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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인기척 하나 없는 깊은 밤, 꿈에서 깨어난 그들은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난번 만남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갔다.

심경서는 산전수전을 겪었지만 임윤아의 눈에는 여전히 어린애 같은 순수함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순수함은 심경서에게 너무 괴롭게 느껴졌다. 왜 임윤아는 그를 속이고 그를 지옥에 빠뜨린 뒤에도 여전히 마음 편히 살 수 있고,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그의 세계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하여 심경서는 이 아름다움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오랜만이야.”

두 사람은 그렇게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흩뿌려진 불빛이 그의 옆모습을 감싸 표정은 확실히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워서 마치 연인 사이의 대화 같았다.

밤하늘 여기저기 흩뿌려진 작은 별들이 은은히 빛을 뿜어냈다.

임윤아는 간단한 옷차림에 손에 봉지를 들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연경을 위해 산 사과가 들어있었고 잠시 후에 아이를 위해 사과 퓌레를 만들어 줄 계획이었다.

연경은 그녀와 심경서의 아이이다.

연경이가 병에 걸리고 임윤아는 아이를 데리고 B시에 와서 병을 치료하게 되었다. 그리고 온 지 한 달 만에 아이의 병도 거의 다 나았고... 이 기간에 임윤아는 이 사실을 조은혁 부부에게 알리지 않았다.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 그녀는 자신이 B시에 있다는 것도 알리지 않았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그녀는 내일 B시를 떠났어야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심경서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손에 힘이 풀리고 주머니 안에 있던 사과들이 한 알 한 알 바닥에 굴러떨어졌는데 하나같이 전부 탐스럽고 색깔도 고왔다...

그러나 임윤아는 사과를 줍지 않았다. 그녀는 꼿꼿이 서서 자신이 사랑했던 이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그렇게 꼼짝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현기증까지 느껴졌는데 이는 심경서를 사랑하게 된 후유증이다.

한편, 심경서는 허리를 굽혀 사과를 주워주었다.

그는 팔을 뻗어 그녀에게 사과를 건네주었고 임윤아는 입술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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