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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증거로 압박하다

“전 정말 몰라요! 그저... 그저 신 대표님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밖에 몰라요. 그 불륜녀가 누구인지는 정말 모릅니다!”

서강훈의 낯빛이 카멜레온처럼 순식간에 변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 대표님... 신 대표님이...”

“바람을 피우는 건 알면서 상대가 누구인지 모른다고요? 서강훈 씨...”

“지아 누님, 진짜입니다! 전 정말 몰라요! 밖에서 데리고 다니신 적이 없거든요. 전 그저 뒷모습을 두 번 정도 본 게 다입니다...”

나는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신호연이 꽤 조심하면서 다닌 모양이었다. 혹은 서강훈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거나.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나는 화를 억누르면서 감정을 자제했다.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요.”

내가 또 화제를 돌렸다. 한껏 누그러진 말투에, 내가 한발 양보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었다.

역시나 서강훈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한숨을 돌리며 얘기했다.

“네, 지아 누님이 얘기하시면 제가 꼭 하겠습니다!”

“내게 숨기고 있던 재무 보고서와 최근의 고객 리스트를 줘요.”

내가 과감하게 얘기했다.

서강훈은 내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표정관리에 실패한 그는 마치 줄이 끊어진 인형 같았다.

“지아 누님...”

“왜요? 없어요?”

내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아 누님, 진짜 없어요... 예전의 재무 보고서는 이미 가져다 보여드렸습니다.”

서강훈은 한껏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에게 얘기했다.

“진짜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요 몇 년간 신 대표님을 잘 따랐던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지아 누님의 회사잖아요! 저도 양심이 있죠! 끝까지 지아 누님을 따를 겁니다!”

“신 대표를 끝까지 따르는 게 아니라요?”

내가 차갑게 물었다. 말투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뻗어있었다.

“...”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서강훈을 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 소리가 공허한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 고막을 울리는 소리는 그 어떤 욕설보다도 무서웠다. 나는 태연함을 잃지 않고 우아하게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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