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23화

“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너에게 너무 밀어붙였어. 앞으로는 널 불편하게 하는 일을 절대 하지 않을게.”

핏기가 없고 창백한 경주의 얼굴은 너무 아름다워 아람을 넋을 잃게 했다.

그녀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 손에 든 약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번째 치료 약이야. 제시간에 먹어. 갈게.”

“필요 없어, 가져가.”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신경주, 그게 무슨 뜻이야. 죽고 싶어?”

아람은 눈썹을 찌푸렸다.

“몇 천억에 가까운 몸값을 지닌 사업계의 거물인데, 죽기 안 아쉬워?”

“아니, 그저 네가 나에게 빚진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래. 내가 너를 구했더라도, 내가 너에게 갚는 것이고, 속죄하고 있는 거야.”

경주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어떻게 되든, 넌 책임질 필요가 없어. 게다가 지금은 몸이 훨씬 좋아졌어. 더 이상 약을 먹을 필요가 없어.”

‘좋아져? 무슨 거짓말을 해?’

아람은 화가 나서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무슨 새로운 수단이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후퇴하는 건가? 다른 사람에게 먹혀도 나한테는 안 돼.”

“알아.”

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

“수단이 아니야. 내 말에는 그저 감정이 있을 뿐이야. 정말 필요 없어.”

이 말을 들은 아람은 만감이 교차하여 차갑게 말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내가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그 정도로 비천하지는 않거든. 이 치료 과정이 끝나면 더 이상 약 먹을 필요가 없어. 약에도 독이 있다는데, 많이 먹어도 좋지 않아. 알아서 해.”

말을 마치자 아람은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경주가 손을 내밀어 잡았다.

“어쩌다 날 찾아왔잖아. 밖에 추워.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고 가. 금방 만들어 올게.”

아람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놀랍게도 그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소파에 앉아 부엌으로 걸어가는 경주의 훤칠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구윤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경주와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