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막고 손목을 꽉 잡은 채 억지웃음을 지었다. “연아아! 확실해?”이세림은 당황한 해월을 보더니 간사하게 웃으며 부채질을 해댔다. “연아야, 오늘같이 좋은 날 이런 얘기를 꺼내면 어떡해.”신연아는 자신의 말이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는 계속 불쌍한 척을 해댔다. “저도 기뻐요, 아니면 오늘 많은 분들이 제 아들을 못 볼 뻔했잖아요. 그럼 호연 오빠도 오늘처럼 기뻐하지도 못했을 것이고요!”“그러니 새언니, 화내지 마세요. 이제 공평하잖아요. 전에 제가 잘못을 했지만 언니도 절 밀쳤으니 조산은 언니 탓을 하지 않을게요. 우리 앞으로 잘 지내면 안 돼요? 누가 뭐래도 다 신 씨 가문 며느리 들인데!”나는 참지 못해 한마디 대꾸했다. “너는 맞는데, 나는 아니야.”관중들은 바로 굳은 얼굴을 하고는 나를 쳐다봤다. 마치 한마디만 더 하면 내 입을 찢어버릴 태세였다.나는 마음속으로 쓰게 웃었다. 실로 대단한 계획이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마녀사냥을 하다니. 나는 까딱 잘못하다간 서울에서 명성이 추락해 다시는 재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아마 전형적인 못된 전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이 또한 눈앞의 세 명이 원하던 바였다.나는 침착한 척 신연아를 바라보고는 몸을 일으켜 연회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신호연과 사업 파트너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저 사람은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신호연...”나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심은정은 깜짝 놀란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해월도 굳은 얼굴을 돌려 신호연을 바라보고는 그에게로 다가갔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전희는 깨고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역시나 신호연은 내 부름을 듣지 못한 척 연기하고 있었지만 해월이 다가가 그를 강제로 끌어왔다. 신호연은 어쩔 수 없이 우리 앞으로 오더니 억지웃음을 띄며 물었다. “세림 씨, 전희 씨, 왜 다들 서 있으세요?”“지아야, 앉아만 있지 말고 손님 접대
반응이 빠른 해월은 검은 그림자가 나를 덮치기 전에 재빨리 나를 일으켰다.금방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자마자 검은 그림자가 돌진해 ‘쿵’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에 부딪혔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놀라 소리를 질렀고 나는 무슨 일인지 미처 자각하지 못했다.겨우 눈을 똑바로 뜨고 보자 시어머니였던 김향옥이었다.그녀는 균형을 잡지 못하더니 바닥에 주저앉아버렸고 의자에 이마를 부딪쳤다. 순간 화를 참지 못해 땅바닥에 앉아 나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욕설을 퍼부었다."한지아 이 천한 년. 10년 동안 너 같은 며느리를 모시고 살았는데 네가 이렇게 악랄한 양심도 없는 년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곧이어 그녀는 입을 열어 내 죄목을 낱낱이 늘어놓았다. "신씨 가문의 재산을 빼앗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늙은 내 영감까지 감옥에 보냈고, 사사건건 우리와 호연이와 맞서던 거로 모자라서 배까지 불러온 만삭 애를 죽일 듯이 밀치기까지 하니?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응?"그녀가 이렇게 소란을 피우자, 모든 사람이 원수를 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내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어떤 변명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해월은 분노를 못 이겨 얼굴이 푸르딩딩해진 채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세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전희는 팔짱을 낀 채 하얗게 질려가는 내 얼굴을 보며 기뻐했다. 그야말로 싸움에서 이긴 개선장군 같은 모습이었다."양심에 찔리지 않는지 스스로 좀 생각해보세요. 신 씨 집 안에 있으면서 당신 집안사람들한테 못 해준 게 뭐가 있나요? 당신 모녀들한테 먹는 것, 입는 것 뭐 하나 서운하게 한 게 있다고 그러세요.”바닥에 앉아 있는 김향옥을 보며 무기력함을 느꼈다. 오늘 잘못된 결정에 후회가 밀려왔다. 애초에 싸움에서 이기려 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이 양반들을 멀리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네가 우리 신 씨 가문의 집까지 꿰차고 있는 거로 모자라서 웬 남자를 꼬셔 우리 아들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게 하고… 네가 그러
연회장 홀이 갑자기 밝아지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다시 보니 모든 스크린이 밝아지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큰 스크린에는 영상 하나가 틀어져 있었는데 나로서는 익숙한 화면이었다. 바로 콩이 생일날 유치원 문 앞의 장면이었다. 신호연이 콩이를 안고 교문을 나서며 차에서 선물을 챙기고, 신연아가 다가오는 장면이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의문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게 뭐야?”나조차도 어안이 벙벙했다. 도대체 누가 한 거지? 이곳에도 내 비밀 조력자가 있는 모양이었다.내 눈빛은 자연스럽게 아까 신호연과 함께 우리쪽으로 다가온 서강훈에게로 옮겨갔다. 자세한 내막을 아는 사람은 그 뿐이었으니까.역시 내 눈빛을 받은 서강훈이 조용히 눈썹을 꿈틀거렸다.구경꾼들은 저마다 추측을 시작했고 영상이 두 번째로 재생됐을 때 누군가가 소리 질렀다. “어머! 저 사람은 신연아잖아! 어떻게...”새된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더욱 집중됐다. 모두 중복으로 재생되고 있는 끔찍한 화면을 빤히 바라봤다.누군가가 대담한 추측을 했다. “저 사람 신연아 맞잖아? 배가 부른 채로 유치원에 난리 피우러 간 거야? 미쳤네,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을 때려?”“어머, ... 저것 좀 봐. 봤어? 자기가 발길질하다가 자빠진 거잖아, 아이고...”“구급차가 왔어... 한지아는 미동도 없었네? 오히려 신연아한테 맞기만 했어...”스크린 속 장면들에 모두 심장을 졸였다. 다들 입을 틀어막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나는 눈빛을 거두고는 화면을 보고 있는 이세림과 전희를 바라봤다.신연아는 이미 침착함을 잃은 채 스크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역시 본인의 추악한 진면모를 드러냈다.“누가 한 짓이야? 이거 누가 했냐고?” 홱 신호연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분명히 얘기했잖아...”“조용히 해!” 신호연이 호통쳤다.서강훈도 옆에서 부채질했다. “확실히 삭제했는데 누가 한 짓이에요?”신호연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지-아야...”나는 어깨를
아름답지만 비웃음이 서려 있는 목소리가 홀에 울려 퍼지자 모두 문 쪽을 바라봤다. 사람들 틈으로 바라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 도혜선이 걸어들어오고 있었다.나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탁 치며 감탄했다. 맙소사, 이 연극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도혜선의 등장은 자리에 있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몇 개월 전 이 여자가 신호연의 결혼 기념 축하 파티의 오프닝을 박살 내며 신호연을 서울에서 유명인사로 떠오르게 했다. 신호연의 화려한 양다리를 모두에게 밝혀 큰 소동을 일으킨 장본인이었다.이 사건은 신 대표를 이혼 법정에까지 서게 했다. 그는 단번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어마어마한 외도였으니 말이다.그런 사람이 오늘 또 만월 잔치 현장에 왔으니 좋은 마음으로 축하를 해주려 온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녀가 들고 있는 시한폭탄에 신호연이 이번에는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할까?나도 상당히 놀랐다. 전에 이미 오지 않기로 얘기 끝난 줄 알았는데, 왜 또 온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더 흥미진진한 연극이 바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도혜선이 이번엔 어떤 시한폭탄을 터뜨릴지 힌트를 주지 않아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눈길을 돌리자 도혜선의 뒤에는 중년의 여성이 따라 들어오고 있음을 발견했다.나이로 보나 차림새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도혜선의 친구 같지는 않은 여성이었다.차림새가 매혹적이면서도 저급해 보이는 게 ‘풍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유행 지난 ‘풍류’에 더 어울렸다.도혜선의 뒤에서 굳은 허리를 씰룩거리며 따라오고 있었고 얼굴에 띤 미소는 긴장한 듯 뒤틀려 있었다. 비비크림을 덕지덕지 발라 주름 사이로 껴 있는 모습이 쭉 밀면 때처럼 밀려 나올 것 같았다.길쭉한 눈에서 탐욕을 뿜어내며 주위를 둘러보는 게 마치 화려한 연회장의 스케일에 놀란 듯싶었다.그녀의 눈을 보고 있자 어디서 본듯한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도혜선이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걸까. 저 구닥다리 여인은 어디서
나는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인제야 이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분명히 신연아의 친모일 것이다.이 여인 역시 만만치 않은 여인임을 짐작게 했다. 입으로는 ‘얼마나 힘들게 찾았는데’라고 하면서도 위화감이 드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찾긴 뭘 찾았단 말인가?당시 신연아를 낳고 신 씨 가문에 버릴 때는 전혀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 텐데 버린 지 수십 년 동안 한번도 찾지 않더니 이제 와서 힘들게 찾아다녔다는 게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신 씨 가문이 그 옛집에서 나온 지 채 몇 년이 되지도 않았고 동네 떠들썩하게 이사를 갔는데 모를 수가 있을까? 슬쩍 엿듣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일을 힘들게 찾아다녔다니 거짓말도 유분수였다.이 여인의 옷차림을 보니 밖에서 제대로 살아온 것 같지 못한데 이제서야 돈줄을 찾은듯한 모양이었다. 그녀의 등장은 신 씨 가문, 특히 김향옥에게는 골칫덩어리 그 자체일 것이다.나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나 치를 떨고 있는 김향옥을 바라봤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 노인네에게 동정심이 들었다.솔직히 말하자면 김향옥은 몇 년간 콩이한테만은 최선을 다해 진심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도혜선에게 박수를 보냈다. 어디서 이런 늙은 여편네를 찾아내오는 것인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이것이 이들 가문에 내린 진정한 벌이었다. 눈앞의 신 씨 가문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릴 벌, 그것도 쉽게 끝낼 수 없는 천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조금 전까지 사건의 초점이었던 나는 어느새 구경꾼이 되어있었다. 나는 흥미진진하게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구경했다. 나와 관련된 일이 아니니 마음 놓고 구경하는 기분이 역시 즐거웠다.더군다나 쉽게 지나칠 구경이 아니었다. 어쩐지 김향옥이 그토록 치를 떨더라니, 그녀의 남편과 가정을 빼앗아갈 원수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신연아는 더더욱 당황한 얼굴이었다.갑자기 이 늙은 노인네한테 양팔이 잡혀 아무리 밖으로 끌어내려 몸부림쳐도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신연아는 안 그래도 사람에게 등급을 나누는 버릇이 있었는데
도혜선은 말을 끝내자마자 손을 뻗어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해월에게 눈짓하고는 우리 셋은 몸을 돌려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브라운호텔을 나오자마자 우리는 샤부샤부 가게로 달려갔다. 분위기는 거의 날아갈 듯했다.해월은 기다렸다는 듯이 도혜선에게 어디서 신연아의 숨겨진 엄마를 찾아왔는지 물었다. 도혜선은 의기양양해서 그 여인을 찾은 전 과정을 이야기해줬다.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전부터 친구에게 신연아 친모를 찾아달라 부탁했고 이렇게 쓰일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몇 개월이나 수소문한 끝에 한 달 전 지방에서 이 여인을 찾아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 여인은 몇 번이나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며 늙은 남자들을 후리고 다녔지만, 여태껏 사람답게 살지 못했다고 한다.도혜선은 신호연의 초대장을 받자마자 사람을 시켜 강숙자를 데려오게 했고 어제 방금 서울에 도착했던 것이다.도혜선은 좋은 술과 안주들로 하룻밤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래서 강숙자는 아침부터 자신의 ‘출세’한 딸을 보기 위해 한시바삐 준비했다는 것이다.도혜선의 말을 듣고 난 뒤 나와 해월은 박장대소했다. 이제 시끌벅적해질 것이다, 아마 앞으로 신 씨 가문은 조용할 날이 없겠지.도혜선은 신 씨 가문에 시한폭탄 하나를 숨겨둔 것과 같았다. 언제든 폭발할 수 있기도 멈출 수 있기도 한 폭탄.나는 도혜선에 감탄하면서도 여지를 남기며 말했다. “언니 정말 대단해, 언니야말로 받은 대로 갚아주는 사람이야. 난 언니한테 잘못한 게 없기 망정이지!”“그만해, 그게 무슨 양심 없는 소리야. 너 대신 복수한 건데. 안 그랬음 나 이 정도로 막 나가는 사람 아니거든!”그녀는 나를 흘겨보며 한소리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고... 사실 너한테 항상 미안했어. 그래서 신호연한테 제대로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했지. 너 대신 화풀이라도 해주게.”“언니 그렇게 말하지 마. 사실... 나도 언니한테 미안한 일이 많아, 언니가 신연아한테...”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혜선이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내 말이 끝나자 도혜선은 테이블을 쿵 치더니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다. “지아야, 내가 말했지! 역시 네가 제일 똑똑하다니까. 그럼 이대로 하자, 조용히 힘을 모으고 있다가 한꺼번에 놀라게 해주는 거야! 해보자니까, 무조건 성공할 거야!”해월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저... 저 갑자기 뭐가 통한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도와드릴지 알 것 같아요!”우리 셋은 박장대소하며 웃었다.“전부터 머릿속에 아이디어만 있었는데 예전엔 조건이 부족했던 것뿐이야. 시기상조여서 신호연과 신연아한테만 그럭저럭 복수할 정도였지.” 나는 진지하게 도혜선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 굳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그들이 먼저 날 도발했으니, 내가 물러터졌다고 생각하나 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피할 수도 없었다니까!”“그놈들은 용서할 가치도 없어. 넌 진짜 너무 마음이 약해서 탈이야. 미연이도 얘기했었잖아. 지아야 내가 말하는데, 마음이 약하면 언젠가는 당하게 돼 있어!” 도혜선이 재료들을 샤부샤부 냄비에 쓸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이건 피할 일이 아니야. 네가 조용히 지내고 싶으면 그들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어. 그것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그래야 편히 지낼 수 있을 거야.”“맞아요, 저들한테 똑똑히 보여주죠. 대표님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게!” 해월이 맞장구를 쳤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두 사람은 이미 나보다 더 독하게 마음을 먹은 듯했다.“지금 상황을 보면 저들은 몰래 한패가 되었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그들이 먼저 도발하고 나섰으니 그대로 갚아주지 않으면 나 자신한테 미안해져서 안되겠어.”도혜선이 바로 업무 분담에 나섰다. “그럼 전희는 내가 맡을게!”우리 셋이 드디어 함께 뭉쳤다. 대략적인 계획은 이미 세워졌다고 볼 수 있었다.가게에서 나오자 이미 어둑해졌다. 도혜선은 나를 집까지 데
“에이, 오늘 온 사람 중에 진짜 밥 먹으러 온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다들 신호연의 혼외자를 보러 온 거죠. 오늘 일은 신연아가 어떤 상황에서 아이를 낳았는지 알고 있던 전희가 짠 판이에요, 그가 전희에게 농락당한 거죠.”“전희가 한 짓이었군요?” 나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탄식했다, 이세림이 저지른 일인 줄 알았는데.“전지훈이 정식으로 신예의 주주가 되었어요. 100억을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큰 프로젝트도 가져왔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 신호연의 어깨가 하늘까지 치솟았어요.”“어쩐지 신호연이 나한테 지금 수중에 큰 프로젝트가 두 개 있다고 하더라니, 사실이었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서강훈은 조금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 푸념을 늘어놓았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요, 저런 소인배에게 이런 행운을 주시다니.”“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나는 비꼬았다. 사실 나는 마음속으로 만약 그의 프로젝트가 전부 전지훈이 갖고 온 거라면 너무 잘된 일이라고 혼자 기뻐했다. 나는 오늘 전희가 함정을 만들어준 덕분에 이 세 세력이 서로 파멸로 이끌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어 그녀에게 정말 고마웠다.내가 계획과 목표가 생겼다고 속으로 기뻐하고 있을 때, 계획보다 변화가 더 빠르다고, 누군가 내 계획보다 한발 빨랐다.이튿날 내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나는 연회에서 이청원이 나에게 소개해 준 화윤 그룹 여정훈, 여 대표님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로 나를 찾는 전화를 받았다.요 며칠 자질구레한 일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나는 이 일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후 나는 얼른 장영식의 사무실에 그를 찾으러 갔는데 장영식이 자리에 없었다. 비서가 그가 프로젝트 관련해서 미팅하러 갔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이해월을 데리고 화윤 그룹으로 갔다. 화윤 그룹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동철의 전화를 받았다. 이동철이 요즘 너무 바빠 나도 그를 못 본 지 이틀이나 되었다. 그는 중요한 일로 나를 만나야 한다고 했는데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