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과 경주는 마음이 통하여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살인은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해!”“맞아요, 사, 사형!”한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를 냈다.“아니, 신 회장님이 도대체 진주의 어디가 좋아서 그래? 인성도 없고 예쁘지도 않는데. 그렇게 대단한 할아버지가 어떻게 눈이 먼 아들을 낳을 수 있어!’이유희는 화를 내며 주먹을 쥐었다.“어떻게 해야 네 아버지가 그 할망구에게 완전히 마음을 접게 할 수 있어?”“신 회장님이 진주가 바람 폈다는 거, 그리고 사생아가 있다는 걸 알게 하면 돼.”한무는 바로 대답했다.“신 회장님과 같은 대단한 남자는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내가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알면 진주를 지켜주지 않을 거예요. 얼마나 비겁해야 이런 일을 참을 수 있겠어요!”“응, 바람을 폈어. 한 명뿐만 아니야.”아람은 차갑게 눈을 가늘게 떴다. 세 남자의 표정은 똑같았다.“홍영과 바람 핀 건 알아, 또 누가 있어?”경주는 아람을 바라보았다.“경찰서에서 들었던 녹음 안에서 진주가 언급한 장 선생이 기억나?”경주는 아람의 눈빛에서 교활함이 느껴지며 바로 반응했다.“네가 진주 곁에 안배한 사람이야?”“똑똑하네, 역시 신경주.”아람이 칭찬을 하자 경주는 얼굴이 빨개졌다.“그 분은 우리 KS 재단이 후원하는 학생이야. 학교 다닐 때부터 알고 있었어. 은혜를 갚기 위해 우리 복수팀의 일원이 되어주었어.”‘학교 때부터 알았어?’경주의 가슴에서 경보소리가 울렸다.“남자?”“경주야, 귀가 문제 있어? 바람 폈는데 여자겠어?”유희는 눈썹을 올렸다. 연애 중인 경주가 너무 바보 같았다. 경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왜, 질투나?”경주의 유일한 친구인 유희는 너무 잘 알고 있어 참지 못하고 놀렸다.“음, 질투해도 정상이야. 의사고 일도 좋고 KS의 후원을 받았다는 건 공부도 잘했다는 거야. 진주가 마음에 들어하니 외모도 나쁘지 않을 거야. 나이 많은 여자들은 어린 남자를 좋아해. 장 선생님이 너보다도 활력이 있을 수 있어.”경주
진주의 400억은 여전히 R 국 은행에 있다는 건 통장에 모두 횡령한 돈이라는 뜻이다. 쉽게 400억을 꺼냈다는 건 횡령한 돈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아마 신씨 그룹 곳곳에서 빼돌린 돈과 회장님 부인 신분으로 받은 뇌물일 것이다.“한무야, 진주가 이 돈을 왕준에게 줬어?”경주는 눈을 부릅떴다.“송금했어요.”“가져갔어?”“아니요, 이 큰 돈을 덤프를 가져가야 실을 수 있을 거예요. 현금을 가져가면 너무 눈에 띄어요. 도망을 쳐야잖아요.”경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바로 경찰에게 연락해서 왕준의 계좌를 동결해.”“네, 사장님.”한무는 바로 일어나 일을 하러갔다. 계좌를 동결 같은 것은 경찰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허, 그 자식이 돈을 받지 못하면 진주를 배신할 거야.”아람의 날카로운 눈빛은 섬뜩했다.“왕준을 잡으면 돼. 잡기만 하면 진주의 죄를 내뱉을 거야.”“그 남자, 소식있어.”이유희는 다리를 꼬고 갑자기 말했다. 아람과 경주는 깜짝 놀랐다.“뭐?”“아니면 내가 왜 왔겠어? 놀러와? 놀러와도 우리 와이프를 데리고 왔겠지.”이유희는왼 팔을 소파에 얹은 후 카리스마 넘치는 자세를 바꾸었다.“우리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남 부두를 수색할 때 단서를 잡았어. 두 어부가 전말 밤 왕준이 몰래 화물선에 타는 걸 목격했어. 그 화물선을 T국으로 향하고 있어.”“T 국? 도중에 다른 나라로 갈아타는 거야?”아람은 눈썹을 찌푸리며 걱정했다.“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지나가는 두 나라는 모두 아무도 없는 척박한 땅이야. 400억을 쓸 수가 없어. 보일러를 태울 거야?”이유희는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사람들을 몰래 추적하게 했어. 지나가는 도시까지 놓치지 않았어. 하지만 아직 나서면 안 돼. 만약 바다에 뛰어내리거나 다른 배를 바꾸면 잡기 더 어려워져. 아람아, 경주야, 걱정하지 마. 출국해서 경찰이 한동안 잡지 못하지만, 우리 이씨 가문이 할 수 있어.”밀수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이씨 그룹은 능력이 있었다.“우리
“그럼 안 돼?”경주는 눈을 감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미래의 아내와 사랑을 나누어도 안 돼?”“모두 성인이니 서로 사랑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니야. 하지만, 안전조치는 했어?”“안전조치?”경주는 살짝 놀랐다.“콘돔은 꼈어? 저번에는?”남자들이라 유희도 부끄러워할 것이 없었다. 경주가 항상 싸우고 있어 남녀 관계에서 유일한 경험은 아람이라 하얀 종이와 마찬가지이다.‘지난번.’경주는 솔직히 대답했다.“아니, 지난번에 내 상태를 봤잖아. 생각도 못 했어.”“이번에는?”“밖에.”“수십 억명이 활발하면 밖에 해도 소용없어. 여전히 임신할 가능성이 있어.”유희는 경주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친구야, 다음에는 껴. 이제 막 화해했는데, 조심해야지. 정말 사랑한다면 혼전임신은 하지 마. 구만복의 딸이고 온갖 사랑을 받는 아가씨인데, 더 아껴야 해. 전남편과 혼전임신을 했다는 소문이 좋지 않아. 여자의 평판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유희야.”경주는 진주한 눈빛으로 유희를 바라보았다. 눈가에는 촉촉한 눈물이 고이며 또박또박 말했다.“만약 아람이 임신을 했다면, 내가 책임을 지지 않을 것 같아? 난 평생 아람밖에 없어. 나랑 결혼하든 안 하든 여전히 내 여자고 내 아내야. 임신하면 구씨 가문에 가서 청혼할 거야. 결혼식을 성대하게 할 거야. 예전에 주지 못한 것을 이번에 모두 실현할 거야.”“멀리도 생각하네. 아람이 너한테 한 번 더 시집을 간다고 했어?”임신 얘기가 나오자 유희는 다시 입을 열었다.“친구야, 나중에 내가 효정과 결혼하면 다섯명을 낳게 할 계획이야. 너와 아람은 몇 명을 가질 계획이야? 둘이 합치면 나라 하나 살 수 있는데, 구만복처럼 일곱이나 여덟을 낳아서 왕위를 물려받을 계획이 아니야?”“아람이 원한다면 난 상관없어.”경주의 눈빛은 미래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아이를 좋아해? 난 너무 좋아. 아이를 꿈꿀 만큼 좋아.”유희는 효정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서 노는 장면을 상
구윤은 속 썩이는 아람 때문에 온갖 걱정을 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달려가 아람에게 상처를 준 경주를 때리고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백신우가 말렸다.“형, 됐어. 지금 가도 무슨 소용이 있어? 하룻밤이 지났다. 애들도 아닌데 일어날 일들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무슨 말이야?”구윤은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들이 사귀는 걸 응원해?”“적어도 아람과 윤유성이 사귀는 건 싫어.”백신우는 솔직하게 말했다.“그렇다고 해도 아람에게 남은 사람을 선택하라는 거잖아. 신경주와 윤유성은 모두 아람에게 좋은 남자가 아니야.”구윤은 답답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하지만 신경주는 아람에게 진심이야. 예전에 나쁜 짓을 많이 했어도 회개하고 있어. 몇 번이고 목숨을 걸면서 아람에게 준 상처를 만회하고 있어. 하지만 윤유성 그 자식을 많이 접촉한 건 아니지만 눈에 보여. 아람에게 목적이 있어. 구회장도 차갑게 대했었어. 요즘 윤유성의 대한 태도가 급격히 바꾸었는데, 그 자식이 몰래 수작을 부리지 않은 것 같아?”백신우는 집안 일에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아람의 평생 행복과 관련되어 무시할 수 없었다. 구윤은 눈썹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이 신우가 평소에는 엉뚱해 보이는데, 중요한 순간에는 통찰력이 좋네.’“네 말대로 나도 의심한 적이 있어. 나중에 조사해 보니, 아버지와 세 사모님이 귀국한 날 밤, 윤유성과 함께 병원에 왔어. 하지만 아버지만 올라오셨고 윤유성은 일부로 피한 것 같아. 그리고 그날 아버지가 갑자기 아람과 윤유성의 혼인을 추진하겠다고 했어. 나와 진이가 반대했지만 아버지는 결심하셨어.”“안 돼, 난 이 결혼에 동의하지 않아!”백신우는 눈썹을 찌푸렸다. 화난 마음에 맨손으로 유리잔을 깨버렸다. 구윤은 눈을 깜빡이며 유리 파편이 자신에게 튈까 봐 몸을 뒤로 피했다.“구 회장이 아람을 윤유성에게 시집보내면, 윤유성을 죽이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끓어 버릴 거야!”바로 이때, 서재의 문이 열렸다. 유지운이 갑자기 쟁
백신우는 담배를 치우고 당당하게 일어섰다. 아무렇지 않게 그릇을 들고 한 모금 들이켰다.“쯧, 너무 싱거워.”유지운은 백신우를 노려보며 테이블을 들어 올리기 직전이다.‘구만복처럼 위대한 인물이 낳은 자식들은 모두 대단하던데, 왜 백신우는 이렇게 이상한 거야?’백신우는 하품을 하며 서재를 떠났다. 구윤과 유지운만 남았다. 분위기는 갑자기 고요해지며 서서히 미묘한 숨결을 뿜어냈다. 구윤은 고개를 들어 유지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완전히 위대한 미녀를 공기처럼 대했다.그런 무시는 유지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구윤이 밀당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날 밤 이후 더 이상 관심을 끌 수 없었다. 구윤은 최근 몇 년 동안 과로로 시력도 예전만큼 좋지 않아 렌즈를 착용하고 다닌다. 하지만 서재에서 문서나 책을 보려고 안경을 준비해 놓았다. 이때 잘생기고 반듯한 구윤이 안경 케이스에서 안경을 꺼내 우아하게 꼈다. 원래 잘생기고 이목구비가 뚜렷했는데, 안경을 끼니 마치 해외에서 돌아온 귀공자처럼 우아해 보였다.유지운은 숨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른침을 삼키며 저도 모르게 구윤을 향해 걸어갔다. 업무에 집중하던 구윤은 갑자기 의자가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눈이 마주쳤다. 유지운은 팔로 테이블을 잡고 구윤을 훤칠하고 뜨거운 몸아래에 가두었다.“유지운 씨, 지금 뭐 하려는 거야?”구윤은 잘생긴 얼굴을 들고 바라보았다.“사촌 형, 안경을 낀 모습이 너무 유혹적이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어?”유지운은 눈시울을 붉히며 건방기에 왼쪽 다리를 들고 구윤을 허벅지에 올려 문질렀다. 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숨이 잠시 가라앉았다. 극도로 절제된 구윤은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 유지운의 파란 셔츠 사이에 들어난 하얀 가슴과 쇄골에 놓였다.그날 밤 입술이 얽혀있었다. 구윤은 유지운의 옷을 찢고 허리를 꽉 쥐고 몸에 파묻혀 입술과 목, 쇄골에 미친 듯이 키스했다. 구윤은 술에 취했지만 쇄골에 매우 매료되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이 일은 전 애
쾅-유지운의 등이 책꽂이에 세게 부딪혀 책들이 떨어졌다. 그중 하나가 머리를 내리쳐 달팽이관에서 윙윙거릴 정도로 아팠다.“음, 구윤! 뭐 하는 거야?”“내가 말했는데 네가 듣지 않았어.”구윤은 유지운이 다친 것을 보자 가슴이 떨렸다. 하지만 곧 안색을 돌렸다.“유지운, 내 동생이 너에게 부탁을 했다고 해서 나한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날 밤 일은 여기서 끝내. 얌전히 있으면 우린 여전히 친척이야. 또다시 이런 짓을 하면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나도 몰라.”구윤은 성격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구씨 가문 중에서 성질이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에 남자가 이런 식으로 덤벼들었다면 이미 손을 끊어버렸을 것이다.“구윤. 그래서 그날 밤 나한테 한 짓을 인정하지 않는 거야?”유지운은 주먹을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안고 키스하고, 그리고 또 뭐했어?”구윤은 천천히 의자를 돌리고 안경을 벗으며 섹시한 입을 올렸다.“이미 끝났어. 유지운, 그날 밤의 일은 너도 잘 알잖아. 네가 주동적이지 않았더라면 아무일도 없었어.”“하지만 방금처럼 날 거절할 수 있었잖아. 구윤, 넌 거절하지 않았어!”유지운은 화를 내며 구윤을 노려보았고, 그 모습이 화난 예쁜 여우같았다.“그래서 넌 날 좋아하는 거야. 나한테 느낌이 있어. 네 성격으로 내가 알몸으로 있어도 넌 날 받아주지 않았을 거야!”“유지운, 내가 널 조사해 봤어. M 국에서의 연애사가 재밌더라. M 국의 게이 바닥에서 잘놀았고, 너와 관계를 가진 남자들이 부지기수야.”“구윤.”유지운은 깜짝 놀랐다. 마치 알몸으로 서 있는 것 같았다.“그 남자들과 잤을 때 정말 좋아했었어?”유지운은 가슴이 내려앉았다.‘좋아해? 진심으로 좋아한 적이 있어? 그들은 그저 원나잇 파트너야. 그저 외로워서 함께할 사람을 찾고 싶었을 뿐이야.’“마음속에 이미 답이 있을 거야. 너에게 대한 나의 감정도 네 마음속의 답과 똑같아.”구윤은 냉정하게 말했다.“모두 성인이잖아. 그
유민지는 걱정했다.“윤아, 그날은 꼭 따라와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아람을 지켜야 해. 누구에게도 괴롭힘을 당하게 할 수 없어!”“당연하죠. 이모, 알려줘서 고마워요.”구윤이 떠난 후 유민지는 서재에 들어갔다.“지운아, 방금 무슨 일이 있었어? 윤이와 싸웠어?”유지운은 쭈그리고 앉아 떨어진 책ㄷ를을 하나씩 집어들며 유지민을 등지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거짓말하지 마. 소리가 커서 밖에서도 들렸어. 하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어.”유민지는 화를 내며 비난했다.“윤이의 성격이 얼마나 좋아. 몇 년 동안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여기 온 지 며칠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화나게 했어? 다 네 잘못이야.”이 말을 듣자 유지운은 화가 났다.“무슨 내 잘못이야? 구윤이 나한테 미안한 짓을 했어!”“유지운, 헛소리하지 마. 몇 년 동안 상관하지 않았더니, 점점 건방져?”“구씨 가문에서 오래 살고 싶으면 구씨 가문의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해. 하지만 난 금방 떠날 거야. 그들에게 아부할 필요가 없어!”이 말을 하고 유지운은 말이 너무 심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유지민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씁쓸했다. 분위기는 갑자기 어색해졌다. 유지운은 부끄러움에 입술을 오물거리며 얘기를 하려하자 유민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지운아, 미안해. 내가 창피한 거 알아. 유씨 가문의 체면을 잃게 했어. 난 유씨 가문의 흑역사야.”“아니, 고모. 그런 뜻이 아니에요.”“알아. 난 어른이 될 자격이 없어. 널 지적할 자격은 더더욱 없어. 이번에 돌아와서 너무 기뻤어. 앞으로 몸 잘 챙겨.”말을 마치자 유지문은 고개를 숙이고 방에서 떠났다.“고모!”유지운은 죄책감이 느껴져 쫒아가려 했지만 그제야 눈치챘다. 책이 떨어져 비어진 책쫒이에 숨겨진 칸이 있었다. 책으로 덮어두면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유지운은 깜짝 놀라 손을 집어넣고 두드렸더니 비어 있었다. 입술을 다물고 강한 호기심이 솟구쳤다....유희와 한무
아람은 눈을 내리깔고 경주의 불타는 손을 떼어냈다.“먼저 문부터 열어.”말을 하며 경주를 지나쳤다. 경주는 아람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고,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람은 현관까지 달려가 문을 열었다.“아줌마!”“사모님!”짐을 들고 있는 오정숙은 짐을 바닥에 버리고 아람을 반갑게 끌어안았다.“사모님, 너무 보고 싶었어요!”50대에 접어든 오정숙은 어린아이처럼 울었다.“저도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아줌마가 안색이 좋은 걸 보니 안심이 되요.”아람도 울컥하며 오정숙을 위로해 주었다. 경주도 따라왔다. 오정숙을 보니 깜짝 놀랐다. 오정숙을 부른 사람이 바로 아람이라는 걸 눈치챘다.“아줌마, 신 사장님이 요즘 몸이 좋지 않아요. 제가 너무 바빠서 돌봐주지 못해요. 아줌마, 부탁드릴게요.”아람은 다정하게 얘기했다.“그럼요! 우리 도련님을 맡아주셔서 정말, 저.”오정숙을 말을 하면서 다시 울기 직전이었다. 죽어도 아쉬움이 없는 것 같았다. 이 말을 듣자 경주는 마음이 무거웠다. 아람은 다른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없고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한다는 걸 경주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오정숙을 관해 정원에서 모셔온 건 경주와 같이 있기 싫어서이기 때문이다. 싫지만 쫓아내지 못하여 친한 사람을 불러 어색함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생각을 하자 경주는 주먹을 움켜쥐며 가슴이 답답했다.‘어젯밤까지 좋았잖아. 왜 오늘은 마치 어제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이런 느낌이 너무 괴롭고 질식할 것 같았다. 오정숙은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한밤중에 아람에게 빨래를 해주고 거실을 청소하고 요리까지 하려 했다. 아무리 말려도 자이로 스코프처럼 멈추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후 아람이 설거지를 하고 싶었지만 경주는 억지로 설거지를 하겠다고 했다.“아이고, 도련님. 장난해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있어요? 놔요. 제가 할게요!”오정숙은 서둘러 말렸다.“괜찮아요. 어렸을 때 자주 했었어요.”경주는 장갑을 끼고 아무렇지 않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