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영은 손에 물건을 꽉 쥐었다. 잠시 후 조진범이 안으로 들어갔다. 안진영은 그 평안 부적을 감추고 눈앞의 남편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인사 마쳤어요?” 조진범이 가볍게 응답했다. 오늘은 섣달그믐날이었고 다른 날과 의미가 달랐다. 게다가 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기에 조진범은 마음이 울적해져 아내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쥐며 입을 열었다. “이 비서에게 당신 새해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까먹었어요. 지금 내려가서 차에서 가지고 올게요.” “아니요.” 진안영은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지금 너무 추워요. 내일 줘도 똑같아요.” 하지만 조범진은 기어코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코트를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현관을 나갈 때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다가가 차 안에서 네이비색 쥬얼리 박스를 찾았다. 박스 위에 하늘에서 내린 눈이 조금씩 쌓였다. 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그해 서울에 있었던 날이 떠올랐다. 이별하던 밤은 오늘과 비슷했었다. 지금 몇 년이 지난 후 그들은 모두 각자의 가정이 생겼고 아무리 깊었던 사랑일지라도 지금은 과거로 되었다. 조민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과거에 얽매어 있었고 그 모습은 참 우스웠다. 그는 나머지 담배를 피우고 난 뒤 3층으로 돌아왔다. 너무나 추웠기에 안방으로 들어올 때 걸치고 나간 코트 위에 얇은 얼음이 생겼다. 진안영은 그에게 다가가 옷을 걸어 주었다. “내일 다른 옷으로 바꾸죠?” 조진범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옆의 소파로 다가갔다. 진안영의 손엔 주얼리 박스가 들려졌다. 그녀는 천천히 박스를 열었고 안은 다이아몬드 주얼리가 빛나고 있었다. 그 디자인은 이 비서가 고른 듯한 디자인으로 보였고 아주 크고 화려했다. 불빛 아래에서 그 주얼리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드레스에 어울릴 모습이었다. 진안영은 평범한 여인이었다. 여자라면 모두 반짝거리는 물건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진은영은 그녀와 포옹을 나눴다. 바람이 셌지만 맞붙은 그녀의 얼굴은 따뜻했다. 조진범은 진은영에게 신사답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차에서 선물을 가지고 내렸다. 그의 모습에 진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동생에게 물었다. “집에서도 저렇게 차가워? 왜 저렇게 얼굴을 구기는 거야?” 진안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집에선 좀 괜찮아.” 진은영은 진안영과 함께 웃었다. 조진범의 차가운 모습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미 자주 보았었던 모습이다. 그녀는 지금 동생에게 농담을 한 것뿐이었다. 조진범이 짐을 옮기는라 바쁠 때 진은영은 동생에게 낮게 말했다. “진철수가 내연녀를 B 시로 데리고 왔어. 지금 그쪽에서 설을 보내고 있어. 엄마 앞에서 그 사람 얘기 꺼내지 마, 엄마 슬퍼하니까.” 진아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조진범은 이미 선물을 거실로 다 옮겼다. 하연은 직접 나가 조진범을 맞이했다. 그녀는 사위가 아주 마음에 들어 그를 아주 정성스럽게 맞이했다. 그녀의 말에는 어른의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 조진범은 눈치가 빨랐기에 진철수를 거론하지 않았다. 진철수의 망나니의 모습은 이미 그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지 오랬다. 하지만 진철수는 이미 집사에게 조진범이 올 거라는 소식을 듣고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들어왔다. “참 미안하네. 설 연휴인데 업무가 바빠서 밖에 접대를 하러 나갔네. 조금 이따가 우리끼리 술 한 잔 하지?” 조진범은 몸을 일으키지 않고 티슈로 손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참 안 됐네요. 오늘 기사를 데리고 오지 않아서 술을 마시긴 어려울 것 같아요.” 진철수는 당연하다는 듯 말을 뱉었다. “안영이 운전하면 되지.” 조진범은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안영 씨는 내 아내지 기사가 아닙니다.” “다음에 마시죠?” …조진범은 억지 미소를 지었고 그 모습에 진철수는 꽤 당황한 모습이었다.그는 진안영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진안영은 고개를 숙여 밥만 먹을 뿐 그런 그의 모습을
차는 한 바퀴 돌아 시 중심에 있는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설 연휴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커플과 가족들이 많았다. 넘쳐나는 사람들로 놀이동산은 북적북적했다.조진범은 검은색 차량을 지하 주차장에 세웠다. 차의 시동이 끄자 유리 너머 눈이 점점 더 세게 내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진안영에게 말했다. “밖이 너무 추운데 차 안에서 있죠.” 말을 마친 후 조진범은 혼자 코트를 가지고 차에서 내렸다. 하얀 눈이 나붓시고 있었다. 그는 셔츠 한 장만 입고 밖에 그레이색 코트를 걸쳤다. 그의 깔끔한 검은 머리카락이 반짝거렸고 입체적인 이목구비까지 더해져 아무렇게나 차 옆에 서 있는 모습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옆을 지나가는 여성들이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조진범은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천천히 절반쯤 태운 후 그는 차유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진안영에게 내리라는 손짓을 했다. 진안영은 당황했지만 차 문을 열었다. 밖의 눈은 더욱더 세차게 내렸다. 조진범은 그녀에게 손을 뻗었고 진안영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은 조진범에 의해 잡혔고 몸은 그에게 안겼다. 가녀린 얼굴이 남편의 어깨에 기대여졌고 코끝으로 조진범의 코트에서 나는 향수냄새와 남성의 냄새가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들은 이렇게 친밀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수차례 관계를 가졌지만 이렇게 애틋하게 포옹을 한 적이 없었다. 이건 마치 오랜 세월 함께한 연인 같았다. 진안영은 남편의 체온을 느끼며 코끝이 찡해졌다. 부드러운 눈이 그녀의 머리카락과 그의 어깨에 내려졌고 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아내를 바라보았다. 한참 후 그는 코트 주머니에서 용돈 봉투를 꺼내 아내의 손에 쥐어주었다. 진안영은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은 옥으로 만든 목걸이가 담겨져 있었다. 목걸이는 아주 값비싼 건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진안영은 그 목걸이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의 남편은 부드럽게 진안영을 바
“마음에 들어요.” 진안영은 그의 목을 감싸주고 낮게 말했다. 그녀의 모습은 유혹적이었고 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 맞추며 다시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설 연휴 내내 그들은 침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며칠 후 조진범은 그녀와 함께 C 시로 가서 3일 동안 놀았다.그들은 밤새 친밀한 부부 관계를 가졌고 매번 피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랑을 받은 여자는 남편을 위해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 3일 후 그들은 다시 별장으로 돌아왔다.밤에 진안영은 드레스룸에서 옷을 정리 했다. 결혼 후 그들의 침실은 집사를 쓰지 않았고 전부 그녀가 직접 정리했다. 다행히 조진범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고 모든 옷은 드라이를 맡겼다. 진안영은 그의 셔츠를 옷장에 걸었다. 조진범은 서재에서 업무를 마친 후 아내를 보러 들어왔다. 진안영은 발걸음 소리를 듣고 그인 걸 알아채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며칠 동안 아주 뜨거운 나날들을 보냈지만 그녀는 아직도 그와 입맞춤을 하는 것이 적응되지 않았다. 조진범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뒤로 다가가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부끄러워? 밤에 하던 일이 생각난 거야?” 그들은 오후에 돌아왔다. 차는 지하 주차장까지 운전했고 진안영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진범은 차고의 문을 잠그고 차 안에서 그녀와 관계를 맺었다. 처음이었기에 그는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에 그녀의 위치를 옮기게 했다. 하지만 진안영 같은 요조숙녀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그는 다시 이 일을 언급했다. 진안영은 너무 창피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러나 그녀의 빨개진 얼굴이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조진범이 다시 시동을 걸려고 했을 때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아내의 허리를 끌어안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빠.” 조은혁이 걸어온 전화였다. 그들 부부의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조은혁은 조민희와 김설진이 오후 12시 비행기로 이탈리아
진안영은 자신의 납작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이 안에 조진범의 아이가 있다. 이건 그가 원하던 바였다. 이 소식을 알게 되면 그는 아마 기뻐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들 부부 사이는 친밀해지지 않을까?진안영은 자신이 아이의 앞길을 막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후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받고 행복한 가정에서, 싸움이 없는 가정에서 근심 걱정 없이 성장하길 바랐다. 조진범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좋은 아빠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임신이 의심스러웠기에 진안영은 모든 것에 조심스러웠다. 그녀는 평상시에 성숙한 원피스에 스타킹과 하이힐을 신는 걸 좋아했으나 안전을 위해 굽이 낮은 신발로 신고 외투도 헐렁한 옷으로 입었다. 옷을 입은 후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 주방에 있던 집사가 발걸음 소리를 듣고 웃음을 지었다. “사모님 일어나셨어요? 아침에 뭘 드시고 싶으세요?” 진안영은 코트를 의자에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만둣국이면 돼요.” 집사는 아주 놀랐다. “사모님은 평상시에 만둣국을 잘 드시지 않았는데 오늘 드시네요.” 진안영은 쑥스러운듯 웃었다. 임신한 이후였는지 그녀는 특히 더 입맛이 돌았다. 한 자리에서 두 그릇이나 먹고 싶었지만 그녀는 임신을 했어도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든 여자들이 아름다움을 원한다. 만약 식욕을 억제하지 않고 먹고 싶은 대로 먹는다면 80키로까지 몸이 불어날 것이고 그러면 너무 뚱뚱해진다. 잠시 후 집사가 만둣국을 가져왔다. “H시에서 가져온 만두예요. 아주 맛있어요. 사모님 빨리 드셔보세요.” 진안영은 고개를 숙여 만둣국을 한 입 먹었다. “아주 맛있네요.” 집사는 손뼉을 쳤다. “사모님이 좋아하시면 내일 만둣국을 또 해드릴게요. 냉장고 안에 만두가 아주 많아요.” 진안영은 알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녀는 만둣국을 다 먹은 후 시간이 다 되자 외투를 가지고 밖에 나가겠다고 알렸다. 집사는 그녀가 친구를 만나는 줄 알고 더 이
“몸이 아프다고요?”유이안은 자연스럽게 진안영의 손에 든 가방을 건네받고는 힐끗 확인한 후, 서둘러 가방을 펼쳐 보았다. 이후 그는 눈앞의 신혼부부를 대신하여 크게 기뻐했다.“임신이라니요! 진범이는 왜 같이 안 왔어요?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오늘 아침에 나타난 반응이라 진범 씨는 아직 몰라요.”“그럼 빨리 이 좋은 소식을 전해줘요. 진범이도 기뻐할 거예요.”그러자 진안영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경사라면 유이안이 대신 나서줄 필요는 없다. 진안영이 직접 조진범에게 알려야 더욱 친밀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유이안은 처리할 일이 아직 좀 남아 있어서 곧 진안영과 작별을 고하고 자리를 비웠다.임신한 건 확실하니 진안영은 평소보다도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검은색 캠핑카에 탄 그녀는 유원원에게 입을 열었다.“JH그룹으로 가줘요.”그러자 유원원은 운전대를 잡으며 작은 농담거리를 던졌다.“요즘 조 대표님과 사이가 좋아 보이시는데 이따가 사모님도 회사에서 식사 하시나요?”그러자 진안영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농담을 받아줬다.“그렇겠죠.”그녀와 남편의 아이인데 유원원에게 먼저 말해줄 수는 없는 도리다. 시동이 걸리고 진안영은 말없이 그 진단서를 꼭 쥔 채 말로 이룰 수 없는 설렘을 느꼈다. 처음으로 엄마가 되는 것이기에 마음이 매우 복잡했지만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모든 사랑을 이 아이에게 줄 것이다.15분 후, 번쩍이는 캠핑카가 JH그룹 정원 앞에 멈춰 섰다.진안영은 오후에 조진범의 차를 타고 돌아가면 그만이기에 유원원 더러 먼저 돌아가라고 분부했다. 유원원도 굳이 커플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아... 진안영이 그룹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뒤, 차를 몰고 자리를 떴다.JH그룹에서는 이미 조진범의 웨딩사진을 다 봤었기에 프런트 데스크의 아가씨들도 모두 진안영을 알고 있다. 하여 진안영의 등장에 데스크 직원들은 급히 그녀를 맞이하며 안내해주었다.“사모님,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은 지금
진안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나 유산했어요.”그러나 비바람이 몰아치고 가녀린 그녀의 목소리는 소음 속에 파묻혀 휴대폰 너머로 조진범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는 휴대폰을 쥔 채, 비즈니스 클럽의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비바람이 불어 헤치고 천둥번개가 기세를 부리고 있었고 이에 회의실 전기가 모두 끊기는 바람에 지금 예비전원을 만들고 있다... 더군다나 조금 전에 그는 또 진은영을 만났다.게다가 신임 홍보 매니저는 조진범의 금기를 모르고 실수로 지난번 그와 키스한 여자 스타를 접대 자리에 부른 것이다. 그 여자도 아마 인맥을 회복하고 참석한 것 같은데 무서운 줄 모르고 무턱대고 술을 마시러 찾아오다니...조진범 역시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 어려웠다.그런데 뜻밖에도 그 상황에서 진은영을 만난 것이다. 물론 그들의 비즈니스 파티를 우연히 만났습니다.하여 조진범은 진안영이 전화를 한 것은 별다른 용건이 아니라 여자 연예인을 만나는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빠 그저 감시하기 위함이라 여겼다. 사실 평소 같으면 잘 설명해주며 좋게 풀었을 테지만 지금은 아내의 말이 들리지 않는 데다 협상이 잘 풀리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진은영이 당신한테 말한 거야? 그 여자 연예인은 정말 그냥 사고였어. 그러니까 허구한 날 남 의심하는 버릇 좀 고쳐. 난 이 결혼을 배반할 의사가 없으니까.”게다가 화가 풀리지 않은 조진범은 눈살까지 찌푸리며 말을 덧붙였다.“나 일 때문에 충분히 지쳤어. 그러니까 진안영, 제발 철 좀 들어주면 안 돼?”그러나 하늘 땅을 뒤흔들어놓는 천둥소리는 그의 대부분 말을 삼켜버렸다.그나마 알아들은 말귀를 이어본 결과.“허구한 날 남 의심하는 버릇.”“이미 충분히 지쳤어.” “제발 철 좀 들어.”...진안영은 세면대를 잡은 채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애써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그런데 아랫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아이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조진범은?”화가 난 조은혁은 전화 건너편의 이 비서에게 언성을 높이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조진범 지금 어디 있냐고! 접대? 아내가 유산했는데 접대가 중요해? 돈 그렇게 많이 벌어서 뭐할 건데? 죽을 때도 갖고 가게? 조진범 핸드폰이 꺼져있으면 당장 차석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비서 전화까지 꺼져있으면 당장 비즈니스 클럽으로 가서 이 새끼 잡아 와. 그리고 똑똑히 말해. 안영이 감기 걸린 거 아니고 유산한 거라고.”갑작스러운 소식에 화들짝 놀란 이 비서는 다급히 조진범의 차석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전화는 켜져 있었고 마침 협상이 원만하게 해결되어 기분이 풀린 조진범이 유유히 전화를 받았다.“이 비서, 무슨 일입니까?”이 비서는 한참 동안 입술을 짓이기며 망설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사모님께서... 유산하셨습니다.”...휴대폰이 그대로 땅바닥에 추락했다.아직 사람들이 자리에 있다는 것도 망각한 채 조진범은 여러 사람 앞에서 추태를 부리고 말았다...한참이 지나 그는 다시 핸드폰을 주워 핏빛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어떻게 된 겁니까? 아니... 그럼 안영이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상황은?”“YS 병원에 있습니다.”병원을 알아낸 조진범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면서 꺼진 휴대폰을 키자 상단에는 뜻밖에도 진안영의 부재중 전화가 없었다. 조진범이 전화를 끊은 뒤, 진안영은 다시 전화하지 않은 것이다.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점점 작아지는 빨간 숫자를 보던 조진범은 아내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진은영이 당신한테 말한 거야? 그 여자 연예인은 정말 그냥 사고였어. 그러니까 허구한 날 남 의심하는 버릇 좀 고쳐. 난 이 결혼을 배반할 의사가 없으니까.”“나 일 때문에 충분히 지쳤어. 그러니까 진안영, 제발 철 좀 들어주면 안 돼?”...엘리베이터에 강한 펀치가 꽂혔다.나쁜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