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체면을 좋아하는 심 대표가 밤에 술주정을 부리다니...문지기가 경찰에 신고를 하려 할 때 어둠 속에서 기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조은혁이었다.그는 잠에 들었었는지 검은색 잠옷을 입고 밖에 롱패딩을 걸치고 나왔다.엄동설한에 손가락에 집어 든 담배는 이미 반쯤이나 태운 뒤였다.복도의 밝은 불빛이 조은혁의 얼굴을 비추자 이와 반대인 꼴을 한 심경서가 더욱 초라해 보였다.그는 조은혁을 올려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임윤아가 어디 있어요?”조은혁은 낮게 웃었다.“묻었어요.”묻었다니...심경서는 마음이 찢어졌다.그는 도저히 이런 결말을 받아듣일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그녀를 죽게 만든 건 결국 자신이었으니 말이다...그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조은혁은 손에 든 담배를 한 입 빨았다.자욱한 연기가 복도의 불빛 아래서 더욱 선명했다.연기가 흩어진 후 조은혁은 입을 열었다.“그걸 물어보려고 온 건가요? 아이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보냈어요!”심경서는 뒤로 주춤 물러났다.“보냈다고요?”조은혁은 입부러 말했다.“다른 사람에게 보내지 않으면 나랑 연희 씨가 키울까요? 심경서 씨, 지금 불쌍한 척하는 표정 집어 쳐요. 애초에 그녀를 죽일 듯이 괴롭힌 것도 당신이죠. 지금 모든 진실을 듣고 미안해졌다거나 야밤에 그 사람이 다시 그리워진 건가요?”심경서는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내 핏줄이에요.”“당신 핏줄?”조은혁은 심경서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냉소를 보냈다.“당신이 뭘 줄 수 있는데요?”“사생아의 신분을 줄 건가요? 아니면 불행한 동년을 줄 건가요? 당신 사모님 김이서는 모든 화를 아이에게 풀 거예요.”“당신 빼고 누구도 지킬 수 없어요.”“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어요.”...심경서는 얼굴이 굳어지다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나는 아이를 가질 자격도 아빠가 될 자격도 없어요... 내가 직접 임윤아를 죽인 거예요. 내가 죽였어요! 조은혁, 당신 사람
심경서는 밤에 급히 C 시로 달려갔다.그는 눈이 나부끼는 겨울밤 차를 운전했다...온 세상에 임윤아의 한마디 말만 떠올랐다.[경서 씨가 좋아요.]차 밖은 온통 하얀색이었다.차 안은 히터를 키지 않았고 심경서는 엄동설한에 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그는 온 몸이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마음 안은 불길이 일렁거렸다.그는 자신이 임윤아에 대한 마음을 몰랐었다.여태까지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지금까지 그는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원망했다.그 한마디가 계속 심경서의 귓가에 맴돌았다...[경서 씨가 좋아요.]5시간 후, 심경서의 차는 저택 앞에 멈춰 섰다.저택 문 앞에 두터운 눈이 쌓여있었다.C 시에도 눈이 왔다.심경서를 포함한 온 세상에 눈이 쌓였다.그는 열쇠를 가지고 마당으로 들어가며 천천히 임윤아의 세상으로 들어갔다...마당엔 빨간색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지붕 밑에 많은 유리 등이 걸러있었다.심씨 가문 저택의 인테리어만큼 호화스럽지 않았지만 온기가 느껴졌다.바람이 불어와 그의 귓가를 스쳤다.심경서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개를 들어 조용히 유리 등을 바라보며 심경서는 저도 몰래 눈물을 흘렸다.바보.그가 예전에 유리 등을 말했을 때 그는 다른 여자를 떠올렸었다.그러나 이 바보는 이 말을 진짜로 받아들이고 집을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 꾸몄던 것이다.그녀는 이 저택을 자신과 심경서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했다.그가 자신을 죽일 것이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안엔 아무도 없었고 한기 서린 먼지냄새만 가득했다.그녀가 집안 모습을 찍어 보낸 적이 있었기에 그는 꽤 익숙했다.우든 가구들이 집 안을 가득 채웠다.송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 위에 유리 어항이 놓여 있었다.어항 안엔 두 빨간색 잉어들이 한 달 동안 바꾸지 않은 물속을 헤엄치고 있었다.옆엔 작은 쪽지에 글들이 적혀있었다.[경서와 윤아의 집]경서와 윤아의 집.경서와 윤아의 집.심경서는 고개를 위로 젖히고 자신의 우
흐릿한 사진이라 잘 보이지 않았다.조은혁이 문자도 함께 보냈다.[임윤아가 뛰어 내릴 때 임신 상태였어요. 이건 병원의 진단서예요.]이 메세지에 심경서는 무너졌다.핸드폰이 손아귀에서 떨어졌고 그의 두 눈은 흐릿해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그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힘껏 내리쳤다.하지만 이런 육체적인 고통은 결코 죄책감이 덜해지지 않았다.그는 급박한 숨을 몰아쉬며 짐승처럼 비명을 질렀다.심경서는 바닥에 뒹굴며 눈을 반쯤 감은 채로 투명한 어항에서 두 잉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심경서와 임윤아의 집....그가 정신을 차리니 이미 병원에 있었다.깨끗한 병실에서 주위는 얕은 약 냄새가 났고 침대 옆에 김이서가 앉아 있었다...심경서가 눈을 뜨자 김이서가 조용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남편이 깨어나자 그녀는 지나치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두 달 전에 당신이 우연히 그녀를 만났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했던 거짓말 때문에 당신은 그녀를 가지고 나를 이용해 죽인 거죠.”“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미워요.”“그 사람이 뻔뻔한 것, 내 남편을 빼앗아 간 것, 당신이 그 사람과 또다시 함께한 것 모두 원망스러워요. 하지만 이건 여자들 사이의 원망이고, 나는 그럴 자격이 충분해요.”“하지만 당신은 다르죠.”“경서 씨, 당신이 그 사람에게 복수할 때 그녀는 당신을 위해 아이를 낳았고 아이의 탯줄을 B 시로 가져와 아들에게 줬었죠... 심지어 그녀가 위에서 떨어질 때도 배엔 당신 핏줄이 있었죠.”“두 생명이 죽은 거예요.”“나는 원망이 풀리기는커녕 당신이 무서워지네요. 이번 일로 당신은 임윤아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죄를 지었어요!”...김이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심경서 씨, 이혼하죠! 더 이상 당신과 함께할 수 없겠어요. 나도 신경질적인 여자로 되고 싶지 않아요. 심진과 심윤에게도 우리 때문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어쩌면 그녀는 이기적일지도 모른다.이렇게까지 된 건 아마 임윤아의 임신 탓일 것이다.
복도를 지나자 앞에 빛이 흘러들어왔다.김이서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고 창밖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이번 비극은 누구도 승자가 없다!...이틀 후, 심경서는 몸이 많이 좋아졌다.밤에 그는 혼자 운전하여 외진 묘지로 갔다.그는 별 어려움 없이 한 번에 임윤아의 묘지를 찾았다...하얀색 묘비 위에 검은색으로 쓰여 있었다.[임윤아의 묘-딸, 연경.]연경.그들의 아이는 연경이였다.연경은 어디 있는 거지?심경서는 미칠 것만 같았다.그는 대리석에서 유골함을 집어 들었다.야밤에 빨간색 장미는 유골함로 변해 그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나는 경서 씨가 좋아요.]심경서는 집착하는 것이 아니었다.그저 자신의 잘못을 미봉하고 싶었다.그녀를 혼자 차가운 묘지에 두고 싶지 않았다.그녀를 그들의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다.차 안에 히터를 켜고 심경서는 남쪽으로 운전하여 C 시로 가 다시 임윤아의 별장으로 도착했다.그는 사람을 불러 [윤아]라는 두 글자를 문패에 걸어놓았다.그는 지붕 아래의 유리등을 떼고 연경을 위해 만든 부적을 걸어놓았다...심경서는 집에 3일 묵었다.그는 임윤아의 유골함을 묻어두고 무당까지 불러 넋을 기렸다.하지만 매일 밤 그는 그녀가 죽어가는 꿈을 꾸었다.꿈에서 그녀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빨간색 옷을 벗어 던졌다.그 모습에 심경서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어항의 두 물고기들만 헤엄치고 있었다......심경서가 B 시로 돌아왔을 때 김이서는 이미 두 아이를 데리고 심씨 가문을 떠났다.침실은 절반이나 비었다.심경서는 침대에 앉아 조용히 담배를 피웠다.그리고 그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 아이를 보러 가고 싶었다...그도 멍청하지 않았기에 아이가 엄수지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아니면 정은호가 이렇게 많은 일들을 알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새해가 다가왔다.엄수지는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새해를 꽤 호화롭게 꾸밀 것이다.박연희는 연경을 보러 갔다.엄수지는
심경서?엄수지는 박연희를 바라보았다.“드디어 왔네요.”그녀는 아이를 안고 비장한 모습이었다.박연희는 머뭇거리며 말했다.“만약 보고 싶지 않으면 내가 대신 나갈게요.”“언제까지 도망칠 수 없죠. 아이가 나한테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 언젠가는 만나야 할 사람이에요. 오늘 만나는 게 나아요.”엄수지는 집사를 불러 심경서와 거실에서 만나게 준비하게 했다.집사가 나가자 엄수지는 옷을 갈아입고 연경에게도 새 옷을 입혀주었다.그건 연경과 친아빠가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다.엄수지가 박연희에게 말했다.“자리 비켜줘요. 얼굴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박연희는 잔잔히 웃었다.1층 마당.심경서는 차 안에 앉아 있었고 집사가 그에게 다가왔다.“대표님, 사모님이 2층 마당으로 모시겠다고 합니다. 따라오시죠.”심경서는 차에서 내린 후 옆의 검은색 차량을 힐끗 바라보았다.이 차량은 그도 알아볼 수 있었다.조은혁의 차였다...그럼 박연희도 함께 있다는 것이다.심경서는 마음이 복잡했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집사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도착한 곳은 너무 아름다웠다.배치가 센스 있었다.2층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아이를 위해 곳곳에 영국식 카펫을 깔았다...심경서는 화원으로 들어서자 향긋함이 코를 찔렀다.아마 엄수지의 몸에서 뿜어내는 향긋함일 것이다.심경서는 엄수지를 빤히 쳐다보다가 엄수지의 품 안의 아이에게 시선을 주었다.새하얀 피부와 검은 눈, 그리고 날카로운 턱 선.너무 예쁜 아이였다.심경서를 조금 닮았지만 임윤아와 판박이였다.심경서는 그대로 걸어가다가 한 걸음을 남겨두고 머뭇거리다가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아이의 온기를 느낀 순간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그는 임윤아의 차가운 유골함이 생각났다.그녀는 이미 떠났지만 이렇게 예쁜 아이를 남겨두었다.이 아이는 그들의 핏줄이다.심경서가 눈물을 흘리자 연경은 큰 눈으로 팔을 저었다.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아빠임을 어떻게 알
섣달그믐날.조씨 저택은 새해를 맞아 많은 준비를 했다.집에 몇 명의 아이들도 있었기에 시끌벅적했다.밤에 조은혁은 미리 회사의 파티에서 빠져나왔다.그는 술을 조금 마셨기에 자고 싶었다.하지만 안방 문을 열자마자 부인이 아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안방은 히터를 틀어 따뜻해 박연희는 얇은 잠옷만 입었고 그녀의 피부는 탐스러웠다.그 모습을 본 조은혁은 잠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그는 한참이나 멍해져 보다가 천천히 문을 닫고 아내의 옆으로 다가갔다.그리고 팔을 뻗어 아들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하루에 몇 끼나 먹는 거야?”100일이 넘은 작은아들은 통통했다.그가 옆에서 바라보자 박연희는 조금 쑥스러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술 마셨으니까 침대에 누워서 쉬어요.”조은혁은 자신의 넥타이를 천천히 풀며 웃었다.“아이를 다 먹이고 나한테 와.”그들은 부부였지만 박연희는 여전히 쑥스러웠다.그녀는 발그래진 얼굴로 조은혁더러 빨리 누우라고 재촉했고 그는 낮게 웃었다.“원하는 거야? 그렇게 급해?”박연희가 그를 노려보자 조은혁은 조금 얌전해졌다.조은혁은 샴페인을 마시고 정신이 흐릿해져 침대에 눕자 정신이 몽롱해졌다...그가 잠에 들었을 때 이마에서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눈을 천천히 뜨자 박연희가 그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그가 깨어도 그녀는 몸을 일으키지 않고 도리어 그에게 몸을 기대어 품에 파고들었다.조은혁의 몸은 뜨거워 추운 겨울에 껴안으면 딱 좋았다.박연희가 애교를 부렸다.“아까 잠에 들려고 할 때 우현이가 배고프다고 울었어요. 다 먹이고 나니까 피곤하네요.”조은혁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그의 깊은 두 눈은 성숙한 남자다움을 풍겼다.그는 손을 뻗어 박연희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었고 그의 손길에 그녀는 숨이 가빠왔다.그런 모습을 보며 조은혁은 진지하게 물었다.“이렇게 만지면 기분 좋아?”그가 사람을 홀리는 방법은 정말 다양했다.박연희는 처음에 관심이 없었으나 천천히 호흡이 가빠왔다.그가 손의 움직임을 멈추자
조은혁은 박연희가 하려던 말을 막았다. 한바탕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조은혁은 땀이 흥건한 그녀의 목덜미에 기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한 번만 더 그렇게 다정하게 그 사람을 부른다면 침대에서 못 내려올 줄 알아.”박연희는 가늘게 숨을 몰아쉬었다. 박연희는 팔은 마른 조은혁의 허리를 감고 있었고 얼굴을 그에게 기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조은혁 씨, 당신은 이미 마흔 살이 넘어서 몸을 챙겨야 해요. 아직도 자신을 스무살 넘은 젊은이로 생각하는 거예요?”조은혁은 머리를 움직여 자신의 코끝으로 그녀의 코를 간지럽히며 살며시 핥았다.“70살이 돼도 네가 침대에서 소리 지르게 할 수 있어.”“그래요?”...두 사람은 달콤한 대화를 나누었다. 박연희의 마음속에서는 다른 일에 대한 고민이 있어 조은혁을 밀어내고 일어났다. 그녀는 검은 머리카락을 살짝 드리우고는 남편에게 말했다.“잠깐 눈을 붙이고 있어요. 가서 손님을 접대하고 다시 돌아와 당신과 시간 보낼게요.”조은혁은 이를 빌미로 요구를 제기했다.“저녁 식사 전에 한 번 더 해.”박연희는 그 말을 승낙하지 않고 그를 달랬다.“저녁 식사를 하고 아이들이 잠이 들면 당신과 시간 보낼게요.”조은혁은 다시 베개에 털썩 누웠다. 그는 두 손을 머리에 베고 고민에 빠진 모습으로 물었다.“우리 아이를 너무 많이 낳은 거 아니야?”박연희는 옷을 입으면서 그의 말에 대답했다.“당신은 딸이 있고 싶다고 했잖아요?”조은혁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는 진심으로 딸이 있고 싶었지만 지금도 박연희는 아이 4명을 돌보느라 그와 보낼 시간이 많지 않았다. 부부생활을 하려고 해도 한 주에 한 번 정도밖에 기회가 없었고 그것도 분위기가 달아오르려 하던 시각에 아이가 깨서 울기가 일수였다. 생각해보니 무척 합리적이지 못했다. 박연희는 옷을 다 입고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그녀는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박연희는 은은하게 웃으며 나가서 손님맞이를 했다....1층의 접대실에서는 다향이
박연희는 마음이 무거웠다. 설 연휴의 이튿날, 박연희는 직접 엄수지를 찾아갔다. 그 서류들을 엄수지에게 전해주려는 이유도 있고 연경이를 보려는 이유도 있었다.박연희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30분이 지나도록 엄수지의 저택에 도착하지 못하자 기사에게 물었다.“왜 길을 돌아서 가는 거예요?”기사는 백미러를 보고는 담담하게 웃었다.“앞에 시정 도로에서 길을 수리하고 있어서 한참을 돌아야 합니다. 여기는 서산 아래에 있는 지역인데 초봄이지만 경치가 꽤 좋아요. 사모님께서 밖을 보시면 매화나무 숲을 구경하실 수가 있습니다.”서산... 박연희가 멈칫했다. 심경서가 출가한 곳이 바로 서산이었다.박연희는 차창을 내렸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추운 줄을 몰랐고 멀리 보니 정말 붉은 매화나무 숲이 있었다. 코끝에는 맑고 깨끗한 냄새가 풍겨왔다...박연희는 그 광경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두 눈이 촉촉해졌다. 기사는 박연희의 기분을 눈치채고 일부로 속도를 늦췄다. 번쩍이는 검은색 캠핑카가 서산의 주위를 따라 천천히 가고 있었다...매화가 가득 핀 곳에서는 마른 몸에 회색 도포를 걸치고 매화꽃에 물을 주고 있는 인영이 보였다. 그의 모든 감각기관은 속세를 벗어난 듯 보이지만 그의 의식 깊은 곳에서는 이 산을 채우고 있는 붉은 매화를 통해 크리스마스이브 날의 붉은 장미를 연상하고 있었다.이번 생에는 푸른 등불과 오래된 불상만이 그에게 평온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박연희의 차가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부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게 되며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게 된다....30분이 더 지나 드디어 엄수지의 저택에 도착했다. 차에 내리자마자 엄수지가 허리에 손을 얹고 거실에 서서 고용인들에게 집안일을 지휘하는 게 보였다... 새로 들여온 백금색의 레코드플레이어를 보자마자 박연희는 그게 엄청 비싼 물건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언니 대단하시네요! 집에서 연회를 진행하려는 거예요?”엄수지는 박연희와 거리낌이 없는 사이였다. 그녀는 박연희를 끌고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