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유성은 경멸하는 듯 웃었다.“나 대신 백신우를 죽여줄 거야?”‘백신우. 그 잘생긴 남자의 이름이구나.’눈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잘생긴 얼굴에 사악하고 매혹적인 표정을 짓고 있던 그 남자를 떠올리자 서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날 밤 클럽에서 돌아온 서현은 잠결에 그 얼굴을 다시 꿈꿨다.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죽여라고 하면, 최선을 다할게요.”서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내 여자의 친오빠야, 네가 죽이고 싶으면 죽여? 정말 대단하네.”윤유성은 차갑게 바라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서현은 움찍했다. 땀이 머리카락을 젖히며 비참하고 불쌍했다.“죄송합니다. 윤 사장님. 저.”“목숨 말고, 가서 꼬셔.”“뭐, 뭐라고 하셨어요?”서현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날 밤, 둘이 재밌었잖아.”윤유성의 눈빛에서 서서히 경멸의 눈빛이 드러났다.“이렇게 된 이상, 그냥 꼬셔. 너한테 관심이 있던데. 어쩌면 사랑하는 동생을 닮은 얼굴이 있어서 그런가 봐.”“아니에요, 사장님.”서현은 지금 이 순간 윤유성의 차가운 질문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윤유성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렸다. 손가락으로 서현의 턱을 치켜올리며 빨간 입술을 만졌다. 예전의 서현은 이런 화려한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다. 윤유성이 아람의 전유물이라는 이유로 서현에게 붉은색을 사용하도록 강요했다. 서현은 오랫동안 사랑했던 눈앞의 남자르 깊이 바라보았다. 눈물이 가득 고여 아름다운 얼굴로 천천히 흘렸다.“이렇게 예쁜데, 백신우가 왜 흔들리지 않겠어? 가, 가서 꼬셔. 마음을 흔들고 무너뜨려.”말을 마치자 윤유성은 오싹하고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눈에 흥분된 빛을 번쩍거렸다.“네, 사장님.”서현은 분명 울고 있었지만, 붉은 입술을 들어 올려 아람을 가장 닮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윤유성을 제일 유혹하는 미소였다.“사장님이 원하는 것이라면, 목숨을 포기하더라도 반드시 해내겠어요.”...아람과 경주는 구도현이 있는 경찰서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 구도현은 이미
아람도 구도현을 더 이상 놀리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빠, 핸드폰을 복구했어?”“복구의 난이도가 작지 않았지만 기술 부서의 동료들은 모두 전문가ㅏ야.”구도현은 경주에게 말했다.“신 시장님, 잠시만 기다려서 진술 좀 해주세요.”“네, 협조해 드리려고 온 거예요.”경주의 차분한 눈빛은 가볍게 아람의 옆모습에 내려앉아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람이 시선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입술을 오물거리며 일부러 뜨거운 시선을 마주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경찰서에 들어섰다. 이미 밤이었지만 경주와 아람이 나란히 들어오자 경찰들은 여전히 놀랐다. ‘너무 뛰어난 한 쌍이네. 결혼하지 않는 것 말도 안 돼!’최조실 내부.구도현은 복구한 핸드폰을 꺼냈다. 아람은 눈썹을 떨며 천천히 깨진 핸드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영이와 할머니의 사진이었다. 품에는 시골개를 안고 행복하고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윙-아람의 머리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양손으로 귀를 가렸다. 두 눈을 꼭 감았지만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아람아, 괜찮아? 잠시 쉴까?”구도현은 아직 트라우마에서 벗어 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람이 그 날밤 목격한 일이 떠올라 충격을 먹었을 것이다. 구도현은 급히 일어나 아람 곁으로 가서 위로하려 했다. 바로 이때, 경주가 갑자기 팔을 펴서 아람의 어깨를 감싸고, 큰 손으로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아람의 목뒤를 감싸더니 조심스럽게 아람의 이마를 자신의 넓은 어깨에 부드럽게 올려놓았다.“심호흡해. 내 말 들어. 심호흡해.”경주의 얇은 입술은 아람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유도했다. 따뜻한 손바닥으로 아람의 으쓱거리는 등을 토닥거렸다. 아람은 눈을 꼭 감고 주먹을 꼭 쥐며 경주의 품에서 떨고 있었다. 계속 숨을 헐떡이는 모습은 가슴이 아팠다.구도현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리지는 않고 한숨만 내쉬었다. 경주가 없었다면 아람을 진정시킬 방법을 몰랐다. ‘그들 사이에 정말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아람은 경주의 준수한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경주의 미소는 전에 본 적 없는 부드럽고 밝은 미소였다. 아람은 가볍게 기침을 하고 눈을 피했다. 경주의 반짝이는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계속 보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드러날 것만 같았다. 경주가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예전의 경주는 심연처럼 차가웠다. 지금의 경주는 서서히 녹아내려 아람을 둘러싼 샘물처럼 따뜻한 안정감을 주었다.“에헴, 그.”모태솔로인 구도현은 더 이상 볼 수 없어 이 애매한 분위기를 깼다.“그저 양복이잖아. 왜 세탁해. 우리 구씨 가문은 옷 한 벌을 배상할 여유가 있어. 아람아, 그냥 새 옷을 사줘. 돈은 오빠가 줄게.”“고마워요, 구 형사님.”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잔잔한 파도처럼 일렁였다.“오빠, 정말 배상할 거야?”아람은 순간 진정되어 눈썹을 살짝 올렸다.“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신 사장님의 옷은 이탈리아 왕실의 유명한 브랜드야.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어. 살 수 있다고 해도 1년 치 월급을 모아도 소매만 살 수 있어.”‘너무 비싸!’구도현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도련님의 체면도 지키지 않고 소리쳤다.“배상하지 않아. 방금 한 말은 잊어버려!”어렸을 때부터 봐온 아람이라 창피하지 않았다. 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역시 천재 디자이너 샤론이야. 안목이 남달라.”이 말을 듣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너, 언제 알았어?”“셋째 사모님의 생일 연회에서 알았어. 초연서 씨가 멋진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 짐작했어. 아니, 문별 씨의 작업실에서 옷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짐작했어야 했어.”아람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얼굴이 붉어졌다. 순간 복잡한 감정이 가슴에 솟구쳤다. 경주는 문득 지금도 옷장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지만 이미 상처가 난 양복이 떠올랐다. 그것은 한때 아내인 아람이 경주를 위해 밤낮으로 보름 동안 만든 옷이다. 한 땀 한 땀 사랑이 들어있었다.
“이게 방영이 남긴 마지막 말이야.”말이 끝나자 모두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불쌍한 소녀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생사를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죄를 들어내고 정의의 빛을 비출 수 있는지 생각했다.“그럼 방영의 죽음도, 이 비밀을 알아서 그러네.”구도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응, 아니면 늘 교활하고 조심스러운 신 사모님이 당황하여 영이를 죽이지 않았을 거야.”아람은 화를 내며 주먹을 쥐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겁도 없네, 감히 널 노려!”구도현은 아람의 처지를 생각하자 화를 내며 책상을 쳤다.“오빠가 다섯 명이고, 도 많고 힘 있는 아빠가 있는데 감히 널 건드려? 아빠가 나서지 않아도, 우리 형제들이 나서도 어떻게 죽은 것도 모를 거야!”경주는 깊은 어둠의 웅덩이처럼 눈빛이 차가워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진주가 대가도 생각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 거야!’아람은 입술을 깨물며 안색이 차가웠다.“영이를 죽이는 건 진주의 생각일 거야. 하지만 사람을 보내 날 죽이는 건 진주가 아닐 수도 있어. 내가 보기에는 신효린의 지시일 수 있어. 이 기회를 빌어 날 죽이고 싶었던 거야. 진주의 음흉함으로 이렇게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을 거야. 신효린의 수작인 것 같아.”‘그러네.’경주는 저도 모르게 턱을 치켜올렸다.“신효린이 진주의 딸이잖아. 젠장, 모녀가 다 악독하네. 감옥에서 콩밥 먹을 준비나 해!”구도현은 욕설을 퍼부었다. 진주와 효린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 아람은 심호흡을 하며 무거운 눈빛으로 경주를 바라보았다.“진주, 신 사모님을 죽인 증거, 핸드폰.”경주는 아람의 지나친 눈빛에 얼떨떨했다. 아람은 방영의 핸드폰을 열어 앨범을 훑어보았지만 이상한 건 없었다. 증거물인 만큼 녹음 파일일 거라고 생각하여 녹음 소프트웨어를 열었다.예상대로 안에 녹음된 오디오가 있었다. 아람은 눈을 내리깔고 뜨거운 손으로 녹음을 열었다. 녹음 효과는 좋지 않았다. 소리가 작았고 밀폐된 공간에서 녹음한 것 같았다
구도현도 깜짝 놀랐다. 이 일이 신광구의 전 부인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당시 혼란스러운 사건이 다시 빛을 보게 된다면 진주의 운명이 상상된다. 이것이 진주가 사람을 죽이려는 이유였다.“신경주.”아람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경주를 바라보았다. 이 순간, 별처럼 반짝이던 경주의 눈이 발사 준비가 된 총구처럼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에서 솟아 오른 눈물은 사람을 가슴 아프게 했다.“왜 없어? 김은주도 있잖아!”‘이 일에 김은주도 관련이 있어?’아람은 등골이 오싹해지며 소름이 돋았다. 정서현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진주가 꾸민 것이었다. 아람이 결혼했을 때, 오정숙에게 정서연의 죽음에 대해 물어봤다. 하지만 그때마다 오정숙은 항상 주저하며 입을 담울었다. 오정숙은 경주가 정서연의 과거를 묻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의 경주는 웃음이 많고 장난기가 많은 소년이었다고 했다. 정서연의 죽음이 경주에게 충격을 주어 멀정한 소년를 망쳤다. 20년도 망자의 원한으로 지나갔다. ‘살인자 진주는 고귀한 신씨 사모님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어? 이게 말이 돼?’“김은주가 뭔데! 이미 버려진 물건이야. 성주로 다시 돌아오고 싶으면 입을 다물어야 해. 참, 당시 내가 매수한 정서연의 가정부를 잘 지켜보고 있어?”“응, 먼 R 성에서 식당을 열었어. 우리의 은혜를 받아서 말을 하지 않을 거야.”“좋아, 아주 좋아. 하하하.”진주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심문실에서 귀신처럼 퍼졌다.‘그 년이 죽기 직전까지도 아들에게 죄책감을 느꼈어. 저승사자 곁에 가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야. 경주 그 자식이 공범인 김은주에게 당하고, 엄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평생 모르는 걸 생각하면 속이 시원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아무리 억울해도, 이 생각만하면 마음이 너무 시원하고 기뻐!”펑-경주는 숨을 거칠게 쉬며 눈시울을 붉혔다. 벌떡 일어나 의자를 쓰러 뜨리고 근육이 긴장되며 살기를 발산했다.“죽여버릴 거야.”아람은 깜짝 놀랐다. 경주가
급한 마음에 아람은 온 힘을 다해 경주에게 백허그를 하며 단단한 허리를 꽉 안았다. “신경주, 아람 말이 맞아!”구도현도 앞으로 나아가 경주를 가로막았다. 얼굴이 창백한 경주의 슬픈 눈을 보자 방관자인 구도현도 가슴이 아팠다.“살인은 목숨값을 치러야 해. 멀쩡한 사람이 왜 이 악독한 짐승의 목숨값을 치러야 해? 어머니이 대신 복수하고 싶ㅇ면 이성을 지키고 정신 차려! 진주는 죽어 마땅하지만 네가 손 대면 안 돼. 그런 악독한 여자가 무슨 가치가 있어? 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아람은 어떡해? 생각해 봤어?”구도현이 그렇게 많은 말을 했지만, 마지막 두 마디만이 경주의 아픈 가슴을 진정했다. 아람은 거의 온몸의 힘으로 경주를 잡았다. 두 눈을 꼭 감고 경주의 허리를 움켜쥐며 식은땀이 흘리는 얼굴을 경주의 등에 대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격렬한 숨소리가 점차 고르고, 강한 심장 박동이 점차 진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람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아람은 경주를 알고 이해했다. 만약 자신의 어머니라면 경주보다 더 끔찍하게 반응할 수도 있었다.이 자세로 얼마 동안 유지했는지 모른다. 그제야 경주의 산산조각이 된 영혼이 돌아왔다. 차가운 큰 손으로 아람의 빨개진 작은 손을 잡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람아, 미안해. 방금 내 모습이 널 놀라게 했어.”아람은 가슴이 아파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바보인 것 같았다.‘지금 나한테 사과를 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분명 신경주가 이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사람인데.’“하지만 아람아, 나 어떡해?”고통스러운 경주는 계속 울고 있었다. 굳어진 큰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 전체가 파헤쳐지고 어둡고 차가운 심연에 던져진 것 같고 골수까지 얼어붙은 것 같았다.“나 왜 이렇게 멍청해.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 바로 눈 앞에 있었어. 20년 동안 나와 함께 있었지만 난 아무것도 몰랐어. 구아람, 말해봐. 죽이는 것 외에 어떻게 해야 해? 어떻게 어머니를 위
오늘 밤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몇년 동안 점눈 형사를 한 구도현도 한동안 완전히 소화할 수 없었다. 경주가 먼저 돌아가서 쉬기를 바랐지만, 고집스럽게 수사 협조에 최선을 다했다.경주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관해 정원에 현재 간신히 견딜 수 없는 슬픔과 증오를 담고 있어 돌아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남준에게 가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앞에서 무너져 신남준을 걱정시킬까 봐 두려웠다.경주는 경찰서 문 앞에서 무아지경으로 서 있다가 갑자기 쓴 웃음을 지었다. 수천 억의 가치를 지닌 신 사장님이 지금 이 순간 갈 곳이 없었다.‘정말 불쌍하고 웃기고 비참하네.’“오늘 밤, 우리 집에서 자.”아람은 갑자기 다정한 말투로 말을 하여 경주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심지어 너무 슬퍼서 환청이 들리는 줄 알았다. 이건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호텔로 가서 며칠 동안 있으면 돼.”“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아람은 눈을 깜빡였다.“관해 정원으로 돌아갈 수 없잖아. 할아버지 집에 가서 걱정하게 하고 싶지도 않고. 호텔 가는 건 내가 안심할 수 없어. 네가 나쁜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워. 네가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서 복수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전선이 길어질 거야. 난 그저 혼자라는 느낌이 싫어서 그래.”경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퇴폐적으로 움푹 패여 있었다. 마치 아침 이슬에 물든 흑요석처럼 촉촉했다.‘혼자라는 느낌.’경주는 아람을 이해했다. 일방적으로 마음과 영혼을 베풀지만 보답을 얻지 못하는 느낌을 잘 알았다. 아람이 어렸을 때 경주에게 열정적으로 구애했지만, 경주는 아람의 존재를 몰랐다. 3년 전 시집갔을 때도 뜨거운 사랑을 응답한 적이 없었다. 경주는 조용히 초췌한 얼굴을 돌리며 몇 번이고 눈물을 참았다. 심문실에서 이미 실례를 했다. 더 이상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동의하든 말든, 오늘 밤 널 지킬 거야. 호텔에 있으면 나도 호텔에 가고. 도로에서 자면 나도 도로에서 잘 거야.”아람을 고집을 부렸다. 경주가 열
이 순간, 경주는 처음으로 허영심이 생겨 갑자기 유희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싶었다.‘누가 너만 올 수 있다고 했어, 봐, 나도 왔어!’“신경주, 뭘 둘러보고 있는 거야?”아람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네 눈빛이 도둑놈 같았어.”“미안.”경주는 실례를 한 것 같아 시선을 거두었다.“2층 왼쪽 마지막 방을 제외하고 마음대로 골라. 부엌 냉장고에 수해가 남긴 재료가 있어. 먹고 싶으면 혼자 해서 먹어. 여기 셰프가 없어.”아람은 담담하게 말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왜 저 방에 들어가면 안 돼?”경주는 어리석게 물었다.“거긴 내 방이니까.”아람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웃는 듯 경주를 돌아보았다.“걱정 마. 난 비밀이 없어, 잊을 수 없는 옛애인도 없어. 내 방을 구경하고 싶으면 봐도 돼.”아람은 또다시 이상하게 얘기했다. 경주가 서재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옛 사진을 생각하자 가슴이 아파났다. 여전히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일부러 경주를 향해 비아냥거렸다.아람은 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다. 아람도 삐지고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이다. 동시에 경주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아람이 별장의 일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함께 있는 건 복수만을 위한 거라면 아람이 그 얘기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얘기를 꺼내는 건 신경이 쓰이고 경주의 과거, 그리고 경주도 신경 쓴다는 것이다.“편하게 있어. 난 올라갈게.”아람의 목소리는 우울해졌다.“빨리 마음을 가다듬었으면 좋겠어. 우리의 협력이 곧 시작돼.”“아람에. 그 별장은 이미 팔았어. 엄마의 사진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렸어.”경주의 가슴이 바위에 눌린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 아람은 차갑게 말했다.“나랑 상관없어. 너의 개인 소지품이야. 어떻게 처리하든 네 일이야.”“알아. 그 물건들의 존재가 너에게 상처를 줬다는 거.”“네가 물건들을 존재하기를 바란 거잖아. 네가 아쉬워서 그런 거야.”아람은 가볍게 웃으며 마음을 놓은 것 같았다.“그 일을 완전히 잊어버렸어.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