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안도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심경서 역시 천천히 이쪽을 바라보았고 두 눈이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자 여자의 눈에는 구슬 같은 눈물이 반짝였다. 임윤아는 자신의 애인이 그녀를 배신하고 그녀가 난처해지기를 바라며 그녀에게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 거라 믿고 싶지 않았다.임윤아의 입술이 하염없이 떨렸다. 그 말은 대체 왜 끝까지 입 밖에 내지 못한 것일까? 하지만 정말 입 밖에 냈다고 해도 결국 굴욕을 자초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임윤아는 한발 물러서며 낮은 목소리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룸을 잘못 들어왔습니다.”김씨 집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였지만 김이서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그저께 바로 임윤아에게 찾아가 경고했고 분명 자기 입으로 떠난다고 했는데 뒤에서 또 남편을 꼬드겨 정실 앞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니. 하물며 지금은 부모님까지 다 함께 있는 자리인데...임윤아는 정말 그녀와 전쟁이라도 선포하려는 걸까?“임윤아 씨.”김이서는 자리를 뜨려는 임윤아를 불러세웠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임윤아의 곁으로 걸어가더니 애인을 빼앗기기라도 한 듯 흉악한 기세로 손을 들어 임윤아의 뺨을 두 대 거세게 내리쳤다.“천박한 년, 사람만 만나면 다리를 벌리는 천박한 년이 따로 없군.”김이서는 평소에도 아이들 앞에서 적지 않게 말했던 모양이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심진과 심윤도 임윤아를 둘러서더니 계속하여 손가락질하며 조롱했다.“나쁜 년! 나쁜 여자! 아빠를 훔친 나쁜 여자다.”임윤아의 작은 얼굴은 뺨을 맞은 탓에 한쪽으로 쏠려버렸다.정성껏 걷어 올린 머리카락도 잔뜩 흐트러져 낭패가 따로 없었다.심지어 연경의 제대혈로 살린 그 아이는 아예 물건을 들고 그녀를 때리기까지 하며 계속하여 나쁜 여자라고 욕지거리를 퍼부었다...그렇다.임윤아는 나쁜 여자이다.임윤아가 나쁜 여자가 아니었다면 어찌 심경서와 함께 있었겠는가?임윤아는 곧이어 시선을 과거의 연인에게 돌렸다. 그러나 심경서의 얼굴에는 냉담함밖에 찾아볼 수 없
박아영은 연경을 안고 멀리서 가까이 다가가자, 바닥에 누워 있는 여인을 보았다. 박아영의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아가씨! 아가씨, 왜 이러세요? 아가씨가 가시면 연경은 어떻게요?”...그녀의 품에 안긴 연경은 이제 몇 개월밖에 되지 않는 갓난아이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을 느꼈는지 아이는 고개를 들고 큰 소리로 쉴 새 없이 울부짖었다...생모의 처참한 상황을 보면 트라우마가 생길까 봐 박아영은 아이의 눈을 가려주었다. 그것은 한밤중에 피는 한 송의 장미와 같았다.아래층은 아수라장이었다.잠시 후에 경찰들이 도착해서 사고가 난 곳에 경계선을 쳤고 관계자 외 사람들이 현장을 파괴하지 못하게 하였다. 박아영도 연경을 안고 멀리서 여주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박아영은 일을 잘 하지만 무력감을 느꼈다. 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맞다. 사모님이 있지...’그녀는 문득 지난번에 집에 왔던 사모님이 떠 올랐다. 그 사모님은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다. 지금 아가씨에게 이렇게 큰 일이 생겼는데 사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박아영은 들고 있는 돈지갑에서 박연희의 명함을 꺼냈다.전화 연결이 되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한편으로, 조은혁과 박연희는 전화를 받은 후 곧바로 이곳으로 달려왔다...박아영은 핸드폰을 던지고 아이를 안으면서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울면서 그 사람들에게 빌었다.“저희 아가씨는 아직 젊고 건강해요. 구급차 불러 주실 수 있어요? 혹시나 모르니까 응급 처치해 보세요... 아이가 아직 이렇게 어린데 엄마가 없으면 어떡해요?!”그 사람들을 아이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늦어서 살려낼 수가 없다. 박아영은 연경을 꼭 끌어안았다. 아이는 아직 쉬지 않고 계속 울고 있다...크리스마스이브는 곳곳이 떠들썩했다. 한 생명이 사라졌다고 경축 활동을 멈출 수 없다. ...룸 안에는 불빛이 눈부시게 반짝거렸다.밖에서 펑 하고 무슨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고 뒤이어
차에 타기 전에 심경서는 고개를 돌려서 한번 쳐다보았다.경찰차가 대부분을 막아서 안 보이지만 그는 흩어진 인파들 사이로 한 여인이 피바다에 누워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듯이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온화하여 한스러운 기색이 추호도 없었다.임윤아, 윤아...심윤은 차 안에서 소리를 질렀다.“아빠, 빨리 타요! 나쁜 여자가 죽었어요.”이에 심경서는 주춤하더니 차에 올라탔다.심씨 저택으로 돌아온 후 그의 마음은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는 통쾌함을 느꼈으나 눈을 감으면 임윤아가 죽은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몸을 돌려 김이서를 안으려고 했다. 어쩌면 에너지를 방출하면 허튼 생각을 그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김이서는 피했다.그녀는 남편과 1m 정도 떨어진 곳에 누웠고 새까만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담담한 말투로 피곤하다고 말했다.그녀는 처음으로 남편이 두려웠다. 남편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밤에 심경서는 꿈을 꾸었다.꿈에 임윤아가 나타났다.환한 별장의 홀에서 그녀는 서서 유화를 그리고 있었다. 가끔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그와 사랑을 속삭였다.“경서 씨가 유화를 좋아하신다고 해서 일부러 배웠어요.”그리고 꿈에서 그녀가 구치소에 왔다. 그녀는 종래로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사랑한 적이 없다면, 그녀가 화류계의 여인이라면 어찌 쉽게 그의 함정에 빠지고 자살할 수 있을까...마지막에 나타난 것은 한 송이의 활짝 핀 장미였다.그녀는 작별 인사도 없이 룸의 문을 열고 단호하게 뛰어내렸다.그녀의 ‘경서 씨’와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경서 씨’와 한평생 살겠다고 했었다.심경서는 악몽 속에서 놀라 깨어났다. 온몸에 식은땀이 나서 등 뒤까지 서늘했다.그는 실크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마찬가지로 김이서도 잠들지 못했다. 어두움 속에서 옷을 주섬주섬 입는 소리가 들려와서 심경서가 외출하려는 것을 추측했다... 그의 애인과 작별 인사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어쨌든 김이서는 무서움에 벌벌 떨었다.심
박아영은 연경의 이마에 뽀뽀하고 나서 말했다.“저는 이만 갈게요. 연경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조은혁은 연경이를 안으면서 박아영을 위로해 주었다.“저희는 아이를 고생시키지 않고 잘 키울게요. 꼭 행복한 어린 시절과 미래를 줄 겁니다.”눈시울을 붉힌 박아영은 결국 떠났다....사흘 뒤에 조은혁은 심씨 회사에 찾아갔다.심경서에게 진실을 알려주려고 하였다.연경의 제대혈이 그 아들의 목숨을 구한 것인데 그는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임윤아를 죽게 하였다... 그는 심경서는 사내대장부로서 어찌 한 여인을 이렇게 괴롭힐 수 있는지 따지려고 하였다.모든 것은 조은혁 자신이 한 것이었다.왜 자신에게 복수하지 않고 한 여인을 못살게 구는가?더구나 그를 위해 아이까지 낳은 여인이었다.하지만 심경서의 비서는 심경서는 밖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있어서 자리에 없다고 하였다. 조은혁은 주먹으로 장소를 알아냈다.그가 클럽에 도착했을 때 심경서는 벌건 대낮부터 술에 젖어있었다.사치스러운 룸에서 심경서는 한 여인의 허벅지에 누워있었고 흰 셔츠의 단추 세 개가 활짝 열려 있으며 벨트도 느슨해 잠겨 있고 검은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다.여인은 말할 것도 없고 더욱 지저분해 보였다.방금 격렬한 정사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여인은 심경서에게 포도를 먹이고 있다. 한 송이의 수입 포도는 한 알 한 알씩 미인의 입을 통해 심경서의 입으로 들어갔다.심경서는 미인의 서비스를 누리고 있었다.젊은 여인의 눈매는 보면 볼수록 한 사람과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기 싫었고 그냥 느끼고 싶었다.심경서가 다시 여인과 사랑의 교류를 하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차고 들어왔다.조은혁이었다.매니저는 뒤에서 필사적으로 당기려고 했으나 조은혁은 얼마나 폭력적인 존재인가. 그는 사람을 바로 로비의 벽에 처박고 위협했다.“한마디만 더 나불대면 이 클럽을 부숴버릴 거야.”매니저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B시에서 조은혁은 염라대왕이라는 사실을 누가 모르는가? 그가 부숴버린
“내가 한발 늦었어요!”“윤아 씨를 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당신을 통쾌하게 때릴 수 있죠!”...조은혁은 심경수의 옷자락을 거머쥐고 주먹질하기 시작했다.한 대, 또 한 대, 그는 거침없이 때렸고 심경서의 콧등마저 부러뜨렸다.그는 한 대 때리면 한마디 욕을 퍼부었다.마지막에 피범벅이 되도록 때렸고 자기 손바닥도 피투성이로 되었다. 하지만 그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심경수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정신 차리게 때리고 싶었다.“!”심경서는 카펫 위에 쓰러졌다. 그는 숨을 크게 헐떡이었고 온몸은 피범벅이었다.조은혁은 또 세게 한 발 걷어차고 나서 침을 뱉었다.“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어요.”끝으로, 조은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내고 고개를 숙이면서 불을 붙였다. 심경서와 같은 쓰레기와는 더 이상 말하기 싫었다.그는 심경서가 찾아오기를 바란다는 말만 남기고 떠나버렸다.룸의 문이 열리고는 다시 세게 닫혀서 벽이 충격으로 웅웅 소리가 났다.심경서의 얼굴이 온통 피로 덮여 있으나 그는 웃었다.정말 통쾌하기 그지없었다.이 산송장 같은 몸이 마침내 감각을 되찾았다. 그도 통증을 느낄 수 있었구나!그런데 조은혁이 뭐라고 했지? 그를 찾아가라고?미쳤어?!그는 임윤아를 죽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가 자초한 일이 아닌가?자기는 왜 화류계 여인을 위해 묵념하고 슬퍼해야 하지?그녀가 그에게 진 빚이 있는데 왜 그가 미안해야 하는데...왜 빚진 것이 없다고 그래?그녀가 죽었으니, 그의 원한은 이제 누가 풀어주냐?심경서는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그러고 나서 계속 술에 취하고 향락에 빠졌다......조은혁은 별장으로 돌아왔다.저녁 무렵에 아름다운 노을이 하늘을 뒤덮었고 2층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고용인은 엄수지가 방문하여 지금 위층에서 사모님과 함께 있다고 하였고 오늘 저녁에 어떤 요리를 드시고 싶은지 물었다...조은혁의 긴 손가락에 담배를 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엄수지는 떠보는 듯한 말을 남기고 밥을 먹고 떠났다.조은혁 부부는 둘만 남겨졌다.그들은 기분이 아직 무거웠다.조은혁은 창가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지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은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임윤아는 너무 불쌍했다.조은혁은 예전에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받아들여 달라고 하던 모습이 생생했다.이 세상에서 그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너무 많았다.그중에서 심경서가 제일 심한 상처를 주었다.늦은 밤, 박연희는 남편에게 기대어 낮게 말했다.“집이 부족하지 않는데 연희에게 더 좋은 엄마를 맺어주고 싶어요. 연희의 생각을 잘 들어주고 연희를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이요.”조은혁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엄수지 씨를 얘기하는 거야?”“맞아요. 엄수지 씨는 믿음직하고 아이를 잘 돌볼 거예요. 연희에게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을 거예요. 수지 씨가 아이를 돌본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조은혁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엄수지 씨는 성격이 너무 좋지. 그리고 너랑 꽤 친하니 만약 아이를 입양하게 된다면 너도 자주 볼 수 있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아.”부부들은 서로에게 비밀이 없었다.박연희는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심경서가 너무 밉네요. 이렇게까지 독하다니!”“은혁 씨, 나는 이 아이가 사생아로 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이렇게 힘든 세상에 여자아이가 어떻게 살아남을가요...”“만약 엄수지 씨와 함께 자란다면, 그녀의 성격에 자신뿐만 아니라 연희 앞의 비바람도 함께 막아 주고 좋은 미래를 선물해 줄거예요.”...조은혁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함께 검은 하늘을 바라보았다.박연희의 두 눈은 눈물이 맺혔다.모든 건 그녀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기에 마음 속에 무거운 돌이 남겨진 듯한 기분이었다.연희의 앞날을 잘 생각해 주어야 임윤아에게 조금의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조은혁은 그녀와 이마를 맞대며 깊은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연희야, 나도 앞으로 너에게 더 잘할
...일주일 뒤, 정은호가 업무 때문에 B시에 들렀다.그는 일만 해결하고 바로 떠나려 했다.저번에 엄수지가 그의 마음을 너무 속상하게 했기에 그녀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함부로 들이댈 수 없었다.엄수지가 먼저 다가온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엄수지가 진짜로 자신에게 연락을 해오리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엄수지가 추 비서를 통해 정은호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떠나기 하루 전, 정은호는 창가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네이비색 셔츠를 입은 그는 근사했다.아직 40살이 되지 않은 그는 여전히 남자다움을 풍기고 있었다.한 주일 동안 수많은 여자들의 대시를 받았다.하지만 정은호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옆에서 추 비서가 차를 따르며 낮게 입을 열었다.“일주일 동안 바쁘게 지내셨는데 밖에서 바람 좀 쐬시죠? B 시에서 갈 수 있는 곳 있잖아요.”정은호는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전엔 옆에 여자가 없으면 잠에 들지 못했는데 지금은 없는 게 조용해서 좋네요.”추 비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한 분을 소개시켜 주려 하는데...”추 비서가 말을 채 뱉기도 전에 정은호는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엄수지요?”전 부인을 언급하자 정은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전에 의사 앞에서 치욕적으로 검사를 받던 날이 떠올랐다.하지만 그날 밤 그녀와 뜨거운 밤을 보내기도 했었다.“그 사람이 왜 일이 적어요? 얼마나 잔소리가 심한데.”정은호는 결코 원하지 않는 모습이었다.추 비서는 그가 한 말들을 엄수지에게 전달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콧방귀를 끼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 성격으로 내가 요청하면 안 오고 배기겠어?”과연 그 날 밤.정은호는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엄수지의 저택으로 달려갔다.반짝거리는 검은 차량이 천천히 저택으로 들어와 고동색 대문 앞에 멈춰 섰다.집사가 문을 열어주며 예절 바르게 말했다.“대표님, 오셨습니까. 사모님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직접 요리도 하시며 대표님과 만나기만을 기다리셨습니다.”이 말은 정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에 정은호는 깜짝 놀랐다.어디서 온 아이이지?그는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엄수지를 바라보았다.엄수지는 당황하지 않고 태연한 모습으로 그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은호 씨, 당신을 위해 준비한 음식인데 마음에 들어요? 먹어봐요.”정은호는 수저를 내려놓고 물었다.“위층의 아이는 누구야?”엄수지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낮게 웃었다.“내가 낳은 거죠.”정은호는 당황하였지만 결코 그녀가 불임이라는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나를 초대한 건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애한테 아빠를 만들기 위해서지?”“엄수지, 내 말이 맞아?”...정은호는 말하다가 문득 서글퍼졌다.“엄수지, 정말 양심없어!”화가 난 그는 수저를 던져버렸지만 돌아가기는 아쉬워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집사는 너무 걱정되었다.하지만 엄수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밥을 먹었다.“연경을 만나게 해요. 부녀가 얼굴은 봐야죠.”그녀는 결코 같이 올라가지 않고 남은 저녁을 먹었다.그리고 남은 음식을 가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안방 문을 열자 실내는 적막이 돌았다.아주머니는 울고 있는 연경을 달래고 있었다.연경은 자신의 ‘아빠’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함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크게 칭얼대지 않았다.그저 다리를 달싹거리는 연경의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다.정은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소파에 앉아 아이를 노려보았다.엄수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빛이 함께 들어왔다.빛에 밝혀진 그녀의 머리카라과 가녀린 몸매를 정은호는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녀는 그가 화가 난 사실도 모르는지 찻잔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자신이 있으니 아주머니더러 나가라고 했다.아주머니가 떠나고 엄수지는 아이를 안고 가볍게 칭얼대는 연경을 토닥였다.“아이가 우는데 아빠라는 작자가 토닥여주지도 않고 그렇게 날카롭게 보고만 있어요? 아이를 잡아먹겠어요?”“아이 기저귀를 내가 갈아줄 테니까 밥 좀 먹어요.”“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