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호는 매우 만족했다. 관계를 마친 후 엄수지가 샤워하러 들어갔고 그는 침대에 기대어 담배를 입에 물었다.그는 아까의 사정 과정을 떠올렸다. 한번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만의 관계에 그는 새로운 삶을 얻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모든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자극이었다. 두 대의 담배를 피자 엄수지가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몸의 물기를 채 닦지 않고 욕실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그녀의 몸에 작은 물방울들이 걸쳐져 그의 눈길을 빼앗았다. 그녀가 바디로션을 바를 때 그 뒷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정은호는 침대에서 내려가 뒤에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너무 기분 좋은 나머지 그는 의사에게 검사를 당하던 치욕스러움과 분노는 이미 말끔히 잊어버렸고 그녀가 귀엽게만 보였다. 정은호는는 자신의 머리를 엄수지의 어깨에 묻고 시험하듯 물었다. "B 시에서 다 놀고 집으로 돌아가자. 돌아가면 너는 여전히 정은호의 아내고 여왕일 거야." 엄수지는 빠짐없이 로션을 바른 후 거울을 향해 차갑게 웃었다. "아직도 그걸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다시 돌아가서 남편의 첩들과 카드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들 앞에서 나를 존경하는 척 했지만 뒤에서 어떻게 내 남편과 침대에서 뒹굴지 생각하는 사람들이에요. 재미없어. " 그녀는 몸을 돌리고 가볍게 정은호의 이마를 밀쳤다. "지금이 더 나아요. 자유로워요. 자유의 몸으로 된 후 젊은 사내와 유쾌한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자유로운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에요. 불성실한 남편과 평생을 묶여서 애를 낳지 못한다는 수모를 겪으며 살 필요가 없으니. " … 정은호는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며 낮게 말했다. "그런 말 하는 사람 있으면 내가 입을 찢어버릴게. " 엄수지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지 못할까 봐 그러죠."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신의 가운을 벗어 던져 침대에 누울 준비를 했다.그 모습을 본 정은호는 그
그녀는 엄수지의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엄수지는 매우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제가 B시에서 문란한 사생활을 갖고 있다고 여겼고 저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어요... 어쨌든 이제 더 이상 함께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설명하기도 귀찮아서요.”박연희도 엄수지의 말에 매우 동의했다. 그녀 역시 엄수지는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박연희의 생일이 다가왔고 그들의 아이인 조우현이 태어난 지도 어느덧 백일이 되었다.조은혁은 로열호텔을 통째로 빌려서 아내의 생일을 축하했다.지금 조은혁은 B시에서 손에 꼽히는 거물이다.그날 밤, 호텔에는 유명인사들이 구름 떼와도 같이 모여들었고 심지어 이지훈도 자리에 참석했다. 당시 그 전화를 떠올리며 조은혁은 아직도 질투가 나서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이지훈과 싸울 뻔했지만 다행히 양측 모두 어느 정도 품격이 있는 사람인지라 겨우 서로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었다.한편,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기대어 싱긋 웃고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기억이 없으나 유선우는 당시 자신이 조은서를 위해 이지훈과 싸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이지훈 그 녀석이 호언장담했던 그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그래도 난 은서 씨가 좋은데 어쩌라고.”그 말을 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또 조은혁의 아내를 좋아한다.잠깐 생각에 잠긴 유선우가 고개를 숙여 조은서에게 물었다.“어떻게 생각해?”한참이 지나 조은서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남자는 죽을 때까지 어리네요.”조은서는 또 연회장 중앙, 자신의 오빠가 부인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품에는 그들 사랑의 결정체인 조우현을 안고 있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조은서는 너무 기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리고 이를 눈치챈 유선우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연회장 중앙의 자리에는 조은혁이 조우현을 안고 있었고 마이크를 잡은 기다란 손가락에는 백금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날 밤, 조은혁은 술을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뻔뻔스럽게도 아내와 단둘이 캠핑카를 차지하고 2인 세계를 즐기겠다며 투정을 부렸다.조은혁이 지분거리기 시작하면 정말 죽을 지경이다.박연희는 한동안 세 아이를 돌봐야 한다며 계속하여 그를 푸대접했기에 오늘만큼은 순순히 따라주었다...그런데 호텔을 나서던 중 복도에서 심경서와 마주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갑작스러운 인물의 등장에 조은혁이 실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오늘 밤 연회는 호텔 전체를 빌렸기 때문에 우연한 만남은 존재하지 않는다.심경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담담하게 번뜩였다.물론 심경서도 마찬가지였다.조용하고 좁은 통로는 어느덧 세 사람의 수라장이 되고 말았다.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고 그저 서로를 스쳐 지나가며 다른 인생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주차장.차에 탄 후에도 박연희는 계속하여 침묵을 지켰다.조은혁은 시트에 기대어 앉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요즘 심경서 저놈이 암암리에 나를 건드리고 있더라고.”그 말에 박연희도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조은혁은 다시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심경서가 별다른 음탕한 짓을 하지 않는 한, 난 그와 따지지 않을 거야.”“음탕한 짓을 하면요?”그러자 조은혁은 가볍게 웃으며 술기운을 틈타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럼 이 고모부께서 친히 교육해야지 뭐.”앞뒤로 반년이 넘었는데 그들은 여태껏 한 번도 실제로 한 적이 없다...그렇게 조은혁은 별장에 돌아오자마자 박연희를 침실로 데려갔고 도중에 고용인 한두 명을 만나자 박연희는 다급히 감정을 감추며 쉬쉬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조은혁이 그녀를 설득했다.“우리는 합법적인 부부이고 주공지례를 행하겠다는데 뭐 어때.”주공지례...박연희는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언제부터 그렇게 점잖았다고...1분 후, 그녀는 조은혁에 의해 큰 침대에 가볍게 놀려져 계속되는 고자극 속에서 고개를 젖히고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인기척 하나 없는 깊은 밤, 꿈에서 깨어난 그들은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되었다.지난번 만남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갔다.심경서는 산전수전을 겪었지만 임윤아의 눈에는 여전히 어린애 같은 순수함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순수함은 심경서에게 너무 괴롭게 느껴졌다. 왜 임윤아는 그를 속이고 그를 지옥에 빠뜨린 뒤에도 여전히 마음 편히 살 수 있고,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그의 세계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하여 심경서는 이 아름다움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오랜만이야.”두 사람은 그렇게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흩뿌려진 불빛이 그의 옆모습을 감싸 표정은 확실히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워서 마치 연인 사이의 대화 같았다.밤하늘 여기저기 흩뿌려진 작은 별들이 은은히 빛을 뿜어냈다.임윤아는 간단한 옷차림에 손에 봉지를 들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연경을 위해 산 사과가 들어있었고 잠시 후에 아이를 위해 사과 퓌레를 만들어 줄 계획이었다.연경은 그녀와 심경서의 아이이다.연경이가 병에 걸리고 임윤아는 아이를 데리고 B시에 와서 병을 치료하게 되었다. 그리고 온 지 한 달 만에 아이의 병도 거의 다 나았고... 이 기간에 임윤아는 이 사실을 조은혁 부부에게 알리지 않았다.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 그녀는 자신이 B시에 있다는 것도 알리지 않았다.원래의 계획대로라면 그녀는 내일 B시를 떠났어야 한다.그런데 이곳에서 심경서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손에 힘이 풀리고 주머니 안에 있던 사과들이 한 알 한 알 바닥에 굴러떨어졌는데 하나같이 전부 탐스럽고 색깔도 고왔다...그러나 임윤아는 사과를 줍지 않았다. 그녀는 꼿꼿이 서서 자신이 사랑했던 이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그렇게 꼼짝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현기증까지 느껴졌는데 이는 심경서를 사랑하게 된 후유증이다.한편, 심경서는 허리를 굽혀 사과를 주워주었다.그는 팔을 뻗어 그녀에게 사과를 건네주었고 임윤아는 입술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후 임윤아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렇다. 그녀처럼 미천한 출신에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결국, 임윤아는 순순히 그의 차에 올라탔고 심경서의 차는 검은색 랜드로버이다. 사실 심경서는 이전에 이런 종류의 차를 운전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검은색 캠핑카의 뒷좌석에 앉아 운전기사가 운전해주었었다. 또한, 마음대로 차에서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었다.그녀 앞에는 여전히 심경서가 앉아있었지만 심경서가 아니기도 했다.심경서는 많이 변했다.그는 더 이상 그녀의 거처를 묻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자마자 그녀를 저택으로 데려갔다.차가 익숙한 골목에 들어서자 임윤아가 물었다.“여긴 왜 왔어요? ”“왜 여기 오면 안 되는데?”심경서는 차의 시동을 끄고 그녀를 다시 돌아보았다.차 안은 어두웠고 서로의 옆모습도 희미하게 보였지만 그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비로소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지난달에 이곳을 다시 샀어. 임윤아, 내가 옛날의 추억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하지 마. 나는 단지 이 치욕적인 과거를 잊지 않고 다시는 여자를 쉽게 믿지 말라고 자신에게 상기시켜줬을 뿐이야.”이 모두 조은혁의 수법이다.임윤아는 조은혁이 마련한 사람이니 심경서가 임윤아를 미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어떻게 하시려고요?”임윤아는 눈을 내리깔고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어떻게 해야 경서 씨 화가 풀릴까요?”그녀가 눈을 내리깔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예전처럼 사람의 애정을 자아냈다.심경서가 그녀의 뾰족한 턱을 움켜쥐었다.여자는 이미 많이 갖고 놀았는지라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아마도 임윤아가 그의 삶에 짙은 먹물을 남긴 모양이다... 그러나 박연희와 달리 임윤아에 대한 감정은 오직 원망뿐이었다.임윤아는 그의 마음속에서 값싼 여자이다.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그런 여자.심경서는 임윤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희고 앙증맞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다가 잠시 후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살짝 움켜쥐고 얼굴을
심경서도 몇 번 화를 풀면 싫증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심경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자세와 취미에서 알 수 있었다. 1년 동안 그의 사생활은 방탕하기 그지없었다는 걸...임윤아는 골드카드를 손에 꼭 쥐고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전 지금 살 곳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를 찾아오실 때 알려주세요. 미리 와있을게요.”심경서도 반대하지 않았다.그녀가 어디에 사는지는 사실 개의치 않았다. 그는 단지 그녀에 대한 원한을 발산하고 싶을 뿐이었다. 심경서가 하려는 일은 결코 육체적인 분출이 아니다. 그는 임윤아가 영원히 지금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느낌을 맛보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그러니 성관계 몇 번으로 끝나기에는 너무 쉽게 놓아주는 것 아니겠는가.그렇게 심경서는 밤을 틈타 자리를 떴다....그 뒤로 한참 후에야 임윤아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샤워를 하러 갔다.이곳의 모든 것은 예전과 똑같았다.유카타가 놓인 자리마저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임윤아는 유카타를 몸에 두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창백한 가운데 또 여인의 풍만함이 보였고 몸 곳곳에는 얼룩덜룩한 손가락 자국이 있었는데 이는 남자가 격정에 사로잡힐 때 남긴 흔적이다.사실 임윤아는 자신을 속일 수 없다.강요 외에도 그녀는 심경서와 함께 있는 그 느낌을 탐했고 고통스럽지만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주었으며 옛날의 감정도 실제로 존재했던 감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여 심경서가 그녀에게 싫증을 느끼면 임윤아도 연경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하지만 여자가 어찌 남자를 이길 수 있을까?그 후 한 달 남짓, 심경서는 일주일에 한두 번 그녀를 찾았는데 물론 매번 거칠었고 그녀와 말도 잘 하지 않았다... 관계가 끝난 뒤에도 사후 담배 두 개비만 피우고 자리를 비우곤 했다.그리고 임윤아는 매번 참고 견디며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심경서가 시간을 약속하면 임윤아는 항상 자리에 일찍 도착해있었다.그가 집에
임윤아는 감히 심경서와 결혼할 수 없었다.심경서의 상간녀 역할을 하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이 달콤한 관계에 푹 빠져있었다.임윤아는 심경서를 사랑하고, 심경서도 임윤아를 사랑하고, 그들 사이에는 또 귀여운 연경이가 있다.그녀는 지금 연경의 존재를 말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하지만 임윤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심경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요즘 회사 일이 바빠서 이번 한 주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아... 근데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함께 지내자. 너에게 줄 서프라이즈가 있어.”그리고 심경서는 또 그녀에게 촛불 식사를 하기 위해 최고급 룸을 예약했다고 말해주었다.그 말에 임윤아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그러나 그 와중에도 임윤아는 또 심경서가 본처 사모님을 냉대할까 봐 부드러운 목소리로 일깨워주기도 했다.“과거 저 때문에 당신들 사이에 불쾌한 일이 많았잖아요... 이젠 사모님을 잘 대해주세요.”그녀의 말을 듣던 심경서의 눈에 냉소가 흘러나왔다.그러나 티를 내지 않고 여자의 몸을 감싸 안은 채 가냘픈 목덜미에 얼굴을 대고 부드럽게 말해주었다.“우리 아가는 마음도 깊네. 내가 집에 가서 이서와 부부 관계를 맺으면 질투하지 않겠어? 너와 함께 있을 때 처럼 이서를 쓰다듬고 점유하고, 그리고 결국 참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내겠지...”계속되는 달콤한 말에 임윤아는 다급히 그의 입을 가리며 더 말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붉게 달아오른 임윤아의 얼굴은 홍조를 띄고 있어 매우 매력적이었다.한편, 거울 속 그녀의 모습을 보던 심경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 순간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역시 한순간일 뿐이었고 잠시 후, 그는 다시 철석같이 차가운 마음을 굳혔다.난세의 여자와 사랑을 나누다니 정말 웃기군.그때, 그의 침실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심경서는 방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고 상대방은 그에게 심지철의 일이 결정되었으니 내년 초봄에 집행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심경서는 한참 동안 말없이 앉
오늘은 원래 엄수지와 쇼핑하고 커피를 마시기로 약속했으나 엄수지가 갑자기 발이 묶이는 바람에 박연희는 결국 혼자 남게 되었다.박연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싱긋 웃고는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저녁 무렵에 남편을 데리러 회사로 가 그들이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갈 계획을 짰다.세월은 고요하고 박연희는 돈이 부족하지 않은 부유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집안의 아이는 장씨 아주머니와 아주머니들이 관리해주고 있고 가끔 남편과 단둘이 지내며 부부 관계를 잘 운영하고 있다.물론 식사 후 조은혁에게 정신이 팔려 호텔로 끌려가는 건 절대 안 된다.그런데 이곳에서 임윤아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임윤아는 한 영유아 가게에서 어린아이의 옷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녀의 눈썹과 눈은 빠져들 정도로 깊었고 희고 작은 얼굴은 혈색이 좋아 아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곧이어 임윤아도 박연희를 보게 되었고 그녀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맸다.“사모님.”그러나 박연희는 그러한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그녀는 임윤아의 손에 있는 작은 옷을 건네받고 조용히 말했다.“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어요?”“그게... 아이가 아픈데 C시에서는 병이 치료되지 않아 B시에 온 거예요... 그래도 대도시의 병원이 좋긴 하네요. 한 달이면 다 낫더라고요.”박연희도 아이를 보고 싶어 했다.임윤아는 항상 박연희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그녀에 대해 조금도 경계하지 않았다.임윤아는 현재 적지 않은 돈을 갖고 있기에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B시에 방 세 개짜리 집을 빌려 C시에서 아주머니를 데리고 와 아이를 돌봐주도록 하였다. 덕분에 평소에도 심경서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박연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특히 임윤아의 아이는 연경이라고, 참으로 작고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했다.박연희는 연경을 매우 좋아했다.급하게 왔는지라 아무런 선물도 준비하지 못해 박연희는 손목에 있는 비취 팔찌를 벗어 선물로 연경에게 건네주었다. 출신이 보잘것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