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비서가 수배를 받자 진주가 서둘러 집을 떠난 건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진주를 따라가면 살인범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틀이 지났다. 경주는 여전히 병원에 지키며 아람의 옆방에 머물고 있다. 48시간 동안 경주는 아람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저 아람이 진정제를 맞고 잠들었을 때만 문 앞에서 유리창 너무로 초췌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아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비친 아람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곤 했다. 이렇게 평생 곁에 있을 수 있었다. 그저 이런 묵묵히 지켜주는 것조차 아람이 원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을 뿐이다.“신경주.”흡연실 문이 열리자 경주의 손에 있는 담배가 살짝 떨렸다. 뒤돌아보니 백신우가 문 앞에 나타났다. 백신우는 경주의 곁에 다가가 나란히 서있었다.“담배, 한 대 줘.”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담배를 꺼내주었다. 백신우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경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백신우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고귀한 사장님인 경주에게 이런 일을 시킨 사람은 백신우가 처음이다. ‘됐어, 형님 중 한 명이잖아. 구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잘 보여야 해. 아니면 날 싫어할 거야.’이제 경주와 아람 사이에 조그마한 희망을 갖고 싶다면 간접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 백신우는 담배를 들이마시고 연기를 뱉어내며 비아냥거렸다.“너 이 자식, 아람다운 여자를 앞에 두고도 잘 참네. 지난 이틀 동안 한 번도 들어가지 ㅇ낳고 그냥 보고만 있었잖아. 나라면 바로 들어가서 미친 듯이 키스를 했을 거야.”백신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경주는 말문이 막혀 손이 떨렸다. ‘내 앞에서 이런 말을 해? 정말 날 남이로 생각하지 않는 거야?’“요즘 동생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연기 속에서 백신우는 심각해졌다.“그래서 고생해. 소식이 있으면 즉시 나에게 말해 줘. 내 손으로 죽일 거야!”말을 하며 손가락 마디를 꺾었다. 경주는 잠시 침묵하더니 담배를 껐다.“나설 필요 없어요. 저로
백신우는 깜짝 놀라 경주를 쳐다보았다.‘헐, 헐! 내가 잘못 들었어? 이 새끼가 날 뭐라고 불렀어?’경주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이를 악물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30년 동안 살면서 이렇게 아부한 적이 없었다. 이건 경주에게 있어 아부였다. 이유희가 알면 평생 놀릴 것이다. 분위기는 이상하게 어색했다. 갑자기 백신우의 전화가 울려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무슨 일이야?”“도련님, 윤씨 가문 도련님 윤유성이 아가씨를 만나려 합니다. 도련님의 지시대로 막았습니다.”“잘했어, 이따가 보너스를 줄게!”“감사합니다, 도련님. 멋지십니다. 반드시 잘 지키고 절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전화를 끊자 백신우의 입꼬리는 사악하게 올라갔다.“가자.”“어디 가요?”경주는 어리둥절했다.“네가 형님이라고 부렀으니, 내가 복수해 줄게. 어때?”...아람이 머물고 있는 병동 복도.이제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윤유성은 예상치도 못하게 구씨 가문 경호원들에게 외면당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람이 윤유성을 거절했지만, 구만복은 편을 들어주었다. 얘기를 나눈 후 구만복은 윤유성에게 좋은 인상이 있었고 아들을 대하는 것처럼 다정했다. ‘구씨 가문의 사람이, 감히 날 막아?’“들어가게 해요.”윤유성은 안경을 치겨올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봤다. 경호원은 단호했다.“죄송합니다, 윤 도련님. 들어갈 수 없습니다.”다른 경호원도 말했다.“저희도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데,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뭐라고요?”윤유성은 이를 악물고 안색이 어두워졌다.“저와 구 회장님이 무슨 사이인지 알죠? 저를 막으면 구 회장님이 손을 쓸까 봐 두렵지 않아요?”“아이고, 누구야. 우리 구회장까지 언급하면서 사람을 압박해? 대단하네.”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롱 섞인 목소리가 윤유성의 가슴을 찔렀다. 돌아보니 깜짝 놀랐다. 백신우를 따라서 온 건 경주라는 걸 상상도 못 했다.“도, 도련님.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어요?”뒤에 있던 우 비서도 깜짝 놀랐다. 경주는 무표정한
이 말은 정말 귀에 거슬렸다. 구씨 가문에서 아람을 제외하고 감히 제멋대로 행동하고 말을 내뱉는 사람은 백신우뿐이었다. 경호원들도 참을 수 없어 웃음을 터뜨려 윤유성을 더 창피하게 했다. 경주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항상 온화하고 여유가 넘치던 윤유성의 표정이 무너진 것을 보자 속이 시원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었다.“전 그저 아람을 보러 왔는데, 말을 그렇게 거칠게 할 필요가 있어요?”윤유성의 정교한 양복 속에 분노가 숨겨져 있는 듯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그럼 그냥 아람을 만나러 온 거라면 돼. 왜 구회장까지 언급해?”백신우는 윤유성을 차갑게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네 아버지도 아니고, 네가 애도 아닌데. 부끄럽지도 않아?”윤유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늘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도 점점 굳어졌다. 하지만 윤유성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어렸을 때 S 국에서 고생을 많이 하여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다. 즉시 마음을 가다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형님, 다른 뜻이 없어요. 저도 걱정돼서 그래요. 아람이 무슨 일이 생겼다고 들어서 그저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구씨 가문이 소식을 차단했는데, 윤 도련님이 벌써 소식을 접할 줄 몰랐네. 정말 우리 구씨 가문을 항상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아.”백신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에 다른 뜻이 있었다.“아람은 아직 회복 중이야. 의사 선생님이 안정을 취하여야 한다고 했으니 널 만날 수 없어. 이만 돌아가.”윤유성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형님.”“아, 그리고 구회장을 찾아온다고 해도 만날 수 없어. 그러니 애쓰지마.”백신우는 미소를 지으며 경주를 흘겨보았다.“경주야, 가자.”‘경주?’경주는 백신우가 다정하게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상한 느낌이 들며 머리가 찌릿했다.“뭐해? 가자!”백신우는 경주의 등을 쳤다.“네, 형님.”경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백신우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이 콘셉트를 받아들이면, 정말 이상하네. 특히 이 호칭이 신경주 입에서 나와서 더 짜릿
서현 외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윤유성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은 성주에 아람과 똑닮은 여자가 있다는 것을 백신우가 알았다는 것이다. 그 여자가 바로 윤유성의 곁에 있다.“서현이 클럽에 갔던 날, 백신우가 날 봤어?”윤유성은 침울하게 물었다.“클럽이 사장님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다고 하셔서 들어가서 서현 씨를 찾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차에서 내리지 않아서 사장님을 보지 못했을 거예요.”우 비서는 생각을 하며 급히 말했다.“윤 사장님 차 때문에 그런 걸까요? 번호판을 통해 윤씨 그룹의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건 일부러 화나게 해서 떠보는 거 아닐까요?”“돌아가자.”윤유성은 이를 악물며 돌아섰다.“윤 사장님, 어디로 가실 거예요?”“천월당.”...경주와 백신우는 아람의 병실 문 앞에 갔다.“방금, 고마웠어요.”경주의 말투는 조금 더 진지했다.“괜찮아. 형님의 답례라고 생각해. 일부러 널 도와주려고 그런 거 아니야. 윤씨 가문 그 자식이 어떻게 해야 기분이 나쁜지 알거든. 그게 바로 널 이용하는 거야.”백신우는 윤유성의 어두운 안색을 생각하면 웃고 싶었다.“괜찮아요. 저는 상관없어요.”경주는 입꼬리를 올렸다.“나는 윤유성이 마음에 안 들어. 너무 권력으로 사람을 괴롭혀. 감히 구회장을 꺼내?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떳떳하지 못하고 뒤에서 만 사악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제일 싫어. 생긴 건 멀정한데 행동이 참 더럽네. 그러니 윤씨 가문 사람들도 윤유성을 좋아하지 않지.”말을 하며 백신우는 경주를 놀리듯 쳐다보았다.“넌 동료가 있어서 잘 보이는 거야, 알아?”‘그래서 윤유성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하나?”“넷째 도련님.”허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모두 뒤돌아보며 깜짝 놀랐다.“수해야.”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임수해는 한 팔은 보호대를 하고 다른 한 팔은 지팡이를 지탱하며 어렵게 거러오고 있었다. 경주는 눈을 부릅떴다. 가장 먼저 방응하여 성큼성큼 다가가 임수해를 부축해 주었다. 임
이 말을 들은 임수해는 식은땀을 흘렸다.“도련님, 아가씨가 걱정돼요. 의식을 잃었을 때도 그날 밤에 일어난 일을 꿈꿨어요.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요, 그래도 돼요?”“네 아가씨는 괜찮아. 팔에 난 상처는 꿰매고 다른 부상도 없어. 그저 기분이 다운되어 진정할 필요가 있어. 혼자 있게 해.”백신우는 한숨을 쉬었다. 경주는 아람의 팔에 난 상처를 생각하자 가슴이 아팠다. 이혼한 지 1년이 지났는데, 하루도 평화롭게 살지 못하고 늘 상처받는 것 같았다.‘내가 너무 못났어. 아람을 위해 목숨을 걸면 뭐해? 여전히 지켜주지 못하는 쓸모없는 놈인데.’“영이의 일을, 들었어요.”임수해는 아람을 위해 총을 막아준 소녀를 생각하며 가슴이 말할 수 없이 아팠다.“그 자식은 아직도 소식이 없어요?”“곧 있을 거예요. 지금 24시간 동안 진주와 효린을 지켜보고 있어요. 진주가 오늘 밤 외출했어요. 왕 비서를 만날 수 있으니, 곧 소식이 올 거예요.”경주의 눈에서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번쩍였다.“걱정하지 마세요. 그 누구보다 그 자식의 목숨을 원해요. 알아보니 영이만 죽인 것이 아니더라고요. 악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오랫동안 진주 곁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진주가 뒤를 깨끗하게 처리해 줘서 그래요.”“네 새엄마는 참 대단한 인물이네. 너에게 새엄마를 해주는 건 인재 낭비야.”백신우는 허를 찼다.“신씨는 큰 재단이 아니라 도적 소굴 아이야?”임수해는 고개를 흔들었다.“악당의 굴 같아요.”경주는 말문이 막혔다.“나중에 신씨 사모님을 만나면 감사 인사를 해야겠어.”백신우는 조롱했다. 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감사 인사?”“아람이 너와 결혼한 3년 동안, 신씨 가문에서 3년 있었잖아. 죽이지 않아서 고맙다고 인사해야 해.”‘백신우의 입은 파라콰트로 코팅되어 있어? 군사 학교에서 조용하는 이미지는 거짓이었네.’이때, 병실 문이 열려 세 남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람은 큰 병원 가운을 벗고 검은색 정장을 다시 입었다. 메이크업을
“아가씨, 저를 버리는 거예요?”임수해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비틀거리며 아람에게 다가갔다.“제가 방해했어요? 인정해요. 제가 싸움 기술이 좋지 않아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앞으로 꼭 격투 기술을 연마할게요! 아가씨를 꼭 지켜줄게요!”경주는 눈썹을 찌푸렸고 마음이 씁쓸했다. 아람 곁에는 항상 수호자가 한둘이 아니었고, 자신이 해준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수해야, 오해했어.”아람은 씁쓸하게 웃었다.“앞으로 KS 그룹에 들어가서 큰형의 자리를 물려받을 거야. 네가 내 옆에서 비서로 일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그룹 법무팀에 가서 네 강점을 최대한 발휘했으면 좋겠어. 거기서 나를 도와줄 수 있고, 우리 아빠도 도와줄 수 있는데 좋지 않아?”보통 사람이라면 이 말을 듣고 너무 좋아서 펄쩍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수해는 마치 주인에게 쫓겨나 갈 곳이 없는 강아지처럼 우울했다. 임수해의 눈에는 아람이 자신을 버리는 것 같았다. 아람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임수해는 그저 아람의 곁에 오래 있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번 일을 겪은 후 아람을 지키기 어렵다고 느꼈다. 그리고 아람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은 가까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임수해는 붉어진 눈시울로 경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경주는 아람을 보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아람이 있는 한, 경주의 눈에는 온통 아람뿐이다.“어쨌든 지금은 몸이 회복되는 게 최우선이야. 그게 무엇보다 중요해.”아람은 감정을 정리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몸 관리를 잘 해. 건강하게 돌아와. KS는 무능한 사람을 받아주지 않아.”임수해는 아람이 마음을 먹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영이의 시신은 지금 영안실에 있어?”아람은 백신우를 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응, 어제 할머니께 알려드렸어. 이미 성주로 모셔왔어.”백신우의 표정이 침울했다.“어르신께서 무조건 정의를 찾아달라고 부탁하셨어.”“영이의 제사는 거창하게 해야 해. 가족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윤유성은 천월당으로 돌아갔다. 서현은 이 소식을 듣고 이미 방에서 일찍부터 윤유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쾅’하고 열리면서 천장의 크리스탈 전등이 흔들렸다. 화를 내며 들어오는 윤유성을 본 서현은 겁을 먹어 부들부들 떨며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거의 공 모양으로 말려들어가기 직전이었다.뒤에 있던 우 비서도 겁에 질려 소름이 돋았다. S 국에 있을 때부터 윤유성의 비서로 일을 해 화난 모습을 알고 있다. 그 모습은 치명적이었다.“윤, 윤 사장님.”서현은 겁을 먹어 예쁜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람과 아무리 닮았다고 해도 행동거지와 미소, 분위기는 아람을 따라갈 수 없었다.“윤 사장님, 진정해요. 상황이 생각과 다를 수도 있어요. 어쩌면...”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유성이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재떨이를 들고 눈시울을 붉히며 서현을 향해 던졌다.“아!”서현은 깜짝 놀라 머리를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윤유성은 서현을 향해 던지지 않았다. 재떨이는 서현의 귀를 지나 뒤쪽 벽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 벽은 큰 구멍이 났다.“이 모든 것은 다 네 사심 때문에 생긴 일이야.”윤유성은 손가락 마디를 꺾으며 충혈된 눈으로 서현을 노려보았다.“이 얼굴은 내가 준 거야. 내가 하라는 대로 써야지. 내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았어야 해!”서현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내어 울지 못했다.“지금 구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우리 사이를 눈치챘어. 널 몰래 조사할 수도 있어. 이 일이 구아람의 귀에 들어가면, 성주에 자신과 똑같게 생긴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똑똑한 구아람이 신경주와 이소희의 일을 의심하지 않을 것 같아?” 윤유성은 원래 하얗는데, 화가 나 준수한 얼굴이 더욱 하얘져 귀신과 같았다.“윤 사장님,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음!”서현의 떨리는 말은 윤유성의 가느다란 손에 의해 사라졌다. 윤유성은 쉽게 서현의 목을 조르고 눈을 찌푸리며 들어 올렸다.“윤 사장님, 안 돼요!”우 비서가 이 상황을 보자 겁에
윤유성은 경멸하는 듯 웃었다.“나 대신 백신우를 죽여줄 거야?”‘백신우. 그 잘생긴 남자의 이름이구나.’눈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잘생긴 얼굴에 사악하고 매혹적인 표정을 짓고 있던 그 남자를 떠올리자 서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날 밤 클럽에서 돌아온 서현은 잠결에 그 얼굴을 다시 꿈꿨다.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죽여라고 하면, 최선을 다할게요.”서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내 여자의 친오빠야, 네가 죽이고 싶으면 죽여? 정말 대단하네.”윤유성은 차갑게 바라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서현은 움찍했다. 땀이 머리카락을 젖히며 비참하고 불쌍했다.“죄송합니다. 윤 사장님. 저.”“목숨 말고, 가서 꼬셔.”“뭐, 뭐라고 하셨어요?”서현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날 밤, 둘이 재밌었잖아.”윤유성의 눈빛에서 서서히 경멸의 눈빛이 드러났다.“이렇게 된 이상, 그냥 꼬셔. 너한테 관심이 있던데. 어쩌면 사랑하는 동생을 닮은 얼굴이 있어서 그런가 봐.”“아니에요, 사장님.”서현은 지금 이 순간 윤유성의 차가운 질문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윤유성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손가락으로 서현의 턱을 치켜올리며 빨간 입술을 만졌다. 예전의 서현은 이런 화려한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다. 윤유성이 아람의 전유물이라는 이유로 서현에게 붉은색을 사용하도록 강요했다. 서현은 오랫동안 사랑했던 눈앞의 남자르 깊이 바라보았다. 눈물이 가득 고여 아름다운 얼굴로 천천히 흘렸다.“이렇게 예쁜데, 백신우가 왜 흔들리지 않겠어? 가, 가서 꼬셔. 마음을 흔들고 무너뜨려.”말을 마치자 윤유성은 오싹하고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눈에 흥분된 빛을 번쩍거렸다.“네, 사장님.”서현은 분명 울고 있었지만, 붉은 입술을 들어 올려 아람을 가장 닮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윤유성을 제일 유혹하는 미소였다.“사장님이 원하는 것이라면, 목숨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해내겠어요.”...아람과 경주는 구도현이 있는 경찰서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 구도현은 이미
정연도 화가 나서 뺨이 불타는 듯 붉어졌다.“원래는 우리 사람들이 우세했지만, 라이언 쪽에 지원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모두 능력이 뛰어나고 무기를 들고 있었어요.”“완전히 우리를 다 죽이겠다는 기세였어요.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에요.”유희는 화가 풀리지 않아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뼈마디에서 소리가 났다. 라이언을 잡지 못하고 부하들은 거의 전멸한 상태였다. 승부욕이 넘치는 유희 앞에서 이미 선을 넘을 행동이었다.“음, 유희 오빠, 왜. 누가 오빠를 화나게 했어?”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따라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효정이 주름진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아람이 선물 준 곰인형을 품에 안은 채 졸린 눈을 비비며 서 있었다. 말할 때 한쪽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는 도자기처럼 매끈했다. 하마터면 속살을 드러낼 뻔했다.뿐만 아니라 효정의 목과 쇄골에 붉은 자국이 있었다. 유희가 남긴 키스 마크였다. 어젯밤의 광기 어린 집착이 분명했다. 한무는 놀라서 바로 눈을 감았다. 경주도 어색하여 땀을 흘리며 시선을 거두고 아람을 바라보았다.‘아아아!’유희는 화가 나며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순간 효정의 앞으로 달려가 부드러운 몸을 덥석 안고 감쌌다. 효정은 고개를 유희의 품에 묻히며 그렁그렁한 눈만 보였다. 그러고 나른한 목소리로 유희를 위로했다.“유희 오빠, 화내지 마. 화내면 무서워.”“화내지 않았어. 기분이 엄청 좋아. 가자, 방에 가자.”유희는 마음이 급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효정을 안고 성큼성큼 위로 올라가며 귀에 속삭였다.“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지 마. 나한테만 보여줘!”거실은 어색하게 침묵했다. 한무는 어안이 벙벙하며 급히 해명했다.“저, 저 아무것도 못 봤어요. 신 사장님, 제 편을 들어줘야 해요!”정연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급히 유희에게 상황 보고를 하느라 효정을 챙기지 못해 이런 어색한 일이 일어났다.“연아, 걱정하지 마.”아람은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네가 오랫동
한무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헬기가 좋지만 제가 살아서 타도 죽어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됐어, 경주야. 한 비서가 얼마나 충성하는지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 헬기 한 대로 이렇게 화를 내?”아람은 긴 손끝으로 경주의 턱을 치켜올리며 여왕처럼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올해 생일 선물로 헬기를 사줄게. 윤유성보다 더 좋은 거 사줄게. 좋아?”‘젠장, 너무 부럽네! 역시 해문 갑부의 딸이야. 헬기를 생일 선물로 해?’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아람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람아, 난 네 남자야. 하지만 난 너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가 아니야. 선물을 해도 내가 너한테 해야지.”“풋,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 사이에 무슨. 그저 돈 몇 푼인데.”아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은 유희와 한무를 부럽게 했다. 그들도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남자는 아니지만, 남자라면 리무진, 탱크, 헬기를 갖고 싶어할 것이다.경주는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며 가슴이 찡해났다.“아람아, 나한테 선물할 필요 없어. 네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예전에 나한테 준 선물들은 지금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매번 집에 갈 때마다 그 방에 들어가서 여러 번 보고 만졌어.”그때 아람을 잃은 경주는 마치 페티시스트와도 같았다. 경주는 종종 그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거나 그 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경주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사랑에 빠진 미치광이 같았다.마음속은 이미 통제 불능이고 미쳐버렸다. 아람은 경주를 깊이 바라보았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경주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게다가 내가 무슨 선물이 필요하겠어. 넌 하늘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야.”경주는 이 로맨틱한 말을 다시 반복했지만, 말할 때마다 처음처럼 다정했다.“바보.”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키스로 천 마디 말을 대신
“연적?”아람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블루베리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유희에게 연적도 있어? 신선하네.”경주도 피식 웃었다.“네가 우리 동생을 감금하듯 지켜주는데. 매일 너랑 네 비서 말고는 누구를 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 하는데 무슨 연적이야. 꿈꿨어?”“그렇다고!”유희는 초조하여 목소리까지 갈라지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젯밤 자기 품에서 도현 오빠라고 부르는 효정이 떠올랐다. ‘꿈에서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어!’유희의 가슴은 아파 나며 산산조각이 된 것 같았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우리 도현 오빠야?”아람은 차갑게 유희를 바라보았다. 경주는 멍해졌다. 도현이랑 어떻게 엮인 건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아람아, 네가 어떻게 알아? 너 신이야?”“신은 무슨!”아람은 어이없었다.“넌 참, 속마음이 얼굴에 쓰여있어. 어젯밤 너와 우리 오빠가 얘기하는 것을 봤어. 네 눈빛이 막 이글거렸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 사장님. 넌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우리 구씨 가문 남자는 모두 상남자야. 절대 남친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효정이 남자랑 얘기를 했다고 다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도현 도련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유희야. 누구를 의심해도 아람이 가족은 의심하지 말아야 해.”경주는 아람의 허리를 안고 유희를 비웃었다. 유희도 한숨을 쉬고 계속 얘기하기 곤란했다. 너무 유치해 보였다.“아. 그래서 효정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어? 위기감이 들었던 거네.”아람은 유희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야, 그런 사소한 거로 침착하지 못해? 왜 이렇게 유치해!”유희는 부끄러워 입을 오물거렸다.“혼인신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정색했다.“지금은 네 집안일을 먼저 해결해야 해. 네가 이씨 그룹에서 안정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야.”유희는 여전히 불안했다. ‘나 이유희의 아내
아람은 걸어오는 유희를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은 마치 귀신에게 정기를 빼앗긴 것처럼 초췌해져 있었다.“아이고, 이 사장님. 무슨 일이야? 어젯밤 방에서 사랑만 나누었어?”아람은 참지 못하고 놀렸다.“나, 하, 그만 얘기해.”유희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내가 어떻게 말해. 아람 앞에서 친오빠를 욕하면 경주도 영향을 받잖아. 사돈 친척은 이러면 안 돼.’아람은 유희가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말하기 난감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먹을래? 먹으면 네 것까지 만들게.”경주는 돌아서서 유희를 보며 요리를 했다.“입맛이 없어. 안 먹어.”유희는 냉장고로 걸어가 무심코 얼음물 한 병을 꺼내 뚜껑을 비틀어 원샷을 했다. 그리고 빈 병을 구기며 한숨을 내쉬었다.“아람아, 경주야. 나 오늘 효정과 혼인신고 할 거야.”아람과 경주는 깜짝 놀랐다.“뭐? 오늘?”“응, 오늘.”유희의 눈빛은 불타올랐고 목소리는 쉬었다.“생각해 봤는데, 계속 미루면 생각이 더 많아질 것 같아. 가족들이 동의하든 말든 먼저 효정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혼인신고를 하면 우리는 합법적인 부부야.”“효정은 나 이유희의 정정당당한 아내이고, 이씨 그룹의 사모님이야. 할아버지가 반대해도 소용없어. 내가 이씨 그룹의 권력을 가지면 효정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열어줄 거야. 효정은 내 결정을 이해해 줄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프라이팬 위에 있는 계란을 뒤집는 것도 잊어버려 타버렸다.“경주야, 내 신분증이 엄마한테 있어. 좀 있다 가지러 갈 거야. 효정의 신분증은 오늘 가져올 수 있어?”“이유희,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너 오늘 좀 이상해.”아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난 그저 효정과 결혼하고 싶을 뿐이야. 무슨 표정이야. 환호하고 응원해 줘야지.”유희는 초조해서 눈썹을 찌푸렸다.“유희야. 효정과 사귄 지 꽤 됐잖아. 전에는 침착하더니 왜 갑자기 이래?”경주는 불을 끄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신분증이 신광
유희는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들어온다. 효정의 꿈을 방해할까 봐 문 앞에 도착하기 직전에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고 들어갔다. 넓고 편안한 침대 위에서 효정은 가느다란 작은 몸을 이불 속에 웅크려 작은 머리만 드러냈다. 검은색 긴 머리가 느슨하게 풀려졌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 위에 스친 선명한 먹선 같았다.유희는 침대 옆에 앉아 효정의 잠든 얼굴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손끝으로 뺨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떼주었다. 한때 바람둥이이던 유희는 이제 오직 효정만을 바라보고 있다.“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네.”유희의 거친 손끝이 효정의 예쁜 얼굴과 앵두 같은 입술, 예쁜 쇠골을 계속 만졌다.“이 세상에 널 그리워하는 남자는 나뿐인 줄 알았어. 이제 보내 우리 와이프의 매력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아. 앞으로는 널 데리고 나가지 못하겠네.”“만약 누군가가 널 좋아하게 되면 어떡해? 그거 알아? 오늘 밤 일을 듣고 참을 수 없었어. 그 자식이 네 새언니의 친오빠가 아니었더라면 자루를 씌워서 때렸을 거야!”유희는 저도 모르게 손끝에 힘을 주었다. 효정의 속눈썹이 떨리더니 가볍게 낑낑거렸다. 당황한 유희는 효정을 깨울까 봐 급히 손을 거두었다. 바로 이때, 효정이 몸을 뒤집고 이불을 걷어차면서 뜨거운 몸을 드러냈다.비록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지만 잠버릇이 안 좋아 치마가 엉망이었다. 하얀 어깨와 작고 귀여운 가슴의 절반을 드러내며 잠을 잤다. 유희의 눈은 점점 욕망이 찼고 참고 있어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이번에는 정말 못 참을 것 같았다.“음, 정말 제 그림이 마음에 들어요?”효정은 잠꼬대를 했다. 조용한 방에서 유희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정말 그림이 마음에 드냐고? 효정아, 나한테 묻는 거 아니잖아. 누구한테 묻는 거야?’“도현 오빠.”유희의 몸이 순간 뜨거워 나며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러자 유희는 큰 몸으로 효정의 부드러운 몸을 누르며 사납고 악랄하게 효정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했다. 이 충격으로 효
하지만 아람은 유성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이다. 아람을 망쳐버릴 수 없었다.[이제 어떻게 할지 생각했어요?]남자의 나른한 목소리에서 압박이 느껴졌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유성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지며 살벌한 기운을 발산했다. 마치 진옥의 끝에서 악마에게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연구소에서 지금 사람을 즉시 심장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약을 개발하고 있잖아요. 혹시, 하나 보내주실 수 있어요?”[네? 그건 왜요?]남자는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설마 자신에게 주사하려는 건 아니죠? 윤 사장님은 정말 겁도 없네요.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에게 주사한 게 아직도 부족해요? 그 약은 아직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매우 위험해요.”“알아요. 하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이에요. 이 약에 모든 것을 걸 거예요.”유성의 눈이 충혈되며 이성마저 무너지고 있다.[어휴, 몸이 건강하고 능력이 있으면 절대 실패할 수 없어요. 그저 여자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남자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게다가 지금 당신은 구아람 눈에서 최악이에요. 만약 사고가 생기면 얼마나 기뻐하겠어요.]“저한테 쓰지 않아요.”[그래요?]“동정심과 죄책감은 인간 본성에서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약점이에요.”유성의 눈빛은 어두웠다.“아람은 착한 여자예요. 평상 저한테 빚을 지게 할 거예요. 이래야 제가 아람을 곁에 둘 수 있어요.”...이야기를 나눈 후 아람과 경주는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유희는 이 시간에 효정이 이미 잠들었다는 것을 알고 서재로 향해 밀린 공무를 처리하고 잘 생각이었다. 유희는 변했다. 예전에 지구가 파괴되어도 유희의 잠을 방해할 수 없었다. 이제 그룹 업무를 다 하기 전에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효정에게 행복한 미래를 주기 위한 것이다.“도련님.”정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희는 뒤를 돌아보았다.“아직 안 잤어? 날 신경 쓰지 말고 효정을 지켜. 혹시 목이 말라서 깨
구만복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기 비서를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신경주를 많이 좋아하네?”기 비서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오해예요. 그냥 사실을 말씀드린 거예요. 제가 아가씨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어요. 아가씨가 상처를 받으면 저도 가슴이 아파요.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인생을 보냈으면 좋겠어요.”“이 말도 신경주를 칭찬하고 있는 거잖아!”기 비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구만복은 걸음을 멈추고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기 비서도 의아해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각도에서 해장원 문 앞이 보였다. 유성은 아람에게 주려던 딤섬을 바닥에 내려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발로 두 번 차며 딤섬을 산산조각 냈다.“허, 성질도 좋은 편은 아니네.”구만복은 경멸의 눈빛으로 비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기 비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한 유성을 바라보자 아람이 유성을 선택 안 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예전에 구만복의 냉대를 받고 거절을 당하여 해장원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오직 경주였다. 하지만 유성은 자신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존심이 강한 유성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것 같고 큰 수치였다.“윤, 윤 사장님. 진정하세요!”우 비서는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주우며 겁에 질린 채 위로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구 회장님은 항상 사장님을 좋아하셨어요. 갑자기 싫어할 수는 없어요. 우린 그래도 신경주 그 자식보다 나아요!”“오늘 밤 구아람 씨가 구 회장님을 화나게 했을 거예요. 화풀이할 곳이 없었는데 마침 사장님을 만나서 화내는 거예요. 화가 풀리면 구 회장님은 사장님을 생각하실 거예요.”“이번에는 달라.”유성의 충혈된 눈은 사람을 산 채로 찢어버릴 수 있는 듯했다. “구만복은 이미 아람과 신경주를 허락한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거고, 나를 도와주지도 않을 거야.”구만복은 현재 두 사람의 관계에 가장 타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지난번 소희를 이
이 말을 듣자 유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비록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만복의 모든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느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가 창백한 얼굴을 태웠다.“아저씨, 신경주가 하는 짓은 모두 아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예요. 아람을 속이는 거라고요!”유성은 주먹을 움켜쥐고 손가락이 살에 파고들 것 같았다. 순간 경주를 죽여버리고 싶었다.“만약 진심으로 아람을 사랑한다면, 3년의 결혼 생활을 할 때 계속 곁에 있어 주었겠죠. 정상적인 남자라면 아람처럼 예쁘고 훌륭한 여자를 왜 좋아하지 않겠어요?”“하지만 신경주는 무자비하게 아람을 버렸어요. 신경주는 아람에게 진심이 아니에요. 사랑이 아니에요!”“사랑이 아니야?”구만복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신경주가 언제부터 아람을 좋아하게 됐는지. 이혼 후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던 아내가 KS의 아가씨라는 것을 알고 시작한 거잖아요.”“모두가 알다시피, 신경주는 신 회장님 본처의 아들이 아니에요. 신경주의 어머니는 명예스럽지 않아요. 신경주는 사생아와 마찬가지예요. 신 회장님 장남의 건강이 좋았더라면 신경주에게 신씨 그룹을 맡기겠어요?”“지금 아람에게 집착을 하는 게 목적이 없이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사심이 없을까요? 구씨 가문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곤란한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유성은 마음이 급해 입이 닳도록 말을 했다.“신경주가 아람을 강요하여 이혼을 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어요. 이미 엄청 비겁한 짓을 했어요. 한 번 있으면 두 번이 있고, 세 번이 있을 거 같지 않아요? 정말 소중한 딸 아람으로 신경주의 선을 넘어보실 거예요?”옆에서 듣고 있던 기 비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유성을 노려보았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이 윤 도련님은 정말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네. 저 입으로 나쁜 사람을 도와주고 사실을 뒤집으면 꽤 타격이 크겠네.’“윤 도련님. 우리 딸에 대해 이 아버지보다 더 잘 알고 있네.”
‘아. 너무 멋있어! 너무 매력적이고 남자다워. 너무 섹시해! 구아람 씨가 무슨 안목이야. 왜 우리 윤 사장님처럼 훌륭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이때 저 멀리서 목표물이 천천히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 목표물은 경주의 사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유성이 연속으로 쏜 세 발은 정확히 경주의 머리를 조준했다.“너무 대단하세요! 윤 사장님의 사격 수준은 정말 신과 같아요. 한 발도 놓치지 않으셨어요!”우 비서는 바로 박수 치며 아부를 했다.“아쉽네.”유성은 총을 거두며 창백한 입술을 열었다.“아쉬워요?”“사진일 뿐 실제 사람이 아니잖아.”유성은 우 비서를 보지 않고 슈트 바지 주머니에서 네모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총을 닦았다.“무슨 일이야?”“윤 사장님, 구 회장님을 미행하던 사람이 소식을 전해왔어요. 구 회장님께서 오늘 밤 구아람 씨와 신경주를 찾으러 갔는데, 구아람 씨를 데려가지 않았어요.”이 말을 하자 우 비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유성의 눈빛도 점차 어두워졌다.“아람을 데려가지 않았어? 그럼 아람은 아직도 신경주와 함께 이유희 집에 있다는 거야?”“네.”우 비서의 목소리까지 떨렸다. 유성의 눈빛이 사나워지며 갑자기 총알을 장전하더니 바닥을 향해 몇 발을 쏘아댔다. 총알은 우 비서의 발 아래에 터지자 겁에 질려 혼비백산했지만 감히 소리도 내지 못했다. 총알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유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시울을 붉혔다.“차 준비해!”...구만복이 해장원에 돌아올 때 이미 새벽 12시가 되었다. 아람을 찾으러 갈 때 안색이 엄청 어두웠지만, 지금은 이미 생각을 마친 것 같았다. 아람이 경주의 보살핌을 받아 살진 모습을 생각하자 걱정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심지어 약간의 후회도 있었다. 당시 아람을 강력하게 감금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람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창문을 뛰어내려 탈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두근거리네. 만약에 아람이 뛰어내리다가 큰 사고가 나면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