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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엄수지가 말을 마치자 문 앞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그건 정은호였다. 정은호는 B 시로 업무를 보러 왔다가 박연희 생일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기회를 빌미로 선물을 주려고 왔다.

하지만 오자마자 전 부인이 그에 대한 험담을 하는 꼴을 마주치자 분위기는 미묘해졌다.

한참 지난 후 엄수지가 입을 열었다.

"이동 화장실이예요?"

정은호는 전 부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선물을 박연희에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이건 사모님 생신 선물이고 이건 아드님 선물입니다. 아까 아드님을 뵙고 왔는데 너무 건강하게 잘 컸네요."

박연희는 거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적을 더 이상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선물을 받고 정은호에게 몇 마디 말을 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 모양새였다.

특히 엄수지가 자리를 뜬 후 그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박연희는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정은호와 몇 마디만 더 나누고 그를 돌려보냈고 그건 그가 바라던 바였다.

그가 조씨 저택에 온 건 사실 엄수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엄수지를 만난 후 그녀가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진 모습을 보며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B 시에서 다른 남자가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만 해도 그는 견딜 수 없었다.

늦은 저녁 구름이 하늘을 검게 수놓았다.

엄수지는 고급스러운 옷차림으로 하얀 차량으로 들어갔다.

차가 출발하려고 할 때 문이 열리더니 정은호가 들어와 앉았다.

그처럼 우람한 몸이 작은 차에 들어오자 공간은 더욱 작아 보였다.

엄수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정은호 씨, 이게 무슨 뜻이에요?"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정은호가 안전벨트를 매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열었다.

"나는 B 시에서 이틀 동안 업무를 볼 거야. 추 비서가 나를 위해 호텔을 예약해 주지도 않아서 당신에게 이틀 동안 신세를 질게. 나한테서 수천억 위자료를 가지고 이틀 동안 함께 있지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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