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의 울음소리에 정은호는 깜짝 놀랐다.어디서 온 아이이지?그는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엄수지를 바라보았다.엄수지는 당황하지 않고 태연한 모습으로 그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은호 씨, 당신을 위해 준비한 음식인데 마음에 들어요? 먹어봐요.”정은호는 수저를 내려놓고 물었다.“위층의 아이는 누구야?”엄수지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낮게 웃었다.“내가 낳은 거죠.”정은호는 당황하였지만 결코 그녀가 불임이라는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나를 초대한 건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애한테 아빠를 만들기 위해서지?”“엄수지, 내 말이 맞아?”...정은호는 말하다가 문득 서글퍼졌다.“엄수지, 정말 양심없어!”화가 난 그는 수저를 던져버렸지만 돌아가기는 아쉬워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집사는 너무 걱정되었다.하지만 엄수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밥을 먹었다.“연경을 만나게 해요. 부녀가 얼굴은 봐야죠.”그녀는 결코 같이 올라가지 않고 남은 저녁을 먹었다.그리고 남은 음식을 가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안방 문을 열자 실내는 적막이 돌았다.아주머니는 울고 있는 연경을 달래고 있었다.연경은 자신의 ‘아빠’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함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크게 칭얼대지 않았다.그저 다리를 달싹거리는 연경의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다.정은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소파에 앉아 아이를 노려보았다.엄수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빛이 함께 들어왔다.빛에 밝혀진 그녀의 머리카라과 가녀린 몸매를 정은호는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녀는 그가 화가 난 사실도 모르는지 찻잔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자신이 있으니 아주머니더러 나가라고 했다.아주머니가 떠나고 엄수지는 아이를 안고 가볍게 칭얼대는 연경을 토닥였다.“아이가 우는데 아빠라는 작자가 토닥여주지도 않고 그렇게 날카롭게 보고만 있어요? 아이를 잡아먹겠어요?”“아이 기저귀를 내가 갈아줄 테니까 밥 좀 먹어요.”“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정은호는 원래도 기분이 안 좋았으나 심경서를 보자 기분이 더욱 언짢아졌다.특히 심경서가 아직도 술을 마시다니.한 어여쁜 여자가 심경서의 허벅지에 앉아 부드러운 표정으로 심경서에게 술을 권하는 모습이었다.그 술을 받아먹는 심경서의 모습은 패륜아의 모습이었다!정은호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아이 친아빠가 여기서 술을 퍼마시고 있고 자신의 전처는 아이의 기저귀를 바꿔주고 있다니...심지어 엄수지는 자신을 50이 넘는 노인에게 시집가려는 마음도 먹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정은호는 시동을 걸었다.그는 조용했지만 몸은 튼실했기에 심경서를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정은호는 성큼성큼 다가가 심경서의 멱살을 잡고 큰 소리를 내며 벽에 집어 던졌다.“세월이 참 좋네요. 애인이 죽고 고아만 남겨졌는데... 당신은 밖에서 술을 마시다니.”애인, 고아...심경서는 머리가 어지러워져 한참이 지나서야 알아차렸다.정은호가 말한 건 임윤아였다...임윤아가 죽고 아이를 남겼다니.하지만 애초에 그는 분명히 아이를 유산했다고 했었다.그들의 주위는 취기와 술 냄새로 가득 찼다...심경서는 눈이 충혈된 채 얌전하던 그의 얼굴이 점차 굳어져 정은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뭐라고요? 무슨 아이라고? 다시 말해봐요.”정은호는 냉소했다.“지금 와서 아이를 물어보는 건가요? 씨를 뿌릴 땐 아이가 생길 줄은 몰랐던 거예요?”“알고 싶다면 알려 주죠. 임윤아는 당신의 아이를 낳은 것뿐만 아니라 아이의 탯줄로 당신 아들을 구해줬죠... 임윤아가 멀리 B시로 도망가서 아이를 낳은 것도 당신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당신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준 거죠? 그녀를 속이고 죽일 듯이 괴롭히고. 우리 같은 남자로서 당신이 악랄한 수법을 나는 다 알고 있어요. 당신은 직접 나서지 않고 사모님을 이용해 임윤아에게 치욕을 주고. 그녀랑 잠은 자고 또 그렇게 모욕을 주다니.”“심경서 당신을 이해할 수 없네요.”...정은호는 단번에 말을 쏟아냈다.심경서는 넋이 나갔
그도 그럴 것이 체면을 좋아하는 심 대표가 밤에 술주정을 부리다니...문지기가 경찰에 신고를 하려 할 때 어둠 속에서 기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조은혁이었다.그는 잠에 들었었는지 검은색 잠옷을 입고 밖에 롱패딩을 걸치고 나왔다.엄동설한에 손가락에 집어 든 담배는 이미 반쯤이나 태운 뒤였다.복도의 밝은 불빛이 조은혁의 얼굴을 비추자 이와 반대인 꼴을 한 심경서가 더욱 초라해 보였다.그는 조은혁을 올려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임윤아가 어디 있어요?”조은혁은 낮게 웃었다.“묻었어요.”묻었다니...심경서는 마음이 찢어졌다.그는 도저히 이런 결말을 받아듣일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그녀를 죽게 만든 건 결국 자신이었으니 말이다...그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조은혁은 손에 든 담배를 한 입 빨았다.자욱한 연기가 복도의 불빛 아래서 더욱 선명했다.연기가 흩어진 후 조은혁은 입을 열었다.“그걸 물어보려고 온 건가요? 아이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보냈어요!”심경서는 뒤로 주춤 물러났다.“보냈다고요?”조은혁은 입부러 말했다.“다른 사람에게 보내지 않으면 나랑 연희 씨가 키울까요? 심경서 씨, 지금 불쌍한 척하는 표정 집어 쳐요. 애초에 그녀를 죽일 듯이 괴롭힌 것도 당신이죠. 지금 모든 진실을 듣고 미안해졌다거나 야밤에 그 사람이 다시 그리워진 건가요?”심경서는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내 핏줄이에요.”“당신 핏줄?”조은혁은 심경서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냉소를 보냈다.“당신이 뭘 줄 수 있는데요?”“사생아의 신분을 줄 건가요? 아니면 불행한 동년을 줄 건가요? 당신 사모님 김이서는 모든 화를 아이에게 풀 거예요.”“당신 빼고 누구도 지킬 수 없어요.”“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어요.”...심경서는 얼굴이 굳어지다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나는 아이를 가질 자격도 아빠가 될 자격도 없어요... 내가 직접 임윤아를 죽인 거예요. 내가 죽였어요! 조은혁, 당신 사람
심경서는 밤에 급히 C 시로 달려갔다.그는 눈이 나부끼는 겨울밤 차를 운전했다...온 세상에 임윤아의 한마디 말만 떠올랐다.[경서 씨가 좋아요.]차 밖은 온통 하얀색이었다.차 안은 히터를 키지 않았고 심경서는 엄동설한에 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그는 온 몸이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마음 안은 불길이 일렁거렸다.그는 자신이 임윤아에 대한 마음을 몰랐었다.여태까지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지금까지 그는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원망했다.그 한마디가 계속 심경서의 귓가에 맴돌았다...[경서 씨가 좋아요.]5시간 후, 심경서의 차는 저택 앞에 멈춰 섰다.저택 문 앞에 두터운 눈이 쌓여있었다.C 시에도 눈이 왔다.심경서를 포함한 온 세상에 눈이 쌓였다.그는 열쇠를 가지고 마당으로 들어가며 천천히 임윤아의 세상으로 들어갔다...마당엔 빨간색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지붕 밑에 많은 유리 등이 걸러있었다.심씨 가문 저택의 인테리어만큼 호화스럽지 않았지만 온기가 느껴졌다.바람이 불어와 그의 귓가를 스쳤다.심경서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개를 들어 조용히 유리 등을 바라보며 심경서는 저도 몰래 눈물을 흘렸다.바보.그가 예전에 유리 등을 말했을 때 그는 다른 여자를 떠올렸었다.그러나 이 바보는 이 말을 진짜로 받아들이고 집을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 꾸몄던 것이다.그녀는 이 저택을 자신과 심경서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했다.그가 자신을 죽일 것이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안엔 아무도 없었고 한기 서린 먼지냄새만 가득했다.그녀가 집안 모습을 찍어 보낸 적이 있었기에 그는 꽤 익숙했다.우든 가구들이 집 안을 가득 채웠다.송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 위에 유리 어항이 놓여 있었다.어항 안엔 두 빨간색 잉어들이 한 달 동안 바꾸지 않은 물속을 헤엄치고 있었다.옆엔 작은 쪽지에 글들이 적혀있었다.[경서와 윤아의 집]경서와 윤아의 집.경서와 윤아의 집.심경서는 고개를 위로 젖히고 자신의 우
흐릿한 사진이라 잘 보이지 않았다.조은혁이 문자도 함께 보냈다.[임윤아가 뛰어 내릴 때 임신 상태였어요. 이건 병원의 진단서예요.]이 메세지에 심경서는 무너졌다.핸드폰이 손아귀에서 떨어졌고 그의 두 눈은 흐릿해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그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힘껏 내리쳤다.하지만 이런 육체적인 고통은 결코 죄책감이 덜해지지 않았다.그는 급박한 숨을 몰아쉬며 짐승처럼 비명을 질렀다.심경서는 바닥에 뒹굴며 눈을 반쯤 감은 채로 투명한 어항에서 두 잉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심경서와 임윤아의 집....그가 정신을 차리니 이미 병원에 있었다.깨끗한 병실에서 주위는 얕은 약 냄새가 났고 침대 옆에 김이서가 앉아 있었다...심경서가 눈을 뜨자 김이서가 조용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남편이 깨어나자 그녀는 지나치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두 달 전에 당신이 우연히 그녀를 만났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했던 거짓말 때문에 당신은 그녀를 가지고 나를 이용해 죽인 거죠.”“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미워요.”“그 사람이 뻔뻔한 것, 내 남편을 빼앗아 간 것, 당신이 그 사람과 또다시 함께한 것 모두 원망스러워요. 하지만 이건 여자들 사이의 원망이고, 나는 그럴 자격이 충분해요.”“하지만 당신은 다르죠.”“경서 씨, 당신이 그 사람에게 복수할 때 그녀는 당신을 위해 아이를 낳았고 아이의 탯줄을 B 시로 가져와 아들에게 줬었죠... 심지어 그녀가 위에서 떨어질 때도 배엔 당신 핏줄이 있었죠.”“두 생명이 죽은 거예요.”“나는 원망이 풀리기는커녕 당신이 무서워지네요. 이번 일로 당신은 임윤아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죄를 지었어요!”...김이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심경서 씨, 이혼하죠! 더 이상 당신과 함께할 수 없겠어요. 나도 신경질적인 여자로 되고 싶지 않아요. 심진과 심윤에게도 우리 때문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어쩌면 그녀는 이기적일지도 모른다.이렇게까지 된 건 아마 임윤아의 임신 탓일 것이다.
복도를 지나자 앞에 빛이 흘러들어왔다.김이서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고 창밖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이번 비극은 누구도 승자가 없다!...이틀 후, 심경서는 몸이 많이 좋아졌다.밤에 그는 혼자 운전하여 외진 묘지로 갔다.그는 별 어려움 없이 한 번에 임윤아의 묘지를 찾았다...하얀색 묘비 위에 검은색으로 쓰여 있었다.[임윤아의 묘-딸, 연경.]연경.그들의 아이는 연경이였다.연경은 어디 있는 거지?심경서는 미칠 것만 같았다.그는 대리석에서 유골함을 집어 들었다.야밤에 빨간색 장미는 유골함로 변해 그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경서 씨가 좋아요.]심경서는 집착하는 것이 아니었다.그저 자신의 잘못을 미봉하고 싶었다.그녀를 혼자 차가운 묘지에 두고 싶지 않았다.그녀를 그들의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다.차 안에 히터를 켜고 심경서는 남쪽으로 운전하여 C 시로 가 다시 임윤아의 별장으로 도착했다.그는 사람을 불러 [윤아]라는 두 글자를 문패에 걸어놓았다.그는 지붕 아래의 유리등을 떼고 연경을 위해 만든 부적을 걸어놓았다...심경서는 집에 3일 묵었다.그는 임윤아의 유골함을 묻어두고 무당까지 불러 넋을 기렸다.하지만 매일 밤 그는 그녀가 죽어가는 꿈을 꾸었다.꿈에서 그녀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빨간색 옷을 벗어 던졌다.그 모습에 심경서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어항의 두 물고기들만 헤엄치고 있었다......심경서가 B 시로 돌아왔을 때 김이서는 이미 두 아이를 데리고 심씨 가문을 떠났다.침실은 절반이나 비었다.심경서는 침대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피웠다.그리고 그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 아이를 보러 가고 싶었다...그도 멍청하지 않았기에 아이가 엄수지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아니면 정은호가 이렇게 많은 일들을 알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새해가 다가왔다.엄수지는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새해를 꽤 호화롭게 꾸밀 것이다.박연희는 연경을 보러 갔다.엄수지는
심경서?엄수지는 박연희를 바라보았다.“드디어 왔네요.”그녀는 아이를 안고 비장한 모습이었다.박연희는 머뭇거리며 말했다.“만약 보고 싶지 않으면 내가 대신 나갈게요.”“언제까지 도망칠 수 없죠. 아이가 나한테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 언젠가는 만나야 할 사람이에요. 오늘 만나는 게 나아요.”엄수지는 집사를 불러 심경서와 거실에서 만나게 준비하게 했다.집사가 나가자 엄수지는 옷을 갈아입고 연경에게도 새 옷을 입혀주었다.그건 연경과 친아빠가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다.엄수지가 박연희에게 말했다.“자리 비켜줘요. 얼굴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박연희는 잔잔히 웃었다.1층 마당.심경서는 차 안에 앉아 있었고 집사가 그에게 다가왔다.“대표님, 사모님이 2층 마당으로 모시겠다고 합니다. 따라오시죠.”심경서는 차에서 내린 후 옆의 검은색 차량을 힐끗 바라보았다.이 차량은 그도 알아볼 수 있었다.조은혁의 차였다...그럼 박연희도 함께 있다는 것이다.심경서는 마음이 복잡했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집사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도착한 곳은 너무 아름다웠다.배치가 센스 있었다.2층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아이를 위해 곳곳에 영국식 카펫을 깔았다...심경서는 화원으로 들어서자 향긋함이 코를 찔렀다.아마 엄수지의 몸에서 뿜어내는 향긋함일 것이다.심경서는 엄수지를 빤히 쳐다보다가 엄수지의 품 안의 아이에게 시선을 주었다.새하얀 피부와 검은 눈, 그리고 날카로운 턱 선.너무 예쁜 아이였다.심경서를 조금 닮았지만 임윤아와 판박이였다.심경서는 그대로 걸어가다가 한 걸음을 남겨두고 머뭇거리다가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아이의 온기를 느낀 순간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그는 임윤아의 차가운 유골함이 생각났다.그녀는 이미 떠났지만 이렇게 예쁜 아이를 남겨두었다.이 아이는 그들의 핏줄이다.심경서가 눈물을 흘리자 연경은 큰 눈으로 팔을 저었다.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아빠임을 어떻게 알
섣달그믐날.조씨 저택은 새해를 맞아 많은 준비를 했다.집에 몇 명의 아이들도 있었기에 시끌벅적했다.밤에 조은혁은 미리 회사의 파티에서 빠져나왔다.그는 술을 조금 마셨기에 자고 싶었다.하지만 안방 문을 열자마자 부인이 아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안방은 히터를 틀어 따뜻해 박연희는 얇은 잠옷만 입었고 그녀의 피부는 탐스러웠다.그 모습을 본 조은혁은 잠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그는 한참이나 멍해져 보다가 천천히 문을 닫고 아내의 옆으로 다가갔다.그리고 팔을 뻗어 아들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하루에 몇 끼나 먹는 거야?”100일이 넘은 작은아들은 통통했다.그가 옆에서 바라보자 박연희는 조금 쑥스러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술 마셨으니까 침대에 누워서 쉬어요.”조은혁은 자신의 넥타이를 천천히 풀며 웃었다.“아이를 다 먹이고 나한테 와.”그들은 부부였지만 박연희는 여전히 쑥스러웠다.그녀는 발그래진 얼굴로 조은혁더러 빨리 누우라고 재촉했고 그는 낮게 웃었다.“원하는 거야? 그렇게 급해?”박연희가 그를 노려보자 조은혁은 조금 얌전해졌다.조은혁은 샴페인을 마시고 정신이 흐릿해져 침대에 눕자 정신이 몽롱해졌다...그가 잠에 들었을 때 이마에서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눈을 천천히 뜨자 박연희가 그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그가 깨어도 그녀는 몸을 일으키지 않고 도리어 그에게 몸을 기대어 품에 파고들었다.조은혁의 몸은 뜨거워 추운 겨울에 껴안으면 딱 좋았다.박연희가 애교를 부렸다.“아까 잠에 들려고 할 때 우현이가 배고프다고 울었어요. 다 먹이고 나니까 피곤하네요.”조은혁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그의 깊은 두 눈은 성숙한 남자다움을 풍겼다.그는 손을 뻗어 박연희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었고 그의 손길에 그녀는 숨이 가빠왔다.그런 모습을 보며 조은혁은 진지하게 물었다.“이렇게 만지면 기분 좋아?”그가 사람을 홀리는 방법은 정말 다양했다.박연희는 처음에 관심이 없었으나 천천히 호흡이 가빠왔다.그가 손의 움직임을 멈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