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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늦은 밤, 임윤아가 심경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임윤아가 먼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경서 씨, 전 떠나고 싶어요. 과거의 일은 제가 당신에게 미안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그 잘못을 만회할 거예요...”

“만회라...”

술을 조금 마시더니 심경서가 소파에 기대어 낮게 웃으며 부드럽게 애정이 섞인 말을 건넸다.

“왜 그래? 왜 또 이런 볼멘소리를 하고 있어? 윤아야, 내가 원하는 가장 좋은 만회는 네가 내 곁에 있는 거야... 항상 널 곁에서 볼 수 있게 해줘.”

...

임윤아는 머리를 이불 속에 파묻고 울먹였다.

“경서 씨.”

심경서의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럽고 유혹적이었다.

임윤아는 이미 그와 결별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막상 그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또 조금 흔들리고 있다.

심경서는 비즈니스 사업을 워낙 오래 했는지라 인심을 꿰뚫고 있다.

계획을 완성하기에는 임윤아의 마음이 아직 부족했기에 그는 또 몇 차례 감동적인 말을 하며 그녀를 크리스마스이브에 초대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아직 정정당당하게 밖에서 식사 한번 한 적이 없잖아. 윤아야,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 크리스마스이브에 다시 얘기하자... 괜찮지? 요즘에는 일이 워낙 바쁜지라 조금 힘드네”

...

임윤아는 워낙 심경서를 깊이 사랑하는지라 자신이 겪었던 서러움도 꾹꾹 눌러 담고 김이서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경서 씨, 전 단 한 번도 당신과 함께 햇볕을 쬐며 걸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원래는 정말 그냥 거래였다.

그녀는 명분이나 그의 마음속 자신의 지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러나 여자는 한번 사랑에 빠지면 답도 없다고, 임윤아는 점점 그녀에 대한 남자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이 맞는지, 정말 서로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모든 상상은 결국 그녀의 원맨쇼일 뿐이었다.

그녀와 달리 남자는 항상 깨어 있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임윤아를 지켜보고 또 임윤아가 혼자 가라앉는 것을 똑똑히 방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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