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발 늦었어요!”“윤아 씨를 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당신을 통쾌하게 때릴 수 있죠!”...조은혁은 심경수의 옷자락을 거머쥐고 주먹질하기 시작했다.한 대, 또 한 대, 그는 거침없이 때렸고 심경서의 콧등마저 부러뜨렸다.그는 한 대 때리면 한마디 욕을 퍼부었다.마지막에 피범벅이 되도록 때렸고 자기 손바닥도 피투성이로 되었다. 하지만 그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심경수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정신 차리게 때리고 싶었다.“!”심경서는 카펫 위에 쓰러졌다. 그는 숨을 크게 헐떡이었고 온몸은 피범벅이었다.조은혁은 또 세게 한 발 걷어차고 나서 침을 뱉었다.“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어요.”끝으로, 조은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내고 고개를 숙이면서 불을 붙였다. 심경서와 같은 쓰레기와는 더 이상 말하기 싫었다.그는 심경서가 찾아오기를 바란다는 말만 남기고 떠나버렸다.룸의 문이 열리고는 다시 세게 닫혀서 벽이 충격으로 웅웅 소리가 났다.심경서의 얼굴이 온통 피로 덮여 있으나 그는 웃었다.정말 통쾌하기 그지없었다.이 산송장 같은 몸이 마침내 감각을 되찾았다. 그도 통증을 느낄 수 있었구나!그런데 조은혁이 뭐라고 했지? 그를 찾아가라고?미쳤어?!그는 임윤아를 죽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가 자초한 일이 아닌가?자기는 왜 화류계 여인을 위해 묵념하고 슬퍼해야 하지?그녀가 그에게 진 빚이 있는데 왜 그가 미안해야 하는데...왜 빚진 것이 없다고 그래?그녀가 죽었으니, 그의 원한은 이제 누가 풀어주냐?심경서는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그러고 나서 계속 술에 취하고 향락에 빠졌다......조은혁은 별장으로 돌아왔다.저녁 무렵에 아름다운 노을이 하늘을 뒤덮었고 2층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고용인은 엄수지가 방문하여 지금 위층에서 사모님과 함께 있다고 하였고 오늘 저녁에 어떤 요리를 드시고 싶은지 물었다...조은혁의 긴 손가락에 담배를 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엄수지는 떠보는 듯한 말을 남기고 밥을 먹고 떠났다.조은혁 부부는 둘만 남겨졌다.그들은 기분이 아직 무거웠다.조은혁은 창가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지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은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임윤아는 너무 불쌍했다.조은혁은 예전에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받아들여 달라고 하던 모습이 생생했다.이 세상에서 그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너무 많았다.그중에서 심경서가 제일 심한 상처를 주었다.늦은 밤, 박연희는 남편에게 기대어 낮게 말했다.“집이 부족하지 않는데 연희에게 더 좋은 엄마를 맺어주고 싶어요. 연희의 생각을 잘 들어주고 연희를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이요.”조은혁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엄수지 씨를 얘기하는 거야?”“맞아요. 엄수지 씨는 믿음직하고 아이를 잘 돌볼 거예요. 연희에게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을 거예요. 수지 씨가 아이를 돌본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조은혁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엄수지 씨는 성격이 너무 좋지. 그리고 너랑 꽤 친하니 만약 아이를 입양하게 된다면 너도 자주 볼 수 있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아.”부부들은 서로에게 비밀이 없었다.박연희는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심경서가 너무 밉네요. 이렇게까지 독하다니!”“은혁 씨, 나는 이 아이가 사생아로 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이렇게 힘든 세상에 여자아이가 어떻게 살아남을가요...”“만약 엄수지 씨와 함께 자란다면, 그녀의 성격에 자신뿐만 아니라 연희 앞의 비바람도 함께 막아 주고 좋은 미래를 선물해 줄거예요.”...조은혁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함께 검은 하늘을 바라보았다.박연희의 두 눈은 눈물이 맺혔다.모든 건 그녀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기에 마음 속에 무거운 돌이 남겨진 듯한 기분이었다.연희의 앞날을 잘 생각해 주어야 임윤아에게 조금의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조은혁은 그녀와 이마를 맞대며 깊은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연희야, 나도 앞으로 너에게 더 잘할
...일주일 뒤, 정은호가 업무 때문에 B시에 들렀다.그는 일만 해결하고 바로 떠나려 했다.저번에 엄수지가 그의 마음을 너무 속상하게 했기에 그녀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함부로 들이댈 수 없었다.엄수지가 먼저 다가온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엄수지가 진짜로 자신에게 연락을 해오리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엄수지가 추 비서를 통해 정은호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떠나기 하루 전, 정은호는 창가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네이비색 셔츠를 입은 그는 근사했다.아직 40살이 되지 않은 그는 여전히 남자다움을 풍기고 있었다.한 주일 동안 수많은 여자들의 대시를 받았다.하지만 정은호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옆에서 추 비서가 차를 따르며 낮게 입을 열었다.“일주일 동안 바쁘게 지내셨는데 밖에서 바람 좀 쐬시죠? B 시에서 갈 수 있는 곳 있잖아요.”정은호는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전엔 옆에 여자가 없으면 잠에 들지 못했는데 지금은 없는 게 조용해서 좋네요.”추 비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한 분을 소개시켜 주려 하는데...”추 비서가 말을 채 뱉기도 전에 정은호는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엄수지요?”전 부인을 언급하자 정은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전에 의사 앞에서 치욕적으로 검사를 받던 날이 떠올랐다.하지만 그날 밤 그녀와 뜨거운 밤을 보내기도 했었다.“그 사람이 왜 일이 적어요? 얼마나 잔소리가 심한데.”정은호는 결코 원하지 않는 모습이었다.추 비서는 그가 한 말들을 엄수지에게 전달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콧방귀를 끼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 성격으로 내가 요청하면 안 오고 배기겠어?”과연 그 날 밤.정은호는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엄수지의 저택으로 달려갔다.반짝거리는 검은 차량이 천천히 저택으로 들어와 고동색 대문 앞에 멈춰 섰다.집사가 문을 열어주며 예절 바르게 말했다.“대표님, 오셨습니까. 사모님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리고 직접 요리도 하시며 대표님과 만나기만을 기다리셨습니다.”이 말은 정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에 정은호는 깜짝 놀랐다.어디서 온 아이이지?그는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엄수지를 바라보았다.엄수지는 당황하지 않고 태연한 모습으로 그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은호 씨, 당신을 위해 준비한 음식인데 마음에 들어요? 먹어봐요.”정은호는 수저를 내려놓고 물었다.“위층의 아이는 누구야?”엄수지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낮게 웃었다.“내가 낳은 거죠.”정은호는 당황하였지만 결코 그녀가 불임이라는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오늘 나를 초대한 건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애한테 아빠를 만들기 위해서지?”“엄수지, 내 말이 맞아?”...정은호는 말하다가 문득 서글퍼졌다.“엄수지, 정말 양심없어!”화가 난 그는 수저를 던져버렸지만 돌아가기는 아쉬워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집사는 너무 걱정되었다.하지만 엄수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밥을 먹었다.“연경을 만나게 해요. 부녀가 얼굴은 봐야죠.”그녀는 결코 같이 올라가지 않고 남은 저녁을 먹었다.그리고 남은 음식을 가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안방 문을 열자 실내는 적막이 돌았다.아주머니는 울고 있는 연경을 달래고 있었다.연경은 자신의 ‘아빠’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함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이 크게 칭얼대지 않았다.그저 다리를 달싹거리는 연경의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다.정은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소파에 앉아 아이를 노려보았다.엄수지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빛이 함께 들어왔다.빛에 밝혀진 그녀의 머리카라과 가녀린 몸매를 정은호는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녀는 그가 화가 난 사실도 모르는지 찻잔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자신이 있으니 아주머니더러 나가라고 했다.아주머니가 떠나고 엄수지는 아이를 안고 가볍게 칭얼대는 연경을 토닥였다.“아이가 우는데 아빠라는 작자가 토닥여주지도 않고 그렇게 날카롭게 보고만 있어요? 아이를 잡아먹겠어요?”“아이 기저귀를 내가 갈아줄 테니까 밥 좀 먹어요.”“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정은호는 원래도 기분이 안 좋았으나 심경서를 보자 기분이 더욱 언짢아졌다.특히 심경서가 아직도 술을 마시다니.한 어여쁜 여자가 심경서의 허벅지에 앉아 부드러운 표정으로 심경서에게 술을 권하는 모습이었다.그 술을 받아먹는 심경서의 모습은 패륜아의 모습이었다!정은호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아이 친아빠가 여기서 술을 퍼마시고 있고 자신의 전처는 아이의 기저귀를 바꿔주고 있다니...심지어 엄수지는 자신을 50이 넘는 노인에게 시집가려는 마음도 먹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정은호는 시동을 걸었다.그는 조용했지만 몸은 튼실했기에 심경서를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정은호는 성큼성큼 다가가 심경서의 멱살을 잡고 큰 소리를 내며 벽에 집어 던졌다.“세월이 참 좋네요. 애인이 죽고 고아만 남겨졌는데... 당신은 밖에서 술을 마시다니.”애인, 고아...심경서는 머리가 어지러워져 한참이 지나서야 알아차렸다.정은호가 말한 건 임윤아였다...임윤아가 죽고 아이를 남겼다니.하지만 애초에 그는 분명히 아이를 유산했다고 했었다.그들의 주위는 취기와 술 냄새로 가득 찼다...심경서는 눈이 충혈된 채 얌전하던 그의 얼굴이 점차 굳어져 정은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뭐라고요? 무슨 아이라고? 다시 말해봐요.”정은호는 냉소했다.“지금 와서 아이를 물어보는 건가요? 씨를 뿌릴 땐 아이가 생길 줄은 몰랐던 거예요?”“알고 싶다면 알려 주죠. 임윤아는 당신의 아이를 낳은 것뿐만 아니라 아이의 탯줄로 당신 아들을 구해줬죠... 임윤아가 멀리 B시로 도망가서 아이를 낳은 것도 당신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당신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준 거죠? 그녀를 속이고 죽일 듯이 괴롭히고. 우리 같은 남자로서 당신이 악랄한 수법을 나는 다 알고 있어요. 당신은 직접 나서지 않고 사모님을 이용해 임윤아에게 치욕을 주고. 그녀랑 잠은 자고 또 그렇게 모욕을 주다니.”“심경서 당신을 이해할 수 없네요.”...정은호는 단번에 말을 쏟아냈다.심경서는 넋이 나갔
그도 그럴 것이 체면을 좋아하는 심 대표가 밤에 술주정을 부리다니...문지기가 경찰에 신고를 하려 할 때 어둠 속에서 기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조은혁이었다.그는 잠에 들었었는지 검은색 잠옷을 입고 밖에 롱패딩을 걸치고 나왔다.엄동설한에 손가락에 집어 든 담배는 이미 반쯤이나 태운 뒤였다.복도의 밝은 불빛이 조은혁의 얼굴을 비추자 이와 반대인 꼴을 한 심경서가 더욱 초라해 보였다.그는 조은혁을 올려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임윤아가 어디 있어요?”조은혁은 낮게 웃었다.“묻었어요.”묻었다니...심경서는 마음이 찢어졌다.그는 도저히 이런 결말을 받아듣일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그녀를 죽게 만든 건 결국 자신이었으니 말이다...그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조은혁은 손에 든 담배를 한 입 빨았다.자욱한 연기가 복도의 불빛 아래서 더욱 선명했다.연기가 흩어진 후 조은혁은 입을 열었다.“그걸 물어보려고 온 건가요? 아이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보냈어요!”심경서는 뒤로 주춤 물러났다.“보냈다고요?”조은혁은 입부러 말했다.“다른 사람에게 보내지 않으면 나랑 연희 씨가 키울까요? 심경서 씨, 지금 불쌍한 척하는 표정 집어 쳐요. 애초에 그녀를 죽일 듯이 괴롭힌 것도 당신이죠. 지금 모든 진실을 듣고 미안해졌다거나 야밤에 그 사람이 다시 그리워진 건가요?”심경서는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내 핏줄이에요.”“당신 핏줄?”조은혁은 심경서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냉소를 보냈다.“당신이 뭘 줄 수 있는데요?”“사생아의 신분을 줄 건가요? 아니면 불행한 동년을 줄 건가요? 당신 사모님 김이서는 모든 화를 아이에게 풀 거예요.”“당신 빼고 누구도 지킬 수 없어요.”“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어요.”...심경서는 얼굴이 굳어지다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나는 아이를 가질 자격도 아빠가 될 자격도 없어요... 내가 직접 임윤아를 죽인 거예요. 내가 죽였어요! 조은혁, 당신 사람
심경서는 밤에 급히 C 시로 달려갔다.그는 눈이 나부끼는 겨울밤 차를 운전했다...온 세상에 임윤아의 한마디 말만 떠올랐다.[경서 씨가 좋아요.]차 밖은 온통 하얀색이었다.차 안은 히터를 키지 않았고 심경서는 엄동설한에 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그는 온 몸이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마음 안은 불길이 일렁거렸다.그는 자신이 임윤아에 대한 마음을 몰랐었다.여태까지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지금까지 그는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원망했다.그 한마디가 계속 심경서의 귓가에 맴돌았다...[경서 씨가 좋아요.]5시간 후, 심경서의 차는 저택 앞에 멈춰 섰다.저택 문 앞에 두터운 눈이 쌓여있었다.C 시에도 눈이 왔다.심경서를 포함한 온 세상에 눈이 쌓였다.그는 열쇠를 가지고 마당으로 들어가며 천천히 임윤아의 세상으로 들어갔다...마당엔 빨간색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지붕 밑에 많은 유리 등이 걸러있었다.심씨 가문 저택의 인테리어만큼 호화스럽지 않았지만 온기가 느껴졌다.바람이 불어와 그의 귓가를 스쳤다.심경서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개를 들어 조용히 유리 등을 바라보며 심경서는 저도 몰래 눈물을 흘렸다.바보.그가 예전에 유리 등을 말했을 때 그는 다른 여자를 떠올렸었다.그러나 이 바보는 이 말을 진짜로 받아들이고 집을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 꾸몄던 것이다.그녀는 이 저택을 자신과 심경서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했다.그가 자신을 죽일 것이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안엔 아무도 없었고 한기 서린 먼지냄새만 가득했다.그녀가 집안 모습을 찍어 보낸 적이 있었기에 그는 꽤 익숙했다.우든 가구들이 집 안을 가득 채웠다.송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 위에 유리 어항이 놓여 있었다.어항 안엔 두 빨간색 잉어들이 한 달 동안 바꾸지 않은 물속을 헤엄치고 있었다.옆엔 작은 쪽지에 글들이 적혀있었다.[경서와 윤아의 집]경서와 윤아의 집.경서와 윤아의 집.심경서는 고개를 위로 젖히고 자신의 우
흐릿한 사진이라 잘 보이지 않았다.조은혁이 문자도 함께 보냈다.[임윤아가 뛰어 내릴 때 임신 상태였어요. 이건 병원의 진단서예요.]이 메세지에 심경서는 무너졌다.핸드폰이 손아귀에서 떨어졌고 그의 두 눈은 흐릿해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그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힘껏 내리쳤다.하지만 이런 육체적인 고통은 결코 죄책감이 덜해지지 않았다.그는 급박한 숨을 몰아쉬며 짐승처럼 비명을 질렀다.심경서는 바닥에 뒹굴며 눈을 반쯤 감은 채로 투명한 어항에서 두 잉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심경서와 임윤아의 집....그가 정신을 차리니 이미 병원에 있었다.깨끗한 병실에서 주위는 얕은 약 냄새가 났고 침대 옆에 김이서가 앉아 있었다...심경서가 눈을 뜨자 김이서가 조용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남편이 깨어나자 그녀는 지나치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두 달 전에 당신이 우연히 그녀를 만났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했던 거짓말 때문에 당신은 그녀를 가지고 나를 이용해 죽인 거죠.”“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미워요.”“그 사람이 뻔뻔한 것, 내 남편을 빼앗아 간 것, 당신이 그 사람과 또다시 함께한 것 모두 원망스러워요. 하지만 이건 여자들 사이의 원망이고, 나는 그럴 자격이 충분해요.”“하지만 당신은 다르죠.”“경서 씨, 당신이 그 사람에게 복수할 때 그녀는 당신을 위해 아이를 낳았고 아이의 탯줄을 B 시로 가져와 아들에게 줬었죠... 심지어 그녀가 위에서 떨어질 때도 배엔 당신 핏줄이 있었죠.”“두 생명이 죽은 거예요.”“나는 원망이 풀리기는커녕 당신이 무서워지네요. 이번 일로 당신은 임윤아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죄를 지었어요!”...김이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심경서 씨, 이혼하죠! 더 이상 당신과 함께할 수 없겠어요. 나도 신경질적인 여자로 되고 싶지 않아요. 심진과 심윤에게도 우리 때문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어쩌면 그녀는 이기적일지도 모른다.이렇게까지 된 건 아마 임윤아의 임신 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