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은 아내를 바라보며 꽁치를 한 젓가락 집어 그녀의 그릇에 담아두며 부드럽게 말했다. “많이 먹어요.” 진안영은 낮게 웃었다. 조은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놈아, 원래 이렇게 했어야지.” 그렇게 설날 밤은 북적북적하게 지나갔다. 9시쯤 되자 하늘은 눈이 나부끼기 시작했고 부드럽게 하늘을 수놓았다.조진범은 그들이 함께했었던 6년이라는 시간이 떠올랐다. 조민희는 김설진과 함께 차에 올랐고 조은혁은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집에서 하룻밤 묵어. 내일 집에서 밥 먹고 오전에 가도 되잖아. 집의 방은 많아. 그리고 민희의 침실은 항상 청소해 주는 사람이 있어.” 김설진은 운전대에 앉아 핸들을 꼭 쥐고 창밖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조심스럽게 운전할게요,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조은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김설진이 운전할 수 있게 자리를 내두었다. 밤하늘 아래서 눈이 차 위에 내려졌고 불빛을 내며 차는 천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은혁은 눈 속에서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마음이 씁쓸했다. 다행히 조민희는 좋은 사람에게 시집갔다. 옆에서 조진범이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흩날리는 눈이 그의 시야를 흐트렸다. 그는 자신이 사랑했었던 여자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미 남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그녀는 아주 행복해 보였다. 조은혁은 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어깨를 툭툭 다독였다. “지나갔어. 네 아내랑 앞으로 잘 살아. 안영도 좋은 사람이야. 잘 대해줘야 해.” 조진범은 담담히 웃었다. …겨울밤 눈이 펑펑 쏟아졌다. 차 안은 밖과 달리 너무 따뜻했다. 조민희는 좌석에 기대어 아무 말도 없이 밖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다. 옆에 앉은 김설진은 빨간 불이 되었을 때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지금 뭘 생각해요?” 조민희는 몸을 돌려 아련한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내일 뭘 먹을지 생각해요.” 김설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진안영은 손에 물건을 꽉 쥐었다. 잠시 후 조진범이 안으로 들어갔다. 안진영은 그 평안 부적을 감추고 눈앞의 남편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인사 마쳤어요?” 조진범이 가볍게 응답했다. 오늘은 섣달그믐날이었고 다른 날과 의미가 달랐다. 게다가 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기에 조진범은 마음이 울적해져 아내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쥐며 입을 열었다. “이 비서에게 당신 새해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까먹었어요. 지금 내려가서 차에서 가지고 올게요.” “아니요.” 진안영은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지금 너무 추워요. 내일 줘도 똑같아요.” 하지만 조범진은 기어코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코트를 걸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현관을 나갈 때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다가가 차 안에서 네이비색 쥬얼리 박스를 찾았다. 박스 위에 하늘에서 내린 눈이 조금씩 쌓였다. 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그해 서울에 있었던 날이 떠올랐다. 이별하던 밤은 오늘과 비슷했었다. 지금 몇 년이 지난 후 그들은 모두 각자의 가정이 생겼고 아무리 깊었던 사랑일지라도 지금은 과거로 되었다. 조민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과거에 얽매어 있었고 그 모습은 참 우스웠다. 그는 나머지 담배를 피우고 난 뒤 3층으로 돌아왔다. 너무나 추웠기에 안방으로 들어올 때 걸치고 나간 코트 위에 얇은 얼음이 생겼다. 진안영은 그에게 다가가 옷을 걸어 주었다. “내일 다른 옷으로 바꾸죠?” 조진범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옆의 소파로 다가갔다. 진안영의 손엔 주얼리 박스가 들려졌다. 그녀는 천천히 박스를 열었고 안은 다이아몬드 주얼리가 빛나고 있었다. 그 디자인은 이 비서가 고른 듯한 디자인으로 보였고 아주 크고 화려했다. 불빛 아래에서 그 주얼리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드레스에 어울릴 모습이었다. 진안영은 평범한 여인이었다. 여자라면 모두 반짝거리는 물건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진은영은 그녀와 포옹을 나눴다. 바람이 셌지만 맞붙은 그녀의 얼굴은 따뜻했다. 조진범은 진은영에게 신사답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차에서 선물을 가지고 내렸다. 그의 모습에 진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동생에게 물었다. “집에서도 저렇게 차가워? 왜 저렇게 얼굴을 구기는 거야?” 진안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집에선 좀 괜찮아.” 진은영은 진안영과 함께 웃었다. 조진범의 차가운 모습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미 자주 보았었던 모습이다. 그녀는 지금 동생에게 농담을 한 것뿐이었다. 조진범이 짐을 옮기는라 바쁠 때 진은영은 동생에게 낮게 말했다. “진철수가 내연녀를 B 시로 데리고 왔어. 지금 그쪽에서 설을 보내고 있어. 엄마 앞에서 그 사람 얘기 꺼내지 마, 엄마 슬퍼하니까.” 진아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조진범은 이미 선물을 거실로 다 옮겼다. 하연은 직접 나가 조진범을 맞이했다. 그녀는 사위가 아주 마음에 들어 그를 아주 정성스럽게 맞이했다. 그녀의 말에는 어른의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 조진범은 눈치가 빨랐기에 진철수를 거론하지 않았다. 진철수의 망나니의 모습은 이미 그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지 오랬다. 하지만 진철수는 이미 집사에게 조진범이 올 거라는 소식을 듣고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들어왔다. “참 미안하네. 설 연휴인데 업무가 바빠서 밖에 접대를 하러 나갔네. 조금 이따가 우리끼리 술 한 잔 하지?” 조진범은 몸을 일으키지 않고 티슈로 손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참 안 됐네요. 오늘 기사를 데리고 오지 않아서 술을 마시긴 어려울 것 같아요.” 진철수는 당연하다는 듯 말을 뱉었다. “안영이 운전하면 되지.” 조진범은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안영 씨는 내 아내지 기사가 아닙니다.” “다음에 마시죠?” …조진범은 억지 미소를 지었고 그 모습에 진철수는 꽤 당황한 모습이었다.그는 진안영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진안영은 고개를 숙여 밥만 먹을 뿐 그런 그의 모습을
차는 한 바퀴 돌아 시 중심에 있는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설 연휴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커플과 가족들이 많았다. 넘쳐나는 사람들로 놀이동산은 북적북적했다.조진범은 검은색 차량을 지하 주차장에 세웠다. 차의 시동이 끄자 유리 너머 눈이 점점 더 세게 내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진안영에게 말했다. “밖이 너무 추운데 차 안에서 있죠.” 말을 마친 후 조진범은 혼자 코트를 가지고 차에서 내렸다. 하얀 눈이 나붓시고 있었다. 그는 셔츠 한 장만 입고 밖에 그레이색 코트를 걸쳤다. 그의 깔끔한 검은 머리카락이 반짝거렸고 입체적인 이목구비까지 더해져 아무렇게나 차 옆에 서 있는 모습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옆을 지나가는 여성들이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조진범은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천천히 절반쯤 태운 후 그는 차유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진안영에게 내리라는 손짓을 했다. 진안영은 당황했지만 차 문을 열었다. 밖의 눈은 더욱더 세차게 내렸다. 조진범은 그녀에게 손을 뻗었고 진안영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은 조진범에 의해 잡혔고 몸은 그에게 안겼다. 가녀린 얼굴이 남편의 어깨에 기대여졌고 코끝으로 조진범의 코트에서 나는 향수냄새와 남성의 냄새가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들은 이렇게 친밀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수차례 관계를 가졌지만 이렇게 애틋하게 포옹을 한 적이 없었다. 이건 마치 오랜 세월 함께한 연인 같았다. 진안영은 남편의 체온을 느끼며 코끝이 찡해졌다. 부드러운 눈이 그녀의 머리카락과 그의 어깨에 내려졌고 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아내를 바라보았다. 한참 후 그는 코트 주머니에서 용돈 봉투를 꺼내 아내의 손에 쥐어주었다. 진안영은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은 옥으로 만든 목걸이가 담겨져 있었다. 목걸이는 아주 값비싼 건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진안영은 그 목걸이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의 남편은 부드럽게 진안영을 바
“마음에 들어요.” 진안영은 그의 목을 감싸주고 낮게 말했다. 그녀의 모습은 유혹적이었고 조진범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 맞추며 다시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었다.설 연휴 내내 그들은 침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며칠 후 조진범은 그녀와 함께 C 시로 가서 3일 동안 놀았다.그들은 밤새 친밀한 부부 관계를 가졌고 매번 피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랑을 받은 여자는 남편을 위해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 3일 후 그들은 다시 별장으로 돌아왔다.밤에 진안영은 드레스룸에서 옷을 정리 했다. 결혼 후 그들의 침실은 집사를 쓰지 않았고 전부 그녀가 직접 정리했다. 다행히 조진범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았고 모든 옷은 드라이를 맡겼다. 진안영은 그의 셔츠를 옷장에 걸었다. 조진범은 서재에서 업무를 마친 후 아내를 보러 들어왔다. 진안영은 발걸음 소리를 듣고 그인 걸 알아채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며칠 동안 아주 뜨거운 나날들을 보냈지만 그녀는 아직도 그와 입맞춤을 하는 것이 적응되지 않았다. 조진범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뒤로 다가가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부끄러워? 밤에 하던 일이 생각난 거야?” 그들은 오후에 돌아왔다. 차는 지하 주차장까지 운전했고 진안영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진범은 차고의 문을 잠그고 차 안에서 그녀와 관계를 맺었다. 처음이었기에 그는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에 그녀의 위치를 옮기게 했다. 하지만 진안영 같은 요조숙녀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그는 다시 이 일을 언급했다. 진안영은 너무 창피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러나 그녀의 빨개진 얼굴이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조진범이 다시 시동을 걸려고 했을 때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아내의 허리를 끌어안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빠.” 조은혁이 걸어온 전화였다. 그들 부부의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조은혁은 조민희와 김설진이 오후 12시 비행기로 이탈리아
진안영은 자신의 납작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이 안에 조진범의 아이가 있다. 이건 그가 원하던 바였다. 이 소식을 알게 되면 그는 아마 기뻐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들 부부 사이는 친밀해지지 않을까?진안영은 자신이 아이의 앞길을 막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후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받고 행복한 가정에서, 싸움이 없는 가정에서 근심 걱정 없이 성장하길 바랐다. 조진범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좋은 아빠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임신이 의심스러웠기에 진안영은 모든 것에 조심스러웠다. 그녀는 평상시에 성숙한 원피스에 스타킹과 하이힐을 신는 걸 좋아했으나 안전을 위해 굽이 낮은 신발로 신고 외투도 헐렁한 옷으로 입었다. 옷을 입은 후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 주방에 있던 집사가 발걸음 소리를 듣고 웃음을 지었다. “사모님 일어나셨어요? 아침에 뭘 드시고 싶으세요?” 진안영은 코트를 의자에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만둣국이면 돼요.” 집사는 아주 놀랐다. “사모님은 평상시에 만둣국을 잘 드시지 않았는데 오늘 드시네요.” 진안영은 쑥스러운듯 웃었다. 임신한 이후였는지 그녀는 특히 더 입맛이 돌았다. 한 자리에서 두 그릇이나 먹고 싶었지만 그녀는 임신을 했어도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모든 여자들이 아름다움을 원한다. 만약 식욕을 억제하지 않고 먹고 싶은 대로 먹는다면 80키로까지 몸이 불어날 것이고 그러면 너무 뚱뚱해진다. 잠시 후 집사가 만둣국을 가져왔다. “H시에서 가져온 만두예요. 아주 맛있어요. 사모님 빨리 드셔보세요.” 진안영은 고개를 숙여 만둣국을 한 입 먹었다. “아주 맛있네요.” 집사는 손뼉을 쳤다. “사모님이 좋아하시면 내일 만둣국을 또 해드릴게요. 냉장고 안에 만두가 아주 많아요.” 진안영은 알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녀는 만둣국을 다 먹은 후 시간이 다 되자 외투를 가지고 밖에 나가겠다고 알렸다. 집사는 그녀가 친구를 만나는 줄 알고 더 이
“몸이 아프다고요?”유이안은 자연스럽게 진안영의 손에 든 가방을 건네받고는 힐끗 확인한 후, 서둘러 가방을 펼쳐 보았다. 이후 그는 눈앞의 신혼부부를 대신하여 크게 기뻐했다.“임신이라니요! 진범이는 왜 같이 안 왔어요?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오늘 아침에 나타난 반응이라 진범 씨는 아직 몰라요.”“그럼 빨리 이 좋은 소식을 전해줘요. 진범이도 기뻐할 거예요.”그러자 진안영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경사라면 유이안이 대신 나서줄 필요는 없다. 진안영이 직접 조진범에게 알려야 더욱 친밀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유이안은 처리할 일이 아직 좀 남아 있어서 곧 진안영과 작별을 고하고 자리를 비웠다.임신한 건 확실하니 진안영은 평소보다도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검은색 캠핑카에 탄 그녀는 유원원에게 입을 열었다.“JH그룹으로 가줘요.”그러자 유원원은 운전대를 잡으며 작은 농담거리를 던졌다.“요즘 조 대표님과 사이가 좋아 보이시는데 이따가 사모님도 회사에서 식사 하시나요?”그러자 진안영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농담을 받아줬다.“그렇겠죠.”그녀와 남편의 아이인데 유원원에게 먼저 말해줄 수는 없는 도리다. 시동이 걸리고 진안영은 말없이 그 진단서를 꼭 쥔 채 말로 이룰 수 없는 설렘을 느꼈다. 처음으로 엄마가 되는 것이기에 마음이 매우 복잡했지만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모든 사랑을 이 아이에게 줄 것이다.15분 후, 번쩍이는 캠핑카가 JH그룹 정원 앞에 멈춰 섰다.진안영은 오후에 조진범의 차를 타고 돌아가면 그만이기에 유원원 더러 먼저 돌아가라고 분부했다. 유원원도 굳이 커플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아... 진안영이 그룹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뒤, 차를 몰고 자리를 떴다.JH그룹에서는 이미 조진범의 웨딩사진을 다 봤었기에 프런트 데스크의 아가씨들도 모두 진안영을 알고 있다. 하여 진안영의 등장에 데스크 직원들은 급히 그녀를 맞이하며 안내해주었다.“사모님,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은 지금
진안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나 유산했어요.”그러나 비바람이 몰아치고 가녀린 그녀의 목소리는 소음 속에 파묻혀 휴대폰 너머로 조진범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는 휴대폰을 쥔 채, 비즈니스 클럽의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비바람이 불어 헤치고 천둥번개가 기세를 부리고 있었고 이에 회의실 전기가 모두 끊기는 바람에 지금 예비전원을 만들고 있다... 더군다나 조금 전에 그는 또 진은영을 만났다.게다가 신임 홍보 매니저는 조진범의 금기를 모르고 실수로 지난번 그와 키스한 여자 스타를 접대 자리에 부른 것이다. 그 여자도 아마 인맥을 회복하고 참석한 것 같은데 무서운 줄 모르고 무턱대고 술을 마시러 찾아오다니...조진범 역시 지금 상황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 어려웠다.그런데 뜻밖에도 그 상황에서 진은영을 만난 것이다. 물론 그들의 비즈니스 파티를 우연히 만났습니다.하여 조진범은 진안영이 전화를 한 것은 별다른 용건이 아니라 여자 연예인을 만나는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빠 그저 감시하기 위함이라 여겼다. 사실 평소 같으면 잘 설명해주며 좋게 풀었을 테지만 지금은 아내의 말이 들리지 않는 데다 협상이 잘 풀리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진은영이 당신한테 말한 거야? 그 여자 연예인은 정말 그냥 사고였어. 그러니까 허구한 날 남 의심하는 버릇 좀 고쳐. 난 이 결혼을 배반할 의사가 없으니까.”게다가 화가 풀리지 않은 조진범은 눈살까지 찌푸리며 말을 덧붙였다.“나 일 때문에 충분히 지쳤어. 그러니까 진안영, 제발 철 좀 들어주면 안 돼?”그러나 하늘 땅을 뒤흔들어놓는 천둥소리는 그의 대부분 말을 삼켜버렸다.그나마 알아들은 말귀를 이어본 결과.“허구한 날 남 의심하는 버릇.”“이미 충분히 지쳤어.” “제발 철 좀 들어.”...진안영은 세면대를 잡은 채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애써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그런데 아랫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아이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