계하지 않았다.임윤아는 현재 적지 않은 돈을 갖고 있기에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B시에 방 세 개짜리 집을 빌려 C시에서 아주머니를 데리고 와 아이를 돌봐주도록 하였다. 덕분에 평소에도 심경서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박연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특히 임윤아의 아이는 연경이라고, 참으로 작고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했다.박연희는 연경을 매우 좋아했다.급하게 왔는지라 아무런 선물도 준비하지 못해 박연희는 손목에 있는 비취 팔찌를 벗어 선물로 연경에게 건네주었다. 출신이 보잘것없
박아영은 눈치가 엄청 빨랐다.박연희는 심씨 가문과 갈라져 뿔뿔이 흩어졌지만 혈연이라는 것은 정말 미묘한 것이다. 한 번 만난 것뿐인데 마음속으로 이미 연경을 위해 모든 계획을 세워줬으니 박연희만 있다면 앞으로 연경에게는 분명 좋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임윤아도 아이를 만져보며 덩달아 싱긋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그때, 문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문을 열러 간 아영은 입구에 웬 부잣집 부인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물었다.“죄송하지만 사모님, 혹시 집을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닙니까?”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김이서였다.어젯밤 김이서는 남편이 바깥에서 여자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여기저기 소식을 더듬으며 애써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이 집에 살고 있는 건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아니라 뜻밖에도 그녀와도 구면인 옛사람이었다. 바로 심경서를 감옥에 가둔 장본인, 임윤아였다.두 사람이 또 만나고 있다고?문에 들어서자마자 악귀와도 같은 여자를 만났는데 어찌 격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심경서와 화해한 후부터 김이서는 남편의 시부모를 모시고 두 명의 어린아이들을 홀로 돌보며 남편이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것도 모두 꾹꾹 삼켜버렸는데... 심경서가 임윤아와 다시 바람을 피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 순간, 김이서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그러나 예전과 마찬가지로 김이서는 남편에게 차마 뭐라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바깥 여자에게 화풀이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사모님이라는 신분조차 잊어버린 채, 임윤아에게도 조금도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아영이 보는 앞에서 임윤아의 뺨을 두 대 내리쳤다.그런데 어떻게 이걸로 충분하겠는가?마음속에 깊은 한을 품은 김이서는 임윤아의 머리카락을 잡아채며 미친 듯이 뺨을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연경이 울음을 터뜨렸고 아영은 울부짖는 아이를 달래느라 주인을 보호할 겨를조차 없었다.결국, 지쳐버린 김이서가 소파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왜 돌아왔어?”“당
늦은 밤, 임윤아가 심경서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임윤아가 먼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경서 씨, 전 떠나고 싶어요. 과거의 일은 제가 당신에게 미안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그 잘못을 만회할 거예요...”“만회라...”술을 조금 마시더니 심경서가 소파에 기대어 낮게 웃으며 부드럽게 애정이 섞인 말을 건넸다.“왜 그래? 왜 또 이런 볼멘소리를 하고 있어? 윤아야, 내가 원하는 가장 좋은 만회는 네가 내 곁에 있는 거야... 항상 널 곁에서 볼 수 있게 해줘.”...임윤아는 머리를 이불 속에 파묻고 울먹였다.“경서 씨.”심경서의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럽고 유혹적이었다.임윤아는 이미 그와 결별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막상 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또 조금 흔들리고 있다.심경서는 비즈니스 사업을 워낙 오래 했는지라 인심을 꿰뚫고 있다.계획을 완성하기에는 임윤아의 마음이 아직 부족했기에 그는 또 몇 차례 감동적인 말을 하며 그녀를 크리스마스이브에 초대했다.“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아직 정정당당하게 밖에서 식사 한번 한 적이 없잖아. 윤아야,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 크리스마스이브에 다시 얘기하자... 괜찮지? 요즘에는 일이 워낙 바쁜지라 조금 힘드네”...임윤아는 워낙 심경서를 깊이 사랑하는지라 자신이 겪었던 서러움도 꾹꾹 눌러 담고 김이서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경서 씨, 전 단 한 번도 당신과 함께 햇볕을 쬐며 걸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원래는 정말 그냥 거래였다.그녀는 명분이나 그의 마음속 자신의 지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러나 여자는 한번 사랑에 빠지면 답도 없다고, 임윤아는 점점 그녀에 대한 남자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이 맞는지, 정말 서로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모든 상상은 결국 그녀의 원맨쇼일 뿐이었다.그녀와 달리 남자는 항상 깨어 있었다.깨어 있는 상태에서 임윤아를 지켜보고 또 임윤아가 혼자 가라앉는 것을 똑똑히 방관했
최민정은 완전히 넘어간 것인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당부했다.“자꾸 신경 쓰이게 하지 마.”...크리스마스이브.심경서는 김이서를 데려와 그날 밤 침대에서 잘 위로해주었다.김이서는 평판이 좋지 않았다.친정에서 힘을 보태주지만 두 아이를 데리고 있는지라 사실 퇴로가 많지 않았다. 비록 심경서는 밖에서 돌아다니며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니지만 적어도 집에서는 예전보다 그녀를 존중해 주었고 이혼하고 싶다고 하면 그녀의 부모는 그녀에게 심사숙고하라고 권했다.여러 번 저울질한 끝에 김이서는 결국 남편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검은 머리카락이 심경서의 몸을 옭아매듯이 남자의 몸에 흩어지고 김이서는 그의 몸에 엎드려 남편에게 입을 맞추며 다시 한번 그에게 쾌락을 요구했다.이번에 본가에 갔을 때, 김이서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남자가 널 사랑하는지는 그 사람이 너한테 돈을 주는지 그리고 너와 잠자리를 가지는지를 봐야 한다고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오늘날 심경서는 매달 김이서에게 생활비를 두둑이 챙겨주고 귀한 보석도 사주는데 그녀가 아무리 갖은 수단을 취하여 남편을 쥐어짜 내도 심경서의 마음이 밖에 머물러 있으면 남은 정력도 없을 것이다.하여 김이서는 완전히 깨달았다.김이서는 더 이상 남편의 비위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다. 대신 침대에서 더욱 대담해졌고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는 데에 집중했다.심경서는 그녀의 허리를 꽉 누르고 검은 두 눈으로 섹시하게 바라보며 원하는 대로 또 한 번의 라운드를 진행하며 김이서를 헐떡거리게 했지만 김이서는 마음속으로 충분히 만족했다.여자는 몸이 만족하면 훨씬 너그러워진다.하여 김이서도 더 이상 임윤아에 관해 묻지 않을 것이다.크리스마스이브, 심경서의 주선으로 두 집안은 유명한 한식집에서 식사하고 가장 좋은 룸을 예약했다...한창 취기가 오를 때, 심경서는 담소를 나누며 휴대폰으로 카톡을 보냈다.김이서는 그가 임윤아에게 보냈다고 추측하며 매우 불쾌해했다. 이렇게 중요한 날에 도 남편은 여자에게
룸 안도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심경서 역시 천천히 이쪽을 바라보았고 두 눈이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자 여자의 눈에는 구슬 같은 눈물이 반짝였다. 임윤아는 자신의 애인이 그녀를 배신하고 그녀가 난처해지기를 바라며 그녀에게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 거라 믿고 싶지 않았다.임윤아의 입술이 하염없이 떨렸다. 그 말은 대체 왜 끝까지 입 밖에 내지 못한 것일까? 하지만 정말 입 밖에 냈다고 해도 결국 굴욕을 자초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임윤아는 한발 물러서며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룸을 잘못 들어왔습니다.”김씨 집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였지만 김이서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그저께 바로 임윤아에게 찾아가 경고했고 분명 자기 입으로 떠난다고 했는데 뒤에서 또 남편을 꼬드겨 정실 앞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니. 하물며 지금은 부모님까지 다 함께 있는 자리인데...임윤아는 정말 그녀와 전쟁이라도 선포하려는 걸까?“임윤아 씨.”김이서는 자리를 뜨려는 임윤아를 불러세웠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임윤아의 곁으로 걸어가더니 애인을 빼앗기기라도 한 듯 흉악한 기세로 손을 들어 임윤아의 뺨을 두 대 거세게 내리쳤다.“천박한 년, 사람만 만나면 다리를 벌리는 천박한 년이 따로 없군.”김이서는 평소에도 아이들 앞에서 적지 않게 말했던 모양이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심진과 심윤도 임윤아를 둘러서더니 계속하여 손가락질하며 조롱했다.“나쁜 년! 나쁜 여자! 아빠를 훔친 나쁜 여자다.”임윤아의 작은 얼굴은 뺨을 맞은 탓에 한쪽으로 쏠려버렸다.정성껏 걷어 올린 머리카락도 잔뜩 흐트러져 낭패가 따로 없었다.심지어 연경의 제대혈로 살린 그 아이는 아예 물건을 들고 그녀를 때리기까지 하며 계속하여 나쁜 여자라고 욕지거리를 퍼부었다...그렇다.임윤아는 나쁜 여자이다.임윤아가 나쁜 여자가 아니었다면 어찌 심경서와 함께 있었겠는가?임윤아는 곧이어 시선을 과거의 연인에게 돌렸다. 그러나 심경서의 얼굴에는 냉담함밖에 찾아볼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