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한 회사는 모두 여섯 개였다. 우리 신흥 건재가 아마도 제일 작은 회사인 듯했다. 즉, 가장 경쟁력이 약한 상대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큰 기대를 걸고 온 것은 아니다. 그저 신호연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쇼였다.입찰회에 요청된 회사들은 큰 회의실에 모여서 천우 그룹의 대표가 나서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회의는 요청된 회사들이 자기 회사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고 협력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아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다. 시간이 5분이나 지났지만 천우 그룹의 책임자가 나타나지 않자 사람들은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회의실 내부가 웅성거리고 있을 때, 회의실의 문이 갑자기 열렸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흰 셔츠에 검은 정장 바지를 입고 검은색 넥타이까지 한 젊은 남자가 허리를 곧게 세운 채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준수하게 생긴 얼굴은 나이를 알 수 없게 깨끗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를 따라 움직였다. 그의 뒤에는 비서 한 명, 그리고 이 프로젝트와 연관 있는 직원들이 있었다. 그는 길쭉한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회의장의 중간 자리에 와서 선 후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을 오래 기다리게 했습니다. 조 대표님께서 오늘 갑작스러운 일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제가 대신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배현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자리에 앉았다. 고귀한 기품이 흘러넘치는 그는 어딘가 도도하고 차가워 보였다.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왜 조 대표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중요한 회의에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것 같은 젊은 남자를 보내다니. 여섯 회사 중 두 회사는 이미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었다.배현우는 그들에게 질문 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오늘 시간이 좀 빠듯하니 얼른 시작하죠.”그리고 그가 한 회사의 이름을 불렀다. 그렇게 순서대로 부르
그 전화는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았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도 나오지 않았다. 친정에 가보지 않은지 2년 정도가 되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내가 항상 봐줘야 하고 신호연은 항상 바빠서 내가 혼자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했다. 그렇게 친정에 들르지 않은 지 이제 2년이나 되었다. 휴대폰을 손에 쥔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나의 일상생활을 쓸어가는 기분이었다. 부모님께는 자식이 나 하나뿐이었다. 하나뿐인 외동딸을 대학에 보낸 후 우리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저 힘든 일이 있을 때만 연락해서 도움을 청하곤 했다. 이제 와서 보니 요 몇 년간 그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그 생각에 나의 양심이 아팠다. 자기 부모님에 대한 효도와 관심이 시집 부모님에 대한 것 보다 못했다. 항상 부모님은 건강할 것이라고 믿어왔지만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불효녀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부모님은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셨지만 지금의 나는 제대로 된 효도를 해드리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그토록 사랑하던 가정이 파탄 날 위기에 놓여있다. 어떻게 이 사실을 친부모님한테 얘기하는가 말이다!나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재빨리 신호연의 사무실에 도착해 울먹이면서 얘기했다.“여보, 얼른 비행기 티켓을 끊어줘! 나 친정에 가봐야 할 것 같아!”각 부문의 주임들과 회의를 하고 있던 신호연은 나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여보!”그리고 손짓으로 다른 사람들을 나가게 하고 가까이 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천천히 얘기해 봐!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엄마가 아까 전화가 왔어... 아빠가 위독하시대! 나 얼른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어느새 나의 눈에 고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여태까지, 나는 큰일이 나에게 들이닥칠 때마다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필요했다.신호연은 나의 등을 두드려 주며 위
나는 실망하면서 보안 검색대를 지나 탑승구로 걸어갔다. 이렇게 힘들 때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님도 그걸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신호연은 빠르게 사라졌다. 회사 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 나는 이미연에게 연락했다. 친정에 간다는 사실을 알리고 홀에서 초조하게 탑승을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내가 신호연과 같이 친정에 간 건 딱 세 번이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졸업하던 그해, 우리 둘의 마음을 확인한 후 그를 데리고 집에 갔었다.두 번째는 우리가 창업하기로 결심했을 때 창업할 자금이 없어 부모님께 돈을 빌리러 갔었다. 세 번째는 우리 부모님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후 그 대출금을 다 갚았을 때, 신호연이 나를 데리고 부모님을 뵈러 가자고 했다. 그 후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한 번도 같이 돌아가 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말로는 이해한다고 하셨다. 홀로 창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고, 항상 마음을 놓을 수 없고 언제나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하셨다. 창업한 첫 두 해는 진짜 한시도 쉴 새 없이 바빴다. 우리 두 사람으로 시작해서 회사를 이렇게 큰 규모로 이끌어 오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후에는 내가 임신하고 혼자서 친정에 다녀왔다. 그리고 콩이를 낳았을 때 부모님이 나를 보러 서울로 올라오셨다. 우리는 같이 있은 시간 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어쩌면 그저 나의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슬펐다. 이런 불효녀가 또 있을까. 부모님은 나를 위해 뭐든지 해주셨는데 나는 여태껏 뭘 해줬나. 마음이 급할수록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급한 내 마음도 모르고 비행기는 계속해서 연착되고 있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점점 더 많아지고 하늘도 점점 어두워졌다. 어느새 저녁 여덟 시가 되었다. 이미 7시간이나 연착되었다. 항공 시간은 한 시간 좌우밖에 되지 않지만 나는 이미 공항에서 7시간이나 기
나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눈을 꼭 감았다. 커다란 물체에 튕겨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찰나, 나는 누군가가 나의 몸을 감싼 채 나를 데리고 옆으로 피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나는 주변이 어수선한 것을 발견했다. 어떤 사람은 다행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던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내가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키가 큰 그 남자의 숨이 내 주변을 감싸는 듯했다. 남자는 까만 마스크를 끼고 있었는데 그 속을 알 수 없이 깊은 검은 눈동자가 나를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두 눈은, 이유를 모르게 어디서 본 적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남자의 팔을 꽉 잡았다. 두 눈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나를 사뿐히 내려놓고 아무 말하지 않고 그의 팔을 잡고 있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제야 실수했다는 것을 느끼고 손을 뒤로 뺐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누군가가 나의 캐리어를 주워서 나의 옆에 가져다주었다. “조심하세요, 위험합니다. 이 남자분이 나서줘서 다행이에요!”난 또 한 번 그 남자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어디... 가세요?”남자는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전...”나는 그를 보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서 들어 본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 남자를 자세히 관찰했다. 우월한 기럭지, 도도하고 차가운 듯한 기품과 깊고 맑은 눈동자...남자는 나의 의문점을 눈치챈 모양인지 바로 마스크 한쪽을 벗어서 잘생긴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놀라서 작게 웃음을 흘렸다. “배, 배현우 씨!”나는 그제야 알았다. 왜 그 눈동자가 익숙했던 것인지. 오전에 천우 그룹에서 본, 조 대표를 대신해 회의에 참석한 배현우였다. 그는 또 마스크를 쓰고는 얘기했다.“늦었는데, 같이 돌아갈까요?”이 남자가 나에게 준 인상은 꽤 깊었다. 과묵하고 결단력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놀란 나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나는 이게 내 환각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보았다. 하지만 다시 보아도 그 두 얼굴은 하나는 신호연이고 하나는 신연아였다. 나는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신호연이 바람이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가 안고 있는 게 그의 여동생인 신연아라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나는 번개를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대로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거지만 나는 머리가 새하얘지고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시야 속의 두 남녀는 여전히 침대에서 격렬히 뒹굴었고 나의 눈은 커지다 못해 아파질 정도였다. 마지막 남은 정신을 붙잡은 나는 겨우 휴대폰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사진 몇 장을 찍고 비디오도 녹화한 후 조용히 나갔다. 속이 울렁거려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나는 손으로 입을 꾹 막은 채 황급히 달려가 속을 게워 냈다. 나는 미친 듯이 아파트 단지를 뛰쳐나가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달렸다. 마치 채찍질 당한 팽이처럼 빠르게 달리기만 했다. 정해진 방향도 없고 목적지도 없이 그저 달릴 뿐이었다. 머릿속에는 그저 세 글자뿐이었다. 더럽다. 나는 저도 모르게 한강 보행로까지 달려왔다. 어슴푸레한 불빛이 비치는 강을 보며 내 가슴속에 묵혀있던 덩어리가 폭발하는 듯했다. 이제는 모든 게 확실해졌다. 똑똑히 알 것 같았다. 신호연이 자기 여동생과 바람을 피우다니. 어쩐지 신연아가 항상 나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어쩐지 신호연이 항상 오만한 신연아가 선을 넘어도 그녀를 보호하고 감싸주었다. 심지어는 자기 딸도 생각하지 않고 신연아가 딸을 괴롭히게 놔두었다. 게다가 대놓고 진후 빌딩을 드나들며 사모님 행세를 했다. 어쩐지 서강훈이 신호연의 불륜녀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신호연은 아예 감
그 순간 나는 결국 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전혀 강한 사람이 아닌데, 나도 조금 전의 내가 어디서 그렇게 큰 용기가 나서 냉정하게 사진을 찍고 나서야 집에서 뛰쳐나왔는지 모르겠다.배현우는 머뭇거리다가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의 동작은 매우 절제되고 매너가 넘쳤다. 하지만 이 순간, 낯선 사람의 위로조차도 나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다독임 같아서 마음속 장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나는 엄마 잃은 아이처럼 갑자기 그를 안고 다시 흐느끼며 울었다. 뜻밖에도 오늘 그를 몇 번이나 마주쳤고 그에게 나의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울음을 멈추었다. 아마도 눈물이 메말라서인 것 같다.나를 토닥이는 그의 깊은 눈동자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먼 곳의 하늘가에 이미 옅은 회백색이 떠올랐고 어두운 하늘은 점점 물러갔다. 아침이 곧 밝아올 것 같았다.“현우 씨, 고마워요. 저 친구 집에 가려고요. 골드 빌리지에 있어요.”나는 그에게 얘기했다. 그는 나를 꼭 껴안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초라한 모습으로 이미연 앞에 나타났을 때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힘껏 반쯤 감긴 눈을 비볐다.“지아야,너... 너 왜 그래? 친정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나는 그녀의 품속에 안겼다.“미연아...”그녀는 나의 뻣뻣하고 차가운 몸을 껴안은 채 욕실까지 데려다줬다.“일단 얘기하지 말고 울지도 마. 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나와. 알겠지?”나는 감각을 잃은 사람처럼 욕실에 들어갔다. 온몸이 벌벌 떨려서 윗니가 아랫니를 ‘다닥다닥’하고 두드리는 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고 그 소리는 매우 소름 끼쳤다. 나는 손을 뻗어 온수기를 들어놓고는 아래에 서서 따뜻한 물이 내 몸을 흥건히 적시도록 내버려 두었고 조금씩 온도를 높였다. 나는 따뜻한 물을 느끼며 점차 의식을 회복하고 이성을 되찾았다. 이미연이 노크를 두 번이나 하고 나서야 나는 밖으로 나와 그녀가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었고 그녀가 끓여 준 생강차를 마셨다.그 순
이것은 나의 삶에 대한 맹세이다. 나는 새로운 삶을 살 것이고 새로운 자아로 살 것이다. 이미연은 내 표정이 독해진 걸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다독였다. “뭐라도 좀 먹어.”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얼른 성큼성큼 걸어 나가서 음식 준비를 하였다. 나는 나의 기분과 외모를 정리하고는 방을 나섰다. 밥을 먹고 나서 나는 입을 열었다.“콩이 데리러 가려고.” “너 괜찮아? 아니면 그냥 맘 편히 이곳에서 며칠 쉬고 있어.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가.”나는 그녀가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보며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나, 쉽게 죽지 않을 거야. 반드시 나의 모든 것들을 돌려받을 거야. 반드시!”“하지만 네가 친정에 가지 않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이미연은 조금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나에게 다 계획이 있어.” 그리고 나는 내 옷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들어 휴대폰을 켜고는 떠나기 전 이미연에게 당부했다. “미연아, 그 외투 세탁 맡겨줘.”“내가 데려다줄게.”이미연도 황급히 가방을 메고 신발을 신었고 그 외투를 챙겨서 함께 나섰다. 가는 도중 이미연은 나에게 어떻게 할지 물었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절대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휴대폰을 켜자마자 딩동 하는 알림음이 쉬지 않고 울렸다. 나는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엄마는 유쾌한 목소리로 아빠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고 말해줬다.나는 드디어 한숨을 내뱉었다. 하느님이 보고 계시는구나! 나는 엄마에게 태풍이 지나면 꼭 갈 거라고 얘기했다. 전화를 끊고 기록을 확인해 보니 신호연에게서 몇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나는 도무지 그에게 전화할 용기가 없었고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친정에 가지 못했으니 오늘 아이 픽업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얘기했다.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모든 것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신호연은 우리를 보고는 즐거운 얼굴로 맞이했
그날 밤, 나는 강렬한 심리적 장애를 극복하고 그 더러운 침대에 누웠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하는 것이 내 복수의 첫걸음이라고 스스로 끊임없이 말했다.밤에 신호연은 가까이 다가와 나를 안았고 나는 바로 그를 밀어버렸다.“나 생리 왔으니 가까이 오지 마. 예민하니깐.”“나 당신이 화나 있는 걸 알고 있어. 다 내 잘못이야. 그러니 여보, 화내지 마.” “빨리 자. 난 그냥 친정 일이 걱정될 뿐이야. 아버지의 컨디션이 어떤지도 모르고. 무슨 화를 냈다고 그래. 그만 징징대.”나는 어두운 밤을 빌려 나의 마음을 애써 감춰버렸다.그는 기뻐하며 다가와 나의 볼에 뽀뽀를 하였다.“걱정하지 마. 좋은 사람은 복을 타고났어.” 나는 너무 징그러워서 이불 속에 있는 손을 꼭 잡았고 마음속으로는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그가 뻔뻔스럽게 자신의 여동생과도 몸을 섞었다는 사실에 나는 토가 나올 것 같았다. 만약 나의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하여 지금 애써 참고 있지 않다면, 난 반드시 모든 대가를 아까워하지 않아 하며 신 씨 집안을 패가망신시켜 버릴 것이다.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돈도 없고 집도 나의 명의로 된 것도 아니다. 나는 딸에게 큰 집을 줄 것이라고 약속했기에 절대로 그 약속을 깨면 안 된다. 어둠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가장 짧은 시간에 나의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이 짐승과 함께 있고 싶지 않다. 이렇게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것도 나에게는 일종 모독이다.이 순간까지 나는 나의 냉정함에 정말 감탄했다. 어젯밤에 섣불리 뛰어 들어와 분노를 터뜨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말이다.이튿날, 나는 구 변호사를 만나러 갔고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증거와 약간의 재무 데이터를 변호사에게 제공했으며 자세하게 모든 사건의 상황을 그에게 이야기했다. 구 변호사마저 약간 경악했다. 하지만 그는 전문적인 관점에서 나를 도와 현재 상황을 분석했다.이런 상황에서, 설령 그가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가 있다고 해도 나의 승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