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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취소된 비행기

나는 실망하면서 보안 검색대를 지나 탑승구로 걸어갔다. 이렇게 힘들 때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님도 그걸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신호연은 빠르게 사라졌다. 회사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 나는 이미연에게 연락했다. 친정에 간다는 사실을 알리고 홀에서 초조하게 탑승을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내가 신호연과 같이 친정에 간 건 딱 세 번이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졸업하던 그해, 우리 둘의 마음을 확인한 후 그를 데리고 집에 갔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창업하기로 결심했을 때 창업할 자금이 없어 부모님께 돈을 빌리러 갔었다.

세 번째는 우리 부모님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후 그 대출금을 다 갚았을 때, 신호연이 나를 데리고 부모님을 뵈러 가자고 했다.

그 후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한 번도 같이 돌아가 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말로는 이해한다고 하셨다. 홀로 창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고, 항상 마음을 놓을 수 없고 언제나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하셨다. 창업한 첫 두 해는 진짜 한시도 쉴 새 없이 바빴다. 우리 두 사람으로 시작해서 회사를 이렇게 큰 규모로 이끌어 오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후에는 내가 임신하고 혼자서 친정에 다녀왔다. 그리고 콩이를 낳았을 때 부모님이 나를 보러 서울로 올라오셨다. 우리는 같이 있은 시간 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어쩌면 그저 나의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슬펐다. 이런 불효녀가 또 있을까. 부모님은 나를 위해 뭐든지 해주셨는데 나는 여태껏 뭘 해줬나.

마음이 급할수록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급한 내 마음도 모르고 비행기는 계속해서 연착되고 있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지고 하늘도 점점 어두워졌다. 어느새 저녁 여덟 시가 되었다. 이미 7시간이나 연착되었다. 항공 시간은 한 시간 좌우밖에 되지 않지만 나는 이미 공항에서 7시간이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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