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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분위기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아람은 경주의 준수한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경주의 미소는 전에 본 적 없는 부드럽고 밝은 미소였다.

아람은 가볍게 기침을 하고 눈을 피했다.

경주의 반짝이는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계속 보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드러날 것만 같았다.

경주가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예전의 경주는 심연처럼 차가웠다. 지금의 경주는 서서히 녹아내려 아람을 둘러싼 샘물처럼 따뜻한 안정감을 주었다.

“에헴, 그.”

모태솔로인 구도현은 더 이상 볼 수 없어 이 애매한 분위기를 깼다.

“그저 양복이잖아. 왜 세탁해. 우리 구씨 가문은 옷 한 벌을 배상할 여유가 있어. 아람아, 그냥 새 옷을 사줘. 돈은 오빠가 줄게.”

“고마워요, 구 형사님.”

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잔잔한 파도처럼 일렁였다.

“오빠, 정말 배상할 거야?”

아람은 순간 진정되어 눈썹을 살짝 올렸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신 사장님의 옷은 이탈리아 왕실의 유명한 브랜드야.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어. 살 수 있다고 해도 1년 치 월급을 모아도 소매만 살 수 있어.”

‘너무 비싸!’

구도현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도련님의 체면도 지키지 않고 소리쳤다.

“배상하지 않아. 방금 한 말은 잊어버려!”

어렸을 때부터 봐온 아람이라 창피하지 않았다. 경주는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

“역시 천재 디자이너 샤론이야. 안목이 남달라.”

이 말을 듣자 아람은 깜짝 놀랐다.

“너, 언제 알았어?”

“셋째 사모님의 생일 연회에서 알았어. 초연서 씨가 멋진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 짐작했어. 아니, 문별 씨의 작업실에서 옷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짐작했어야 했어.”

아람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얼굴이 붉어졌다. 순간 복잡한 감정이 가슴에 솟구쳤다.

경주는 문득 지금도 옷장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지만 이미 상처가 난 양복이 떠올랐다.

그것은 한때 아내인 아람이 경주를 위해 밤낮으로 보름 동안 만든 옷이다. 한 땀 한 땀 사랑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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